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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293화 (316/1,027)

< (3). 이안의 귀환 -3 >

*          *          *

일주일이 넘게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던 인간계 진영은, 비교적 방어적인 형태를 띄고 있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인데…. 지형적으로 유리한 것도 아니고 이렇게 탁 트인 공간에서 수비적인 형국은 이득될 게 하나도 없어.’

이안은 그것이 좀 못마땅했지만, 당장에 어떻게 될 부분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며칠간의 고전으로 인해 줄어든 사기가 이안의 말 몇마 디로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지.’

이안은 먼저 몸으로 보여줄 생각이었다.

훙- 후웅-!

할리를 소환한 이안이 레미르에게 말했다.

“레미르님, 지난 번 사냥하실 때 보니까, 서포팅 스펠들도 좋은 거 많던데….”

“서포팅 스펠요?”

“네. 할리 등 빌려드릴 테니, 저한테 헤이스트랑 공격력 버프 위주로 좀 걸어 주세요. 공격스킬은 광역기 재사용 대기시간 돌아올 때만 사용해 주시고요.”

“음… 알겠어요.”

이안이 어떤 꿍꿍이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레미르는 고분고분 할리의 등 위에 올랐다.

일전에 파티사냥을 할 때에도 할리의 등에 몇 번 탄 적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레미르를 할리의 등 위에 태운 이안은, 전방을 향해 냅다 뛰어 들었다.

‘자, 먹잇감이 어디 있나?’

마지 태극기의 물결문양처럼, 곡선을 이루고 있는 마계와 인간계의 전선.

그 전선의 최전방에서 불쑥 튀어나온 이안은, 근처의 모든 마족들에게 타게팅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저 미친 놈은 뭐야? 저 놈부터 삭제해!”

“죽여! 저 놈 잡고 저쪽을 시작으로 방어선 뚫는다!”

홀로 튀어나온 이안을 발견한 마족 유저들은, 신이 나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것을 본 이안의 입 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역시 어줍잖은 녀석들이 제일 먼저 달려드는군.’

이안이 확인한 유저들의 레벨은 전부 다 150~180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안은 방심하지 않았다.

개중에 레벨 정보를 비공개로 해 놓은 유저도 있었고, 최대한 적진을 휘젓기 위해서는, 작은 타격이라도 허용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맨투맨으로 회복 스킬을 사용해줄 힐러라도 있으면 좀 맞으면서 플레이하겠지만, 힐러가 없는 상황에서 작은 피해라도 계속 입다 보면, 생명력은 금방 바닥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초월옵션으로 인한 ‘회피 시 생명력 회복’을 기대해 볼 수도 있었지만, 직접 체감해 보기 전까지는 조심할 수 밖에 없었다.

또 그렇다고 적진의 한복판에서 힐러인 뿍뿍이를 소환할 수도 없었다.

뿍뿍이의 기동력은 이안을 따라다니기에 역부족이었으니까.

‘자, 와라.’

한 번에 다섯 정도의 마족 유저가 달려들었지만, 이안은 오히려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이놈! 죽어봐라.”

“간덩이가 붓다 못해 터진 거 아냐? 어디서 소환술사 나부랭이가…!”

유저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하며 달려들었고, 이안은 웃음을 멈추고는 그들의 공격스킬을 확인했다.

‘정말 단순한 놈들이네.’

깡- 까강-!

이안의 창이 빠르게 휘둘러졌다.

간결하게 좌우로 짓쳐드는 검을 튕겨낸 이안은, 후속타로 들어오는 원거리 투사체들을 최소한의 몸짓만으로 피해 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정령왕의 심판에 붙어있는 초월옵션이 발동되었다.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정령왕의 심판’아이템의 초월옵션이 발동합니다.]

[197650만큼의 전격 피해를 되돌려 줍니다.]

콰르릉-!

멀찍이서 화살을 날린 궁수의 머리 위로 벼락이 떨어졌다.

“으아악-!”

15%의 확률로 터지는 확률반격기가 시작부터 운 좋게 발동된 것이었다.

심지어 전격 피해를 입은 상대가 150레벨 초반 밖에 되지 않는 궁수였기에, 방어력과 저항력이 무척이나 낮은 상대였다.

그는 단 한방에 거의 빈사상태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감전’ 상태이상으로 인한 추가 도트 데미지에, 1초 후 사망하고 말았다.

“뭐야, 이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저 소환술사 놈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안의 장비는, 일전에 방송에 많이 노출될 때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룩’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차이가 있었던 것.

그렇기에 유저들이 곧바로 이안을 알아보지 못했다.

‘이제 시작이다.’

이안은 우선 핀과 카르세우스를 먼저 소환했다.

“핀, 카르세우스! 광역 뿌려!”

“알겠다, 주인.”

꾸룩- 꾹!

허공으로 솟아오른 두 소환수는, 전방의 마족들을 향해 브레스와 분쇄를 내뿜었다.

쾅- 콰아아아-!

그러자 저 뒤쪽에 있던 마법사 클래스인 듯 보이는 마족이, 광역 결계를 시전했다.

위잉-!

광역 공격의 피해를 감소시켜주는 고차원 스펠을 본 이안은, 살짝 놀란 눈이 되었다.

‘뭐야, 광역 데미지 감소 결계 중에, 캐스팅 시간 없는 즉발스킬이 있어?’

하지만 광역데미지를 감소시켰음에도, 카르세우스의 브레스와 핀의 분쇄는 어마어마한 데미지를 입혔다.

150~160레벨대의 딜러들은 데미지 감소 결계에도 불구하고 전부 사망해 버린 것이었다.

대부분이 170레벨 이상이었기에, 그 숫자는 3~4명 정도로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이펙트가 있었다.

전장에 있던 대부분의 유저들의 시선이 이안에게로 집중된 것이었다.

그리고 카르세우스와 핀이 등장한 순간, 이안의 정체는 밝혀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안! 이안이다!”

“마족 유저들 다 이쪽으로! 지금이 기회다! 이 미친놈 혼자 고립됐을 때 따버려야 돼!”

마족 유저들이 이안을 향해 우르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유저들이, 이안이 실수로 고립된 것으로 착각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이안은 전장의 후방에서 전체적인 전투를 지휘하는 방식으로 전장을 주도해 왔기 때문이었다.

지금 적진 한복판에 뛰어든 이안은, 유저들이 아는 평소 이안의 전투스타일이 아니었다.

먹잇감들은 몰려오기 시작했고,

이안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자, 딱 10분. 지금부터 10분간 최대한 많은 피해를 입히고 빠져나온다.’

계획을 세운 이안은, 카카의 고유능력을 발동시켰다.

“카카, 꿈꾸는 악마!”

“알겠다, 주인아.”

[노예 ‘카카’의 ‘꿈꾸는 악마’ 고유능력이 발동되었습니다.]

[‘어둠의 지배’가 지속되는 동안, 모든 파티원의 공격력이 5%만큼 상승하게 되며, 모든 어둠 속성 피해가 50%만큼 감소하게 됩니다. 또한 반경 안의 모든 은신상태의 적이 시야에 드러나게 됩니다.]

우우웅-!

낮은 공명음과 함께, 이안의 주변으로 깔리는 시커먼 어둠.

그리고 곧이어 라이가 소환되었다.

아우우우-!

생각지 못한 환경의 변화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을, 이안은 놓치지 않았다.

“라이! 내가 길을 열테니까, 후방 따라오면서 반피 이하 위주로 암살해.”

“크르릉-! 알겠다, 주인!”

어둠이 깔린 것을 본 라이는, 신이 나서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이안의 시야에 시스템 메시지가 추가로 주르륵 떠올랐다.

[파티원 ‘레미르’유저의 ‘헤이스트’ 스킬이 발동됩니다.]

[15분 동안 모든 파티원의 이동속도가 23.5%만큼 빨라지며, 공격속도가 10%만큼 증가합니다.]

[15분 동안 모든 파티원의, 둔화 효과에 대한 저항력이 50%만큼 증가합니다.]

[파티원 ‘레미르’ 유저의 ‘화염의 진노’ 스킬이 발동됩니다.]

[7분 동안 모든 파티원의 공격력이 5%만큼 상승합니다.]

[7분 동안 모든 파티원의 일반 공격에 ‘레미르’ 유저의 ‘지능’ 능력치의 12%만큼의 화염피해가 추가됩니다.]

:

:

이안이 원했던 정확한 타이밍에 버프스킬을 넣어주는 레미르.

‘역시…!’

이안은 레미르를 향해 씨익 웃어 보인 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마족 유저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으아악…! 미친, 소환술사 공격력이 뭐 이리 쎄!”

“조심! 딜이 장난이 아니야! 딜러들 뒤로 빠지고 탱커들부터 앞으로 붙어!”

처음에는 근접 딜러들이 이안의 근방으로 달라붙었으나, 그것은 대 참사를 불러일으켰다.

무려 4초월 무기인 이안의 정령왕의 심판을, 어중간한 170레벨정도의 근접딜러들이 버텨낼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공격력 자체가 괴랄한 수준인데 레미르의 공격력 버프까지 중첩되니, 어지간한 근접 딜러들은 단 한 번의 찌르기도 버텨내지 못했다.

물론 빗맞거나 방어구로 잘 막아내면 버틸 수도 있겠지만, 이안의 공격은 귀신같이 정교했다.

푹-!

[유저 ‘백치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정령왕의 심판’의 고유능력인 ‘심판의 번개’가 발동됩니다.]

쾅- 콰쾅-!

지금 이안의 전투 스타일은, 마치 전사 직업의 히든 클래스인 ‘광전사’를 연상케 했다.

조건부 발동 패시브 스킬을 도배한 아이템 세팅으로, 극한의 회피와 공격력을 이용해 적진의 한복판을 휘젓고 다니는 전투 방식.

그것은 이론상으로 무척이나 멋들어진 전투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어지간한 컨트롤 능력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전투방식이었기에, 최상위 랭킹에 랭크되어있는 광전사들도 지금 이안이 보여주는 그림을 자주 뽑아내지는 못 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랭커들의 매드 무비 중에, 전설처럼 떠도는 영상이 몇 개 있는 정도의 수준.

그런데 지금의 이안은, 그 어떤 매드무비 보다도 더욱 강렬한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이것은 이안의 뛰어난 컨트롤 능력 덕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레미르라는 뛰어난 랭커의 서포팅과 70%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항마력. 그리고 이안의 전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마족 유저들의 실수가 맞물려 이런 그림 같은 전투장면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안이 마족 진영에 뛰어든 지 단 5분 만에 학살한 마족 유저의 수는 벌써 수십에 이르렀고, 전장의 분위기는 급반전되기 시작했다.

“이안! 이안님이다! 이안님이 돌아왔어!”

“내가 뭐랬어! 지난번에 북부대륙 전장에서 이안님이 하드 캐리 했다니까? 오늘 여기도 이제 이안갓이 캐리한다!”

“미친! 대체 어떻게 저렇게 싸우는 거야? 카일란 본사 습격해서 버그 템이라도 훔친 거야 뭐야?”

인간계 진영의 유저들은, 이안의 활약에 힘입어 사기가 치솟기 시작했고, 반면에 마계 진영의 유저들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안에게 공격을 적중시키는 데 성공한 몇몇 유저들은 더욱 더 어이가 없었다.

“아니 시부럴, 어떻게 마기화살 데미지가 세 자리 숫자로 들어갈 수 있지? 이거 뭔가 잘못됐는데?”

“야, 난 아까 운 좋게 마기발동까지 터졌는데, 딜이 400 들어갔어. 저 새끼 버그 플레이 하는 거 아냐?”

70%에 육박하는 괴랄한 항마력은, 높은 강화와 초월단계로 인해 늘어난 이안의 방어력과 맞물려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켰다.

어중간한 공격력과 마기로는, 이안의 생명력에 흠집조차 낼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어둠 속성의 공격을 사용하는 마계 법사들은, 어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이안의 마법 방어력으로 인해 감소한 피해량을 카카의 광역 어둠의 영역이 절반으로 깎아버렸고, 그 남은 피해량을 항마력이 70%만큼 추가로 또 깎아버렸기 때문이었다.

현재 이안의 템 세팅을 모르는 이들은, 충분히 버그라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제기랄! 저 괴물을 어떻게 죽여!”

“이게 무슨 보스 레이드도 아니고! 저거 대체 뭔데!”

“저 새끼 유저 맞아?!”

반면 이안은 자신감이 좀 더 생기면서, 더 과감히 움직일 수 있었다.

웬만한 공격은 맞아줘도 된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약해 보이는 공격을 허용하면서 싸우면, 훨씬 더 깊숙한 전장까지 파고들 수 있었다.

‘좋아, 몇 만 정도의 피해는, 초월옵션의 자체힐로 어렵지 않게 커버가 되는 구나!’

열심히 정령왕의 심판을 휘두르던 이안은, 소환수들의 생명력을 확인했다.

그리고 고지대로 올라가 전체적인 정황을 살폈다.

아무리 전투에 몰입한 상태이더라도, 지속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이런 대규모 전투에서 기본 소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안은 카카의 ‘꿈꾸는 악마’ 고유능력의 지속시간도 한번 확인해 주었다.

‘2분 남았네. 이제 슬슬 빠져나가야겠어.’

꿈꾸는 악마의 광역 효과는 전투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었다.

어둠이 지속되는 동안은, 이안이 암살자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카카가 뿌린 어둠 속에서는, 은신 상태의 적이 모두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능력 덕분에, 이안이 이렇게 적진 한복판으로 파고들 수 있었던 것이었다.

‘앞으로 다섯. 딱 다섯 놈만 더 죽이고 빠져나간다.’

퇴로를 대략적으로 머릿속에 그려 넣은 이안은, 자신의 뒤편에서 열심히 마법을 캐스팅중인 레미르를 힐끗 확인해 보았다.

레미르는 이안의 기대 이상으로 잘 해 주고 있었다.

‘역시 레미르님은 대단해.’

레미르의 활약은 이안에 가려 조금 묻혀 있었다.

하지만 이안에게 쏠려 있는 어그로를 이용해, 레미르도 적잖이 많은 마족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그녀는 누가 뭐래도 현 카일란의 랭킹 1위 마법사였다.

“잉걸불…!”

화르륵-!

레미르의 주변으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갔고, 열기로 인해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 한 착각이 들더니, 순식간에 다섯의 유저가 시커먼 잿덩이로 변해 버렸다.

이안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했다.

“굳! 내가 서포터 하나는 잘 골랐다니까.”

이안의 농담에 레미르가 투덜거렸다.

“아니, 이안님. 이게 어딜 봐서 서포터 딜이에요. 진짜 너무하시네.”

이제는 여유가 생겨 농담까지 주고받는 두 사람.

하지만 그 모습을 봤음에도, 마족 유저들은 섣불리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아니, 공격할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리라.

*          *          *

< (3). 이안의 귀환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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