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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280화 (304/1,027)

< (6). 파티사냥, 그리고 관문 -3 >

*          *          *

‘진마’는 ‘반마’와는 차원이 다르다.

진마는 그야말로 ‘순수혈통’ 인 것이다.

마족의 스킬을 배울 수 있고, 마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며, 마족들의 아이템들 중 일부를 착용할 수 있게 되는 정도가 반마에게 주어진 특전이라면, 진마는 거기에 몇 가지가 더 추가된다.

우선 진마는, 반마에 비해 노블레스 이상의 등급으로 진급하기가 쉽다.

이라한이 그랬던 것처럼, 굳이 다른 노블레스 마족과 승급전을 치르지 않더라도, 특수한 퀘스트로 그것이 대체가 가능하며, 반마보다 마기를 모으는 속도 또한 훨씬 빠르다.

여러 가지 요소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대략 1.3~1.5배 정도 마기 수집이 쉽다고 생각하면 된다.

또 진마는, 전투스텟이 마족의 능력치로 재구성되기 때문에, 기존의 능력치보다 1.3배 정도가 더 강해진다.

이 외에도 진마만이 이용할 수 있는 컨텐츠들이 많았으며, 이것은 분명 엄청난 매리트였다.

그리고 이벤트 기간인 지금, 크게 어렵지 않은 종족변환 퀘스트 만으로 누구나 마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메리트를 가진 마족으로의 종족변환을, 왜 모두가 하지 않는 것일까?

그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지금까지 일궈놓은 것들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었다.

일단 마족으로 종족변환을 해 버리고 나면, 가진 모든 스킬들의 숙련도를 날려버리게 되며, 인간종족 전용 아이템들을 전부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또 가입했던 길드가 있다면 탈퇴되어 버리고, 보유하고 있던 귀족 작위가 있다면 사라져 버리며, 가지고 있던 영지가 있다면 잃게 되어 버린다.

이것이, 유저들이 쉽사리 마음결정을 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공식 커뮤니티에서도, 슬슬 여론이 기울고 있었다.

어떻게 봐도 인간종족보다는 마족이 훨씬 강력한 종족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론이 형성되자, 마족으로 종족변환을 하기 위해 퀘스트를 받는 유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커뮤니티에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는 마족 찬양글을 보며, 혀를 차고 있는 인물이 한 명 있었다.

“쯔쯧….”

오랜만에 로그아웃을 해서 커뮤니티를 살펴보던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로서는 마족이라는 종족이 벨런스 붕괴라며 너프를 외치는 징징이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진마가 대체 뭐가 좋다는 거지? 왜 이렇게 생각이 짧은 거야 다들?”

이안이 보기에, 지금 진마로 종족변환하는 것은… 뭐랄까, 외형변환을 위해 그냥 스킬 숙련도만 날리는 행위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안의 눈에, 진마가 되는 것은 아무런 메리트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이안은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스크롤을 휙휙 내리며, 계속해서 혀를 찼다.

“아니, 전투능력 30% 상승이 왜 밸런스 붕괴라는 거야? 내가 볼 땐 당연한 밸런스인데. 그거라도 없으면 진짜 호구종족 되겠고만.”

이안이 그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더 없이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항마력’이라는 스텟의 존재였다.

유저의 종족이 ‘마족’으로 변하는 순간, 그의 모든 일반공격과 스킬공격이 항마력에 영향을 받게 되어버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반마’는, 마계에서 얻은 스킬과, 마기와 관련된 공격만 항마력에 영향을 받게 된다.

“진마로 변환해서 스킬 숙련도 새로 올릴 시간에… 노가다 해서 항마력 맥스 찍어버리겠다.”

항마력의 맥시멈 수치는 30%였다.

그 말인 즉, 항마력이 맥스가 되면, 마족으로 종족변화해서 강해진 30%만큼의 공격력이 상쇄되고도 남는다는 의미.

30%가 더해져서 130%가 된 공격력이, 항마력으로 인해 30%가 깎이면, 130%의 30%인 39%가 깎이게 되니, 원래 공격력의 91%만 남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내가 노가다로 올린 캐릭터 고유 항마력이 27%정도… 거기에 보조옵션으로 항마력 붙은 장비 몇 개 끼면 거의 40~50%까진 올려 지겠구만….”

이안이 대충 모아놓은 항마력 템이 이 정도일진데, 작정하고 마족들을 상대하기 위해 항마력 아이템을 도배한다면, 60%까지도 항마력을 올릴 수 있을 터였다.

게다가 이안은, GM에게 보상으로 받았던 5%의 항마력 때문에, 남들보다 최대 항마력이 5%가 더 높은 상황이었다.

물론 항마력이 옵션으로 붙어 있는 아이템을 구하는 게 쉬운 건 아니었지만, 이안같이 돈 쓸 데 없는 유저에게는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이안이 히죽 히죽 웃으며 커뮤니티를 꺼 버렸다.

“바보들… 내일이나 모레쯤 경매장 가서 항마력3%이상 붙은 전설장비 전부 다 사재기 해 버려야지.”

항마력이라는 능력치의 중요성은, 아직까지 유저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워낙 항마력이 붙은 아이템이 희귀하기도 했고, 캐릭터의 기본 항마력을 올리기가 어렵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1~5% 정도의 항마력으로는 전투에서 체감 자체가 되지를 않다보니, 대부분의 유저들이 항마력을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고, 덕분에 항마력 옵션은 그리 값 나가는 옵션이 아니었다.

이안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항마력 옵션이 붙은 아이템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대충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들겨 보니, 대 마족 전용 아이템으로 세팅을 마치면, 항마력을 거의 70%까지도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캐릭터의 자체 항마력을, 자신의 최대치인 35%까지 채웠을 때의 얘기였지만.

위이잉-

캡슐 앞에 서 버튼을 누른 이안은, 커뮤니티에서 본 내용들을 곱씹으며 실실 웃었다.

오랜만에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너무도 흥미로운(?) 얘기를 접한 것 같았다.

마우리아 제국의 퀘스트만 끝나면, 마족으로 종족변환을 마친 유저들이 캐릭터를 삭제하고 싶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개발진이 바보가 아닌 이상 항마력 관통 아이템 이라던가 그런 걸 만들긴 할 테지만… 어쨌든 아직까진 풀린 걸 본 적은 없으니까….”

이안은 캡슐에 앉아 눈을 감았다.

마우리아 제국 공적치 6천을 위해, 마지막 스퍼트를 올릴 시간이었다.

*          *          *

“하아… 지금 다리 후들거리는 거, 나만 그런 거 아니죠?”

헤르스의 말에, 옆에서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고 있던 훈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후우, 왜 아니겠어요. 아주 죽갔네. 이안형이랑 너무 오랜만에 사냥하나? 왜 이렇게 따라가기가 힘들지?”

이안의 일행은, 이안을 제외하고 모두 녹초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나마 가장 상태가 양호한 것은, 레미르와 레비아였다.

레미르는 가장 최근에 이안과 파티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적응을 빨리 해서 그런 것이었고, 레비아는 참는 것인지 오기로 버티는 것인지 크게 내색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으니, 모든 파티원들의 표정이 전부 밝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당연히, 이 지옥같은 사냥이 끝났기 때문이었다.

구석에서 정비를 마친 이안이 일어나 파티원들에게 말했다.

“이제 남은 공적치는 170정도네요. 이 정도는 제가 무관으로 올라가는 길에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안의 말에 레미르가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휘유, 정말 다들 수고 많으셨네요.”

그리고 레미르의 시선이 살짝 이안을 향했다.

“이번에는 중간에 기절 안하고, 파티사냥 끝까지 완주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이안님.”

레미르의 말에, 이안이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 하하… 그 새 레미르님의 체력이 늘었나보네요.”

그리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지탱하며 자리에서 일어선 헤르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안에게 말했다.

“휘유, 너 인간적으로 맨날 이렇게 사냥하다가는 수명 줄어든다.”

이안이 짧게 대답했다.

“상관 없어.”

“….”

이번에는 훈이가 이안을 향해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형님, 저는 예정되어 있던 사냥시간보다 이틀이나 단축되서 너무 아쉽습니다. 형이랑 좀 더 사냥하고 싶었는데….”

이안이 또 한번 짧은 대답으로 훈이의 말문을 막아버렸다.

“좀 더 해 볼래?”

“….”

그렇게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정비를 마친 일행이 한 자리에 모이자, 이안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 덕분에 쉽지 않은 퀘스트 마무리 지을 수 있겠네요.”

지금껏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도도한(?) 얼굴로 있던 레비아가 말했다.

“별 말씀을요. 재밌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훈이가 헤르스를 향해 수군거렸다.

“형, 저 여자 좀 무섭지 않아요?”

“나도 그래….”

피식 웃은 이안이 말을 이었다.

“저는 이 길로 무관으로 올라갈 겁니다. 여러분은 절 따라 무관에 올라가셔서 공적치로 쇼핑을 하셔도 되고, 로그아웃해서 쉬러 가셔도 됩니다. 제가 지금 바로 여러분을 북부대륙으로 돌려보내드리고 싶지만… 아직 포탈을 열 수가 없어요. 포탈은 이틀 뒤에 오픈할 수 있으니, 그 때까지 자유롭게 쉬시다가 이쪽으로 모이시면 되겠습니다. 뭐… 사냥을 더 하신다 해도 말리지는 않습니다.”

이안의 말을 다 들은 파티원들은 곧바로 뿔뿔히 흩어졌다.

5일 동안 쌓인 잡템들을 팔기 위해 마을로 향한 이도 있었으며, 피곤을 참지 못하고 곧바로 로그아웃해버린 유저도 있었다.

그리고 이안의 앞에는 단 한 명의 유저만이 남았다.

그녀는 바로 레비아였다.

“레비아님은, 저랑 같이 무관으로 올라가시게요?”

이안의 물음에 레비아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이 다시 말했다.

“힘들지는 않으세요?”

“네, 괜찮아요.”

이안이 씨익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럼 가죠. 저는 여전히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이안이 걷기 시작하자 레비아가 따라 움직였고, 두 사람은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안으로서 레비아와의 동행은 나쁘지 않았다.

그녀가 있으면, 더 안전하고 빠르게 사냥하며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

*          *          *

이안은 무관에 도착하자마자, 공적치를 탈탈 털어 계급 진급을 시작했다.

띠링-

[공적치 1000을 소모하여, 진급에 성공하셨습니다.]

[‘이안’유저의 마우리아제국 계급이, ‘수드라’에서 ‘바이샤’로 상승합니다.]

[‘바이샤’ 계급부터는 마우리아 제국에서 상행위를 할 수 있으며, 건물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바이샤’ 계급부터는 마우리아 제국의 용병을 고용할 수 있습니다.]

:

:

“됐고, 다음…!”

줄줄히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들을 한 마디로 일축시켜 버린 이안은, 곧바로 계급을 한 단계 더 진급시켰다.

띠링-

[공적치 5000을 소모하여, 진급에 성공하셨습니다.]

[‘이안’유저의 마유리아제국 계급이, ‘바이샤’에서 ‘크샤트리아’로 상승합니다.]

[‘크샤트리아’ 계급부터는, 마우리아 제국의 귀족입니다.]

[‘크샤트리아’ 계급부터는, 마우리아 제국의 노예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크샤트리아’ 계급부터는, 마우리아 제국의 황성에 출입할 수 있습니다.]

[‘크샤트리아’ 계급부터는, 마우리아 제국의 거점지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

:

또 다시 메시지들이 줄줄이 생성되었지만, 이안의 시선이 꽃히는 곳은 단 하나의 메시지 뿐이었다.

[‘크샤트리아’ 계급부터는, 카필라성의 ‘시험의 관문’에 도전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이거다…!’

이제는 시험의 관문을 통과하고, 전륜왕을 만나 그의 유물만 얻으면 모든 여정이 마무리된다.

물론 차원의 구슬이 있는 이상 언제고 이 마우리아 제국에 다시 올 생각이었지만, 당장은 퀘스트를 마무리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주병신보와 여의주라….’

이안의 입 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          *          *

< (6). 파티사냥, 그리고 관문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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