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63화 (287/1,027)

< (1). 마수 학살자 -1 (12권 시작) >

“으악…! 막아! 막으라고! 조금만 더 밀리면 슈랑카 평원이 뚫린다!”

“제길. 오늘도 슈랑카는 내어주는 편이 낫겠어요. 리벨리아 고원에서 막는 게 아무래도 더 효율적인 것 같아요…!”

콰아앙-!

“아뇨! 아직 안돼요! 지금 포기해 버리면, 어제보다 무려 두시간이나 빠른 시점에 슈랑카 평원을 내어주는 거에요! 그럼 오늘은 리벨리아 고원도 장담 못해요!”

“으으…!”

슈랑카 평원의 남쪽 끝자락.

유저들은 밀려드는 마수들을 상대로, 어떻게든 리벨리아 고원으로 이동하는 통로인 협곡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유저들의 숫자가 마수들의 숫자보다 월등히 많았기에 유리한 상황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었다.

유저들은 이제 갓 100레벨이 넘은 초보들이 거의 50%를 차지하는 수준이었고, 실질적인 전력이 될 수 있는 150레벨 이상의 유저는 20%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밀려드는 하급 마수들의 레벨은 못해도 180 이상.

간혹 끼어있는 중급 마수가 날뛰기 시작하면, 답도 없이 무너져 내려야 했다.

“모두 비켜요…!!!”

울퉁불퉁한 협곡 중턱의 살짝 튀어나온 바윗덩이.

그 위에 올라선 한 여성 마법사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녀는 마법사 클래스 랭킹 10위 안에 드는 유명한 화염계 마법사인 ‘서희’였다.

그리고 그녀의 말 한마디에, 그 앞쪽에서 전투중이던 유저들이 마치 썰물 밀려 나가듯 길을 열어 주었다.

“화염폭풍…!!”

그와 동시에 캐스팅이 완성된 최상급 광역 화염마법인 ‘화염폭풍’.

화염폭풍이 협곡을 향해 밀려드는 하급 마수들을 향해 뿜어져 나갔고, 그것은 제법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

쾅- 콰아아아앙-!

단 한 순간에 나가떨어지는 십수 마리의 하급 마수들!

중간에 끼어있던 중급마수의 생명력이 제법 남아 있었지만, 주변에 포진해 있던 전사 유저와 암살자 유저들이 곧바로 달려들어 제거해 버렸다.

쿠에에엑-!

그 광경을 본 서희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내었다.

[하급 마수를 처치하셨습니다.(피해 기여도 76%)]

[토벌 포인트를 157만큼 획득하셨습니다.]

[하급 마수를 처치하셨습니다.(피해 기여도 26%)]

[토벌 포인트를 55만큼 획득하셨습니다.]

:

:

‘좋아, 이번에 타이밍 괜찮았어…!’

서희는 주르륵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들을 확인하고는 빠르게 전장을 스캔했다.

‘여기서 최소한 서너 시간은 더 버텨 줘야 해…!’

슈랑카 평원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위험해 보이는 전장을 빨리 빨리 찾아 화력 지원을 해 주어야 했다.

현재 이 전장 안에, 190레벨 초반대의 화염법사인 그녀보다 더 화력이 강한 유저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후우…!”

서희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빠르게 몸을 날렸다.

밀려드는 마수들을 막아내려면 한시도 쉴 수가 없었다.

“서희님! 이쪽…!”

“예, 갈게요!!”

전장 좌측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은 서희는, 곧바로 마법을 캐스팅했다.

“링크…!”

짧은 거리를 빠르게 순간이동 할 수 있는 보조 계열 마법인 ‘링크’.

링크 마법은 스킬의 등급 자체는 낮은 편이었지만, 무척이나 희귀해서 얻기 힘든 스킬 중의 하나였다.

링크 스킬북이 드랍되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위이잉-!

링크를 이용해 짧은 거리를 순간이동한 서희는 곧바로 주변을 살피며 전장을 파악했다.

그런데 그 때.

그녀의 시야에 뭔가 거대한 생명체가 들어왔다.

‘이게… 뭐지?’

육중한 덩치를 자랑하는, 마치 공룡 같은 외모를 가진 흉포한 마수.

그리고 그 위에 떠있는 마수의 정보를 확인한 서희는, 저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켰다.

[이름 : 세칼로스 / 등급 : 상급마수 / Lv : 265]

차원전쟁이 시작된지 고작 3일 만에, ‘상급 마수’라는 강력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서희는 마른침을 삼키며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상급마수는 나도 장담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데….’

사실 서희 정도의 스펙을 가진 유저가 다른 클래스였다면, 한 마리의 상급 마수 정도는 손쉽게 처치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녀는 레벨도 190이나 되었지만, 장비도 엄청나게 고급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광역 마법을 위주로 수련한 광역 화염법사였고, 그런 그녀에게 단일로 250레벨이나 되는 강력한 몬스터는, 무척이나 까다로운 였다.

‘주변에 잔챙이들을 싹 다 정리하면, 다른 유저들이 다굴 쳐서 잡아 주겠지…!’

서희는 대략적인 상황을 판단한 뒤, 자신이 가진 가장 강력한 광역마법 중 하나를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녀는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쿵- 쿵-

육중하게 울려퍼지는 발소리.

거대 육식공룡같은 외모를 지닌 상급 마수인 ‘세칼로스’가, 커다랗게 포효했다.

캬아아오-!!

잠시 낮은 자세를 취했던 세칼로스가, 전방을 향해 고개를 휘돌리며, 강력한 마기를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쾅- 콰쾅- 쾅-!

마치 폭죽 터져 나가듯 마기에 직격당한 유저들이 바닥에 널브러지기 시작했고….

“으아악…!”

“살려줘! 이거 너무 아프잖아!”

“미친! 이건 기사 클래스도 버티기 힘든 딜이라고!”

수많은 유저들이 비명을 지르며, 새까만 재가 되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서희는, 당황한 표정이 되어 캐스팅중이던 마법을 취소했다.

“젠장…!”

마법의 캐스팅이 끝나기 전에, 저 괴물같은 놈이 분명 자신을 노리고 달려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괴물의 접근을 막아줄 다른 유저들이 전부 사망하거나 빈사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를 선택할 수는 없었다.

서희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이건… 끝났어…! 원거리 궁수들의 딜이 누적되면 저 놈 하나는 잡기야 하겠지만, 이대로 슈랑카 평원은 포기해야 돼…!’

서희는 무슨 방법이 없을지 전장의 지형을 살피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막막할 정도로 아무런 해법이 보이지를 않았다.

‘젠장, 이래서 전사 클래스 두어명 정도는 최상위 랭커가 있었어야 했는데…!’

몬스터와의 1:1 전투에 강한 전사 클래스.

그 존재가 절실한 순간이었다.

서희는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일단 후퇴야.’

그녀는 3일 동안의 활약으로, 슈랑카 평원의 토벌대에서 가장 높은 기여도를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그녀의 직책은 이 전장에서 유일한 ‘백인장’이었으며, 랭크도 무려 B랭크나 되었다.

서희는 주변의 유저들에게 후퇴를 명령하기 위해 손을 번쩍 들었다.

“모두, 뒤로 빠지…!”

그런데 그 때.

후퇴 사인을 보내기 위해 뒤로 돌아선 서희의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크아아오오-!!

협곡을 까맣게 덮을 정도로 거대한 그림자.

날개를 활짝 펼친 새카만 드래곤 한 마리가, 입을 쩍 벌리며 입김을 들이마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 뒤쪽으로 빠지세요!!”

드래곤의 머리 위에는 한 남자가 타고 있었으며, 그의 손짓에 따라 유저들이 빠르게 뒤쪽으로 빠져 나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쾅- 콰콰콰쾅-!

드래곤의 입에서,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진 브래스가 전방을 향해 뿜어져 나갔다.

치익- 치지지직-!

단 한 순간에 녹아 내리는 수 많은 하급 마수들!

이 공격 한번으로 협곡에 밀려든 하급 마수들이 전부 까맣게 타 버렸으며, 생명력이 가득 차 있던 중급 마수들 마저 절반 이하로 생명력이 떨어져 버렸다.

“이… 이게…!”

그리고 서희는, 그 드래곤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워 드래곤, 카르세우스…?”

중부대륙 한복판에서 벌어졌던 잊지 못할 대규모의 공성전.

그리고 결코 가능해보이지 않았던 수성전을 성공시킨 주역과 그의 드래곤을, 그녀는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안… 이안이 왔다…!”

서희는 벨리언트 길드 소속의 랭커였다.

벨리언트 길드의 길드마스터인 로이첸이 직접 영입한 마법사 랭커 유저인 서희.

당시 벨리언트 길드는 로터스 길드를 도와 파이로 영지의 수성에 동참했었고, 그랬기에 서희는 카르세우스와 이안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이러면 승산이 있어…!’

한때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내뿜으며 카일란 곳곳을 누비고 다녔던 이안.

하지만 자신의 개인 퀘스트 때문인지, 어느 순간 이안은 자취를 감춰 버렸고, 덕분에 그의 능력은 유저들 사이에서 몇 개월 전보다 많이 평가절하 되어 있었다.

- 이안? 운 좋게 전설 소환수 얻어서 꿀 빠는 소환술사 나부랭이 아님?

- 뭐, 툭 하면 이안 빠는 극성 빠들이 많기는 한데… 난 대체 이안 왜 그렇게 빠는 지 모르겠음. 솔직히 다른 클래스 10위권만 되도 이안보다 강한 랭커들 많을 텐데 말이지….

하지만 그의 지휘 아래 직접 전장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 서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이안은 게임의 신이야.’

타고난 감각적인 전투 컨트롤은 물론, 복잡한 난전과 대규모 전투에서 전체적인 흐름을 꿰뚫어 볼 줄 아는 타고난 시야까지.

그와 한 편에 서서 전투에 참여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를 신격화 시킬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서희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때. 서희의 눈에, 브레스에 직격당하고도 아직 팔팔한 생명력을 가진 채 포효하는 상급마수가 들어왔다.

캬아악-!

브레스가 제법 아팠는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날뛰기 시작한 세칼로스.

쿵- 쿵- 쿵-

육중한 거구를 이리 저리 흔들며 달려드는 세칼로스 덕에, 토벌대의 병력이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다.

‘제기랄, 브레스를 맞고도 저 정도밖에 생명력이 안 깎이다니, 네임드 몬스터인가?’

서희의 고개가 자동으로 돌아갔다.

어느새 그의 시선은, 이안을 향하고 있었다.

‘젠장…! 아무리 이안님이라도, 소환술사가 단신으로 저 네임드를 상대하기엔 무리일텐데…!’

서희는 주변을 둘러보며 고레벨의 전사유저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때, 카르세우스의 등 위에 올라타 있던 이안이, 허공으로 도약하여 세칼로스를 향해 뛰어들었다.

“…!”

마치 블록버스터급 판타지 영화에서 볼 수 있을 법 한 멋들어진 광경.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유저들은, 대부분 멋지다는 생각보다는 당황스럽다는 생각을 먼저 할 수 밖에 없었다.

-저게 뭐지? 미친 건가?

-아니, 아무리 이안이라도 그렇지, 소환술사가 창 자루 하나 들고 상급 마수한테 뛰어들어?

하지만 이안은, 두어 달 전에 이미 상급 마수를 단신으로 사냥한 전적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냥이라기보단, 폭력행사를 통한 어거지 포획이었지만.

정령왕의 심판을 움켜쥔 이안의 손에, 강하게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때랑은 내 아이템들이 많이 달라졌거든.’

황금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날카로운 창극!

이안의 손에 쥐여진 행성파괴 무기가, 세칼로스의 뒷목에 그대로 틀어박혔다.

푸욱-!

< (1). 마수 학살자 -1 (12권 시작) > 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