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57화 (282/1,027)

< (6). 뿍뿍이와 심연의 인장 -3 >

릴슨은 당황했다.

“방금… 어떻게 된….”

하지만 당황한 것은 릴슨만이 아니었다.

이안 또한 떨떠름한 표정이었던 것이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사실 처음 보스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이안은 작정하고 있었다.

‘20강 무기의 첫 개시 상대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제대로 딜이나 한번 뽑아 봐야지.’

이안은 가지고 있는 버프스킬이란 버프스킬은 모조리 다 활성화 시킨 뒤, 보스가 등장하자마자 약점포착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리고 가슴부에 형성된 붉은 점을 발견한 순간, 이안의 행성파괴 무기가 골렘의 흉부를 관통해 버린 것이었다.

쿠르릉- 쿠르르르-

그 한 번의 공격.

단 한 방의 찌르기로, 골렘의 몸을 뒤덮고 있던 바위와 얼음덩이들이 조각조각 갈라지며, 바닥에 내려앉았고, 이안의 눈 앞에는 믿기 힘든 데미지 수치가 떠올라 있었다.

[‘심연의 가디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심연의 가디언’의 생명력이 5238775만큼 감소합니다.]

[‘심연의 가디언’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

:

이안은 손에 쥔 정령왕의 심판을 만지작거리며, 날카로운 예기가 흐르는 창극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이건… 미친 공격력이야…!!’

카일란에서 공격력과 방어력의 상호 작용 수식은 간단하게 설계되어있지 않았다.

예를 들면 공격력이 200인 유저가 방어력이 50인 몬스터를 공격했다고 해서, 200 마이너스 50인 150의 데미지가 들어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연구를 좋아하는 이안조차 그 공식에 대해 정확히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카일란에서는 공격력과 방어력 차이가 커질수록 데미지가 증폭되는 경향이 있지.’

+20강화를 통해 만들어낸 이안의 정령왕의 심판은, 무기 공격력만 6천이 넘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200레벨인 내 기본 공격력이 추가되는 거고, 상대는 나와 레벨차이가 70이나 나는 골렘이니 내 공격력에 비해 방어력이 현저히 낮을 수 밖에 없겠지.’

이렇게 해서 1차적으로 증폭된 이안의 데미지.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거기에 공격력버프, 상대 방어력 디버프가 들어가고, 약점포착으로 인해 피해량이 세 배 이상 증폭되기까지 했으니….’

이러한 모든 조건이 갖춰진 상태로, 이안의 작정한 공격이 들어가자 130레벨의 보스 몬스터가 한방에 지워져 버린 것이었다.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한 이안의 입가에 씨익 웃음이 맺혔다.

‘크으… 템빨에 취한다…!’

정신을 차린(?) 이안은, 아직까지 멍한 표정으로 쓰러진 골렘을 응시하고 있는 릴슨을 향해 입을 열었다.

“릴슨님, 뭐하세요. 안쪽으로 들어가면 되는 거죠?”

이안의 말에 화들짝 놀란 릴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안에게로 다가왔다.

“아, 네!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던전 안에 들어서자, 시스템 메시지가 한 줄 떠올랐다.

[비밀던전, ‘심연의 비동’에 입장합니다.]

비밀던전을 지키는 수문장 격의 몬스터를 너무도 쉽게 통과해 버린 이안은, 다시 릴슨의 안내를 따라 던전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던전 내부는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릴슨님, 제 뒤쪽에서 길을 알려주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릴슨의 앞에 선 이안은,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향해 정령왕의 심판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푹-

[‘스노우 울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스노우 울프’의 생명력이 8974398만큼 감소합니다.]

[‘스노우 울프’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

:

서걱-

[‘아이스 가고일’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아이스 골렘’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

:

이안의 창이 한 번 휘둘러질 때 마다, 여지없이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던전의 몬스터들.

원래부터 레벨차이가 큰 쉬운 던전이기는 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이안 일행의 던전 돌파속도는 어마어마했다.

거의 던전 내부에 고속도로를 뚫고 있는 이안!

‘간만에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좋은데?’

이안은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허접한 녀석들 말고, 제대로 된 마계의 마수들과 다시 싸우면 어떻게 될까? 이런 정도로 어마어마한 공격력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최소 예전보다 두 배 이상은 딜이 들어 갈 것 같은데 말이지.’

수 백 만이 넘게 차오르는 지금 이안의 공격력은, 이안 레벨대의 사냥터에 들어가서는 반에 반 이하로 토막 날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무시무시한 수준인 것은 변함없었다.

‘크흐흣, 마계만 다시 열리면, 데빌 드래곤도 사냥하고 발록도 사냥하고…! 영혼석 모아서 전설 등급의 마수들도 죄다 소환해서 사냥해야지!’

심연의 비동은 그리 넓은 던전이 아니었다.

어지간한 던전 필드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의 좁은 필드.

하지만 층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았기 때문에, 최하층에 도달하는 데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이안의 뒤를 따라 걸으며 계속해서 길을 안내하던 릴슨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어어…?”

“왜 그러세요?”

“아니, 이게 던전이 좀 바뀐 것 같은데요?”

“음…?”

“원래는 이렇게까지 층수가 많지 않았어요, 이 던전이.”

“그래요?”

“네. 던전이 진화라도 하는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기에, 이안은 계속해서 던전을 뚫으며 밑으로 내려갔다.

‘설마 심연의 인장이 어디로 도망가거나 하지는 않았겠지.’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안은 슬슬 몬스터들이 강해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으음… 던전 초입에 있던 몬스터들이 100레벨도 채 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제 150레벨 정도 되는 녀석들도 등장하네요?”

이안의 말에 릴슨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저도 잘 모르겠네요. 원래 이런 던전이 아니었거든요. 제가 왔을 때는 최고레벨의 일반 몬스터가 한 120레벨 정도였어요.”

이안은 고개를 끄덕인 뒤, 소환수들을 소환했다.

소환수 없이도 아직 문제 없이 길을 뚫을 수는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결론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심연의 던전은 그 후로도 아래쪽으로 내려갈 때 마다 몬스터들의 레벨이 조금씩 더 높아졌고, 종래에는 180레벨대가 넘는 녀석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릴슨은 창백해진 얼굴로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피해 다니기 바빴다.

그리고 그는 혼란에 빠졌다.

‘래, 랭커들은 원래 다 이런 거야?’

그로서는 이런 무지막지한 고레벨의 몬스터들을 처음 만나 보았는데, 이안이 너무 손쉽게 사냥하며 지나가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한 개의 층을 전부 정리한 이안이, 창대를 고쳐 쥐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는, 처음으로 심각한 표정이었다.

“흐음… 이러면 안 되는데…?”

그의 옆에서 혼이 빠져나간 표정으로 서 있던 릴슨이, 이안을 향해 반사적으로 물었다.

“뭐, 뭐가요?”

이안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아니, 아직까지는 괜찮은데, 이렇게 대책 없이 계속해서 몬스터들 레벨이 높아지면 곤란하다는 거죠.”

“음…?”

“일반 몬스터들은 한 250레벨 대 까지도 어찌 잡아낼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그 이상 더 강해진다면 저로서도 버거울 테니까요. 가신들이라도 전부 데리고 왔다면 모르겠지만….”

“….”

250레벨이라는 말을 들은 릴슨은, 아예 말을 잃었다.

‘아니, 현존하는 필드 몬스터 중에 그 정도 레벨이 되는 몬스터가 있기는 해?’

릴슨은 당황스러움을 숨기기 위해 억지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하… 하핫, 설마 그럴 리가 있으려구요. 아무리 강해져도 200레벨이 넘는 필드몬스터들이 나타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200레벨에 근접한 몬스터들이 나오는 필드를 클리어하자, 길고 길었던 던전의 끝이 일행의 눈에 들어왔다.

릴슨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이안에게 말했다.

“이안님, 저쪽에 파랗게 빛이 새어나오는 것 보이십니까?”

릴슨의 말에, 이안은 고개를 돌려 그가 가리킨 곳을 응시했고, 그 곳에서는 좁은 틈 사이로 새파란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 안에 심연의 인장이 있을 까요?”

릴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여기부터는 제가 일전에 왔던 던전과 지형이 완전히 똑같습니다. 제가 봤던 게 심연의 인장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그 물건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래야 할 텐데….”

말 끝을 흐린 이안은 빛이 새어나오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릴슨이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런데 그 때, 오랜만에 이안의 등 뒤에 매달려있던 뿍뿍이가, 불쑥 고개를 내밀더니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뿍! 저 안에 있다뿍!”

이안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휙 돌리며 되물었다.

“음? 있다고? 뭐가? 심연의 인장이?”

뿍뿍이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뿍. 저 안쪽에 분명히 심연의 인장이 있뿍…!”

이안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화색이 돌았다.

이제야 비로소 안심이 된 것이다.

그의 직감은, 분명히 이 안에 심연의 인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약간의 불안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좋아, 빨리 안쪽으로 들어가서, 심연의 인장인지 뭔지 그 지긋지긋한 물건을 얼른 찾아 내자고.”

힘 있게 말한 이안은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어느새 이안의 등에서 내려온 뿍뿍이가 그를 따라 쪼르르 움직였다.

그런데 이안의 일행이 몇 발자국을 떼기도 전에, 돌연 던전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쿵- 쿠쿠쿵- 쿠쿠쿠쿵-!

당황한 이안이 소리쳤다.

“뭐야? 지진이라도 일어난 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이게 대체 뭐죠?”

그리고 당황하는 두 사람의 눈 앞에, 큼지막한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띠링-

[심연의 인장이 깨어나기 위한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비동에 잠들어있던 심연의 힘이 깨어납니다.]

이안의 두 눈에 이채가 어렸다.

“오오… 드디어…!”

그리고 메시지가 이어졌다.

[천 년 동안의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심연의 군주’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쿵- 쿠쿠쿵-!

이안이 발을 딛고 있는 던전의 지면이 점점 더 격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아오, 씨. 이거 진짜 무너지는 건 아니겠지?’

던전이 무너지면 천하의 이안으로서도 살아 나갈 방법은 없었기에, 이안은 조금 걱정되었다.

‘지금이라도 로그아웃을 해야 하나…?’

하지만 당연히 그럴 수는 없었다.

어떻게 찾은 뿍뿍이의 진화 기회인데, 던전이 무너질 게 무서워 로그아웃을 해 버릴 수는 없는 것이었다.

쩍- 쩌적-!

진동하던 바닥이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하고, 빛이 새어나오던 틈도 점점 더 여러 갈래로 쪼개지며 더욱 강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안과 릴슨은 그 가운데서 가까스로 중심을 잡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보스 몬스터라도 등장하려나 본데….’

그리고 갑자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앙-!

이안의 눈 앞을 막고 있던 벽이 터져 나가더니, 푸른 빛이 새어나오던 곳을 중심으로 연쇄폭발이 일어난 것이었다.

층고가 높지 않은 던전의 천장이, 그 폭발로 인해 터져 나가 버렸고, 위쪽으로 거의 세 개의 층이 날아가 버리며 거대한 공간이 생겼다.

“역시…!”

이안의 짐작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이안 일행의 앞에 생겨난 커다란 공터에는, 예전에 중부대륙에서 만났던 거신족과 비슷한 모습을 한 괴물이 서 있었던 것이다.

[심연의 군주 / Lv : 350 / 등급 : 전설]

그리고 이안의 시선이, 심연의 군주 뒤쪽에 찬란한 빛을 내며 떠올라 있는 물방울 모양의 보석으로 향했다.

‘그래, 이 정도 이벤트도 없으면 섭하지…!’

이안은 정령왕의 심판을 강하게 움켜 쥐었다.

이제는 녀석을 사냥하고, 뿍뿍이를 진화시킬 시간이었다.

< (6). 뿍뿍이와 심연의 인장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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