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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291화 (314/1,027)

< (3). 이안의 귀환 -1 >

중부대륙으로 귀환한 이안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당연히 뿍뿍이를 진화시키는 것이었다.

‘드디어 나에게도 신화등급의 소환수가…! 아니, 내가 최초이려나?’

이안은 싱글벙글 웃으며, 영주성 앞의 공터에서 뿍뿍이를 소환했다.

“뿍뿍이, 소환!”

뿍-!

나름 진화도 한번 해서 전설 등급의 소환수가 된 뿍뿍이였지만, 아직까지 소환될 때의 효과음(?)은 그대로였다.

“뿍뿍아.”

“왜 부르냐뿍.”

“형이 드디어 여의주를 구했다.”

그 어느때보다 뿌듯한 표정으로 말하는 이안.

그리고 뿍뿍이의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뿍! 정말이냐뿍!”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니까? 형이 언제 거짓말 하는 거 봤냐?”

뿍뿍이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봤뿍. 많이 봤뿍.”

이안이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어, 언제?!”

“사냥 끝나면 미트볼 준다고 하고 안 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뿍.”

“이런 쪼잔한 놈…. 그런 걸 다 기억하고 있냐.”

“쪼잔한 건 주인인 것 같뿍.”

주인으로서의 위엄을 잃어버린 슬픈 소환술사 이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이안은, 한숨을 푹 쉬며 인벤토리를 뒤지기 시작했다.

‘뿍뿍이녀석 너무 많이 컸어. 신화등급으로 진화하고 나면 이제 주인은 안중에도 없는 거 아닌가 몰라.’

속으로 구시렁거리던 이안은, 인벤토리에서 여의주를 꺼내어 들었다.

여의주는 처음 이안이 발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오색의 영롱한 빛깔을 띄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한 뿍뿍이의 눈빛이 달라졌다.

“저, 정말 여의주다뿍!”

흥분한 뿍뿍이가 쪼르르 이안의 앞으로 다가왔고, 이안이 씨익 웃으며 뿍뿍이에게 말했다.

“그럼 진짜 여의주지, 가짜 여의주냐? 원래 네 녀석에게 주려고 했던 물건이지만… 지금 생각이 좀 바뀌려고 해. 방금 너무 괘씸했어.”

이안은 여의주를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으며 짐짓 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뿍뿍이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이안의 주변을 맴돌았다.

“주인아, 내가 잘못했뿍. 한 번만 봐주면 안되냐뿍.”

오랜만에 애처로운(?) 뿍뿍이의 표정을 본 이안은, 웃음이 새어나오려는 것을 꾹 참으며 헛기침을 했다.

“크흠, 뿍뿍이 너 진화한 뒤에 너무 건방짐 레벨이 상승했어.”

“아, 아니다뿍. 그럴 리가 없뿍!”

“조용히 해. 건방짐은 내가 판단하는 거니까.”

뿍뿍이의 시무룩한 표정을 본 이안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봐봐, 뿍뿍아. 지금 네가 한 번 진화했는데 이만큼 건방져졌거든? 그럼 이 여의주를 가지고 신화등급으로 진화라도 하면 얼마나 더 건방져지겠어?”

뿍뿍이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뿍! 그럴 리 없뿍! 난 주인 말 잘 듣는 착한 거북용이다뿍!”

이안이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휴우, 우리 귀엽던 뿍뿍이가 어느새 이렇게 거만해졌을까….”

“뿍… 난 거만하지 않다뿍…! 난 한번 더 진화하면 지금보다 더 주인 말 잘 듣는 착한 뿍뿍이가 될 거다뿍!”

이안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흐음… 그걸 내가 어떻게 믿지?”

“뿍… 믿어줘라뿍….”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한 뿍뿍이를 보며, 장난을 그만 둬야겠다고 생각한 이안은 피식 웃으며 멀찍이 졸고 있던 카카를 불렀다.

“야, 카카.”

그에 카카가 졸린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왜 부르냐 주인아. 이 꼭두새벽에 잠도 안 자냐 주인은.”

“3천년 동안 잠 안자고도 잘 살아왔던 녀석이 그런 말을 하니까 좀 이상하잖아.”

“3천년 못 잤으니까 잠이 더 부족한 거다 주인아.”

이안은 대꾸하지 않고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러자 카카가 투덜대며 이안의 앞으로 날아왔다.

이안이 입을 열었다.

“여기 뿍뿍이가 지금, 앞으로 더 내 말 잘 듣는 착한 소환수가 되겠다고 약속했거든?”

카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었다.”

“너 자던 거 아니었어?”

“졸면서 들었다.”

“아무튼 들었다니 말하기 편하네.”

이안이 뿍뿍이와 카카를 번갈아 보며 다시 말했다.

“무튼 뿍뿍이가 그렇게 말했으니, 네가 앞으로 뿍뿍이가 다른 말을 할 때 증인이 되어 주면 돼.”

카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다 주인아.”

이안이 뿍뿍이를 보며 물었다.

“뿍뿍이, 너도 동의하지?”

뿍뿍이가 재빨리 대답했다.

“물론이다뿍! 난 앞으로 주인 말을 더 잘 들을거다뿍!”

그에 이안의 입 꼬리가 씩 말려 올라갔고, 옆에서 둘을 지켜보던 카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리버리한 소환수와 사악한 주인이로다….”

그 말을 들은 이안이 카카를 째려보며 말했다.

“한 대 찰 지게 맞아 볼래 카카?”

그에 카카가 허공으로 휙 날아올라 도망갔다.

“폭력주인! 나쁘다!”

“….”

어쨌든 새벽부터 순진한 뿍뿍이를 놀려먹은 이안은, 한층 흥겨워진(?) 기분으로 여의주를 다시 꺼내었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손짓으로 뿍뿍이에게 여의주를 건네었다.

“자, 여기 있어. 조심해서 받아.”

이안은 여의주를 마치 신줏단지 모시듯 조심스러운 손길로 뿍뿍이에게 내밀었다.

“뿍…!”

여의주를 건네받은 뿍뿍이는 황홀한 표정이 되었고, 다음 순간 이안의 눈 앞에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띠링-

[소환수 ‘뿍뿍이’에게 ‘여의주’ 아이템을 사용합니다.]

[사용된 ‘여의주’는 소멸하게 되며, 다시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도 ‘여의주’ 아이템을 사용하시겠습니까? (Y/N)]

이안은 잠시 멈칫 했다.

여의주에 붙어 있던 사기적인 옵션들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신화등급의 소환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사용한다.”

그러자 시스템 메시지가 이어서 울려 퍼졌다.

[소환수 ‘뿍뿍이’의 진화조건이 모두 충족되었습니다.]

우우웅-!

그와 동시에, 뿍뿍이의 커다란 두 눈에서 푸른 광채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뿍뿍이의 손에 들려 있던 여의주는 허공으로 두둥실 떠올랐으며, 그 안에서 새어나오던 오색빛깔의 광채는 더욱 밝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된다, 된다…! 뿍뿍이가 진화 한다…!’

이안은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점점 변하기 시작하는 뿍뿍이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여의주에서 터져 나온 오색빛의 섬광은 뿍뿍이의 온 몸을 휘감았으며, 그와 함께 뿍뿍이의 몸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뿍뿍이의 외형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얼마나 커지려는 거야?’

현재 이안의 소환수들 중 가장 커다란 몸집을 가진 것은 본체로 현신했을 때의 카르세우스였다.

빡빡이도 그에 비견될 정도로 거대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카르세우스에 비하면 왜소한 수준.

그런데 지금 뿍뿍이는, 카르세우스의 몸집에 근접할 만큼 거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몸집이 자라나고 있었다.

‘이게 어비스 드래곤…?’

이안은 멍한 표정으로 뿍뿍이의 진화과정을 계속해서 지켜보았다.

원래의 둥글둥글했던 몸체에서는 수룡의 상징인 푸른 비늘이 돋아나기 시작했고, 짧았던 목이 늘어나고 작았던 날개가 십 수 배로 커져 허공을 뒤덮고 있었다.

이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확실히 신화등급의 드래곤이라면 이 정도 위용은 갖춰야지!’

그런데 그 때, 이안의 눈 앞에 생각지도 못 했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여의주’의 권능이 일부 봉인되어있습니다.]

[소환수 ‘뿍뿍이’가 진화에 실패하였습니다.]

[‘여의주’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

“에…?!”

너무 당황한 나머지 말문이 막인 이안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메시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뭐야? 설마 여의주 아이템의 봉인되어있던 고유능력과 관련이 있는 건가?’

그런데 다음 순간, 이안을 더욱 당황스럽게 만들 한 줄의 메시지가 추가로 떠올랐다.

[용신의 혼백이 강림합니다.]

“…!!”

뿍뿍이가 진화에 실패한 것 만큼이나 충격적인 메시지!

이안은 아예 말을 잃어버렸다.

여기서 또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던 반갑지 않은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순간 도망가야 하나 고민했다.

‘서, 설마 죽이지는 않겠지?’

그리고 당황한 이안의 앞에, 하얀 빛줄기가 내리 꽃혔다.

콰앙-!

굉음과 함께 뿌옇게 피어오르는 먼지.

오색 빛으로 휘감겨 있던 뿍뿍이의 몸은 다시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흩어진 먼지 사이로 인영 하나가 천천히 나타났다.

그는 은발을 길게 늘어뜨린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특이한 점은 허공에 두둥실 떠 있다는 것과 신체가 반투명하다는 점이었다.

이안은 조금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지만, 그가 ‘용신’임을 알 수 있었다.

[내 가장 아끼는 보물이 여기에 와 있었군.]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한 마디.

이안은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당신이… 용신…?”

이안의 물음에 소년이 재밌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다, 내가 바로 용신, 세카이토.]

대답을 한 그는 이안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이안은 기겁을 하며 정령왕의 심판을 치켜들었다.

“다가오지 마…!”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지만, 지금 이안의 머릿속에서는 오만가지 생각이 뒤엉켜 있었다.

‘눈치 봐서 로그아웃을 해 버릴까? 여긴 사냥터가 아니고 전투중도 아니었으니까 로그아웃이 가능할 텐데…. 아니야, 이렇게 불쑥 나타날 수 있는 놈이라면 로그아웃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야.’

그리고 이안의 머릿속이 복잡한 것을 알아챘는지, 용신 세카이토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걱정 마라, 인간. 나는 네 녀석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

이안은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뭐? 용신의 제단에서 날 한방에 골로 보냈던 녀석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세카이토의 말이 이어졌다.

[그곳은 나의 권능이 미치는 곳. 그 안에서는 내가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이곳은 나의 제단도 아닐뿐더러 완전히 다른 차원계다. 이곳에서 내가 너에게 해를 끼쳤다가는, 이 동네의 신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지.]

대충 그의 말을 이해한 이안이 경계를 살짝 풀며 물었다.

“그럼 여기는 왜 온 건데?”

물어보면서도, 이안은 속으로 계속해서 조마조마했다.

여의주를 다시 회수해 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카이토의 입이 다시 열렸다.

[그저, 겁도 없이 나의 권역 안에 들어와서 여의주를 가져간 인간이 어떤 녀석인지 궁금했을 뿐.]

말을 하던 도중, 세카이토가 돌연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이안에게 돌아와 있던 여의주가 빨려들어가듯 그의 손아귀 위로 날아가 두둥실 떠올랐다.

“…!”

세카이토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내 물건은 다시 찾아가야 하지 않겠나.]

이안은 여의주를 다시 회수하기 위해 손을 뻗어 보았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게 몸이 굳어 있었다.

‘이게 대체…! 저 녀석의 짓인가?’

이안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여기서 여의주를 빼앗긴다면, 용신의 제단에서 그 고생을 한 것이 전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세카이토가 이안과 뿍뿍이를 번갈아 응시하더니 씨익 웃어보였다.

[하지만 방금 전에 내 생각이 좀 바뀌었어.]

세카이토가 자신의 손바닥 위에 떠올라 있던 여의주를 손가락으로 살짝 퉁겼다.

그러자 여의주는 다시 허공을 부유해 이안의 눈 앞으로 움직여 갔다.

이안은 서둘러 여의주를 회수해 인벤토리에 집어넣었으며, 그런 이안을 보며 세카이토가 피식 웃었다.

[인간. 네놈에게 자격을 증명할 기회를 주겠노라.]

< (3). 이안의 귀환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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