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82화 (306/1,027)

< (7). 두 가지 보물 -2 >

*          *          *

“아니, 네놈은…! 그때 그 천한 놈이 아니더냐! 예가 어디라고 다시…!”

카필라성의 시험의 관문.

그곳을 지키는 NPC들은, 관문 안으로 발을 들인 이안을 발견하자마자 노발대발하며 뛰어왔다.

며칠 전에 왔었던 이안을 알아본 것이었다.

‘뭐야? 내가 왜 천민인데?’

하지만 이안이 새로 갱신한 신분패를 품 속에서 꺼내어 든 순간, 전세는 그대로 역전되고 말았다.

“그게 무슨 무례한 말입니까. 이제 난 어엿한 크샤트리아인데.”

이안의 앞에 서 그가 내밀어 든 신분패를 확인한 경비병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크샤트리아의 신분은, 바이샤의 신분인 경비병들보다도 한 단계 높은 등급의 신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가장 먼저 이안에게 큰 소리를 쳤던 경비대장이 고개 숙여 사과하였다.

“죄, 죄송합니다… 이안님. 저희가 몰라 뵙고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부디 넓은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길….”

그 말을 듣자, 순간 이안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용서라… 내가 용서를 안 하면 어떻게 되는 건데?’

하지만 엉뚱한 궁금증을 채워보기에는, 이안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차원문을 열 수 있는 2일 뒤 까지, 전륜왕의 두 가지 보물을 얻지 못한다면, 일주일이 더 지나야 인간계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럴 순 없지. 빨리 돌아가서 다시 공헌도 전체 1위 찍어야 하는데….’

이안이 경비대장을 향해 물었다.

“어쨌든 그럼 이제… 시험의 관문에 도전할 수 있는 겁니까?”

이안의 물음에 경비대장이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 물론입니다, 이안님. 바로 입장하시겠습니까?”

이안 또한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입장할게요. 따로 제가 알아야 하는 룰 같은 건 없는거죠?”

“예, 그렇습니다. 저희도 들어가 보지 못해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관문에 들어가면 관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자연히 알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이안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뭐, 시스템 하나는 간편하고 마음에 드네.’

이안이 다시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어디로 가야 하죠?”

경비대장이 옆쪽에 서 있던 경비대원에게 턱짓을 했고, 그러자 그가 앞으로 나와 이안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말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안은 그를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고, 그가 안내한 곳은 시험의 관문 건물의 뒤편, 거대한 바위산에 있는 비동(秘洞)이었다.

*          *          *

우우웅-

비동의 앞에 있는 마법진에, 경비병이 다가가 붉은 빛깔의 구슬을 올려놓았다.

그러자 마법진에서 빛이 새어나오더니, 거대한 바위로 막혀 있던 입구가 굉음을 내며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극- 그그극-

신기할 정도로 완벽한 정원(定員)의 형태를 가진 둥그런 문을 막고 있던 원형의 바위가 옆으로 굴러갔고, 이안은 열린 문의 안쪽을 향해 저벅 저벅 걸음을 옮겼다.

“그럼, 건승을 빌겠습니다.”

경비대장의 말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 보였다.

“뭐, 그러도록 하죠.”

비동의 안쪽은 무척이나 스산한 분위기였다.

이안은 소환수들을 우선 전부 소환한 뒤, 소환수들의 상태를 점검했다.

‘가신들도 데리고 들어올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꼭 이런 퀘스트에는 가신이 같이 못 들어오게 되더란 말이지.’

이안은 툴툴거리며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비동에는 길이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카카, 여기에 대해서는 뭐 아는 거 없어?”

이안은 자신의 어깨 위에 앉아 꾸벅 꾸벅 졸고 있는 카카에게 은근슬쩍 물어보았다.

카카로부터 얻는 정보들의 꿀맛을 너무 봐버렸기에, 이제는 잘 모르는 게 있으면 우선 카카에게 물어보는 것이 당연한 수준이었다.

입가에 침까지 질질 흘리며 달콤한 잠에 빠져있던 카카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이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도 잘 모른다. 나라고 모든 걸 아는 게 아니다 주인아.”

“흐음… 쩝.”

이안은 입맛을 다시며 카카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카카에게 너무 의존하는 것도 좋지 않아.’

이안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길다란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이안은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야, 카카. 그런데 너 어떻게 자는 거냐?”

이안의 말에, 카카가 화들짝 놀라며 이안의 어깨에서 튕겨져 나와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뭐, 뭐가 말이냐 주인아.”

이안이 속사포처럼 말했다.

“그렇잖아! 너 원래 잘 수 없는 놈이었잖아? 3천 년 동안 한 번도 자 본 적이 없다며? 그래서 욕심 많은 몽마 고유능력도 사용할 수 없었던 거고. 그런데 지금 방금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단 말이지?”

이안이 카카의 눈 앞에 두 눈을 가져다 대며 게슴츠레 떴다.

그러자 카카가 말을 더듬었다.

“으…으음… 그러니까, 그게….”

이안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뭐야, 지금까지 나에게 거짓말을 했던 거야? 그러고 보니 네 정보 창에는 잘 수 없다는 말이 어디에도 없었어…!”

꿀잠에 빠져 있다가 급작스럽게 당한 공격에, 카카는 허둥지둥했다.

“그, 그런 게 아니다, 주인아!”

“그럼!”

“카르가 팬텀 일족은 원래 잠을 잘 수 없는 일족이 맞다.”

“계속해봐.”

이안은 팔짱을 끼고 카카의 변명을 듣기 시작했고, 카카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혹시 골동품 상점에서 내가 사자고 했던 고서(古書) 기억 나냐, 주인아?”

카카의 말에 이안은 순간 떠오른 것이 있었다.

‘아 맞다, 카카가 1층에서 처음 들고 나왔던 낡은 책… 그걸 잊고 있었네…?’

이안은 카카를 째려보며 대답했다.

“뭐야, 그러고 보니 그거… 너 어쨌어? 새까맣게 잊고 있었잖아?”

카카가 쭈뼛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 고서가 사실… 봉인 된 고유능력을 열어주는 전설등급 잡화 아이템이다 주인아.”

“…!” 이안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도 그 아이템이 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이트리안의 기록서…? 혹시 그거였냐?”

카카가 이안의 눈치를 보며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그렇다, 주인아.”

“그리고 그 비싼 아이템을 네 녀석이 꿀꺽 한 거고?”

“….”

“카카 네 봉인되어있던 마지막 고유능력 오픈 하는 데 쓴 거지?”

“그… 렇다. 주인아.”

카카는 입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푹 떨구었다.

그 모습에 이안은 피식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경매장에 기록서 올라오면 바로 구입해서 카카 봉인능력 뚫어 주려고 했는데… 잘 됐네.’

세이트리안의 기록서는 희귀한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전설등급의 잡화 아이템 치고는 그래도 제법 드랍이 되는 아이템이기는 했지만, 공급보다 수요가 월등히 많아서 무척이나 고가로 시세가 형성되어 있는 아이템이기도 했다.

세이트리안의 기록서의 평균 시세는 대충 1500만골드 정도.

어마어마하게 비싼 아이템이기는 했지만, 이안은 카카에게 그 정도의 돈을 투자할 생각은 있었고, 그래서 오히려 카카로 인해 공짜에 가깝게 얻게 된 것이 이득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괘씸한 건 어쩔 수 없잖아?’

이안은 두고두고 이 건으로 카카의 약점을 잡아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너, 이거 나한테 빚 진거다.”

이안의 조금 풀어진 표정에, 카카가 헤실헤실 웃으며 대답했다.

“헤헤, 주인아. 노예가 주인한테 빚을 지는 게 어딨냐. 내가 가진 게 전부 주인 건데.”

“….”

능구렁이같은 카카를 보며, 이안은 고개를절레절레 저었다.

“아무튼 그래서, 봉인해제 된 마지막 스킬은 뭔데? 그게 네가 잘 수 있게 된 거랑 관련이 있는 거야?”

카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주인아. 잠 이라는 거 정말 너무 좋은 것 같다. 완전히 꿀맛이다.”

“그렇지, 자는 건 좋은 거지….”

이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오랜만에 카카의 정보 창을 열어 보았다.

---------------------------------------

:

:

어둠의 후예 (종족고유)(종족특화)(강화능력)

- 어둠의 후예인 카르가 팬텀은, 빛 속성의 공격을 제외한 모든 공격에 면역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빛 속성의 공격에는 50배 만큼의 피해를 입는다.

욕심많은 몽마(夢魔) (희귀능력)

- 몽마(夢魔)는 꿈속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마귀이다.

욕심 많은 몽마인 카카는, 꿈을 꿀 때 마다 꿈 속에서 희귀한 물건을 하나씩 가지고 나타날 것이다.

꿈꾸는 악마(惡魔) (종족고유)(종족특화)(진화능력)(강화능력)

- 어둠의 후예인 카르가 팬텀은, 영생에 가까운 수명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들은 어둠을 지배하는 신비하고 지혜로운 종족이지만, 이렇게 많은 능력을 가진 대신, 평생 잠들 수 없는 저주에 걸리고 말았다.

그래서 카르가 팬텀 일족은, 인고의 세월을 연구한 끝에, 자신들의 어둠을 지배하는 능력으로 가수면(假睡眠) 상태에 빠지는 방법을 터득하였다.

이는 카르가 팬텀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사용할 수 있는 희귀한 능력이며, ‘꿈꾸는 악마’ 능력을 사용할 시, 어둠을 더욱 완벽하게 지배하게 된다.

(재사용 대기 시간 - 30분)

* ‘꿈꾸는 악마’ 고유능력이 발동되는 동안, 카카는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다.

* ‘꿈꾸는 악마’ 능력이 발동되면, 카카는 가수면 상태에 빠지며, 카카가 꿈을 꾸고 있는 동안에는 반경 1km 이내의 범위에 어둠이 내려앉게 된다. (지속시간 - 10분, 어둠이 내려앉은 지역은 ‘밤’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 ‘꿈꾸는 악마’ 고유능력이 발동되는 동안, 모든 파티원의 공격력이 5%만큼 상승하게 되며, 모든 어둠 속성 피해를 50%만큼 감소시킨다. 또한 반경 안의 모든 은신상태의 적이 시야에 드러나게 된다. (은신이 풀린 적은 10초간 이동속도가 30%만큼 느려진다.)

* 카르가 팬텀이 각성하여 더 큰 지혜를 얻게 되면, 이 능력은 더욱 강력해 진다.

:

:

---------------------------------------

이안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와….”

지금까지 이안이 봐 왔던 어떤 고유능력들도, 이 ‘꿈꾸는 악마’ 보다 설명이 길었던 것은 없었다.

정말 압도적으로 많은 설명을 담고 있는 카카의 새 고유능력.

하지만 그 길고 복잡한 고유능력의 옵션들을 다 읽은 순간, 이안은 두 주먹을 불끈 쥘 수 밖에 없었다.

‘이거다, 이거야…! 이거면 1500만골드가 하나도 아깝지 않지!’

이것이야말로 이안의 유일한 걱정거리였던 암살자 클래스를 상대할 수 있는 히든 카드!

이안은 초창기에 암살자 랭커인 림롱에게 PVP를 진 적이 있었다.

지금은 이제 그 때처럼 일방적으로 당할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상대하기 가장 까다로운 게 암살자 클래스였다.

소환술사가 유독 암살자에게 상성이 안 좋기도 했지만, 암살자 클래스 자체가 PVP에 완벽히 특화된 클래스였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투기장 같은 곳에서는 암살자가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대처라도 되지만, 차원전쟁 중에 마족의 암살자 클래스라도 만난다면 아주 찰나의 방심만으로도 눈 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보게 될 수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암살자를 무섭게 만들어주는 ‘은신’ 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얘기는 달랐다.

적어도 이안 자신보다 스펙이 부족하고 컨트롤이 떨어지는 암살자에게 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암살자는 없겠지.’

이안은 림롱이 뛰어난 컨트롤 능력을 가진 암살자인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상성 관계에서 동등한 입장이 된다면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부분도 확신했다.

게다가 카카의 이 고유능력이 발동하면, 밤에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라이도 미쳐 날뛸 것이 분명했다.

이안은 표정관리를 하느라 힘을 빼고 있었다.

‘여기서 너무 좋아하면… 카카가 더 의기양양해지겠지?’

아무리 기분이 좋아도 그 꼴은 볼 수 없었다.

이안은 올라가려는 입 꼬리를 겨우 진정시키며, 카카에게 말했다.

“확실히 좋은 능력이네. 잘 활용하면 대규모 전투에서 꿀 좀 빨 수 있겠어.”

이안의 무미건조한(?) 반응에, 카카가 미심쩍은 눈으로 이안에게 말했다.

“뭐냐, 주인아. 그 로봇같은 반응은.”

하지만 이안은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재빨리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카카는 툴툴거리며 이안을 따라왔고, 이안은 곧 통로의 끝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는, 이안의 예상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          *

< (7). 두 가지 보물 -2 > 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