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이안과 마우리아 제국 -2 >
띠링-
[수미사주(須彌四洲)의 네 번째 섬, 남섬부주(南贍部洲)에 입장하였습니다.]
[마우리아 제국의 영토에 입장하셨습니다.]
[마우리아 제국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모든 NPC들과의 친밀도가 20만큼 감소합니다.]
[NPC와의 친밀도가 50 이하인 상태에서는, 약간의 실수로도 NPC가 적대적으로 돌변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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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메시지를 읽어 내려가던 이안은, 오랜만에 설레는 감정을 느꼈다.
‘뭔가 흥미로운 컨텐츠가 많을 것 같은 동네야.’
이안은 지금까지 공부와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왔다.
당연히 인도 고대의 제국인 마우리아 제국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으며, 마우리아 제국의 3대 황제인 아소카왕이 속세의 ‘전륜성왕’이라고 불리운다는 사실또한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안이 어릴적 부터 유일하게 읽은 ‘활자’랄 만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고대의 각종 신화와 설화였다.
그리고 서유기를 무척이나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는 이안에게, ‘남섬부주(南贍部洲)’는 낯설지 않은 이름이었다.
‘서유기의 세계관과 비슷한 건가? 손오공이라도 만날 수 있으면 재밌겠어.’
흥얼거리며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던 이안의 눈 앞에, 기다렸던 시스템 메시지가 추가로 떠올랐다.
[최초로 ‘남섬부주(南贍部洲)’를 발견하셨습니다.]
[명성치가 15만 만큼 증가합니다.]
[모든 남섬부주의 거주민들에 대한 친밀도의 기본치가 5포인트만큼 상승합니다.]
[지금부터 일주일 동안, 남섬부주에서 획득하는 모든 경험치가 2배 상승합니다. (남은 시간 - 167 : 59 : 59)]
[지금부터 일주일 동안, 남섬부주에 있는 보스 몬스터에게서, 몬스터의 고유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확률이 2배만큼 상승합니다. (남은 시간 - 167 : 59 : 59)]
[최초로 ‘마우리아 제국’을 발견하셨습니다.] [지금부터 일주일 동안, 마우리아 제국의 모든 상점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70%만큼의 가격으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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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봐도 푸짐하기 그지없는 최초 발견 보상들과 경험치, 드랍률 버프들.
이안의 양 입 꼬리가 귀에 걸렸음은 물론이었다.
그리고 이안은, 그저 좋아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자, 보자. 보스몬스터에게서 고유아이템 드랍율이 상승한다는 말은, 이 동네 보스들에게만 뭔가 특별한 부분이 있다는 얘기겠지?’
보통 최초발견자에게 주어지는 이점들은, 그 지역에서만 얻어낼 수 있는 특별한 컨텐츠들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안은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자, 그럼 일단 이 일대를 샅샅이 뒤지면서 지도부터 밝혀야 하는 건가…?’
그런데 그 때, 이안이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시스템 메시지가 한 줄 떠올랐다.
띠링-
[자동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마우리아 제국의 시민권 획득’ 퀘스트가 발동했습니다.]
[앞으로 12시간 이내에 마우리아 제국의 시민권을 획득하십시오.]
[‘마투라’ 필드에 있는 ‘카르토비’를 사냥하여 ‘질 좋은 양모x20’을 획득한 뒤, 성왕의 제단에 바치면 제국의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남은 시간 - (11:59:58)]
곧바로 던전부터 찾아 사냥을 하고 싶었던 이안은, 시스템 메시지를 보고는 슬쩍 입맛을 다셨다.
‘에이, 역시 이 시민권인지 뭔지를 획득하는 게 가장 우선인가?’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건 그렇고, 마투라 필드는 어디로 가야 찾을 수 있지?’
이안은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광활한 평원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어딜 봐도 가야 할 길에 대한 단서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를 뒤에서 한심한 표정으로 응시하던 카카가, 혀를 차며 한 마디를 했다.
“쯧쯧, 주인아. 뭐 잊은 거 없냐?”
카카의 말에, 이안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으음…? 잊은 거라니?”
“주인 놈아, 내가 줬던 지도는 어디 엿 바꿔 먹었냐. 그걸 쓰면 이 남섬부주의 맵을 한 눈에 알 수 있잖아.”
이안은 멋쩍은 표정이 되었다.
“아, 맞다…! 그게 있었지?”
이안은 서둘러 인벤토리를 열어 카카가 이안의 꿈(?) 속에서 찾아 왔던 ‘여의보도(如意寶圖)’를 꺼내었다.
그리고 지도를 펼치면서, 이안의 심장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전에 카카가 말했던 대로라면… 이제 이 지도 안에 여의주가 있는 위치도 찍혀 있어야 하는데…!’
금방이라도 부스러질 것 같이 생긴 양피지로 된 고대의 지도.
그런데 놀랍게도, 양피지를 펼치자 마자 그 중심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것은 일전에 지도를 열었을 때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었다.
우우웅-
[여의보도(如意寶圖)의 봉인해제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양피지에서 뿜어져 나온 하얀 빛은 이안의 눈 앞에 커다란 지도를 펼쳐 만들었고, 그것을 본 이안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어… 엄청 상세하잖아?’
그리고 지도의 한쪽 구석.
남섬부주(南贍部洲)라고 쓰여진 섬의 외곽 부분에, 하나의 점이 파랗게 깜빡이고 있었다.
이안의 시선이 자동으로 그 점을 향해 움직였고, 그와 동시에 그 점 바로 아래쪽에 작은 글씨가 생성되었다.
- 여의주보(如意珠寶) -
* * *
여의주도 중요했고, 주병신보도 중요했지만, 일단 지금의 이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마우리아 제국의 시민권을 얻는 것이었다.
마우리아 제국은, 시민권을 얻지 못한 상태로는 마음 놓고 돌아다니기도 힘든 곳이었으니까.
‘어후, 눈빛 한번 살벌하네.’
이안은 할리를 타고 지도에 표시된 길을 따라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할리를 제외한 모든 소환수들은 소환해제를 해 놓은 상태였고, 가신들 또한 얀쿤을 제외하고는 처음 입장했던 필드에 그대로 두고 온 상태였다.
시선을 최대한 조금 끌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휘유, 그냥 변두리 마을 경비병인 것 같은데… 무슨 레벨이 300이나 되는 거야?’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 같이 생긴 죽창과, 어딘가 허름해 보이는 가죽갑옷.
하지만 겉보기와는 다르게, 레벨은 300이 훌쩍 넘는 경비병들이 이안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봐, 저 녀석… 좀 수상해 보이는데?”
“그러니까 말이야. 나도 보고 있어.”
“이방인인가? 수색이라도 한번 해 봐야 하나?”
“아직은 딱히 위협될 만한 행동을 하지는 않는 것 같으니, 좀 더 지켜보자.”
“그래, 그러자고.”
이안은 귀를 쫑긋 세우고 경비병들의 대화를 엿들었고,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젠장 뭐 이렇게 살벌한 동네가 다 있어?’
그래도 마을 바깥에 있는 필드의 몬스터들은 250레벨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이안의 능력으로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카르토비인지 뭔지, 어떤 몬스터일지는 모르지만 250레벨 아래였으면 좋겠어.’
이안은 할리의 순발력 극대화 스킬을 사용했음에도, 목적지까지 거의 서너시간을 소모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핀을 타고 허공을 가로질러 가려는 생각도 했었다.
할리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핀에 비하면 훨씬 느릴 수 밖에 없는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될 분명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이안은 출발하기 전에 했었던 카카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주인, 아마 여기서 핀을 타고 날았다가는, 순식간에 화살 세례를 받고 고슴도치가 되어서 바닥으로 떨어져 버리고 말 거다.”
“음… 왜?”
“왜긴 왜냐. 마우리아 제국 곳곳에 있는 경계탑의 궁수들이 주인과 핀을 노리고 화살을 계속해서 쏘아 댈 테니까 말이지.”
“핀을 타고 높게 날아도 안 될까?”
“350~400레벨대의 궁수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냐, 주인아.”
“구, 궁수 레벨이 그렇게나 높아?”
“그렇다.”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일단 이번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은, 제국 안에서 뭔가 분란을 일으키거나 하면 안 되겠어. 경비병 한 소대만 달려들어도 난 바로 게임아웃 각이야.’
이안이 할리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지신의 보고인 카카는 이안의 어깨 위에 올라탄 채 계속해서 조잘거렸다.
평소 같았으면 그 조잘거림이 귀찮았을 이안이었지만, 지금같이 아무런 정보도 없는 미지의 땅에 홀로 떨어진 상황에서는 카카만큼 고마운 존재도 없었다.
“아무튼 카카, 그 카르토비인지 뭔지 하는 녀석은 걱정할 필요 없다는 거지?”
카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주인아. 주인의 능력이라면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이동한 끝에, 이안은 목적지였던 ‘마투라’ 필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필드에 도착한 이안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사냥해야 할 몬스터를 찾기 시작했다.
“으음…?”
이안의 입에서 의문 섞인 비음이 새어나오자, 옆에 있던 카카가 물었다.
“왜 그러냐, 주인. 무슨 문제라도 있냐?”
이안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니,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퀘스트를 해야 하는데 몬스터가 보이지를 않아서.”
카카가 되려 어이없다는 듯 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뭐? 저기 널려 있는 게 카르토비인데, 주인 혹시 시력이 안 좋아졌냐?”
“으응?”
카카의 말을 들은 이안은, 카카가 가리킨 곳을 향해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 곳에는, 아주 평화로운 녹빛의 초원과, 일단의 양 무리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저거 양….”
무심결에 말을 하던 이안은, 순간 뭔가를 깨달았는지, 화들짝 놀라며 다시 말헀다.
“카카, 설마 저 양들이 카르토비인지 뭔지 하는 몬스터야?”
카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주인아. 퀘스트를 잘 생각해 봐라. 양털 모아오는 퀘스트였잖아.”
이안은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무,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이안은 좀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천천히 양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가자, 이 정체불명의 양들의 이름과 레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름 - 카르토비 / 레벨 - 274]
“….”
이안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건 튜토리얼 존에 나오는 사슴과 일대 일로 싸움을 붙여 놔도 질 것 같이 생겼는데?’
그렇지만 레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74라는 무시무시한 수치가 레벨에 붙어 있는 이상, 이안은 한낱 초식동물이라 해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라이, 소환!”
라이를 시작으로 빡빡이, 뿍뿍이와 카르세우스, 핀에 레이크까지 모든 소환수들을 전부 소환한 이안은, 카카를 향해 한번 더 확인했다.
“카카, 정말 쟤들 잡으면 되는 거 맞는 거지?”
카카는 귀찮다는 듯 설렁설렁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 주인아, 속고만 살았냐. 시간 아깝다. 빨리 쓸어버려.”
이안이 멋쩍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그래.”
그리고 카카에게 대답하고 난 이안은, 정말 전력을 다해 양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라이, 일단 한 놈만 유인해서 와 봐!”
“알겠다, 주인.”
이안은 먼저 카르토비 한 마리를 유인해서 사냥해 보았다.
‘원래 이렇게 쉬워 보이는 퀘스트에는 함정이 있는 법이야.’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는 이안!
하지만 이안의 예상과는 다르게, 카르토비는 정말 별 능력 없는 초식동물이었다.
콱- 콰콱-!
[소환수 ‘라이’가, ‘카르토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카르토비’의 생명력이 456790만큼 감소합니다.]
[‘카르토비’를 처치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경험치를 189700만큼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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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의 연속공격에 순식간에 회색빛으롤 변해 버린 카르토비.
이안은 그제야 마음을 놓으며 정령왕의 심판을 고쳐 쥐었다.
‘그래, 이렇게 퀘스트가 쉽게 풀릴 때도 있어야지.’
카르토비는 전부 270레벨대였지만, 전투스텟 자체는 200초반 수준이었다.
게다가 초식동물(?)의 특성상 별다른 전투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안은 그야말로 양떼를 학살하기 시작했다.
‘에이, 그런데 약해서 그런지 경험치는 너무 조금 주네. 100레벨 후반대 몬스터들도 이거보단 많이 주겠다.’
이안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스트레스 해소라도 하듯 시야에 보이던 모든 카르토비를 학살했다.
하지만 모든 양들을 전부 처치했을 때.
이안은 그제야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잠깐….”
서둘러 인벤토리를 확인한 이안.
이안은 인벤토리에 가득 들어차 있는 양모(羊毛)들을 확인했지만, 퀘스트에 필요한 아이템인 ‘질 좋은 양모(羊毛)’는 단 한 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으아아…! 그럼 그렇지…! 이렇게 퀘스트가 순조로울 리가 없지!”
또다시 이안의 앞에 펼쳐진 드랍률 지옥.
이안은 그렇게 미친 듯이 양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 * *
< (3). 이안과 마우리아 제국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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