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69화 (293/1,027)

< (3). 이안과 마우리아 제국 -1 >

*          *          *

이라한은 모든 이들 중 최초로 ‘진마’로 종족변환을 하는 데 성공한 유저였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막대한 이점과 전투능력을 얻게 되었다.

마족만이 가질 수 있는 권능이나 능력치 등.

쉽게 말해 원래 랭커였던 캐릭터에 10~20% 정도의 버프가 걸린 것이었다.

10~20% 정도는, 얼핏 보기에 별로 많지 않아 보이는 수치였지만, 그게 실상 따지고 보면 그렇지가 않았다.

레벨 200짜리 유저가 240레벨 정도의 능력을 갖게 된 것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이 정도의 이점은, 이라한이 지금까지 열심히 숙련도를 올려온 모든 스킬들과 클래스를 포기할 정도로 매력적인 것이었다.

당장에는 숙련도와 스킬들이 초기화된 탓에 전보다 약하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강해질 게 분명했으니까.

어쨌든 이렇게 강해진 이라한은, 자기 혼자 이 꿀을 빨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 해서 얻어낸 히든피스인데… 이걸 다른 유저들과 쉽게 공유할 수 없지.’

그래서 그가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던 퀘스트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라한이 진마가 되자마자, 마왕 마하뮤에게 받았던 퀘스트인 ‘마령의 탄생’ 퀘스트.

이 퀘스트는 크게 어려운 퀘스트가 아니었고, 보상 또한 괜찮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마령의 탄생’ 퀘스트가 완료되는 순간, 일반 유저들에게도 ‘진마’가 될 기회가 생기는 것이었다.

퀘스트 내용에 의하면, 이라한이 마령의 탄생 퀘스트를 완료하는 순간 중부대륙 북쪽 끝에 있는 마신의 탑이 일정기간 활성화 된다.

그리고 여기에 가면 모든 유저들이 ‘진마’가 될 수 있는 퀘스트를 받을 기회를 갖게 된다고 했다.

물론 최초의 진마인 자신만큼 많은 이득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라한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최대한 빨아먹을 걸 다 빨아먹은 다음에, 퀘스트를 완료해야겠어.’

하지만 이라한이 한 가지 생각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진마’가 된 유저가 이라한 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유저 세이쿤이 ‘마령의 탄생’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유중이었던 ‘마령의 탄생’ 퀘스트가 소멸됩니다.]

[‘마령의 탄생’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데 실패하셨습니다.]

[마왕 ‘마하뮤’와의 친밀도가 10만큼 하락합니다.]

이라한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뭐야? 나 말고 또 진마가 있었어?’

추가로 줄줄히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이번에는 이라한 뿐 아니라 모든 카일란 유저에게 동시에 떠오르는, 월드 메시지였다.

[‘마령의 탄생’ 퀘스트가 완료되어, 중부대륙의 히피아 계곡에 숨겨져 있던 ‘마신의 탑’이 활성화됩니다.]

[‘마신의 탑’이 활성화 되어, 이제부터 신규 캐릭터 생성시 ‘마족’으로 종족선택이 가능해집니다.]

[이제부터 한 달 간, ‘마신의 탑’에 가면 ‘진마’로 종족변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퀘스트를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

:

연이어 떠오르는 월드 메시지.

그리고 그것을 읽어 내려가는 이라한의 표정은 점점 더 구겨졌다.

‘젠장, 보상을 내가 챙겼어야 했는데…!’

퀘스트 실패로 인해 10포인트나 떨어져 버린 마왕 마하뮤와의 친밀도부터 시작해서, 퀘스트를 완료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수십만이 넘는 명성치.

거기에 마족 전용의 강력한 무기까지.

그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라한이 입술을 깨물며 부르르 떨었다.

“제기라알…!”

하지만 이미 손을 떠나버린 퀘스트를 다시 붙들어 올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진마’의 퀘스트들을 가장 빨리 클리어하는 것 뿐이었다.

‘후우, 경쟁자가 있었단 말이지? 조금 더 사냥에 템포를 올려야겠어.’

이라한은 서둘러 자신의 검을 집어 들고는 사냥터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는 빠르게 마기 목표치를 달성한 뒤, 차원전쟁에 합류해서 이 손해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          *

“아니, 마신의 탑은 대체 왜 이제야 열린 겁니까?”

널따란 LB사의 기획팀 전용 회의실.

LB사는 다른 게임사들보다 게임기획에 무척이나 투자를 많이 하는 회사였다.

20층이 넘는 고층 빌딩인 LB사의 건물 중에, 한 개의 층이 온전히 기획팀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수백명이 넘는 기획자들이 카일란만을 붙들고 있는 수준.

사실 이 정도의 규모가 되었으니, 이렇듯 방대한 규모의 게임이 기획된 것이리라.

“휘유, 박팀장님. 진짜 이 부분은 저희도 미처 생각지 못했었네요. 유저가 퀘스트를 받아놓고 일부러 클리어를 미룰 줄은 말이죠.”

‘마계’라는 새로운 컨텐츠가 등장함과 동시에,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된 ‘차원전쟁’이라는 이벤트.

사실 LB사의 기획팀은, 차원전쟁을 통해 ‘마족’이라는 새로운 종족을 추가할 예정이었다.

그 종족이 추가되는 과정은, 유저들이 퀘스트를 풀어나가면서 진행되어야 하는 과정이었고, 이라한이 최초의 진마가 되었을 때 까지만 해도 그들의 설계대로 게임이 흘러가는 듯 보였다.

밸런스 기획팀의 박윤성 팀장은,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서류를 들춰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원래대로였다면, 지금쯤 유저들 중에 많은 인원이 마족이 되기 위해서 퀘스트를 진행하기 시작했어야 해. 종족을 마족으로 선택해서 캐릭터 생성을 한 신규유저도 제법 생겼어야 하고.’

한 두 마디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마족’은 인간 종족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었으며, 반대로 인간 종족이 갖고 있는 부분을 갖지 못했다.

쉽게 말해 장단점이 있다는 이야기.

LB사의 기획팀에서는, 인간과 마족, 그리고 반마가 중부대륙에 공존하며 서로 세력싸움을 시작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기를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원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마족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숫자부터가 빠르게 늘어나야만 했다.

신규 종족이 생겨봐야 기존의 종족의 점유율이 너무 압도적으로 높다면, 새로운 종족의 매리트가 많이 죽어버리게 되기 때문.

거기에 이 벨런스가 맞기 위해서는, 몬스터 웨이브를 빙자한 이 차원전쟁이, 무조건 마족들의 승리로 돌아가야만 했다.

밸런스 기획팀을 맡고 있는 박팀장이 생각하는 최소한의 마족 비율은 30% 정도였다.

유저들 중 최소 30% 정도가 마족으로 돌아서야만 한다는 뜻이었다.

이 모든 계획이 맞물려 돌아가야만 기획팀에서 기획했던 대로의 그림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

하지만 몇 가지 변수가 LB사의 계획을 모조리 헝클어 놓고 말았다.

“이라한인지 뭔지, 그 욕심 많은 놈이 자기 혼자 진마 퀘스트를 독식하려고 해서 생겨난 일 아닙니까. 이 정도는 예측했어야죠.”

박윤성의 짜증 섞인 말에, 그의 앞에 마주앉아있던 김의환 대리가 한숨을 푹 쉬며 변명했다.

“사실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생각한 건 아닙니다.”

“그래요?”

“예,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차원전쟁 오픈하기 직전에, 부랴부랴 몬스터 웨이브의 난이도를 상향조정 했었던 거구요.”

“흐음….”

“그런데 변수가 이라한인지 뭔지 하는 유저 뿐만이 아니라는 게 문젭니다.”

“음…?”

회의실 안에 모여 있던 기획부서의 모든 팀장을 비롯한 사원들이, 김의환 대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휘유…. 항상 저희 기획팀의 골칫거리가 하나 있지 않습니까? ‘그 녀석’이 또 엄청난 변수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자 회의실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니, 그 녀석이 또 내가 모르는 사이에 뭔 짓을 한 거야?”

“후우… 걔는 좀 어떻게 게임 좀 못 하게 할 수 없어?”

아무도 ‘그’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회의실 안에 있는 모두가 ‘그’가 지칭하는 유저의 아이디를 알고 있었다.

물론 ‘그’의 정체는 이안이었다.

언제부턴가 기획팀에서는, ‘이안’이라는 단어가 거의 금기어가 되다시피 했다.

‘이안’이라고 하면 거의 곧바로 ‘야근’이라는 말이 연관되어 떠오를 정도가 되어 버렸으니까.

김의환 대리가 말을 이었다.

“제가 회의실 올라오기 직전까지 모니터링을 했거든요. 그런데 바로 삼십분 전 쯤에, 그녀석이 ‘마우리아 제국’으로 차원이동을 하는 것 까지 확인하고 올라왔습니다.”

또다시 여기저기서 탄식이 새어나왔다.

“허어… 미친….”

“뭐야, 거기 지금 개발팀에서 개발은 끝낸 동네야?”

“지난 번 마계 테스트 구역이 뚫렸던 거랑 같은 상황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여기저기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 나왔고, 김의환 대리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예, 다행히도 그런 건 아닙니다. ‘그’는 개발팀 쪽에서도 주시하고 있었으니까요. 덕분에 개발팀이 거의 일주일 동안 야근을 했다고 하긴 하더군요.”

“….”

“허허…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장내가 다시 잠잠해지자, 김의환의 말이 이어졌다.

“어쨌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차원전쟁이, 다시 한번 인간종족의 승리로 끝나버릴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깁니다. 저희의 기획의도와는 다르게 말이지요.”

회의실 구석에서 누군가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저기,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겁니까? 설마 그 놈이, ‘주병신보’와 ‘어비스 드래곤’을 몬스터 웨이브가 끝나기 전에 얻을 수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김의환이 쓴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지금 그의 페이스로 봐서는… 빠르면 23~4일차, 늦어도 28일차 정도에는 모든 신물을 얻어서 중부대륙으로 향하게 될 것 같더군요.”

“…맙소사….”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

그리고 그 한 마디는, 이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몬스터 웨이브는, 원래 유저들이 막아서는 안 되는 이벤트였으니까.

인간종족은 차원전쟁에서 패배해야 했고, 한발 늦게 완성된 신물과 신룡들의 힘이, 마족들과 인간들의 균형을 맞추게 하는 게 원래의 기획의도였던 것이다.

잠시 동안 흐르던 적막을 깨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확실히 김대리님의 말대로… 이라한만의 문제는 아니었군요. 여러 변수가 맞물려서 또 이런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만들어진 거네요.”

김의환이 간결하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럼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뭘까요?”

그의 말에 김의환이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선택지는 두 개가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는 아무 말 없이 그의 다음 말만을 기다렸고, 김의환의 말이 천천히 이어졌다.

“첫 번째는 열심히 기도를 하는 겁니다. 퀘스트 도중에 이안이 실수하라고 말이지요. 아니면 누군가 이안의 집 주소를 알아내서, 결정적인 순간에 차단기를 내리는 겁니다. 아무리 이안이라도 사망 패널티를 받고 난다면 30일 안에 퀘스트를 클리어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내용 자체는 거의 농담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아무도 웃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진지한 하나의 선택지로 들렸던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지금 당장 우리들의 자리로 돌아가서… 자연스럽게 마족의 세력을 키워줄 수 있는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기 시작하는 겁니다. 물론 야근은… 필수겠죠….”

기획부서 소속의 모든 인원들에게는, 마치 사형선고처럼 느껴지는 한 마디였다.

< (3). 이안과 마우리아 제국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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