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50화 (275/1,027)

< (4). 영약을 찾아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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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소환마석이 파괴되었습니다.]

[유저 ‘이안’과 ‘레미르’에 의해, 중부 대륙의 ‘세인트빌 고원’에 열릴 예정 이었던 몬스터 웨이브 포탈이 취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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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소환마석이 파괴되었습니다.]

[마왕 ‘레카르도’에 의해, 북부 대륙의 롤랑카 산맥에 열릴 예정이었던 몬스터 웨이브 포탈이 취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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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란 각지에서 사냥중이던 많은 유저들은 급작스레 떠오르는 월드 시스템 메시지들을 확인하고는 벙찐 표정이 되었다.

“뭐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러니까. 대체 마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마계 내부의 정황 같은 것에 대한 정보는, 극소수의 최상위권 유저들만 아는 사실이었다.

마계에 진입한 유저가 이제는 제법 된다고 해도, 마계 내부에서 제대로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던 유저는 많이 쳐 줘야 100명 안팏.

그들을 제외한다면 다들 그저 120구역 정도에서 사냥을 하고 있는 것이 다였으니, 파괴마와 칼리파 등에 대해 알 턱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마왕 레카르도가 몬스터 웨이브를 파괴했다는 사실이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다.

“대체 뭘까? 마계 안에서 내분이라도 일어나고 있는 걸까?”

“그러게, 별 일이 다 있네. 몬스터 웨이브가 스스로 파괴되는 경우는 또 처음이야.”

그리고 대중들의 가장 큰 관심은, 과연 몬스터 웨이브가 파괴된 것이 자신들에게 득이 될 것인지 실이 될 것인지에 관한 부분이었다.

“어쨌든 몬스터 웨이브가 1/3이나 파괴되었으니 좋은 거 아닐까?”

“어째서?”

“몬스터 웨이브를 우리가 못 막아내면 중부대륙에 북부대륙까지 전부 잃는 거잖아. 이러면 컨텐츠 손실이 어마어마하다고. 이안님과 레미르님이 그걸 막아내신 거고.”

“에이, 난 그건 아니라고 본다. 개발사에서 몬스터 웨이브를 유저들이 막아내지 못 할 정도로 기획했을 리가 있어?”

“음…?”

“생각해봐. 방금 네가 한 말 대로 북부대륙과 중부대륙이 마계화 되어 버리면, 동부 서부 대륙에서 사냥하는 아주 초보 유저들은 몰라도 70~150레벨 사이의 중상위권 유저들의 터전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고. 이러면 벨런스 붕괴잖아.”

“그것도 일리는 있네.”

“난 그래서 오히려, 이안이랑 레미르가 괜한 짓을 한 거라고 봐.”

“그건 또 왜?”

“걔들이 몬스터 웨이브를 두 군데나 못 쓰게 만들어 놔서, 우리 사냥터가 줄어든 거잖아…!”

“허얼… 그게 또 그렇게 되나…?”

유저들 사이에는 수많은 의견들이 난무했고, 공식 커뮤니티에서는 매일 치열한 공방이 오고갔다.

이안과 레미르를 지지하는 의견과 그들이 개인 퀘스트를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한 것이라며 비난하는 의견이 거의 반반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물론, 당사자들은 그런 공식 커뮤니티의 반응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          *          *

“잠깐, 잠깐만요.”

“왜요? 무슨 일이죠?”

윤기가 좔좔 흐르는 적발과, 인형처럼 새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던 레미르.

그랬던 그녀가, 어느새 새우 잡이 배에 끌려온 노예마냥 초췌한 몰골이 되어 있었다.

“조, 조금만 쉬도록 해요.”

“다섯 시간 전에도 쉬었잖아요.”

“아니 그, 그건…!”

“아직 사일 중에 절반 밖에 안 지났어요! 이제 마계가 닫히면 이런 꿀 같은 사냥터를 또 언제 찾을지 모른다고요.”

“으… 으으….”

레미르의 살짝 벌어진 입 사이로, 옅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정말 미친 놈인 것 같아.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가 있지?’

소환마석을 파괴하고 각자의 퀘스트를 모두 클리어 한 뒤.

레미르는 호기롭게 이안에게 얘기했었다.

[이안님, 이제 바로 사냥하러 가시죠?]

[예? 저 잠시 잡템 정리할 게 좀 있는데….]

[지금 그럴 시간이 어딨어요. 곧 마계 닫히고 나면 언제 여기서 사냥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요. 다른 건 몰라도 마정석은 최대한 캐야죠!]

[하긴, 듣고 보니 레미르님 말이 맞네요. 좋습니다. 곧 바로 사냥 시작하도록 하죠.]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레미르는 그 때 이안에게 잡템 팔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을 진심으로 후회했다.

‘으… 이건 진짜 지옥이야. 지옥이라고…!’

처음 사냥을 시작할 때만 해도 레미르는 무척이나 행복했다.

이안과의 파티사냥은, 지금까지 그 누구와 함께할 때 보다 훨씬 손발이 잘 맞았으니까.

차곡 차곡 쌓여가는 경험치와 마정석을 보고 있노라면 피로가 잊혀지는 수준!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네 시간, 다섯 시간, 여섯 시간이 지날 동안, 이안은 레미르에게 단 한 번도 쉬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레미르도 어지간한 게임폐인이라 자부하는 유저였기 때문에, 계속해서 오기로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30시간이 지날 때 까지 잠도 안 자고 게임하는 건 너무하잖아!’

누가 보면 4일 뒤에 카일란의 서버가 닫히는 줄 알 정도로, 미친 듯이 사냥만 하는 이안.

레미르는 끊임 없이 고통받았다.

“이안님… 그럼 딱 10분만. 10분만 쉬고 다시 시작해요. 스킬 재사용 대기시간 한번 싹 점검하고 인벤토리 확인 좀 하게요.”

그제야 이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죠.”

“네…!”

“대신.”

“…?”

“딱 10분 만이에요.”

“아, 알겠어요.”

레미르는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으으… 내가 이 무식한 녀석이랑 다시 파티플레이 하나봐라!’

그런데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레미르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 파티플레이는 그만둘 수 있었다.

어찌 됐든 이 파티가 유지되는 건, 레미르 자신의 의지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레미르가 그러지 않는 이유는, 이안과의 파티사냥이 마약같은 중독성이 있었기 때문.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렇게 하드하게 사냥해 보겠어?’

획득하는 경험치와 골드, 아이템 등이, 마치 카일란 자체적으로 두배 이벤트라도 하는 수준이었던 것.

레미르는 부들부들 떨리는 온 몸에 당장이라도 쓰러지고 싶었다가도, 인벤토리와 시스템 메시지, 그리고 경험치 게이지를 한번 확인할 때면 다시 멘탈이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그래, 딱 한번! 이번만 4일 풀 타임으로 이 녀석이랑 파티사냥 하는 거야. 다시는 안 해!’

하지만 과연, 이것이 이안과의 마지막 파티사냥일지는, 레미르 조차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4일이 훌쩍 지나갔다.

*          *          *

“저기요, 레미르님.”

“….”

“레미르님, 주무세요?”

“….”

마계 57구역 구석에 있는 한 공터.

거뭇거뭇한 누더기를 걸친 한 여자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그 앞에 선 한 남자가 뒷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물론 두 사람은, 이안과 레미르였다.

이안이 심각한 표정으로 빡빡이를 보며 말했다.

“빡빡아, 레미르님 자나봐.”

빡빡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런 것 같다, 주인. 강제로 수면 상태에 빠진 것 같다.”

이안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으음… 중간에 많이 쉬면서 했는데 왜 그러지? 심지어 어제는 세 시간이나 자고 다시 접속했잖아?”

이안의 중얼거림에, 옆에 있던 라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역시, 마법사 녀석들은 나약하다. 고작 이 정도 사냥에 지쳐버리다니.”

빡빡이가 반론(?)을 펼쳤다.

“아니다 라이. 우리 주인이 너무 악덕 업주인거다. 이렇게 전투를 오래 하는 인간을… 나는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라이의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아니다. 잘 생각해 봐라 빡빡아. 평소에는 그렇다 쳐도, 이번에는 세시간에 한번 5분 쉬고, 어제는 잠도 세시간이나 자고 왔다. 저 여자가 나약한 게 분명하다.”

빡빡이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 그런가?”

어느새 이안의 사냥 패턴에 익숙해져 가는 소환수들.

카르세우스마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렇다. 이번 사냥은 나도 만족스러웠다. 주인이 항상 이정도만 쉬게 해 줬으면 좋겠군. 무척 쾌적한 환경이다.”

이안이 소환수들과 레미르의 뒷 담화(?)를 나누는 사이, 누워있던 레미르의 신형이 점점 희미해 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이안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강제 로그아웃인가보네.”

그리고 이안의 말이 끝나자마자 시스템 메시지가 한 줄 떠올랐다.

[파티장 ‘레미르’님이 접속을 종료하셨습니다.]

[파티가 해체되었습니다.]

이안은 입맛을 다시며 시간을 한 번 확인했다.

“어디 보자… 이제 마계가 닫히기까지 몇 시간 정도 남은 거지?”

[몬스터 웨이브까지 남은 시간 (03 : 47 : 22)]

남은 시간을 확인한 이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으음… 세 시간 오십분이라… 너무 아깝잖아, 이거?’

이안은 시선을 슬쩍 돌렸다.

“우리 딱 세 시간만 더 사냥하고 해산할까?”

라이가 제일 먼저 대답했다.

“좋다, 주인. 네 시간 해도 된다.”

카르세우스가 이어서 대답했다.

“나는 딱 세 시간이 좋은 것 같다, 주인.”

소환수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 이안은,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

“좋아, 그럼 세 시간 삼십분만 딱 하고 쉬도록 하지.”

이안은 다시 전투를 준비하며, 소환수들과 가신들을 하나하나 체크했다.

그런데 그 때.

이안의 시야에 둥글둥글한 뒷모습이 들어왔다.

뿍- 뿍- 뿌뿍-

뿍뿍이가 어디론가 슬금 슬금 기어가는 장면을 발견한 것.

이안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소리쳤다.

“뿍뿍이 요놈! 어딜 또 도망가는 거야?”

그리고 이안의 외침에 놀란 뿍뿍이가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춰섰다.

뿌꾹-!

너무 놀란 나머지 딸꾹질 까지 하는 뿍뿍이.

뿍뿍이는 고개를 돌리며 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주인아, 나는 억울하다뿍. 저 쪽에 영기 가득한 영초의 기운이 느껴져서 잠깐 찾으러 가는 것 뿐이었뿍.”

이안은 게슴츠레 눈을 뜨며 추궁했다.

“웃기지 마 요놈아. 너 그렇게 먹을 거 찾으러 슬금 슬금 기어 다니다가 전투 시작하면 어디로 또 슥 사라져 버리려고 그랬던 거 다 알아.”

뿍뿍이의 입에서는, 대답 대신 딸꾹질이 나왔다.

뿌꾹-!

그리고 어쩐지 그 모습이 안쓰러웠던 이안은, 선심쓰는 척 한 마디 건네었다.

“음… 뭐 그래도 지금 저 쪽에 찾았다는 건 먹게 해 줄 테니까, 얼른 다녀 와. 더 멀리 가진 말고.”

이안의 허락에, 시무룩했던 뿍뿍이의 표정이 대번에 환해졌다.

“주인아, 고맙뿍! 저것만 얼른 찾아 먹고 돌아오겠뿍!”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뿍뿍이는 다시 걸음을 돌려 쪼르르 기어가기 시작했다.

뿍- 뿌뿍- 뿍-

이안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어휴, 저 녀석 만큼은 진짜 소환수를 키우는 느낌이 아니라 애완동물 기르는 느낌이라니까.’

세리아에게 뿍뿍이의 감시(?)를 맡긴 이안은, 뿍뿍이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른 소환수들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좋아, 카르세우스 브레스만 재사용 대기 시간 돌아오면 바로 다시 사냥이다!’

그리고 그렇게 오분 여 정도가 지났을까?

다시 전투를 시작하려는 찰나, 멀찍이서 당황한 세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주님! 뿍뿍이가… 뿍뿍이가 이상해요!”

“응…?”

이안은 반사적으로 세리아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인데?”

“그, 그게. 이쪽으로 와 보셔야…!”

그런데 그 때.

이안의 시야에 느닷없이 시스템 메시지가 몇 줄 떠올랐다.

띠링-!

[소환수 ‘뿍뿍이’가 영웅 등급의 마령초를 섭취하셨습니다.]

[소환수 ‘뿍뿍이’의 ‘귀혼(龜魂)’ 수련치가 7.12%만큼 증가합니다.]

[현재 귀혼레벨 : 99 / 숙련도 : 100.00%]

[소환수 ‘뿍뿍이’의 귀혼(龜魂)레벨이 올랐습니다.]

[‘뿍뿍이’의 귀혼(龜魂)레벨이 최대치(Max)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멀찍이 보이는 뿍뿍이의 등껍질에서, 푸른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 (4). 영약을 찾아서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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