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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254화 (279/1,027)

< (5). 영약을 찾아서 (下) -3 >

릴슨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이게… 뭔가요?”

이안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게 꼭 필요한 물건의 위치가 담겨 있는 지도입니다. 고대의 유물이라 제 능력으로는 아이템 감정이 불가능해서요.”

그리고 이안의 짧은 설명에, 릴슨은 곧바로 이해가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어떤 유물인지 봐야 할 것 같기는 하지만… 굉장히 흥미롭네요. 한번 건네 줘 보시겠어요?”

릴슨의 말에, 이안은 두 말 없이 양피지를 꺼내어 릴슨에게 건네었다.

릴슨은 그것을 받아들며 속으로 생각했다.

‘으음… 잘 하면 유일등급 정도는 되는 유물일 수도 있으려나? 일반 유저라고는 해도 이안님 정도의 레벨인 유저가 감정이 불가능할 정도면 제법 등급이 높다는 이야긴데….’

이안은 이제 200레벨도 넘은 초 고레벨 유저였다.

100레벨 언저리인 릴슨과는 거의 두 배가 차이나는 수치.

하지만 릴슨은, 이안이 건네주는 유물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높은 등급의 유물을 발굴하는 데에는, 캐릭터 레벨의 수준 보다도 탐험가 직업숙련도가 훨씬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릴슨은 다소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안에게 양피지를 건네받았다.

‘어디 한 번 볼까…?’

이안의 고민(?)을 뚝딱 해결하고 그에게 칭찬받을 생각에 잠시 들뜬 릴슨.

하지만 잠시 후, 그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전설등급이라고…?!’

릴슨은 지난 번 처음으로 전설 등급의 유물을 감정하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이안에게는 보이지 않았던 유물의 단편적인 정보가, 높아진 감정레벨로 인해 보이게 된 것이었다.

[‘여의보도(如意寶圖)’ / 분류 : 잡화(유물) / 등급 : 전설]

“….”

릴슨이 멍한 표정으로 있자, 이안이 그에게 물었다.

“왜 그러세요? 무슨 문제라도…?”

릴슨이 허둥거리며 대답했다.

“이 물건… 대체 어떻게 얻으신 겁니까? 탐험가 클래스가 아니라면 절대로 얻은 수 없는 전설 등급의 유물인데….”

이안은 어깨를 으쓱 해 보였다.

“글쎄요. 어쩌다 보니….”

어찌 되었든, 릴슨은 횡재한 기분이었다.

‘크으… 이게 왠 떡이냐. 전설 등급의 유물을 감정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이렇게 전설 유물이 제 발로 굴러들어오다니…!’

탐험가 레벨이 카일란 최고 수준인 릴슨에게도, 전설등급 유물의 감정으로 얻을 수 있는 경험치는 어마어마했다.

그렇기에 이렇듯 기쁜 것이었다.

릴슨은 이안에게서 받은 유물을 잠시 만지작거리더니,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말했다.

“저기, 이안님.”

“네?”

“잠시, 경매장좀 다녀 올게요.”

이안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경매장에는 왜요…?”

“아, 아이템 감정석을 좀 구입 해 오게요.”

“그거라면 저도 많이 가지고 있는데….”

릴슨이 고개를 저었다.

“일반 감정석 으로는 안 되어서요. 최상급 감정석이 있어야 해요. 잠시만 기다리시면….”

하지만 이안은, 릴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상급 감정석을 한 뭉텅이 꺼내어 릴슨의 앞에 내 놓았다.

“자, 여기요.”

그리고 릴슨은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이, 이 비싼 걸 이렇게나 많이…!”

최상급 감정석은, 한 개에 3만 골드 정도에 팔리는 고가의 소모품이었다.

릴슨은 이안 덕분에 탐험가 경험치를 올릴 수 있었으니, 그에 대한 보답으로 감정석을 자비로 구입하려 했었던 것.

하지만 이안이 이렇게 불쑥 감정석을 내밀어 보이, 떨떠름한 표정이 된 것이었다.

[‘최상급 아이템 감정석’ x300을 획득하셨습니다.]

릴슨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감정 주문서를 받았다.

‘사, 삼백개? 이거면 거의 900만 골드잖아? 이걸 이렇게 선뜻 준다고? 내가 이거 받아들고 로그아웃해 버리면 어쩌려고 그러지?’

릴슨에게 900만 골드는 적지 않은 돈이었다.

하지만 하급 마정석만 몇 뭉텅이 팔면 메워지는 돈이었기에, 이안의 입장에서는 별로 부담되는 수준이 아니었던 것.

이안이 릴슨에게 물었다.

“이 정도면, 가능 하겠죠…? 전설 등급의 유물감정에 최상급 감정석이 엄청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좀 넉넉히 구입해 놨는데….”

“넉넉하죠…! 분명히 많이 남을 겁니다. 최대한 빨리 감정을 성공시키고 돌려드리겠습니다.”

릴슨의 말에 이안이 고개를 저으며 피식 웃었다.

“남은 감정석은 릴슨님이 전부 갖으세요.”

“저, 정말요?”

“수수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잠시 고민하던 릴슨이 이안의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대답했다.

“말씀… 무르시기 없깁니다…?”

유물 감정에 대한 릴슨의 의욕이 더욱 더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          *

한편, 파이로 영주성의 최상층에 있는 작은 회의실.

오랜만에 오인 세 남자가 원탁에 둘러앉아 진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랑 여기. 두 군데서 몬스터 웨이브가 열리면, 늦어도 일주일 안에는 우리 영지까지 여파가 미칠 거라는 말이지?”

카윈의 말에, 헤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공식 홈페이지에 공지된 몬스터 웨이브 난이도로 봐서는… 첫 번째 난이도까진 토벌군에 의해 어느 정도 막아질 거야. 우리 영지까지 웨이브가 넘어와 봐야, 여기저기서 새어 나온 잔챙이들 몇몇 정도가 전부겠지. 하지만 2차 웨이브 부터는 얘기가 다를걸?”

클로반이 헤르스를 향해 물었다.

“야, 나도 그거 공지 쭉 읽어 봤는데, 두 번째 웨이브가 1차 웨이브에 비해 바뀌는 건, 고작 중급 마수들 정도던데… 중급 마수가 그렇게 강력해?”

헤르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형. 중급 마수는 하급 마수랑 전투력 자체가 완전히 달라요. 제가 체감하기로는… 같은 레벨일 때 거의 1.5~2배 정도는 더 강력했던 것 같은데….”

“크음… 그렇단 말이지…?”

이 세 사람 중, 중급 마수가 등장하는 마계 구역까지 경험해 본 것은 헤르스가 유일했다.

그렇기에 헤르스의 정보에 의존하여 몬스터 웨이브의 난이도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한참 동안이나 몬스터 웨이브에 대한 대비책에 대한 회의를 했다.

그리고 그러던 도중, 문득 카윈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불쑥 입을 열었다.

“그런데 헤르스 형.”

“응?”

“요즘 이안 형 뭐 하고 사는 거야? 아니 살아 는 있는 거야? 파이로 영지에는 코빼기도 잘 안 비치던데….”

헤르스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뭐, 마계에 대한 정보는 꼬박 꼬박 보내오고 있으니까 살아 는 있겠지 뭐.”

클로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되기 전에는, 그 녀석도 이쪽으로 와 있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로터스 길드는 어느새 겉으로 드러난 전력만으로 6~7위 정도를 다투는 초 거대 길드가 되었다.

이안이 신경 쓰지 않는 동안에도, 헤르스와 피올란을 필두로 지속적으로 영지들을 관리한 덕에 무럭무럭 성장한 것.

하지만 이렇게 거대길드가 되었음에도, 로터스 길드에는 이안의 존재감이 무척이나 컸다.

로터스 길드가 여기까지 커진 데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누가 뭐래도 이안이었기 때문이었다.

헤르스는 물론, 클로반이나 카윈, 피올란을 비롯한 로터스 길드의 수뇌부들은, 이안이 얼른 퀘스트를 전부 마치고 돌아와 다시 길드를 이끌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헤르스가 클로반을 향해 슬쩍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조금만 기다려 봐요, 형. 그렇지 않아도 며칠 내로 영지 한번 들른다고 했었어요.”

클로반이 투덜거렸다.

“짜식이, 마계에서 그렇게 날리고 있으면, 형님한테도 한번 씩 찾아와서 마정석도 좀 나눠주고 그래야지, 어? 정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카윈이 옆에서 맞장구쳤다.

“그러니까, 내말이! 자기는 무슨 4초월 무기? 말도 안 되는 걸 만들어 놓고…!”

잠시 이안의 뒷담화(?)를 나눈 세 사람은, 다시 몬스터 웨이브에 대한 대비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있는 바로 아래층에 이안이 떡하니 앉아있는 것도 알지 못한 채로.

*          *          *

[‘여의보도(如意寶圖)’ 유물의 감정을 실패하셨습니다.]

[최상급 감정석을 1개 소모하셨습니다. (남은 감정석 : 7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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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보도(如意寶圖)’ 유물의 감정을 실패하셨습니다.]

[최상급 감정석을 1개 소모하셨습니다. (남은 감정석 : 15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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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석 개수가 하나 하나 줄어갈 때 마다, 릴슨의 표정은 점점 창백해 졌다.

‘이, 이러면 안 되는데…! 아니, 지난 번 전설 유물 감정할 때도 최상급 감정석 120개 정도 들어갔던 것 같은데, 이 물건은 대체 뭔데 300개가 다 되 가도록 감정이 안 되는 거야?’

하지만 다행히(?)도, 감정석이 일곱 개 쯤 남았을 때 이안에게서 받은 ‘여의보도(如意寶圖)’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띠링-!

[‘여의보도(如意寶圖)’의 감정에 성공하셨습니다.]

[탐험가 경험치가 1272500만큼 상승합니다.]

[‘유물감정’ 스킬의 숙련 경험치가 331512만큼 상승합니다.]

[‘유물감정’ 스킬의 레벨이 고급9레벨에서 고급10레벨로 상승합니다.]

[전설 등급의 유물감정에 성공하여, 명성을 10만 만큼 획득합니다.]

:

:

릴슨에게는, 감정에 성공한 전설등급의 유물보다도, 고작 7개 남은 감정석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으… 아쉽다…. 좀 많이 남겨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미 한 번 전설등급의 유물 감정에 성공하면서, 감정레벨도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이번 전설 유물은 50개 정도의 감정석이면 성공할 줄 알았던 릴슨.

250개의 감정석을 남겨서 750만 골드를 꿀꺽 하려고 했던 릴슨의 원대한 꿈은, 이렇게 21만골드로 다운 그레이드 되고 말았다.

릴슨은 감정에 성공한 여의보도를 들어 이안에게 넘겼다.

감정이 끝난 고대 유물의 경우, 내구도가 무척이나 약하기 때문에 그의 손짓은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여기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

아이템의 정보가 무척이나 궁금한 릴슨이었지만, 그래도 유물의 주인인 이안이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기에, 미리 정보를 확인해 보지는 않았다.

“감사합니다…!”

릴슨에게 ‘여의보도(如意寶圖)’ 아이템을 받은 이안은, 서둘러 아이템의 정보 창을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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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보도(如意寶圖) -

분류      -  잡화(유물)

등급      -  전설

* 지니고 있는 이에게 복을 가져다 주며, 악을 제거하고 재난을 없애는 신묘한 영물인 여의주.

이무기가 천룡(天龍)으로 승천하기 위해 필요한 보물이기도한, 이 여의주는 본래 전륜성왕(轉輪聖王)이 소유하고 있던 ‘일곱 가지 보물’(七寶) 중 하나인 주보(珠寶)였다.

전륜성왕은 자신의 일곱 보물의 위치가 담긴 보도(寶圖)를 만들어 그가 가장 아끼던 일곱 신하에게 각각 맡겼는데, 이 여의보도(如意寶圖)가 바로 그 일곱 장의 보물지도 중 하나이다.

* 유저 ‘이안’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 아이템을 사용하시면, 여의주의 위치가 표시되어있는 지도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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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의 정보를 읽어 내려가던 이안의 인상이 살짝 찌푸려 졌다.

‘이게 뭐야? 뭔 어려운 말이 이렇게 많아?’

이안은 어려운 한문이 잔득 쓰여 있는 위쪽 설명을 대충 읽고는, 맨 아래쪽에 쓰여 있는 두 줄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니까… 이 지도를 사용해서 여의주가 어디 있는지 보면 된다는 거잖아?’

이안은 툴툴거리며 곧바로 보물지도를 사용했다.

‘자, 이제 여의주가 어디 있는지 한번 보실까…?’

그리고 이안의 앞에 펼쳐진 거대한 카일란 모든 대륙의 전도(全圖).

하지만 잠시 후, 이안은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이게 뭐야…?”

당황한 이안의 목소리에, 옆에 있던 릴슨이 흠칫 놀라서 물었다.

“왜 그러세요? 무슨 문제라도…?”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이안은 눈 앞에 떠오른 지도를 다시 한번 꼼꼼히 살폈다.

‘뭐야, 이거 짝퉁이었어?!’

하지만 지도의 어디에도, 여의주가 있는 위치는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 (5). 영약을 찾아서 (下)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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