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64화 (288/1,027)

< (1). 마수 학살자 -2 >

*          *          *

원래 인간은 본능적으로 남을 시기, 질투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그 성향의 정도가 차이나고, 보통 남을 헐뜯기 좋아하고 깎아내리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러한 성향으로 가득 찬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안은 이제 카일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이 되었다.

그에 따라 수없이 많은 팬이 생기기도 했지만, 반대급부로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 이안이 이라한님과 1대 1의 싸움에서 호각이었다고? 그건 말 도 안 돼지. 분명히 이안 빠들이 부풀려 말한 얘기일걸?

- 이안 레벨이 최소 190이상으로 추정된다고? 그런 말 도 안 되는 헛소리를 설마 믿는 거야? 생각해봐, 다른 소환술사 랭커들이랑 20레벨 가까이 차이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돼? 그게 되면 버그지, 버그.

심지어는 그들 중에는, 두 눈으로 확인한, 이안의 4초월 무기가 완성되었다는 메시지조차 버그로 치부해 버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런 그들이,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리가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 중 한명이었던 검사 랭커 유저인

‘세이안’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저게 대체 뭐지…? 이거 무슨 상황인거야?’

192레벨의 전사유저인 세이안.

전사 클래스는 1:1 전투에 특화되어있는 클래스였고, 그렇기에 pvp는 물론, vs 보스 전투에서도 상위 1~2위를 다투는 직업군이었다.

그리고 전사 랭킹 100위 안쪽에 들어가는 그가, 전력을 다 해도 잡을 수 있을지 의심되는 괴물인 상급 마수 세칼로스.

그런 어마어마한 괴물이, 이안의 창에 목이 꿰뚫려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키에에엑-!

자신도 전체 직업군 500위 권 안쪽에 들어가는 랭커임과 동시에, 수많은 랭커들과 함께 전투해본 그의 눈에도, 흉내내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이안의 움직임.

무슨 기술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안의 창이 움직일 때 마다 허공에서 번개가 떨어져 내렸고.

쾅 콰콰쾅-!

번개가 떨어져 내릴 때 마다 세칼로스의 생명력 게이지가 뭉텅이로 잘려져 나갔다.

키아아오오-!

자신의 공격을 단 한 차례도 허용하지 않으며 날렵하게 움직이는 이안이 무척이나 얄미웠는지, 세칼로스는 거칠게 몸을 움직이며 이안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쿵-

세칼로스의 육중한 몸이 움직일 때 마다 울리는 커다란 진동음!

쿠쿵- 쿵-!

주변이 정리된 탓에 적막만이 흐르는 이 전장 안에서, 세칼로스의 거친 숨소리가 허공을 가득 메웠다.

크르륵- 크르르르-

하지만 세칼로스가 아무리 날뛰어도, 이안 앞에서는 부처님 손바닥 위에 있는 손오공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레미르님과 함께 사냥한 세칼로스만 족히 백 마리는 될 거다 이놈아!’

마계가 닫히기 직전 이안이 사냥했던 사냥터는 마계의 50~55구역이었고, 이 깊숙한 지역에는 상급 마수가 빈번히 출몰했다.

레미르 없이 이안 혼자서 세칼로스와 싸웠던 경험도 최소 열 댓번 이상!

이안은 처음부터 세칼로스의 모든 약점과 행동패턴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어린아이 다루듯이 농락할 수 있었다.

“잘 가라, 요놈아!”

네임드, 혹은 준 보스 급으로 등장한 세칼로스였기 때문에 생명력은 일반적인 세칼로스보다 두 세배 쯤 많았다.

하지만 이안은 단 5분만에 2/3 가량이 들어차 있던 세칼로스의 생명력 게이지를, 모조리 지워버렸다.

키에에에엑-!

서글픈 듯 입을 쩍 벌리며 괴성을 질러내는 세칼로스.

그리고 다음 순간, 괴물은 육중한 진동음을 내며 바닥에 몸을 뉘이고 말았다.

쿵-

세칼로스는 상급 마수들 중에도 수위권에 드는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녀석이었기 때문에, 근처에 있던 유저들은 땅이 진동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좋아, 오늘 사냥은 개시부터 일진이 좋은데?”

이안은 씨익 웃으며 다음 목표물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멍한 표정으로 이안의 활약을 보고 있던 유저들도 다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바, 방금 봤어?”

“저거 레벨 200도 넘는 상급 마수 맞지?”

“야, 200이 뭐야, 250정도인 것 같았어.”

“와, 씨 대박! 미쳤다 진짜!”

그리고 이안의 활약에 힘입어, 유저들의 사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둥- 둥- 둥-

토벌대 후방을 지키던 병사 하나가 전고(戰鼓)를 울리기 시작했고.

“와아아…! 다 쓸어버리자!!”

기세를 탄 유저들이 협곡 밖으로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한편 등장과 동시에 전장의 분위기를 바꿔버린 이안은, 어느새 핀을 타고 허공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좋아, 요놈 한방으로 일단 사병은 벗어난 것 같고…!”

이안은 자신의 토벌대 랭크 창을 열었다.

띠링-

---------------------------------------

- 토벌대 기여도 현황 -

유저 네임 : 이안

직책 : 사병

랭크 : D

보유 포인트 : 157825

누적 피해량    : 47982590

초당 피해량    : 267584

누적 회복량    : 15980

누적 킬 포인트 : 87

총 입은 피해량 : 153768

누적 피해량 랭킹     : 375위 (상위 5.7%)

초당 피해량 랭킹     : 1위 (상위 0.01%)

누적 회복량 랭킹     : 5945위 (상위 90.36%)

누적 킬 포인트 랭킹  : 789위 (상위 11.99%)

최종 기여도 랭킹 : 692위 (상위 10.51%)

* 최종 기여도에는 DPS(초당 피해량) 랭킹을 제외한, 누적 피해량과 회복량, 그리고 킬 포인트만이 적용됩니다.

* 하루 토벌전이 끝난 뒤, 획득한 포인트를 소모하여 자신의 직책과 랭크를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 토벌대 안에서 가장 직책과 랭크가 높은 유저는, 다음 날 토벌대의 ‘토벌대장’이 되어 유저를 제외한 일반 사병들과 장수들을 통솔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됩니다.

:

:

---------------------------------------

시스템 창을 한번 훑어 본 이안의 두 눈이 살짝 반짝였다.

‘오호…? 요 동네에는 제대로 된 랭커가 없나본데? 오자마자 상위 10%를 찍다니 말이야.’

이안이 카르세우스의 브레스를 이용해 한방에 엄청난 누적딜을 뽑아낸 덕도 있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앞선 두 세 시간의 사냥을 생각하면 의아할 정도로 높은 랭킹이었다.

하지만 이안이 고작 이 정도에 만족할 리가 없었다.

‘토벌대장인지 뭔지, 내일은 내가 무조건 그 계급장 달고 싸운다.’

감히 자신에게 면박을 준 NPC가 떠오른 이안은, 더욱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          *          *

“하, 진짜 쟤 때문에 미치것네…!”

카일란의 개발사인 LB사의 상황실.

상황실은 유저들의 플레이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볼 수 있게 만들어진 곳이었고, 주로 상위 1천명 정도의 랭커들의 영상이 돌아가며 비춰지는 장소였다.

그리고 LB사 상황실에 있는 스크린은 총 50여개 정도였는데, 어느샌가부터 그 스크린 중 하나에는, 한 명의 유저만이 고정적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아니, 팀장님. 저거 저래도 되는 겁니까?”

“뭐가?”

“저거… 제가 봐도 버그성 플레이 같아서요.”

“….”

상황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안의 전투영상을 구경중인 기획팀의 인원들.

그들은 거의 초당 한 번씩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야, 유대리. 저거 4초월 무기 있잖아.”

“네, 팀장님.”

“저거 때문에 지난번에 버그 신고만 80건은 접수받은 것 같은데… 그 때는 내가 그냥 어이가 없었거든?”

“예….”

“근데 지금 눈으로 확인하니까, 그 신고한 사람들 심정이 이해가 가.”

“….”

“저거 원래 우리 기획팀에서 레벨 디자인 할 때, 언제쯤 풀려야 되는 아이템이었지?”

팀장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유대리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최초 획득은 한 반년… 정도 뒤 일 것이라고 예상했었죠. 어느 정도 보급되는 건 빨라도 일 년…?”

기획팀장이 소파에 털석 주저앉으며 푸념했다.

“니미, 근데 왜 저게 지금 쟤 손에 들려 있는 건데? 무슨 상급 마수 목덜미에 40만딜씩 꽂아 버리고 있잖아? 그것도 소환술사가 말이야.”

“….”

퀭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보던 유대리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팀장님.”

“뭐, 인마.”

“팀장님은 만약 저 장비 다 쥐여주면, 저렇게 플레이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유대리의 말에 팀장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뭐어?”

유대리가 스크린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안 저 녀석… 지금 아주 저기 토벌대에서 혼자 미쳐 날뛰고 있는데…. 저 같으면 저 장비 고대로 가져다 줘도 저런 플레이 못 합니다. 피할 각이 아예 안 나오는 광역기 빼고는 거의 9할 이상 피해 가면서 싸우고 있어요.”

“….”

“게다가 쟤 지금 스킬 쿨 돌아와 있는데 2초 이상 멈춰 있는 거 본 적 있으세요?”

“아니….”

“저 쯤 되면 기계 아니에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제가 볼 때, 저 4차 초월 무기가 사기가 아니고, 이안 저 놈이 사기예요.”

“후우….”

두 사람은 대화를 이어갈수록 기분이 더욱 다운되는 것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저 혼자서 게임의 벨런스를 파괴하고 있었으니 기획팀 입장에서는 죽을 맛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아, 새 컨텐츠 또 기획하는 거야 둘째 치고, 개발팀에 또 뭐라고 해야 합니까?”

“그러게 말이다. 나도 그게 지금 제일 걱정이야….”

카일란은 전 세계적으로도 시스템적으로 최정상에 있는 가상현실 게임이었다.

그 말인 즉, 컨텐츠 하나를 추가하려면 개발팀의 어마어마한 노력이 들어간다는 이야기.

기획팀에서 기가 막힌 기획을 뽑아낸다고 해도, 그게 적용되려면 개발팀이 셀 수 없이 많은 밤을 꼴딱 새 가며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컨텐츠 파괴자인 이안은, LB사 공공의 적일 수 밖에 없었다.

“휴우… 다음 컨텐츠는 얼마나 난이도를 높여야 하는 걸까요? 사실 지금 마계 몬스터 웨이브도 난이도 엄청 올려 놓은 거였잖아요.”

“몰라 인마….”

그런데 두 사람이 그렇게 힘 빠지는 대화를 이어가던 그 때.

그 옆에서 멍하니 이안의 영상을 구경하던 사원 하나가 유대리를 툭툭 건드렸다.

“유대리님.”

“왜 불러.”

“그런데 말입니다.”

“얜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 거야?”

그는 몽롱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응시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저 한 20분만 여기서 저 영상 좀 보다가 올라가도 됩니까?”

이안의 플레이에 흠뻑 빠져 있는 듯한 그의 눈빛.

유대리는 사원의 뒤통수에 꿀밤을 먹이며 으르렁거렸다.

“이게 매를 벌어요, 매를…!”

*          *          *

이안이 토벌대에 합류한 뒤로, 전세는 완벽히 뒤집어졌다.

그것은 이안 본인의 전투능력 때문이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사기가 올라간 것이 크게 한 몫 한 것이었다.

예전에는 중급마수 하나만 어디서 등장해도 혼비백산하던 유저들에게, ‘이안’이라는 믿는 구석이 생겨버린 것이었다.

어지간한 랭커 10인분 이상을 홀로 해 내는 이안의 존재로 인해, 토벌대는 슈랑카 평원의 절반을 한 시간 만에 다시 되찾아 올 수 있었다.

“뿍뿍아, 저놈!”

“알았뿍! 나한테 맡겨라뿍!”

이안은 상대하고 있던 중급 마수 하나를 가리키며 뿍뿍이를 불렀고, 뒤뚱뒤뚱 다가온 뿍뿍이가 그를 향해 입을 쩍 하고 벌렸다.

[소환수 ‘뿍뿍이’의 고유능력인, ‘욕심많은 포식자’가 발동되었습니다.]

[대상의 생명력이 최대 생명력의 20% 이하이므로, ‘포식’이 발동됩니다.]

[중급 마수 ‘크로커’를 처치하셨습니다.]

[뿍뿍이의 생명력이 327512만큼 회복됩니다.]

보스 몬스터나 네임드급 몬스터를 제외하고는, 어떤 몬스터든 20%이하의 생명력이 남은 적을 확정적으로 삼켜버릴 수 있는 뿍뿍이의 스킬.

이안은 이 스킬을 무척이나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뿍뿍아, 여기 또 있어!”

“알았뿍!”

[소환수 ‘뿍뿍이’의 고유능력인, ‘욕심많은 포식자’가 발동되었습니다.]

[대상의 생명력이 최대 생명력의 20% 이하이므로, ‘포식’이 발동됩니다.]

:

:

[소환수 뿍뿍이가 ‘욕심많은 포식자’ 고유능력 발동 중 공격을 당했습니다.]

[소환수 뿍뿍이의 ‘먹을 땐 방해하지 마!’ 스킬이 발동됩니다.]

[343762만큼의 내구력을 가진 보호막이 생성됩니다.]

:

:

이안은 뿍뿍이를 최대한 활용하며 싱글벙글 웃었다.

‘크으, 이거 예상보다 더 재밌는데?’

사실 뿍뿍이의 공격성능이 뛰어나기는 했지만, 이안의 다른 소환수들과 비교한다면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안은 새로운 방식의 사냥패턴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신이 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뿍뿍이 광역 힐을 빨리 한번 써 보고 싶은데, 왜 이렇게 기회가 안 나지?’

전장에 들어온 지 고작 20분만에, 누적 딜 랭킹 30위, 전체 기여도 40위 안쪽으로 들어와 버린 이안.

여기에 뿍뿍이의 광역 힐까지 몇 번 제대로 터져 준다면, 전체 기여도 10위권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십분 정도가 더 흘렀을까?

드디어 이안에게, 아껴뒀던 ‘심연의 축복’ 스킬을 사용할 기회가 찾아왔다.

< (1). 마수 학살자 -2 > 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