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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292화 (315/1,027)

< (3). 이안의 귀환 -2 >

뭔가 장황한 말을 늘어놓을 것 같던 세카이토는, 짧게 몇 마디마을 하고 사라졌다.

덕분에 새로운 퀘스트라도 발동할까봐 조마조마했던 이안은 안도할 수 있었다.

당장에 마족과의 전투를 해야 하는 이 시점에서, 새로운 퀘스트를 할 시간 같은 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세카이토와의 대화를 곱씹어 보았다.

“자격? 기회? 어떤 걸 말하는 거지?”

[네게 여의주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어떻게 하면 증명할 수 있는데?”

[네 어깨 위에 얹혀 있는 운명의 무게를 견뎌낸다면, 그 자격의 증명으로서는 충분하겠지.]

“운명의 무게…?”

이안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운명의 무게가 뭘까? 지금 내가 하고있는 퀘스트, 그리고 마계와의 차원전쟁… 이 상황과 관련이 있는 걸까?’

세카이토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네놈에 대한 내 판단이 끝나면, 그때 다시 찾아오도록 하지.]

이안은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건 단서가 없어도 너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휴, 어쩐지 여의주를 얻는 것 까지 술술 풀린다 했어. 하지만 이렇게 고민해봐야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으니….’

뿍뿍이를 진화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여의주는 얻었다.

또한 차원전쟁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 분명한 주병신보도 손에 넣었다.

이 정도면, 절반 이상의 성공은 거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이안은 긍정적으로 마음을 고쳐먹고는, 영주성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이제 전투에 들어가기 전 장비나 한번 싹 점검해볼까?”

이안은 인벤토리를 열어 그동안 모아두었던 쓸 만한 장비를 모조리 꺼내었다.

그동안 수많은 사냥터를 전전했고, 사냥에 성공한 고레벨의 보스몬스터도 수 없이 많았다.

거기에 틈날 때 마다 경매장에서 쓸 만한 전설아이템을 하나씩 구매했으니, 지금 이안의 인벤토리에는 정말 아이템이 넘쳐났다.

‘자아, 겁도 없이 마족으로 종족변경을 한 머저리들을 혼내줄 준비를 해 볼까?’

우선 이안은 자신의 정보 창을 확인했다.

‘가장 중요한 항마력부터….’

현재 이안의 항마력은 31%정도였다.

최근에 계속 사냥한 곳은 남섬부주였고, 그곳은 항마력이 무용한 곳이었기에 항마력 옵션이 없는 아이템들을 전부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31%라는 수치는 이안의 기본 항마력에 추가로 약간의 항마력 옵션이 합해진 수치였다.

이안은 정령왕의 심판을 만지작거렸다.

‘정령왕의 심판에는 항마력 옵션이 없지만… 이 녀석은 대체불가 자원이니까 일단 픽스.’

이안은 정령왕의 심판과 드래곤 테이머의 머리장식을 제외한 모든 아이템을 갈아치웠다.

‘음, 이 상의는 좀 애매하네. 항마력은 7%나 붙어있는데 다른 옵션이…. 아무래도 다른 템이 낫겠어.’

그렇게 한참을 아이템을 선별한 이안은, 거의 삼십분이 걸려서 모든 아이템을 세팅하는 데 성공했다.

세팅이 끝난 후 이안의 항마력은 62% 정도였다.

항마력만으로 모든 템을 맞추면 70%도 가능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다른 옵션들에도 신경을 써야 했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이제 강화를 해볼까?’

이안은 쟁여두었던 최하급 마정석과 하급 마정석을 전부 꺼내었다.

이번에 세팅안 대 마족전용 장비들은 아직 강화가 덜 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중급 마정석과 상급 마정석은 전부 사용해 버렸기 때문에, 10강 이상의 고강템을 만들수는 없었지만, 10강 정도까지는 충분히 만들 여력이 있었다.

이안은 앉은 자리에서 계속해서 마정석을 사용했다.

그렇게 또 삼십분이 지나자, 이안은 모든 장비를 8강~10강 정도 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안은 뿌듯한 표정이 되었다.

“우후후, 이정도면 어줍잖은 초보 마족들을 상대로는 충분하다 못해 넘치겠지.”

자신을 공격해 보고 당황할 마족 유저들을 떠올린 이안은 실실 웃었다.

아이템들을 강화할 때 보조옵션들의 수치도 조금씩 올라서, 항마력이 69%까지 맞춰진 것이었다.

이정도면 정말 마족들의 입장에서 혐오스러울 수준의 항마력이었다.

“자, 이제 슬슬 마족 사냥을 나서볼까?”

이안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자신이 있었다.

항마력을 둘둘 바른 지금, 조금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공격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질수록 이안은 더 강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너무 강력한 적들 이랑만 싸워서 제대로 활용해 보지 못했던 초월옵션도 제대로 활용해 주겠어.’

이안이 말한 초월옵션이란, 정령왕의 심판을 처음 초월 장비로 강화했을 때 얻었던 옵션을 말하는 것이었다.

[초월옵션 : 적의 공격을 회피할 시, 15%의 확률로 공격력의 30%만큼의 전격 피해를 입히며, 30%의 확률로 생명력을 10%만큼 회복합니다.]

회피 시 15%의 확률로 발동하게 되는 조건부 옵션.

이 옵션은 언뜻 보면 사기적인 옵션이었지만, 실전에서는 발동시키기 무척이나 까다로운 옵션이었다.

100번의 공격을 회피하면 15번 정도 발동하는 옵션이니 쉬이 터지지도 않았고, 옵션 발동을 위해 무리하다가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안이 이 옵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는, 순발력 버프를 발동한 할리의 등 위에 타 있을 때 였는데, 이때는 또 절반 이상의 회피가 할리의 회피로 판정되어서 발동시키기 쉽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전투 한복판에서 미친 듯이 날뛰다 보면 계속해서 발동하겠지.”

이안은 항마력을 믿고, 아예 전사나 기사와 같은 포지션에서 싸울 생각이었다.

어지간한 기사 클래스보다 마족들의 공격에 더 잘 버틸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규모 전장에서 수없이 쏟아지는 투사체를 피하다 보면, 초당 3~5회 정도의 회피판정이 나올 수도 있었고, 그 정도의 횟수면 연달아 초월옵션이 발동할 것 같았다.

“이제 얼마 안 남았네. 슬슬 전장으로 움직여 볼까?”

차원전쟁이 시작되기까지는 이제 삼십 분 남짓의 시간이 남았다.

이안은 마지막으로 상태를 한번 점검한 뒤 전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원래도 파이로영지와 별로 멀지 않은 곳에 형성되었던 전장이었지만, 이안이 없는 동안 계속해서 밀려 내려왔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영지의 코앞까지 마족들이 밀려 내려온 상태였다.

*          *          *

“에? 우리 길드 참여인원이 왜 이거밖에 안 돼?”

전장에 도착한 이안의 물음에, 헤르스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나도 여기 없어서 몰랐는데, 바로 어젠가? 이라한에게 거의 스무명이 당했다고 하더라고. 여기서 너 빼면 최고랭커인 피올란님도 당할 뻔 하셨으니 말 다 한 거지 뭐.”

“음…?”

“게다가 도발도 하고 갔다던데. 시시해서 재미없다면서.”

“헐.”

이안의 표정이 확 구겨졌다.

‘이거 갑자기 자존심이 상하는데?’

로터스 길드는 그동안 많이 성장해 왔다.

그리고 이안은, 로터스 길드가 겉으로는 10위 안팎에 머물러있는 길드였지만, 내실은 5위권 안에 충분히 들고 남을 정도로 쌓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단 한명의 랭커 유저에게 정예 길드원 스무명이 당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빠진 것이었다.

‘내 기억에 이라한은 컨트롤이 그렇게 최상급도 아니었는데….’

이안이 지금까지 적으로 상대해 본 유저중에는, 샤크란이 가장 컨트롤이 뛰어난 유저였다.

물론 이라한도 컨트롤이 좋은 편이었지만, 이안의 기준에서는 그리 대단한 유저가 아니었던 것.

자존심이 상한 이안은, 이라한을 꼭 찾아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안은 피올란 등 길드원들과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고, 전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이제 1분… 이거 뭔가 설레는데?’

[이제부터 10초 후에 22일차 차원전쟁이 시작됩니다.]

[카운트를 시작합니다.]

[10 … 9 … 8 …]

인간계 진영의 유저들의 눈에 독기 어린 표정이 맴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일주일간은 거의 마족 진영에 농락당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주일간 자리를 비웠던 레미르를 비롯한 랭커들도 돌아왔으니, 크게 비관적인 표정은 아니었다.

이안은 창대를 고쳐 쥐고는 레미르에게 다가갔다.

레미르는 마법사 클래스였기 때문에, 조금 후방으로 빠져 있었다.

“레미르님.”

“네?”

“전투 오픈하면 저 따라와요.”

“음…?”

이안이 또 무슨 해괴망측한(?) 짓을 벌이려는 것인지 불안해진 레미르는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그 순간 전투가 시작되었다.

[차원전쟁이 시작됩니다. 각 진영의 유저 여러분께 축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이안은 레미르가 뭔가 대꾸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앞으로 튀어 나갔고, 그것을 본 레미르는 서둘러 이안을 따라 움직였다.

‘이 괴팍한 놈은 또 뭔 짓을 하려는 거야?’

하지만 이안과 함께 있으면 항상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기에, 레미르는 기대를 안고 그를 따라 움직였다.

이안의 뒤를 쫓는 레미르의 한쪽 입 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          *          *

가상현실게임이 대중화된 지금.

게임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이었고, 가상현실 게임이 일상의 일부인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다.

특히 가상현실게임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카일란의 경우, 새로운 직업을 창출해 낼 정도였다.

쉽게 말해 카일란 플레이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진 것이다.

그리고 김상민 또한 그런 사람 중 한명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변변한 직장을 얻지 못해 백수처럼 살다가, 카일란 내에서 적성을 찾은 그는, 그 어느 때 보다 행복한 삶을 사는 중이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카일란 내에서 만난 여성 유저와 연애 끝에 결혼까지 성공하여, 행복한 삶을 사는 중이었다.

최근에 이런 케이스는 김상민 말고도 무척이나 많았다.

상민은 자신의 카일란 장부를 확인하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영웅템이랑 전설템은 옵션이 제법 좋았으니까… 팔리기만 하면 한달치 생활비는 나올 것 같고….”

아내가 차려준 점심을 먹으며 장부를 체크하던 상민은, 돌연 무언가 생각났는지, 고개를 휙 돌렸다.

시계를 확인한 그는 깜짝 놀라더니 서둘러 리모콘을 찾았다.

“앗, 그러고 보니 방송 시작할 시간이잖아?”

티비를 켠 그는 곧바로 채널을 돌려 게임방송을 틀었다.

게임방송에서는 때마침 그가 기다리던 프로가 시작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캐스터 하인스입니다.]

[반갑습니다, 리포터 루시아입니다.]

평소에 자신이 좋아하는 캐스터인 하인스를 찾은 상민은 싱글싱글 웃으며, 화면에 집중했다.

“오늘도 인간계가 마계에 탈탈 털리려나?”

상민은 인간계 진영의 유저였다.

레벨은 140 중후반 정도였기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최근에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차원전쟁이었다.

[오늘도 마족 유저들은 무척이나 공격적으로 전투에 임하는군요. 저기 보시면 알겠지만, 클래스 무관하게 대놓고 전방에서 날뛰고 있습니다. 극딜로 전부 다 녹여버릴 자신이 있다는 소리거든요.]

[그러게요. 요즘 종족간 밸런스가 너무 붕괴되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고 있어요. 하인스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세요. 아직은 마족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카일란 내에서 항상 논란이 되어왔던 밸런스 관련된 이슈는, 특별한 패치 없이도 항상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곤 했거든요. 결국에는 밸런스가 맞았다는 소리지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시간이 지나면 인간계 유저들이 마계 유저들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씀이실까요?]

[그렇습니다. 카일란의 밸런스는 항상 완벽했으니까요.]

캐스터 하인스의 설명을 듣던 상민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며칠만 더 보고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지.”

그는, 요즘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마족으로의 종족변환을 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계속해서 갈등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종족변환 퀘스트는 곧 있으면 닫히게 되고, 그 퀘스트가 닫히고 나면 마족으로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신규로 생성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원래 그는 전혀 종족변환할 생각이 없었지만, 최근 차원전쟁의 양상을 보고는 마음이 많이 흔들린 것이었다.

‘휘유, 오늘은 인간계에서 좀 선전했으면 좋겠는데….’

상민의 시선이 모니터에 고정되었다.

그런데 그 때, 티비 안에서 흥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말씀드린 순간! 7번 수정구! 관리자님, 7번 수정구좀 오픈해 주세요!]

< (3). 이안의 귀환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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