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71화 (295/1,027)

< (3). 이안과 마우리아 제국 -3 >

*          *          *

[질 좋은 양모(羊毛)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마우리아 제국의 시민권 획득’퀘스트에 필요한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20/20)]

[퀘스트에 필요한 조건을 전부 충족시키셨습니다.]

[‘성왕의 제단’에 양모를 공양하고, 마우리아 제국 시민권을 획득하십시오.]

연달아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이안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휘유, 드디어 다 모은 건가…?”

이안은 양털을 20개 모으는 데 거의 세 시간을 소모했다.

물론 그 원인은, 수십마리에 한 번 꼴로 드랍 될 만큼 낮은 양털 드랍확률이었다.

게다가 너무도 허약해 보이는 외모 덕에, 방심하다가 위기에 빠진 적도 있었다.

초식동물답게 공격패턴이 무척이나 단순한데다 스텟도 레벨 대비 낮은 편이었지만, 워낙 레벨이 높은 탓에 치명타를 잘못 허용하면 거의 십만이 넘는 데미지가 들어왔던 것.

뒷발차기 두 방에 골로 갈 번했던 끔찍한 기억을 잠시 상기시킨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인벤토리에서 지도를 꺼냈다.

‘이제 가야 할 곳은….’

이안은 눈을 크게 뜨고 찬찬히 지도를 살폈다.

지도의 용도 자체가 여의주를 찾기 위해 존재하는 물건이었기 때문에, 파란 빛으로 표시되어있는 위치는 여의주의 위치 밖에 없었다.

이안의 뒤에서, 함께 지도를 살펴보던 카카가 폴짝폴짝 날아서 지도의 한 곳을 찝었다.

“여기 있다 주인아.”

그리고 그 곳을 향해 시선을 돌린 이안의 입에서 낮은 탄성이 새어나왔다.

“오오….”

카카가 가리킨 곳에는 ‘성왕의 제단’이라는 글귀가 작게 쓰여 져 있었고, 이안의 현 위치에서 크게 멀지 않은 곳이었다.

이안은 그래도 제법 퀘스트가 인간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따라가야 할 동선이 그래도 양심 없지는 않네.’

이안은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도에 표기되어있는 대로라면, 동쪽에 보이는 능선만 넘으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

이안 일행이 도착한 곳은, 무척이나 화려한 석조건물들이 솟아있는 커다란 도시였다.

‘… 이 동네, 어딘지 모르게 위험한 냄새가 나는데…?’

시작부터 무시무시한 건, 이안이 들어가야 할 도시의 성문 앞에 서 있는 경비병들의 레벨이, 370이라는 부분이었다.

‘여기 뭐야, 왜 이래. 무서워.’

이안은 초 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천천히 경비병들을 향해 다가갔다.

만약 경비병들이 공격하기라도 한다면, 재빨리 할리를 타고 줄행랑 칠 생각이었다.

370레벨의 경비병 두셋 정도야 어떻게 상대할 수 있다고 쳐도, 안에서 지원군(?)들이 몰려온다면 그대로 죽어야 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이안이 다가가자, 경비병이 게슴츠레한 눈초리로 이안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들 중, 가장 험상궂게 생긴 남자 하나가 이안을 향해 다가왔다.

그는 무려 400레벨이 넘는 ‘경비대장’이었다.

“네놈은 누구지? 제국의 시민이 아닌 것 같은 데 말이야.”

경비대장의 말에, 이안이 심호흡을 한번 한 뒤, 은근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무사님, 무사님의 검이 좀 낡아 보여서 그러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검을 한 자루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리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경비대장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으음…? 자네가 가지고 있는 검…?”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인벤토리에서 쟁여두었던 무기 하나를 꺼내어 들었다.

그것은 마계 사냥중에 얻은, 레벨제한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영웅등급의 무기였다.

‘이런 계륵같은 아이템은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거지.’

이안이 사냥하던 마계 50~70구역 정도에서는, 레벨제한이 걸린 장비가 드랍 되면, 높게는 350제의 장비가 드랍 되기도 한다.

이런 아이템이야말로, 이안에게 하등 쓸모없는 아이템.

그런 장비는 당연히 착용이 되지 않을뿐더러, 팔 수도 없다.

지금 카일란에서 가장 레벨이 높은 축인 이안이 205레벨인데, 300레벨제한이 넘는 장비를 구매해 줄 사람은 당연히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마을의 상점에 팔아버리자니 너무 헐값이었기 때문에, 영웅등급 이상의 장비들은 남겨뒀던 것.

이안은 지금 그것들을 무척이나 요긴하게 써먹고 있었다.

“오오… 이 광채…! 분명 특상등급의 검이군…!”

경비병은 이안에게서 받은 검을 들고는 입이 귀에 걸려서 싱글벙글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안이 기다렸던 메시지가 눈 앞에 떠올랐다.

띠링-

[카필라성의 경비대장, ‘시크’가 무척이나 만족해 합니다.]

[카필라성의 경비대장, ‘시크’의 친밀도가 50만큼 상승합니다.]

이안은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뭐야, 이런 별 거 아닌 템 하나에 무슨 친밀도가 50이나 오르는 거야? 등급이 낮은NPC라서 그런 건가?’

이안은 뭔가 찜찜했지만, 좋은 게 좋은 것이라 생각하며 경비병을 향해 마주 웃어 주었다.

“어떻습니까, 무사님. 마음에 드시는지요…?”

경비대장 ‘시크’가 헤벌레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마음에 들다마다. 그나저나, 이 귀한 물건을 정말 내게 주는 건가?”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무사님. 제 선물이니 받아 두시지요.”

“고, 고맙네…! 아차, 내 정신좀 봐. 안쪽으로 들어오시게. 귀인을 몰라보고 이렇게 밖에 세워 뒀구만.”

이안은 어쩐지 일이 술술 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입 꼬리를 슬쩍 말아 올렸다.

‘좋은데…? 이 기회에 이 카필라성에 대한 정보를 좀 들어 놔야 겠어.’

경비대장은 이안을 성 안쪽으로 안내했고, 이안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를 따라갔다.

*          *          *

“그러니까… 우리 마우리아 제국의 시민권을 얻기 위해서 성왕의 제단을 찾아왔단 말이지?”

경비대장 시크의 물음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대 마우리아 제국의 시민이 되고 싶어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이안은 혀에 기름칠이라도 한 듯, 자연스럽게 상황극(?)을 이어갔고, 곁에서 얀쿤과 카카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이안을 구경하고 있었다.

둘은 경비병들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쿤, 주인놈이 말은 정말 잘하는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카카.”

“크, 오랜만에 만난 주인이 답답한 멍청이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야.”

“그런데, 카카.”

“왜 부르냐.”

“쿤이라고 하지 마라.”

“왜? 쿤이 입에도 착착 감기고 귀여운데.”

얀쿤이 인상을 썼다.

“난 별로 귀엽고 싶지 않다.”

“그래도 난 쿤이 좋다.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애칭을 거부하지 마라.”

“거절한다….”

“거절은, 거절하겠다.”

“….”

한편, 둘의 시답지 않은 대화가 이루어지는 동안, 이안은 경비대장에게서 제법 많은 정보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무기점, 잡화점이 전부 서문 쪽에 모여 있다고 했고, 제단은 북부 광장에 있다고 했지?’

이안은 경비대장으로부터, 성 안에 있는 각종 상점들과 주요 건물들의 위치 등의 자잘한 정보들을 얻었다.

하지만 얻어낸 정보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전륜성왕’에 관한 것이었다.

경비대장 ‘시크’의 말에 의하면, 전륜성왕을 만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철륜왕, 동륜왕, 은륜왕, 금륜왕이라…. 뭔가 엄청나게 강해 보이는 이름들인데, 그들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는 거지?’

정확히 말하자면 사대왕의 혼백이 모여 있는 시험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설명이었지만, 뭐가 됐던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곳은 경비병의 레벨이 370인 비상식적인 곳이었으니까.

‘일단 시민권부터 얻고 생각하자.’

이안은 아직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경비대장 시크의 배웅을 받으며, 성왕의 제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성왕의 제단은, 도시에서 두 번째로 높은, 높다란 석조건물 위에 자리해 있었다.

*          *          *

“와, 이거 난리도 아닌데요, 지금?”

헤르스의 말에, 피올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니까요. 지금 마신의 탑 오픈되면서 유저들 중에서 종족변환 퀘스트 받은 사람들이 엄청 많이 늘고 있어요.”

“지금 저희 길드 안에는 얼마나 있죠?”

“아직 저희 길드원 중에는 한 명도 없긴 하네요.”

피올란의 대답에, 헤르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휘유, 지금같이 전투인력 부족한 시점에 길드원 하나라도 빠져나가면 제법 타격이 컸을 텐데… 다행이네요.”

피올란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다행이죠. 이게 아무래도 종족변환을 하는 순간 길드에서 자동으로 탈퇴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상위권 길드 소속의 유저들 중에는 아직 종족변환을 하는 유저가 거의 없는 듯 해요.”

“그렇군요.”

하지만 피올란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그렇지만, 길드소속이 아닌 랭커들은, 대부분이 마족으로 종족변환을 하려는 추세예요.”

헤르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확실히 마족 스텟 보너스가 매력적이기는 하죠.”

“안 그래도 슬슬 몬스터 웨이브가 힘에 부치는 게 느껴지는데….”

피올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헤르스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 이게 개발사의 의도일 테니, 어떻게든 되겠죠.”

“네?”

“지난번에 몬스터 웨이브 난이도가 갑자기 올라갔을 때부터 느꼈는데… 개발사에서는 차원전쟁에서 인간종족이 지기를 바라는 것 같더라고요.”

“아…?”

“전 왠지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피올란이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긴 하네요. 개발사 입장에서는 신규 종족에 대한 메리트를 충분히 줘야 할 필요도 있으니까요.”

“맞아요. 기껏 신규종족을 만들어 놨는데, 아무도 안하면 곤란하잖아요?”

헤르스와 피올란 또한 어지간히 닳고 닳은 게이머들이었기 때문에, 게임의 흐름 정도는 읽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추측은, 거의 정확히 들어맞고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헤르스가 조심스레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이 다음 상황은… 저 몬스터 웨이브에서 마족으로 종족변환을 한 유저들이 등장하는 그림이 되려나요?”

“어후…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피올란의 너스레에, 헤르스가 살짝 고개를 갸웃 하며 반문했다.

“왜요? 저는 상급 마수들보다 오히려 유저들이 편할 것 같은 데요?”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

“그렇죠. 정말 최상위권 랭커들은 전부 길드 소속이니… 넘어가는 유저들은 끽 해봐야 170레벨 대 어중간한 랭커들일 것 아니에요.”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헤르스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제가 커뮤니티에 올라온 퀘스트 공략 슬쩍 읽어봤는데요, 종족 변환 퀘스트가 그렇게 금방 할 수 있는 쉬운 퀘스트도 아니더라구요.”

“그래요?”

헤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제 생각에,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유저들 상대로 싸워야 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마족이 된 유저들이 강하고 약하고를 떠나서, 그들이 적에 합류한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변수가 되니까요.”

“그 부분은 저도 동감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예측하지 못한 변수도 몇 가지 있었다.

첫째로는, 생각보다 최고레벨대 랭커들 중 다수가 종족변환 퀘스트를 진행하기 시작했다는 것과,

둘째로는, 이미 오래전에 마족이 된 유저들이 여럿 있다는 것이었다.

토벌대에 참여한 유저들이 마수와 마족들을 상대하는 전투에 제법 적응한 덕에, 전체적으로 안정되어가는 듯 보였던 차원전쟁.

하지만 10일차를 기점으로, 차원전쟁은 또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 (3). 이안과 마우리아 제국 -3 > 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