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65화 (289/1,027)

< (1). 마수 학살자 -3 >

*          *          *

끼아아오오-!

허공에 메아리치는 커다란 괴성!

시뻘건 불길이 온 몸에 번져 있는 거대한 괴조 한 마리가 전장의 하늘로 날아올랐다.

“저게 뭐야?!”

“처음 보는 마수다!”

“덩치나 위압감으로 봐선 최소 상급 마수야!”

유저들은 혼비백산했다.

그도 그럴 것이, 거대한 괴조의 위용은, 세칼로스와 비교해도 전혀 꿀릴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저들의 혼란과는 별개로, 이안은 여유로웠다.

‘드디어 심연의 축복을 써볼 타이밍이 온 건가?’

유저들을 공포에 떨게 한 붉은 괴조를, 이안은 이미 알고 있었다.

‘상급 마수, 카이파. 확실히 이 전장에서 카이파는 죽음의 새가 될 수도 있겠네.’

카이파는 무척이나 광범위한 구역에 화염을 뿌려대는 상급마수였다.

250레벨이 넘는 상급 마수 치고 화염스킬의 데미지가 강력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 범위가 너무 넓은 것이 문제였다.

‘한 190레벨 언저리에 온 유저들이라면 버텨낼 만한 딜이지만… 150레벨 이하의 중수들은 탱커 빼고 싹 다 녹아 내릴 테지.’

게다가 다른 유저들은, 이안처럼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속수무책으로 스킬에 당할 확률이 높았다.

쐐애애액-!

멀찍이 마계 차원문으로부터 저돌적으로 날아오는 괴조를 힐끗 본 이안은, 핀을 타고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소리쳤다.

“모두 이 주변으로 모이세요!”

현재 이 전장 전체를 주도하고 있는 유저는 누가 뭐래도 이안이었고, 현재 토벌대의 대장인 유저 ‘서희’ 마저 이안의 지시를 따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유저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야? 왜 모이라는 거지?”

“몰라, 일단 움직이기나 해! 이안님이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잠시 후.

괴조 카이파가 유저들의 머리 위까지 날아들었다.

끼요오오-!!

그리고 카이파는, 허공 높이 날아오르더니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기 시작했다.

화륵- 화르르륵-!

그러자 칼리파의 온 몸을 감싸고 있던 불길이, 지상을 향해 쏟아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유저들은 이안의 명령을 충실히 따른 덕에, 죄다 좁다란 구역에 모여 있었다.

“뭐야 이거!”

“제기랄 광역마법이잖아?!”

“피해!”

“아니, 뭐야 대체?! 이안님은 왜 여기로 오라고 하신 거야?”

“끄아아아! 이안이 우릴 다 죽일 속셈이었어!”

허공을 시뻘겋게 뒤덮은 화염을 보며, 허둥지둥하기 시작한 유저들.

하지만 다음 순간,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던 뿍뿍이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눈을 감았다.

우우웅-!

[소환수 ‘뿍뿍이’의 고유능력, ‘심연의 축복’이 발동됩니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유저들의 위를 덮는 푸른 빛깔의 장막!

뒤덮히는 불길로 인해 끊임없이 도트데미지를 입고 있던 유저들은, 차오르는 생명력을 보며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니 뭐야? 이 광역힐은 대체 등급이 뭐길래 힐량이 이렇게나 커?”

“뭐지? 내가 사제 클래슨데, 이런 힐 스킬은 본 적이 없는데?”

뿍뿍이의 심연의 축복은, 어지간한 랭커 사제의 스킬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탁월한 광역 힐이었다.

사제 클래스의 궁극의 광역 힐이라고 알려진 ‘홀리 필드’와 비교해 봐도 총 힐량은 훨씬 높은 수준.

다만 홀리 필드는 시전 즉시 모든 힐이 펌핑되는 스킬이었고, 그에 비해 뿍뿍이의 힐은 서서히 차오르는 힐이라는 점이 단점이자 장점이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는, 그 부분이 엄청난 장점으로 작용했다.

카이파의 화염 스킬이 일정시간 지속해서 화염 도트 데미지를 입히는 광역마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상급 마수 카이파의 ‘지옥불’에 21984만큼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심연의 축복’의 효과로, 생명력이 13750만큼 회복됩니다.]

[‘심연의 축복’의 효과로, 생명력이 13750만큼 회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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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파가 사용하는 지옥불은, 대체로 한 틱당 1만~2만 초반 대 수준의 데미지가 들어왔다.

피격자의 마법 방어력과 화염 저항력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고, 대략 1.2초 정도에 한번 데미지가 들어오는 수준.

반면에 뿍뿍이의 심연의 축복 스킬의 회복량은 13750으로 고정힐 이었다.

얼핏 보면 들어오는 데미지에 비해 힐량이 부족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달랐다.

심연의 축복은, 1초에 세 번씩 체력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데미지가 안 들어온다…?”

“이 정도 지속 광역힐이면, 한 틱에 사망할 정도로 종이 몸만 아니면 절대 죽을 일이 없겠어!”

“궁수들 뭐해?! 그냥 화염 데미지 몸으로 받으면서 저격 기술 다 때려 박아!”

이렇게 되자 모든 클래스 중 탱킹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궁수 클래스와 마법사 클래스조차 말뚝 딜을 넣을 수 있게 되어 버렸고.

“매직 애로우!”

“디스트로이어 빔!”

수십이 넘는 원거리 딜러들이 허공에 떠 있는 괴조를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쾅- 콰콰쾅-!

파팍-!

그렇게 되자 아무리 상급 마수라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생명력이 녹아내릴 수 밖에 없었다.

끼요오오-!

카이파는 괴성을 지르며 허공에서 녹아버렸고, 유저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야…! 이러다 오늘 슈랑카도 지켜내겠는데?”

“이러다가 아니고, 이러면 우리가 밀릴 수가 없어!”

“크으, 이안님 한 명 추가됐는데, 이렇게 상황이 달라지다니…! 역시 랭커는 괜히 랭커가 아닌가?”

“무슨 소리! 이안님이니까 가능한 거지. 그냥 일반적인 랭커였다면 택도 없었어.”

“뭐냐 그 발언은. 그럼 이안님이 한국서버 전체 랭킹 1위급 이라도 된다는 말이냐?”

“원래는 그렇게 생각 안했는데, 오늘 보니까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

유저들은 신나서 마수들을 사냥했고, 그 모습들을 지켜보는 한 유저가 있었다.

‘크으, 역시 이안님은 내 기대를 져 버리지 않으셨어…!’

160레벨 정도의, 제법 상위 랭커 소환술사 유저인 류한수.

그는 몇 시간 전, 토벌전이 시작되기 전에 다른 유저들과 가벼운 말싸움을 했던 유저였다.

한수는 그의 우상인 이안을 폄하하던 이들이, 이 엄청난 이안의 활약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저기요, 세이지님.”

“예?”

“혹시 금일 토벌대 기여도 랭킹 보이시나요?”

“음….”

“지금 이안님 2시간도 넘게 늦게 들어오셨는데, 벌써 기여도 3위 인거 보이시죠?”

한수의 말에, 몇 시간 전까지 이안을 폄하했던 남자가 멋쩍은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 그렇네요.”

“아까 뭐라셨죠? 이안님이 10위권에도 못 들거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넵….”

한수가 씩 웃으며 물었다.

“이젠 생각이 좀 바뀌셨나요?”

“죄송합니다, 아까 전엔 제가 잘 알아보지도 않고 말을 너무 함부로 한 것 같네요.”

아직도 금일 몬스터 웨이브는 지나간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더 많았고, 이 페이스 대로라면 이안은 압도적인 기여도 랭킹 1위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한수는 수직 상승중인 이안의 기여도를 응시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늘 전투가 끝나면 이안님께 사인이라도 받아놔야겠어. 그걸 가지고 주말 모임에 나가면 다들 부러워하겠지…?’

한수는 싱글벙글하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안의 활약에 아무리 감동(?)을 받았더라도, 그 자신의 기여도를 올리는 것을 게을리 할 수는 없었으니까.

*          *          *

집에서 여유롭게 점심 식사 중이던 유현은, 테블릿을 꺼내어 인터넷을 열었다.

“오랜만에 공식 커뮤니티나 한번 들어가 볼까?”

유현은 오늘 있었던 몬스터 웨이브에 참여하지 않았다.

오전부터 가족끼리 외식이 있었기 때문에, 하루 쉬게 된 것이었다.

이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나태함!

유현은 토벌대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와 관련된 소식들이 궁금했고, 공식 커뮤니티에 오픈된 마계 토벌대 게시판을 탭하여 들어갔다.

“어디보자… 지금쯤이면 신나게 싸우는 중일 텐데….”

토벌대 게시판은, 그 안에서도 총 네 개의 게시판으로 나뉘어 있었다.

마계 차원문이 열린 지역별로 하나씩의 게시판을 부여해 준 것이었다.

그리고 유현은 당연히, 중부대륙에 열린 마계토벌대 게시판을 먼저 들어가 보았다.

그 곳에는 토벌대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중 저 레벨 유저들이, 전장 뒤편에서 실시간으로 실황 중계하듯 게시물을 올리고 있었다.

[오늘부터는 난이도가 제법 있네요. 랭커들이 제일 많이 포함된 토벌대인데도 슬슬 밀리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크으, 그나저나 로터스 길드는 대체 전력이 언제 저렇게 강해진 거임? 저기 지금 이안도 없는 것 같은데, 10위 안쪽에 있는 길드랑 비교해도 전혀 꿀리질 않는데?]

[윗님, 그야 당연하죠, 로터스 길드가 지금 11윈가 그런데 10위권이랑은 당연히 격차가….]

[맞음. 원래 강한 게 당연한 길드고, 게다가 레미르랑 레비아 까지 저쪽에서 같이 싸우고 있는데, 약한 게 이상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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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들을 쭉 읽어 내려간 유현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흐으, 좋아 좋아. 내가 없어도 다들 잘 하고 있는 모양이구만.”

지금 마계의 몬스터 웨이브는, 카일란 한국서버의 전 이목이 집중되어있는 컨텐츠였다.

게다가 토벌대의 기여도 랭킹 목록에, 실시간으로 참여 유저들의 이름과 길드가 떠 올라 있었으니, 이것은 적지않은 길드홍보 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었다.

헤르스는 현재 중부대륙 토벌대의 랭킹 순위를 확인해 보았다.

“오호, 피올란님은 예상했지만, 클로반 형까지 순위권에 들어가 있네?”

헤르스가 확인한 순위표는 총 25위까지의 랭킹이 보이는 페이지였고, 그 안에 로터스 출신의 유저가 둘이나 들어가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지금 로터스 길드가 포함되어있는 구역은, 네 군데의 토벌구역 중 랭커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구역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로터스 길드에 용병과 다름없는 형식으로 전투에 참여중인 레미르와 레비아까지 포함시키면, 로터스의 전력 중 총 네 사람이나 25위 안쪽에 포함되어있는 것이었다.

특히 1~3위를 넘나들며 압도적인 누적딜량을 자랑하는 레미르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했다.

‘흐으, 이거 보니까 또 근질거리네. 나도 내일은 50위권 안에 어떻게든 들어가 봐야지.’

게시판을 대충 다 훑어 본 유현은, 테블릿을 끄려다 말고 잠시 멈칫했다.

‘그나저나, 오늘은 슈랑카 쪽도 한번 확인해 봐야하나?’

슈랑카 평원은, 로터스 길드의 첫 영지였던 로터스 영지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현은, 중부대륙 만큼이나 그 쪽에도 관심을 두고 있었다.

‘아무리 포인트를 조금 준다고 해도, 너무 밀리는 것 같으면 우리 길드가 그쪽으로 가야 할 수도 있어.’

중부대륙에 열린 몬스터 웨이브는, 상대적으로 북부대륙에 열린 웨이브들 보다 난이도가 2배 가까이 높았고, 그렇기 때문에 토벌 포인트를 더 많이 획득할 수 있었다.

사실 많은 랭커들이 중부대륙에 몰려 있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토벌 포인트는 명성이나 골드로 바로바로 교환할 수 있는, 현찰이나 다름없는 재화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북부대륙쪽의 몬스터 웨이브를 방치한다면, 로터스 영지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그것은 막아야 했다.

“어디보자… 지금 토벌 현황이….”

유현은 게시판에 들어가, 가장 위쪽에 올라와 있는 현황판 게시물을 클릭했다.

< (1). 마수 학살자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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