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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258화 (283/1,027)

< (7). 심연의 귀룡, 뿍뿍이 -1 >

*          *          *

이안은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으로, 심연의 군주를 향해 다가갔다.

‘100레벨대의 유저들이 클리어한 던전이라고 해서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던전을 쉽게 생각한 이안은, 가신들을 데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그는 전혀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350레벨에 전설등급이라…. 보스 몬스터니까 얀쿤 보다도 강력하겠군.’

이안은 심연의 군주를 아래위로 꼼꼼히 살폈다.

‘대형 해머에 사슬갑옷이라…. 속도전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 건가?’

한편, 보스를 상대할 생각에 정신이 없는 이안과는 달리, 릴슨은 거의 혼이 빠져나간 상태였다.

겁에 질린 릴슨의 입에서 영혼 없는 말이 새어나왔다.

“이… 이안님, 아무래도 도망치는 편이….”

하지만 던전 여기저기서 울려퍼지는 굉음 때문에, 릴슨의 말은 이안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고, 릴슨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휘유, 1레벨 다운 확정인가….”

사실 릴슨의 체념(?)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의 상식으로는 어떤 유저가 와도 혼자서 350레벨의 보스몬스터를 잡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뒤 돌아서 도망치려 해도 릴슨의 능력으로는 190레벨대의 일반 몬스터를 피해 달아날 수 없었으며, 클리어되기 전인 던전에서는 로그아웃도 불가능했다.

그야말로 독안에 든 쥐가 되어버린(?) 릴슨과 이안.

적어도 릴슨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안님께 미안하네. 이렇게 강한 던전인 줄 미리 알았더라면, 길드원들이라도 데리고 오셨을 텐데….’

릴슨은 기왕 이렇게 된 것, 이안의 전투나 구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아는 이안이라면, 적어도 맥 없이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릴슨의 흐리멍텅했던 두 눈이 다시 초롱초롱해졌다.

‘크으, 그래도 이안님의 전투를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보게 될 날이 올 줄이야.’

릴슨은 서둘러 개인 영상 녹화를 시작했다.

‘이런 건 영상으로 담아둬야지.’

그리고 릴슨이 마음을 정리하는(?) 사이. 이안과 심연의 군주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크아아오-!

심연의 군주, 거대한 고대의 거인이 거칠게 포효했다.

[그대는, 과연 심연의 힘을 얻을 자격이 있는가!]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씨익 웃었다.

“물론.”

[그렇다면, 지금 바로 확인해 볼 것이다!]

말을 마친 심연의 군주는, 양 손으로 들고 있는 거대한 해머를 치켜들어 이안이 있는 곳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

콰아앙-!

해머 위에 달려있는 쇳덩이의 크기만 해도 이안의 몸집에 서 너 배는 될 정도로 거대한 수준.

그런 어마어마한 무기가 바닥에 내리꽂히자,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던전 전체가 부르르 떨렸다.

쾅- 쾅- 콰쾅-!

거인은 계속해서 이안을 향해 해머를 휘둘러 댔다.

하지만 이안이 그런 느릿한 공격을 맞아 줄 리는 없었다.

“카르세우스, 브레스 재사용 대기 시간 돌아오면 얘기 하고, 라이, 할리가 나랑 같이 협공한다.”

이안은 일부러 빡빡이를 뒤쪽으로 빼 두었다.

빡빡이의 생명력과 방어력이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도, 저런 무지막지한 쇳덩이에 가격당하면 묵사발이 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탱킹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종류의 보스가 아니야.’

만약 빡빡이의 레벨이 이 보스몬스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면 해 볼 만 했을지도 모르지만, 150 가까운 레벨차이는 맞으면서 버텨질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이안은 핀의 광역 순발력 버프와, 할리의 버프를 중첩시켰다.

‘순발력 차이를 극대화 시켜야 겠어…!’

게다가 거인에게 순발력 디버프까지 걸자, 레벨이 150이나 차이 남에도 압도적인 움직임의 차이를 만들 수 있었다.

콰아앙-!

이안은 아슬아슬하게 거인의 해머를 피해 허공으로 도약했다.

“할리, 이쪽으로!”

크아앙-!

이안의 손짓에 재빨리 다가온 할리가 이안을 등에 태웠다.

타탓- 탓-!

할리는 현재 뿍뿍이를 제외한다면, 이안의 소환수들 중에서 가장 등급이 낮았다.

하지만 다른 스텟들을 순발력으로 환산시키는, 워낙 강력한 순발력 버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민첩성만큼은 아직도 모든 소환수들 중에 가장 빨랐다.

[크아아! 미꾸라지같은 녀석!]

이안과 라이, 그리고 핀은 거인의 생명력을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했다.

까가강- 깡-!

거인의 옆구리를 파고든 라이의 기다란 발톱이, 그의 사슬갑옷 사이를 파고들었고.

[소환수 ‘라이’가 ‘심연의 군주’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심연의 군주’의 생명력이 187698만큼 감소합니다.]

그 방향으로 거인의 시선이 쏠린 틈을 타, 이안의 정령왕의 심판이 거인의 어깻죽지에 틀어박혔다.

콰악-!

사슬갑옷의 이음새 사이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이안의 창극!

[‘심연의 군주’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심연의 군주의 생명력이 448739만큼 감소합니다.’]

+20강의 행성파괴무기의 성능이, 또 한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심판의 번개’가 소환되었습니다.]

[‘심연의 군주’에게 224368의 전격 피해를 추가로 입혔습니다.]

[‘심연의 군주’가 ‘감전’ 상태에 빠집니다.]

[‘심연의 군주’의 이동속도가 20%(-30%)만큼 감소합니다.]

정령왕의 심판에 옵션으로 붙어 있는 고유능력인, ‘심판의 번개’.

심판의 번개는 원래 10%의 확률로 발동하는 능력이었지만, 정령왕의 심판이 +20강까지 강화되면서, 이제 30%의 확률로 발동하게 된 것이었다.

강화 단계가 한 단계 올라갈 때 마다, 능력치 뿐만 아니라 고유능력의 발동률도 함께 올라간 것.

공격 계수까지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이것만으로도 정말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자랑했다.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은, 보스의 엄청난 상태이상 면역능력으로 인해, ‘감전’으로 인해 걸리는 이동속도 디버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아쉽다…. 감전만 제대로 걸렸어도 완전 굼벵이로 만들어버릴 수 있었는데.’

이안과 소환수들은 더욱 긴장한 채로 전투를 끌어가기 시작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이안은, 집중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려 거인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전투를 계속하면 할수록, 가신들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으… 카이자르나 얀쿤 까지는 아니더라도, 세리아라도 있었다면 많이 수월했을 텐데….’

세리아의 소환수 치유능력은 전투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기에, 이안이 가장 먼저 생각난 가신은 카이자르나 얀쿤보다도 세리아였다.

아마 가신들이 전부 있었더라면, 이 정도의 보스는 어렵지 않게 잡아냈으리라.

“후욱, 후욱.”

이안의 호흡이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하여, 거인의 생명력 게이지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주인, 준비됐다!”

카르세우스의 말에, 이안이 재빨리 거인의 움직임을 봉쇄하며 허공으로 도약했다.

“지금이야!”

그리고 카르세우스의 입 가에 보랏빛의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카르세우스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강력한 드래곤의 숨결!

브레스가 뿜어지기까지는 약간의 차징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짧은 시간에 거인이 몸을 피할 수는 없었다.

디버프라도 걸리지 않았다면 모를 일이었지만, 지금의 거인은 브레스를 피하기는커녕 가드 자세를 취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여지없이, 카르세우스의 숨결이 거인의 온 몸을 불태우며 지나갔다.

화르르르륵-!

이안의 시선이 자동으로 거인의 생명력 게이지를 향해 움직였다.

‘후우, 이제야 절반을 넘어선 건가?’

카르세우스의 브레스에 직격당한 뒤 생명력 게이지가 깜빡이기 시작한 심연의 군주.

이안은 몰아치던 공격을 멈추고 슬쩍 뒤로 물러났다.

‘어떤 새로운 공격 패턴이 나올지 몰라. 조심할 필요가 있어.’

카일란의 수 많은 보스몬스터들은, 저마다 다양한 공격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그 패턴은 보스들마다 제각각 달랐기 때문에, 처음 만나는 보스 몬스터의 패턴을 바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지만, 한가지 모든 보스몬스터의 공통점이 있었다.

생명력이 50%남은 기점과 20%정도 남은 기점에서, 한번씩 공격패턴이 바뀐다는 점이었다.

이안이 긴장한 눈빛으로 거인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자, 이제 뭘 할 거냐. 광역 메즈기? 아니면, 회복스킬?’

이안이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보스의 패턴은, 자신의 생명력을 자체적으로 회복하는 류의 녀석들이었다.

힘들게 깎아놓은 생명력을 한 순간에 쭈욱 채워버리는 모습을 보면 맥이 탁 풀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기껏 걸어놓은 상태이상까지 전부 면역이 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럴 때는 정말 힘으로 찍어 눌러야만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심연의 군주’는, 생명력을 채우거나 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그의 몸이 새파란 빛으로 둘러 쌓이며, 온갖 버프가 무지막지한 능력치 위에 덧씌워 졌다.

[‘심연의 군주’의 모든 전투능력이 30%만큼 상승합니다.]

[‘심연의 군주’의 생명력 회복 속도가 15%만큼 증가합니다.]

[‘심연의 군주’의 고유능력인 ‘심연의 장막’이 발동합니다.]

[앞으로 15분 동안, ‘심연의 군주’의 방어력이 27.5%만큼 증가하며, 피격 시 상대의 움직임을 30%만큼 감소시킵니다. (둔화 효과는 중첩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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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메시지를 읽어 내려가던 이안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다.

‘후우, 엄청나게 까다로워졌는데…?’

이안은 거인에게 걸린 버프 효과들을 꼼꼼히 확인한 뒤, 다시 정령왕의 심판을 고쳐 잡았다.

‘단 한 번만 실수해도, 그대로 게임아웃이야…!’

한층 강화된 저 해머에 스치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시커먼 화면을 보게 될 것만 같았다.

타탓-!

이안이 다시 거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꿀꺽-

릴슨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 이게 진짜 이안님의 전투능력…!’

일전에도 말했지만, 릴슨은 이안의 광팬이었다.

당연히 그의 전투 영상은 전부 챙겨봤고, 그와 함께하는 가신들과, 소환수들까지 줄줄히 꿰고 있을 정도.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지금까지 이안의 전투능력에는 어느 정도 거품이 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냥 영상 편집을 엄청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안의 영상을 전담하는 ‘소진’의 영상편집 능력은 무척이나 뛰어났고, 일반 유저들은 그 편집기술 덕분에 이안의 전투능력이 더욱 돋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들 중 수천만 뷰 이상을 기록한 영상들은, 정말인지 묘기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전투장면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안이 전투하는 것을 눈 앞에서 확인한 릴슨은, 지금까지 그의 생각들을 전면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건… 오히려 영상이 부족한 수준이야…!’

이안이 대단해 보였던 것은, 결코 영상편집 기술의 산물이 아니었다.

지금 이안의 움직임들은, 어떤 앵글에서 어떤 방식으로 찍어도 전부 다 그림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그런 전투장면이었다.

“후우,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어. 이안님이 결국 저 괴물을 잡지 못하신다 해도 이 영상만으로도 본전은 뽑고도 남을 거야.”

릴슨은 고통 없이 사망한 뒤(?) 영지로 돌아가, 이안에게 이 영상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길드 홍보영상으로 잘 편집해서 올리면, 수입도 수입이지만, 홍보 효과가 엄청나겠지?’

릴슨은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망상을 하고 있었지만, 영상을 조금이라도 더 잘 찍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릴슨의 표정은 점점 더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어… 어…?”

어느새 ‘심연의 군주’의 생명력 게이지 바에 고정된 릴슨의 시선.

빠르게 점멸하기 시작한 거인의 생명력 게이지를 보면서, 릴슨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설마… 잡는 거야?”

그런데 그 때.

크아아아-!

거인이 포효하며 돌발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후우웅-!

들고 있던 거대한 해머를 이안이 움직이는 방향을 향해 정확히 날려버린 것.

릴슨이 보기에 그것은 절대로 피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고, 그는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 (7). 심연의 귀룡, 뿍뿍이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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