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신분상승 -1 >
휘이잉-
이안은 멍한 표정으로 눈 앞의 목함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게 뭐지…?’
지금껏 아이템을 감정하면서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화려한 이펙트!
탁자 위에 놓여져 있던 목함이, 허공으로 두둥실 떠오르더니, 그 주위로 강렬한 황금빛 파동이 일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파동은 격렬하게 움직이며 목함으로 빨려들어갔고, 누렇고 얼룩얼룩해 볼 품 없던 목함의 외형이, 천천히 금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카카가,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반신반의했는데…, 역시 내 기억이 옳았어.”
이안은 카카에게 고개를 돌려 물어보려다가, 다시 목함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황금빛 일렁임이 끝난 목함이, 어느새 이안의 손에 들려 있었던 것이다.
‘감정이 끝난 건가?’
하지만 아직까지 감정이 끝났다는 시스템 메시지는 보이지 않았기에, 이안은 목함을 조금 더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이안의 손에 들려 있던 목함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어, 어어?”
이안은 황금빛으로 물든 함(函)의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이안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띠링-
[‘신화’등급의 유물을 감정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신화적인 유물을 감정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안목’ 능력치가 30포인트 만큼 상승합니다.]
[‘행운’ 능력치가 12포인트 만큼 상승합니다.]
[‘전륜왕의 옥새’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왕국을 건국하는 데 필요한 10가지 조건 중 하나가 충족되었습니다.]
[현재 건국에 필요한 조건 달성률 - 30% (3/10)]
[고대 마우리아 제국의 옥새를 획득하여, 마우리아 제국 npc들과의 기본 친밀도가 5만큼 상승합니다.]
[‘옥새’ 아이템을 획득하여, 명성치가 50만 만큼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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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를 읽어내려갈수록, 이안의 입은 점점 더 벌어졌다.
그만큼 놀라운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옥새? 옥새라고…? 중부대륙에선 그렇게 찾아도 구할 수 없었는데…!’
카일란을 플레이하는 유저의 90%이상이 알고 있는 전투인 파이로 영지 방어전.
그 방어전 이후 마계컨텐츠의 업데이트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안은 그저 카르세우스의 레벨만 올리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당시 이안은 중부대륙의 던전이란 던전은 다 돌아다니면서 고대의 옥새를 구하고 있었다.
그것이 있어야만 공작과 대공을 넘어, 곧바로 국왕이 될 수 있었기 때문.
당시 커뮤니티에는, 중부대륙에서 옥새를 구했다는 유저들이 두 세명 정도 존재했다.
전공 포인트로 전쟁의 탑에서 구매했다는 유저도 있었으며, 던전 보스를 잡고 획득했다는 유저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안 또한 옥새를 얻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했었던 것.
옥새는 기본적으로 계정귀속아이템이기 때문에, 다른 유저에게 사거나 할 수도 없었다.
‘이거, 제대로 대박이다…!’
사실 국왕이 되고 건국을 하는데 옥새가 필수요소인 것은 아니었다.
건국에 필요한 조건은 총 스무 가지 정도였고, 그중 열 가지만 충족하면 건국을 선포할 수 있었으니까.
다만, 그 조건들 중에 옥새가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옥새가 있어야만 국가를 선포했을 때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흥분한 표정으로 옥새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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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륜왕의 옥새 -
분류 - 유물
등급 - 신화
내구도 - 350/350
과거, 수 만 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수미사주(須彌四洲)’를 통치했던 ‘전륜왕’의 옥새이다.
전륜왕의 옥새를 지닌 군주는, 강력한 통솔력을 가지게 되며, 뛰어난 지도자가 되어 태평성대(太平聖代)를 이룩할 것이다.
* 옥새를 지니고 있는 유저의 통솔력이 35%만큼 상승합니다.
* 옥새를 지니고 있는 유저의 모든 전투능력이 3.5%만큼 상승합니다.
* 옥새를 지니고 있는 유저의 명성이 100만 만큼 증가합니다. (옥새로 인해 증가된 명성은 사용할 수 없으며, 옥새가 파괴될 시 명성도 함께 사라집니다.)
* 옥새를 가진 유저가 통치하는 나라의 모든 성장속도를, 건국 이후 한 달 동안 30%만큼 증가시킵니다.
* 옥새를 가진 유저가 통치하는 지역의 민심의 기본 수치가 5포인트 만큼 증가합니다.(국가 이하의 거점레벨에도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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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의 옵션들을 확인한 이안은, 더욱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역시 신화등급의 아이템은 격이 다른 건가…?’
일단 붙어있는 옵션의 숫자 부터가 전설 등급보다 훨씬 많았으며, 옵션 하나하나가 정말 꿀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네 번째 옵션부터는 국가를 건국한 뒤에야 빛을 발할 옵션들이었고, 아직 정확히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는 옵션들이었지만, 가장 위쪽에 붙어있는 세 개의 옵션만으로도 이안은 이미 대만족이었다.
‘통솔력 35%증가라니, 이게 최고 꿀이네.’
거의 모든 소환수들의 등급이 전설등급인 이안으로서는, 항상 통솔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통솔력을 얼마 필요로 하지 않던 뿍뿍이마저, 진화로 인해 많은 통솔력을 요구하게 된 것.
한데 전체 통솔력의 35%를 증가시켜주는 이 옵션이라면, 모자라는 통솔력을 메우고도 추가로 한둘 정도의 강력한 소환수를 테이밍 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
이안은 카카의 머리를 격하게 쓰다듬었다.
“카카, 네가 짱이다!”
카카는 우쭐한 표정이 되어 거만하게 팔짱을 꼈다.
“내가 뭐랬냐, 주인아. 나만 믿으랬잖아.”
이안에게 가장 꿀 같은 옵션은 통솔력을 올려주는 첫 번째 옵션이었지만, 2,3번 옵션도 만만치 않게 좋았다.
착용해야 하는 장비도 아닌 주제에 모든 전투능력을 3.5%나 올려주는 두 번째 옵션도 그렇고, 안정적으로 명성치 100만을 보유하게 해주는 세 번째 옵션도 정말 사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명성치는 넘쳐날 정도로 많긴 하지만… 그래도 100만은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니까.’
이안의 명성치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귀족 등급을 한 번에 두세 단계 껑충 올려 버리고, 건국에 필요한 조건들을 채우기 위해 명성을 사용하다 보면 금방 동나 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 때 안정적으로 이안의 명성치가 되어줄 이 100만의 명성수치는, 무척이나 든든할 것이었다.
그런데 행복에 빠져있던 이안은,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음… 근데 이 전륜왕의 옥새라는 게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거지?’
그 의문점이 생긴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이안이 만나러 가야 하는 npc가 바로 전륜성왕이었으니까.
이안이 전륜성왕을 만나려면, 그가 이 차원계 안에 실존해야만 했고, 실존하는 npc의 유물이 골동품 상점에 있다는 부분이 의아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의문은 잠시.
크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 이안은 다시 실실 웃으며 옥새의 정보창을 두 번 세 번 확인했다.
“크으, 좋아 좋아!”
옥새를 끌어안고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이안!
그런 그의 옆으로 날아온 카카가, 탁자 위에 놓여있던 다음 아이템을 건드리며 이안에게 말했다.
“주인아, 이제 그만 좋아하고 다음 아이템 좀 까 보자.”
그에 멋쩍은 표정이 된 이안은, 옥새를 인벤토리에 조심히 챙겨 놓고는 탁자에 놓여있던 아뮬렛을 집어들었다.
그것은 무척이나 화려한 세공이 되어있는 장신구였다.
“이제 주인이 고른 아이템이 얼마나 좋은 건지 확인할 차례다.”
카카의 말에, 이안은 조금 불안해졌다.
유물상점에서 구입한 두 개의 물건 중, 옥새는 카카가 고른 것이었고 이 목걸이는 이안이 직접 고른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으… 이상한 거 나오면 쪽팔리는데….’
어차피 옥새 하나만으로 오늘 사용한 모든 골드를 전부 만회하고도 남는 상황.
사실상 폐급 아이템이 나오더라도 상관 없는 이안이었지만, 그렇게 되면 카카 보기가 무척이나 민망해 지는 것이었다.
이안은 옥새를 감정할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긴장된 표정으로, 아뮬렛 위로 감정 스크롤을 찢었다.
띠링-
[‘전설’등급의 장비를 감정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전설적인 장비를 감정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안목’ 능력치가 10포인트 만큼 상승합니다.]
[‘행운’ 능력치가 3포인트 만큼 상승합니다.]
:
:
이안은 감정이 끝나자마자, 메시지가 다 떠오르기도 전에 아이템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그리고 아이템의 마지막 옵션까지 다 확인한 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휘유, 그래도 괜찮은 아이템이라 다행이네.”
다행히(?) 카카에게 보여주기 쪽팔릴 정도의 아이템은 아니었던 것.
거의 영웅등급 이상이 보장되어있는 3층에서 구매한 아이템이 전설등급도 찍지 못했더라면, 카카에게 두고두고 놀림거리가 됐을 것이 분명했다.
아이템의 정보를 쭉 확인한 카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도면 선방했다 주인아. 괜찮은 아이템이네.”
“그렇지? 내가 쓰긴 좀 애매해도, 경매장에 올리면 5천만 골드는 가볍게 넘길 수 있겠어.”
이안이 획득한 목걸이는 완벽히 빙계 마법사 전용으로 옵션이 세팅되어 있는 상등급의 전설장비였다.
게다가 가장 훌륭한 부분은 계정귀속 장비가 아니라는 점.
만약 다른 옵션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계정귀속 옵션이 붙어 있었다면, 정말 폐급 아이템이 될 뻔한 것이었다.
이안에게 마법사 전용 목걸이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으니까.
‘피올란님이 탐내시면 싼 값에 넘기던가 해야겠어.’
어쨌든 마지막까지 겜블에 성공한 이안은, 뿌듯한 표정으로 골동품 상점을 나올 수 있었다.
이제 이안이 가야할 곳은, 전륜왕을 만나기 위해 거쳐야 한다는 ‘시험의 관문’ 이었다.
* * *
“네…? 시험의 관문에 도전하려면 크샤트리아 계급이 되어야 한다고요?”
“그렇다. 감히 수드라 계급이 이 관문에 발을 들이다니. 여봐라! 얼른 저 자를 쫓아 내거라!”
“예! 대장!”
“아 알겠어요. 제 발로 나갈게요. 자, 잠깐…!”
시험의 관문에 도착한 이안은, 관문의 내부에 들어가 보기도 전에 입구에서 제지를 당했다.
이유는 이안의 계급이 너무 낮다는 것이었다.
이안은 400레벨에 가까운 경비병들이 다가오자 기겁을 하며 시험의 관문을 빠져 나왔고, 한숨을 푹 쉬었다.
“아오, 좀 쉽게 쉽게 진행되면 어디 덧나나. 크샤트리아는 또 뭐야? 계급 이름도 정말 희안하네.”
중얼거리는 이안의 옆에는 여러 가신들도 함께 있었다.
이안이 관문에 도착하기 전, 평원에 두고 왔던 가신들을 전부 데려왔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마우리아 제국의 시민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안의 옆에 있던 카이자르가 말했다.
“크샤트리아는, 마우리아 제국의 기사 계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영주놈아.”
카이자르의 말에, 이안이 고개를 돌리며 눈을 크게 떴다.
“오, 그래…? 그럼 제법 높은 계급이겠네…?”
카이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수드라 계급 위에 평민,상인계급인 바이샤가 있고, 그 윗 계급이 크샤트리아 계급이다.”
“아하….”
이안은 막막함이 느껴졌다.
‘아니, 한 개 계급도 아니고 두 계단이나 올려야 저 관문에 도전할 자격이 생긴다는 거야?’
이안이 다시 카이자르를 응시하며 물었다.
“그런데 카이자르, 너는 이런 정보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카이자르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알고 있다.”
그 말에, 이안은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혹시 그럼 카이자르가, 계급 승급을 시키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지 않을까?’
이안이 곧바로 물었다.
“그럼 카이자르, 크샤트리아가 되기 위해서는 뭘 해야하는 지 혹시 알아?”
그리고 놀랍게도, 카이자르의 입에서 대답이 술술 흘러나왔다.
“마우리아 제국의 공적치를 쌓으면 된다.”
“공적치?”
카이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우리아 제국 무관(武官)으로 가서 이름을 등록하고, 남섬부주 외곽에 있는 몬스터들을 사냥해서 공적치를 올릴 수 있다.”
이안은 카이자르가 가진 의외의 지식에 놀란 표정이었고, 카카 또한 흥미로운 표정으로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마우리아 제국의 계급체계에 대해서는 카카도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공적치를 쌓아서 신분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머릿속으로 날짜를 계산해 보았다.
‘이제 남은 시간은 길게 잡아 봐야 보름 정도…. 보름도 아니지, 늦어도 10일 내에는 모든 퀘스트를 끝내고 토벌대를 지원하러 가야해.’
이안이 카이자르에게 물었다.
“카이자르, 혹시 그 무관이라는 곳이 어디 있는 지 알고 있어?”
카이자르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도 잘 모른다.”
이안은 곧바로 가지고 있던 지도를 펼쳐 무관의 위치를 확인했고, 빠르게 그곳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한 난관으로 인해, 이제는 남은 시간이 정말 촉박하게 되고 말았다.
< (5). 신분상승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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