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85화 (309/1,027)

< (7). 두 가지 보물 -5 (12권 완) >

*          *          *

악마들은 강했지만, 금방 무너지고 말았다.

정말 이안의 계획대로, 어둠이 걷히기 전에 전투가 끝난 것이다.

정확히 10분 남짓의 시간.

그 시간만에, 이안은 남은 셋의 악마를 모두 처치할 수 있었다.

최강의 단일공격기를 가진 ‘라테로스’를 잡아낸 게, 이안의 발에 묶여있던 족쇄를 풀어낸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어쨌든 전투가 끝나자, 카카가 깔아두었던 어둠이 걷히면서 사방이 밝아졌다.

그리고 이안의 앞에, 사라졌던 쇼우타가 나타났다.

쇼우타는 무척이나 흐뭇한 표정이었다.

이안은 쇼우타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쇼우타의 말이 비동 전체에 울렸다.

[수고했네, 이안. 정말 훌륭한 전투였어.]

이안이 마주 웃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쇼우타님.”

[좋은 구경을 시켜 줘서 정말 고맙군.]

“과찬이십니다.”

훈훈한 대화를 잠시 나눈 쇼우타는, 이안은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쇼우타의 손 위에서 황금빛의 광채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으음…?”

이안은 잠시간 그 광채를 멍하니 보고 있었고, 금빛 광채는 곧, 아름다운 금빛 목걸이로 변했다.

[자, 받게. 자네는 우리 마우리아 제국의 관문을 훌륭히 통과했다네.]

쇼우타의 손을 떠나 천천히 이안을 향해 움직이는 목걸이.

이안이 그것을 받아들자, 쇼우타의 입이 다시 열렸다.

[그것은 이 시험의 관문을 통과했다는 증표. 자네는 이제 우리 마우리아 제국 최강의 전사들 중 한명이라 자부해도 좋네.]

그와 함께, 이안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떠오르기 시작했다.

띠링-

[마우리아 제국 ‘시험의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하셨습니다.]

[명성을 15만 만큼 획득하셨습니다.]

[마우리아 제국의 금괴를 3관 획득합니다.]

[‘마우리아 상급전사의 목걸이’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

:

이안은 먼저 마우리아 제국의 금괴 라는 아이템을 확인했다.

그리고 두 눈이 휘둥그래질 수 밖에 없었다.

‘마우리아 제국 전장에서 개당 300만 골드로 환전이 가능하다고?’

물론 300만골드가 이안에게 그리 큰 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고가의 재화였기에 놀란 것이었다.

다음으로 이안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화려하게 장식되어있는 금빛 목걸이를 눈 앞에 들어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게 마우리아 상급 전사의 목걸이인건가? 한번 확인해 볼까?’

이안은 기대에 부풀어 목걸이의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목걸이는 착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 장비가 아닌 잡화 아이템이었다.

[‘마우리아 상급 전사의 목걸이’ / 등급 - 전설 / 분류 - 잡화]

거창한 설명이 함께 쓰여있기는 했지만, 실망한 이안은 확인해 보지도 않고 인벤토리에 집어 넣어 버렸다.

어차피 전륜성왕을 만날 수 있는 증표 라는 것만이 중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에이, 목걸이 바꿀 때 됐는데, 좀 좋은 것 좀 주지.’

그런데 그 때, 가만히 이안을 보고 있던 쇼우타가 피식 웃으며 이안을 향해 말했다.

[후후, 전사의 목걸이에 실망한 모양이군.]

쇼우타의 말에 이안은 화들짝 놀라며 표정관리를 했다.

아직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뜨지 않은 이상, 그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 아닙니다. 그럴리가요. 단지 잡념이 많아서 그랬던 것일 뿐입니다.”

그에 쇼우타가 껄껄 웃었다.

[허허, 내 눈치를 볼 필요 없다네, 이안. 당연히 이렇게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고 받은 대가인데, 기대가 큰 것이 당연하지.]

이안은 조금 당황스런 표정이 되었다.

‘뭐지? 그럼 좀 제대로 된 걸 주던가.’

하지만 속내를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아닙니다, 이 물건이 뛰어난 증사의 징표라는 것 만으로도 제게는 충분히 감사한 물건입니다.”

혀에 기름을 칠한 듯 술술 아부를 쏟아내는 이안을 보며, 쇼우타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 역시 자네는 영웅이 될 자질을 지녔어. 내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란 말이지.]

“하, 하핫. 과찬이십니다.”

그리고 쇼우타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자네에게 건네준 마우리아 전사의 목걸이는, 사실 큰 힘을 숨기고 있는 물건이지. 지금 당장은 아무런 능력도 없는 평범한 목걸이에 불과할 뿐이네만, 훗날 자네가 좀 더 강해지면… 지금 이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걸세.]

이안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뭐지, 나중에 봉인이 풀리면 잡화아이템인 그 목걸이가 전설등급의 장비로 변하기라도 한다는 건가?’

어쨌든 나쁠 건 없었기에, 이안은 기분이 좋아졌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쇼우타님.”

[별 말씀을.]

몇 마디를 더 나눈 뒤, 쇼우타는 이안을 어디론가 안내했다.

그리고 그 곳에는, 커다란 이동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자 이 곳으로 들어가면 마우리아의 황성 내각에 있는 정원으로 이동될 것이네.]

이안의 표정이 밝아졌다.

마우리아 제국의 황성까지는 거리가 제법 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마법진을 활용하면 시간을 많이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쇼우타님.”

쇼우타의 말이 이어졌다.

[황성의 마법진 앞에는 아마 자네를 기다리고 있는 사자(使者)가 있을 거야. 성왕께서 보내신 사자일 테니, 그를 따라서 가면 된다네.]

이안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기다렸던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시험의 관문’ 퀘스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명성을 15만 만큼 획득합니다.]

이어서 한 줄의 메시지가 추가로 떠올랐다.

[‘마우리아 제국의 황성’으로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이동하시겠습니까? ( Y / N )]

*          *          *

“아이 씨, 이 머저리들아. 뭐라고? 자신 있다고?”

LB사의 지하 테스팅룸.

원래 이 곳은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내기 전, QA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게임을 플레이해 보기 위해 존재하는 장소였다.

테스팅 플레이와 동시에 밸런스를 조절하고, 버그나 오류를 살피는 것이 이 방에서 본래 이루어지는 일.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이유 때문에 테스팅 룸이 시끌벅적했다.

“죄송합니다, 부장님. 면목 없습니다.”

“아이고…. 야, 니들이 아니라 그냥 AI가 했어도 그거보단 잘 했겠다. 어떻게 300레벨대 다섯이 215레벨한테 질 수가 있어? 엉?”

길길이 날뛰는 남성의 말에, 앞에 서 있던 직원 다섯이 푹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 다섯의 직원들이 혼나는 모습을 다른 이들이 안타까워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어휴, 하필 최부장님한테 걸려서….”

“그러게 말이에요. 최부장님 관련된 일은 일단 피하고 봐야 상책인데.”

“글쎄요. 근데 사실 저 다섯이 테스팅 팀 내에서는 실력이 제일 뛰어나잖아요. 설마 다섯이서 350레벨 악마를 플레이해서 ‘그 놈’ 하나를 못 잡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겠죠.”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특히 한대리는 진짜 컨트롤 능력이 기가 막히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맞아요. 사실 ‘그 놈’이 너무 괴물인거지. 우리 팀원들 실력이 부족했던 건 아니에요. 사실 따지고 보면, 한국서버의 수천만 카일란 플레이어들 중 가장 능력이 뛰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유저, 그러니까 최상급 프로게이머나 다름없는 유저랑… 아마추어랑 붙여놓은 거잖아요?”

“그렇죠. 부장님은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는 듯 하지만….”

직원들의 말처럼, 최부장은 길길히 날뛰더니 씩씩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가 올라가고 나자, 신나게 욕을 먹던 다섯의 맴버 중 가장 왼쪽에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야, 오승철.”

“예, 한 대리님.”

“부장님 왜 저렇게 화나신 거냐?”

“그게…. 부장님들끼리 내기를 하셨다고….”

오승철이라 불린 남자의 말에, 한 대리가 이마를 탁 짚었다.

“아이고 두야…. 그런 줄 알았으면 하겠다고 안하는 거였는데….”

“휴, 어쩌겠습니까. 사실 우리 중에 누구도 질 거라는 생각을 안 했잖습니까. 그놈 잡고 보너스로 연차 하루씩 받아먹을 생각밖에 안했는데….”

“그건 그렇지….”

이들 다섯의 정체는, 이안이 시험의 관문에서 만났던 다섯 악마들(?)이었다.

놀랍게도 이안이 시험의 관문에서 맞닥드린 다섯의 악마는, 컨트롤하던 유저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원래 다섯 악마는 AI로 움직이게 되어 있는 몬스터들이었다.

한데 이안의 퀘스트 클리어 속도가 너무 빠르자, 기획팀에서 테스팅 팀에 부탁한 것이었다.

관문의 몬스터들에 최고 실력자들을 접속시켜, 이안을 막아달라고 했던 것.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고, 이렇게 직원들을 또 한번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휴, 중반까지만 해도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대리님, 올라가서 일이나 하죠… 우리가 못한 게 아니라 놈이 괴물인 겁니다.”

“그래….”

그렇게 이안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LB사 직원들의 공적이 되어가고 있었다.

*          *          *

위이잉-

고대 인도의 유명한 건축물인 타지마할 궁전.

타지마할은 세계적으로도 아름답고 웅장하기로 유명한 건축물이었다.

그리고 이안이 도착한 이 곳, 마우리아 제국의 궁전은 마치 타지마할을 연상케 하는 위용을 지니고 있었다.

“와….”

이동 마법진을 통해 마우리아 제국 황궁 내성에 들어온 이안은,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이안은 타지마할이 뭔지도 몰랐지만, 지금 눈 앞에 보이는 궁전이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것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안이 궁전을 두리번거리며 감상하는 사이, 누군가 이안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안님 되십니까?”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만?”

“저는 성왕께서 보내신 호법사자, 마챠무트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이안의 공손한 대답에, 마챠무트라고 불린 사내가 빙긋 웃으며 이안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따라오십시오, 성왕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남자는 이안의 대답을 듣자마자 빠른 걸음걸이로 걷기 시작했고, 이안은 곧바로 그를 따라 움직였다.

마우리아 제국의 궁전은 무척이나 거대했으며, 마치 미로처럼 길이 꼬불꼬불 이어졌기 때문에 이안은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아오, 뭘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놨어.’

그렇게 5분 정도를 걸었을까?

이안을 안내하던 호법사자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거대하고 화려한 문 앞에 멈춰 섰다.

그가 예의 그 푸근한 미소를 보이며, 이안에게 말했다.

“안쪽에 성왕께서 계십니다. 들어가 보시지요.”

이안은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안은 망설임 없이 문을 밀었고, 이안의 키에 3배 이상은 됨직한 거대한 문은, 무척이나 부드럽게 움직이며 열렸다.

그리고 그 순간, 이안은 캐릭터에 대한 통제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퀘스트가 시작되나보군.’

이안은 편안한 마음으로 방의 한 가운데 앉아있는 남자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와 함께 이안은, 왕좌에 앉아 있는 백발이 성성한 한 노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노인은 두 눈에 현기를 가득 담고 있었으며, 거기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시험의 관문에 있었던 쇼우타의 패도적인 위압감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그’가 이안을 향해 말했다.

“어서 오시게, 이안. 이리엘님께 이미 자네의 얘기는 들었다네.”

< (7). 두 가지 보물 -5 (12권 완) > 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