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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267화 (291/1,027)

< (2). 잊혀진 제국을 찾아서 -2 >

*          *          *

까강- 깡-!

허공에 울려퍼지는 날카로운 쇳소리.

푸욱-!

남자의 붉은 검신이 괴수의 흉부를 꿰뚫고 들어갔다.

크아아오-!

털썩-

흉부가 꿰뚫린 괴수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그 앞에 선 남자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휘유, 이제 최상급 마수도 별 거 아니군.”

놀랍게도, 그의 중얼거림처럼, 남자가 단신으로 쓰러뜨린 상대는 최상급 마수인 하이몬 이었다.

전설등급의 마수인 발록이나 데빌 드래곤 보다야 훨씬 약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유저가 단신으로 잡아내기에는 너무도 막강한 무력을 가진 마수.

남자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마기를 ‘850’만큼 획득하셨습니다.]

[현재 마기량 - 39580]

[노블레스로 승급하기 위해서는 10420만큼의 마기가 추가로 필요합니다.]

남자, ‘이라한’의 입 꼬리가 씨익 말려 올라갔다.

그는 아직까지 마계에 남아있는, 특별한 퀘스트를 받은 몇 안 되는 유저였다.

“이 속도라면, 이주일 정도면 노블레스가 될 수도 있겠어.”

노블레스가 되는 데 필요한 마기는 5만.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5만의 마기를 채운 뒤에는, 노블레스 등급이 되기 위한 승급전을 치러야 하는 것이었다.

승급전이란, 본래 노블레스 이상의 등급인 마족과 겨루어 승리를 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승급전을 치루지 않고도, 노블레스로 승급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서열 10위 이내의 마왕으로부터 권능을 부여받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할까?

‘후후, 차원전쟁에 참여한 유저 500명을 죽이라고 했지?’

그리고 이라한은, 서열 10위인 파괴의 마왕 마하뮤로부터 퀘스트를 받았다.

차원전쟁에 참여하여, 500명 이상의 인간 유저를 사살하는 공을 세우면, 노블레스로 승급하기 위한 권능을 부여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것.

물론 이라한은 곧바로 수락했다.

‘별 어중이 떠중이들이 다 모여 있을 텐데… 500명이 아니라 1천명이라도 문제 없이 잡아주지.’

물론 1:500으로 싸운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렇게 싸우면 이라한이 아니라, 그 누가 와도 순식간에 묵사발이 나는 것이 당연했으니까.

하지만 마수들과 다른 마족들의 사이에 섞여서, 유저 500명을 처치하는 것 쯤은 그에게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후후… 조금만 기다려라, 5만마기만 충족시키면, 곧바로 차원전쟁을 위해 내려갈 테니까 말이야.’

이라한은 당장이라도 유저들과 싸우고 싶은 마음에 몸이 근질거렸지만, 일단은 마수들을 사냥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마기 5만을 채우기 위해서는 쉴 틈이 없었다.

*          *          *

차원의 마탑에 도착한 이안은, 곧바로 그리퍼를 찾았다.

하지만 마탑 어디에도 그리퍼의 그림자조차 보이지를 않았다.

‘뭐야, 이 영감탱이는 불러놓고 대체 어딜 간거지?’

이안은 예전에 이리엘에게서 받았던 수정구를 꺼내어, 곧바로 그녀에게 연락했다.

‘인벤토리에 자리만 차지한다고 투덜거렸던 아이템이었는데, 이렇게 또 쓰이네.’

이안이 수정구를 꺼내어 활성화시키자, 그 안에서 아름다운 엘프 여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물론 그녀는 이리엘이었다.

[안녕하세요, 이리엘님.]

[오, 이안님, 어쩐 일이신가요?]

[지금 차원의 마탑에 도착했는데, 그리퍼님이 안 계셔서요. 혹시 그리퍼님께서 그 쪽에 계신가요?]

[아, 준비가 전부 끝나셨나보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퍼님께서 아마 금방 그쪽으로 가실 거예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안이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리퍼님 아직도 거기 계신 거죠.]

[아, 음… 그게….]

그리고 뒤쪽에서 그리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지금 바로 출발하고 있네!]

[….]

마치 시간약속에 늦은 친구가, 이제 잠에서 깨었으면서 문 밖을 나서는 중인 것처럼 얘기 할 때의 느낌.

그 느낌을 받은 이안은, 한숨을 푹 쉬었다.

[빨리 오세요….]

수정구를 끈 이안은, 투덜거리며 그리퍼의 작업실을 돌아다녔다.

“으… 시간 아까워. 이럴 줄 알았으면 토벌대에서 마수 몇 마리라도 더 잡다가 출발할걸.”

경험치도 경험치지만, 기여도를 1이라도 더 올릴 수 있었다는 생각에 입맛을 다신 이안은, 그리퍼의 자리에 가서 털썩 앉았다.

그리퍼의 자리 앞에 놓인 탁자는 무척니아 넓직했고, 그 위에는 갖은 잡동사니같은 아이템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호기심 많은 이안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중에 기가 막힌 아이템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이렇게 어질러져 있는데 하나 슬쩍해도 모를 것 같기도 하고….”

이안은 제일 먼저, 바로 앞에 놓여있던 축구공 만한 크기의 정육면체 큐브를 집어 들었다.

[홀드림의 큐브]

‘음… 홀드림이라…. 오랜만에 보는 이름이네. 그래도 저 이름이 붙어있는거면, 꽤나 높은 등급의 잡템이겠지?’

이안은 아이템의 정보를 열어 보았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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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드림의 큐브 -

분류      -  잡화

등급      -  전설

고대의 군주 홀드림이 사용하던 아티펙트인 신비한 큐브이다.

이 큐브 안에 특정 재료를 담으면, 희귀하고 강력한 포션을 만들어낼 수 있다.

* 현재까지 이 큐브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아이템.

- 완전회복의 물약.

- 파워업의 물약.

- 파괴력 강화 물약.

:

:

* 홀드림의 권능이 담긴 신비한 큐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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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홀드림의 큐브를 만지작거렸다.

‘이거 진짜 괜찮은 아이템이잖아? 좀 탐나는데…?’

아이템 설명에 쓰여 있는 완전회복의 물약은, 말 그대로 모든 생명력과 소모값들을 전부 MAX로 채워주는 물약이었다.

전투 중에 한 두 개만 가지고 있어도 무척이나 든든한 최고의 회복포션!

하지만 완전회복의 물약은, 조금 비싸지만 경매장에서도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고, 그 아래에 보이는 포션들이 더욱 눈길이 가는 것들이었다.

‘파괴력 강화 물약은… 공격력을 영구적으로 3인가 증가시켜주는 포션으로 알고 있는데, 저 파워업의 물약은 뭘까?’

그 아래 줄줄이 써 있는 포션들도 한눈에 엄청나게 좋아 보이는 포션들이었던 것.

이안은 잠시동안 큐브를 살펴보다가 조심스레 탁자에 내려 놓았다.

‘그리퍼가 오기 전에 여기 있는 물건들 싹 다 한번 봐야겠어. 그리고 진짜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하나 달라고 해야지. 조르면 하나정돈 줄 지도 몰라.’

NPC의 물건을 강탈할 생각에 신이 난 이안은, 그리퍼의 다른 잡동사니(?)들도 하나하나 열어보기 시작했다.

“음… 이건 진짜 당장 버려야 될 아이템처럼 보이는데, 이런 것도 가지고 있네?”

정말 겉으로 보기에 아무 짝에도 쓸모 없어 보이는 나무 막대기까지, 눈 앞에 들고 꼼꼼히 살피는 이안.

그렇게 이십여 분 정도가 지났을까?

이안의 눈에 신기하게 생긴 물건이 들어왔다.

‘뭐지 이건…? 모양이 변하는 보석이라니…?’

이안은 탁자 옆에 놓여있던 커다란 보석(?)을 집어 들었다.

밝을 보랏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보석은, 특이하게도 그 모양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모양이 변한다기보다는, 보석의 결이 변한다고 해야 할까?

전체적인 실루엣은 둥근 구체에 가까운 보석이었는데, 그 표면의 패턴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었던 것.

이안은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아이템의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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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원마력 충전기 -

분류      -  잡화

등급      -  ???

차원의 마도사 그리퍼가, 수백년 간의 연구 끝에 개발해 낸 차원마력 충전기이다.

이 차원마력 충전기를 사용하면, 차원의 마도사가 아니더라도 차원마력으로 작동하는 물건을 작동시킬 수 있다.

* 이 물건을 지니고 있으면, 모든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5%만큼 감소합니다.

(소환수나 가신의 고유능력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 차원마력 충전기로 작동 가능한 아이템 목록

- 차원의 구슬.

- 차원마력 지팡이.

- 차원마력 쉴드.

:

:

* 그리퍼가 자신의 아티펙트들 중, 가장 아끼는 물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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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정보창을 읽어 내려갈수록, 이안의 눈이 더욱 반짝이기 시작했다.

‘오…? 이거 물건인데…?’

그리고 차원마력 충전기로 ‘작동 가능한 아이템 목록’에 시선이 닿은 순간, 이안의 시선이 그곳에 고정되었다.

그 목록 맨 위에서, 무척이나 낯이 익은 아이템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차원의 구슬…?”

이안은 그 이름을 보자마자 곧바로 인벤토리를 열었다.

십일 전 쯤. 그리퍼에게서 받았던 작은 구슬 하나가 생각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꺼내 들어 정보를 확인한 순간, 이안은 이 구슬이 바로 차원마력 충전기 정보창에 쓰여있는 차원의 구슬과 같은 물건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거다… 이거야…!’

이안은 오른손으로 차원의 구슬을 든 채, 왼손으로 다시 차원마력 충전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안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한 줄 떠올랐다.

띠링-

[‘차원의 구슬’아이템의 사용조건을 충족시키셨습니다.]

[‘차원의 구슬’아이템의 봉인이 해제됩니다.]

[아이템 정보창을 확인해 주세요.]

“역시…!”

이안은 곧바로 차원의 구슬의 아이템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처음 받았을 때는 그저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작동시킬 수 있다고 간단히 쓰여 있었던, 차원의 구슬의 아이템 정보창.

하지만 이제는 그 정보창이 두 배 이상 길게 늘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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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원의 구슬 -

분류      -  잡화

등급      -  전설

차원마력 충전량 - 0 / 1000

차원마력 1당 1000M의 거리를 순간이동 할 수 있다. 지도에 원하는 좌표를 찍으면, 그 위치로 포탈이 열리며, 포탈은 2분 동안 지속된다.

만약 1천의 차원마력을 전부 채운 상태라면, 모든 차원마력을 소모하여 다른 차원계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재사용 대기 시간 - 1200분)

* 사용자가 한번이라도 가 본 위치로만 포탈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 전투중에는 포탈을 생성할 수 없습니다.

* ‘차원의 마도사’ 클래스의 유저는 자신의 차원마력을 이용해 아이템을 충전할 수 있으며, ‘차원의 마도사’ 클래스가 아닌 유저는, ‘차원마력 충전기’ 아이템을 사용해야만 마력을 충전할 수 있습니다.

* 유저‘이안’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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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잊혀진 제국을 찾아서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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