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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253화 (278/1,027)

< (5). 영약을 찾아서 (下) -2 >

*          *          *

곧바로 파이로 영지로 이동한 이안은, 영주성 안에 있는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릴슨을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 대충 45분 정도 남았네.’

이안은 그 때 까지 할 일이 하나 있었다.

‘크흐흣, 그동안 모아놓은 마정석들을 펑펑 쓸 시간이군.’

이안은 그야말로 마정석 부자였다.

하급 마정석은 정말 셀 수 없이 많이 보유하고 있었으며, 중급 마정석도 거의 천 단위에 육박할 정도로 모아놨다.

게다가 이번 퀘스트를 통해서 상급마정석까지 서른 개나 얻은 상태.

상급 마정석은 지금껏 수많은 마수들을 사냥하면서도 구경조차 한 적 없는 물건이었기에, 이안의 표정은 무척이나 상기되어 있었다.

이안은 자리를 잡고 앉아서 장비들을 하나씩 꺼내놓고 작업을 시작했다.

“가잣! 오늘 최소 15강은 찍을 테다. 2차 초월 뚫고 바로 3차초월까지 간다…!”

이안의 장비 중 가장 강화가 높은 방비는, 현재 +9강까지 되어있는 정령왕의 심판.

게다가 다른 장비들도 7~8강까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모든 무기를 10강까지는 만들 예정이었다.

사실 여기까지는 기정 사실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10강까지는 하급 마정석으로 가능한 수치였고, 하급 마정석은 정말 써도 써도 끝이 없을 정도로 많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확률이 극악이여도 실패하기가 힘들 정도의 상황.

‘그리고 총 800개 정도 있는 중급 마정석으로 최소 2~3개 장비는 +15강까지 만들 수 있을 테지.’

그 다음 15강이 되었을(?) 장비에 상급 마정석도 몇 개 정도 써 보는 것이 이안의 목표였다.

“후우웁…!”

이안은 심호흡을 한 뒤 마정석을 열심히 바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40분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          *         *

“후우….”

파이로 영주성 구석 어딘가에서 울려 퍼지는 깊은 한숨 소리.

이안은 퀭한 표정으로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장비들을 훑어 보았다.

‘아니… 어떻게 중급 마정석 800개를 다 쓸 때 까지 3차 초월 장비가 하나도 안 뜰 수가 있는 거지…?’

이안은 슬픔에 잠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끝도 없이 많은 듯 보였던 마정석들은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빠르게 증발해 버렸고, 결과는 애초에 이안이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저조했기 떄문이었다.

“13강 4개, 12강 하나… 그나마 제일 잘 띄운 게 14강짜리 정령왕의 심판인데….”

이안이 내심 기대했던 것은, 모든 장비의 3차초월이었다.

그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차에 단 하나의 장비도 3차초월을 하지 못했으니, 허탈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대로는 곤란한데….’

사실 곤란할 것은 없었다.

현재 카일란에는 2차 초월 장비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 였으니까.

지금 공식 커뮤니티에 올라온 장비 중 가장 높은 강화장비가 11강 장비인 것을 생각한다면, 이안의 아이템은 초 호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만족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슬쩍 방 구석으로 향했다.

어지간하면 쓰지 않으려 했었던, 30개의 상급 마정석.

그것이 이안의 동공을 가득 채웠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확 다 질러버려?’

상급 마정석은 16강부터 20강.

즉 4차 초월 아이템을 만드는데 써야 하는 강화석이었다.

하지만 3차초월이 되지 않은 아이템이라고 해서 쓸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강화 효율이 좋지 않을 뿐.

마정석의 등급이 하나 올라가면, 거의 수십 배의 가격차이가 나는 이 시점에서, 이안의 이 생각은 너무도 위험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안은 이미, 이 위험한 도박에 꽂혀 버렸다.

‘그래, 인생 뭐 있어. 확 다 질러보자.’

이안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마정석을 집어 들었다.

“가잣…!”

눈을 질끈 감은 이안.

탁자 위에 놓인 정령왕의 심판의 앞에 선 이안은 상급 마정석을 한 번에 전부 쏟아 넣어 버렸다.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을 강화하는데 실패하셨습니다!]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의 강화등급이 +13강으로 떨어졌습니다.]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을 강화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이 +13강에서 +14강으로 강화되었습니다.]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을 강화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이 +14강에서 +15강으로 강화되었습니다.]

[유저 ‘이안’님이 +15강에 성공하여, 3차 초월등급 장비를 획득하셨습니다.]

:

:

이안은 시스템 메시지에 떠 오른 3차 초월에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확인한 후, 조금 편해진(?) 마음으로 눈을 감아버렸다.

‘그래도, 이정도면 본전치기는 한 거겠지…!’

일단 초월까지 성공하고 나면, 어지간해서는 그 아랫단계의 강화등급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안이 조금 안심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눈을 감은 채, 결과조차 확인하지 않고 계속해서 상급 마정석을 집어다가 정령왕의 심판에 바르는 이안.

그런데 잠시 후, 이안은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음…? 왜 마정석이 안 써지지? 내가 숫자를 잘못 세었나? 아직 서너 개 정도는 남았을 텐데….’

이안은 질끈 감고 있던 눈을 조금씩 떴다.

그리고 조심스레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했을 때.

그는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을 뻔 했다.

[유저 ‘이안’님이 +20강에 성공하여, 4차 초월등급 장비를 획득하셨습니다.]

[20강 이상의 무기에는 더 이상 상급 마정석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최초로 4차 초월 무기를 제작하셨습니다!]

[명성이 30만 만큼 증가합니다.]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시스템 메시지.

그리고 그의 눈 앞에 휘황찬란한 광채를 내뿜으며 두둥실 떠 있는 정령왕의 심판까지.

이안은 두 눈으로 보고도 지금의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뭐, 뭐야? 정말 고작 30개로 20강까지 떠버린 거야?’

이안은 지나간 시스템 메시지들을 주르륵 읽어 보았다.

그리고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었다.

마지막에 대박이 터졌어! 무려 한번에 3단계가 강화됐잖아?

이안은 지금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강화결과나 한번 확인 해 볼까?’

-------------   강화 결과   -------------

[공격력 : 5278~5815 -> 5460~6015]

[모든 전투능력 + 435 -> 모든 전투능력 + 450]

[통솔력 + 580 -> 통솔력 + 600]

[친화력 + 435 -> 친화력 +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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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은 강화된 정령왕의 심판의 성능을 확인하고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수치였기 때문이었다.

‘미친…! 처음 강화하기 전 정령왕의 심판 공격력이 분명 2천 남짓이었는데….’

노강 정령왕의 심판의 공격력은 정확히 2005였다.

그런데 20강이 된 지금, 6천이 넘어버리는 괴랄한 수치가 탄생해 버린 것이었다.

‘행성 파괴 무기다 이건…!’

이안은 허공에 두둥실 떠 있는 정령왕의 심판을 덥썩 잡았다.

지금 이안의 눈 앞에 있는 이 무기는, 모르긴 몰라도 계정귀속이 아니었다면 어지간한 강남의 집 한 채보다 비싸게 팔릴 만한 아이템이었다.

‘크으으!! 지금 기분 같아서는, 발록도 일대 일로 사냥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물론 그럴 수 있을 리는 없었지만, 지금 이안의 정령왕의 심판은 전 서버 지존급의 무기임이 틀림 없었다.

공식 커뮤니티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 있는 무기들의 공격력이 6천은커녕 4천이 되는 것도 없다는 사실을 봤을 때, 그것은 거의 확실했다.

게다가 이 정령왕의 심판은, 셀라무스 전사의 추가 퀘스트까지 완료하고 나면 더 상위 아이템으로 진화시킬 수 있는 진화형 전설무기였다.

이안은 무려 세 개나 남은 상급 마정석들을 고이 인벤토리에 모셔 두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방 문을 나섰다.

“좋아, 이제 릴슨을 만나러 가 볼까?”

그 어느때보다 행복감이 충만해진 이안!

분명히 치킨 한 마리를 시켰는데, 닭다리가 세 개 이상 나오면 바로 이런 기분일까.

한편, 이안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지만, 방금 전 떠오른 월드 메시지 때문에, 카일란 중부대륙에 있던 모든 유저들은 난리가 나 있었다.

4차 초월 아이템이 등장했다는 사실이, 월드 메시지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          *          *

카일란 본사의 고객센터에 근무중인 이대리는, 갑자기 밀려드는 수 백 통의 전화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예…? 뭐라구요? 뭐가 버그라구요?”

[그 이안님이 만들었다는 4차 초월 무기 그거 버그 무기 아닌지 확인 좀 해달라고요.]

“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저희 카일란의 시스템은 ….”

[아니 이 사람아, 답답하네 정말. 그거 분명히 버그 플레이로 얻은 무기 맞다고요. 지금 시점에 4차 초월 무기가 나온다는 게 말이 안 돼. 남들은 1차 초월 무기도 간신히 만들고 있고, 지금 2차 초월 무기면 지존급이라고 평가받는데… 3차도 아니고 4차 초월 무기라니요.]

하지만 고객센터의 상담원에 불과한 이대리가 대답해줄 수 있는 부분은 딱히 없었다.

‘아 제기랄! 나보고 대체 어쩌라고! 나도 모른단 말이야!’

이대리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이안인지 뭔지 이자식은 지난번엔 기획팀 혼을 쏙 빼 놓더니, 이번에는 상담센터에 불을 지르네… 아오!!’

그래도 뭔가 대답은 해야 했기에, 이대리는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

“우, 운이 좋았나보죠….”

[운이라니! 이 사람이! 이런 버그 플레이를 그냥 두는 건 유저 농락이야! 알아!?]

이대리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대답해야만 했다.

“아, 알겠습니다, 고객님. 조속히 확인해 보겠습니다.”

[후우, LB사 이놈들 일 제대로 안 하는구만!]

역정을 낸 유저는 전화를 탁 끊어 버렸고, 이대리는 맥이 탁 풀려버렸다.

“제기랄…! 이안 그놈은 대체 뭐하는 놈이야?!”

하지만 이안은 열심히 게임만 하는, 그저 선량한 유저일 뿐이었다.

*          *          *

방금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지 제대로 인지를 못 하고 있는 이안은, 난리가 난 이 시점, 릴슨을 만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릴슨 님이신가요?”

릴슨을 발견한 이안은 반갑게 인사를 했고, 그에 고개를 휙 돌린 릴슨은, 뭐에 홀리기라도 한 표정으로 정신없이 다가와 이안의 손을 잡았다.

“바, 반갑습니다, 이안님! 제가 바로 릴슨입니다.”

“하, 하하… 반가워요. 이렇게 시간 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안은 릴슨에게 자리를 권했다.

“자, 이쪽으로 앉으실까요?”

하지만 릴슨은 자리에 앉는 대신, 이안을 향해 쏘아붙이듯 물어봤다

“그, 그런데 이안님. 방금 전에 월드 메시지 뜬거 봤는데….”

“네?”

“정말 방금 4초월 무기를 띄우신 건가요?”

그 말에 이안은 멋쩍은 표정이 되었다.

‘아 맞다. 최초 강화성공이라 월드 메시지가 떴었지…?’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그런데요…?”

릴슨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다급하게 물었다.

“호, 혹시 그 무기한번 볼 수 있을까요?”

릴슨은 탐험가였다.

탐험가는 고대 유물이나 역사서, 특수한 아이템 뿐만 아니라, 다른 유저들보다 뛰어난 장비들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았다.

그렇기에 릴슨은, 최초로 만들어진 행성파괴무기(?)를 꼭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이안은 스스럼 없이 4초월에 성공한 정령왕의 심판을 꺼내어 릴슨에게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행성파괴무기!

그 광채에, 릴슨은 황홀한 표정이 되었다.

“오… 이것이 바로 그…!”

릴슨이 손을 내밀자, 이안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받아보실 수는 없습니다. 이거 계정 귀속 아이템이라서요.”

“아, 그렇군요….”

그 후로도 잠시동안 릴슨의 성화에 시달린 이안은, 거의 20분여 정도가 지나고서야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저기, 릴슨님. 제가 릴슨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아…! 뭐든 말씀하세요!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부분이라면 무조건 도와드립니다!”

이안은 릴슨의 그 과장된 표현이 싫지 않았는지, 실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잠시….”

그리고 이안은 인벤토리를 열어 구석에 넣어두었던 낡은 양피지 조각을 꺼내어 들었다.

그것은 바로, 뿍뿍이를 어비스 드래곤으로 만들어 줄, ‘여의주’의 위치가 담겨있는 지도였다.

< (5). 영약을 찾아서 (下)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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