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48화 (273/1,027)

< (3). 몬스터 웨이브의 시작 -3 >

*          *          *

이안과 레미르는 결국 한 파티로 움직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빡빡아! 도발 쓰면서 뒤쪽으로 빠져! 라이는 레미르님 근처로 접근하는 적들 차단해 주고!”

“알겠다, 주인.”

쾅- 콰쾅-!

레미르는 극단적인 공격형 화염법사였다.

그런 그녀에게, 마법을 캐스팅하는 동안 버텨줄 도발탱커 빡빡이와, 광역마법으로 생명력이 얼마 남지 않은 적들을 정리해 줄 라이의 존재는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잉걸불…!”

화르륵 - !

캐스팅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길어서, 평소에는 사용하기조차 힘들었던 광역 화염 마법인 잉걸불.

레미르가 가진 최 고위 화염마법 중 하나인 잉걸불이 발동되자, 전방의 모든 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지직- 지지직-!

잉걸불은 일반적인 화염스킬과는 이펙트가 많이 달랐다.

잉걸불의 범위 안에 들어온 모든 물체들이 시뻘개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거나 화염이 강렬하게 불타오르는 등의 화려한 이펙트를 가진 다른 스킬들에 비하면, 무척이나 소박한 이펙트를 보여주는 잉걸불.

하지만 그 효과마저 소박하지는 않았다.

[잉걸불의 범위에 들어온 모든 적들이 지속시간동안 강력한 화염피해를 입으며 ‘화상’ 상태에 빠집니다.]

[상급 마수 ‘다크 하운드’의 생명력이 129840만큼 감소합니다.]

[상급 마수 ‘다크 하운드’의 생명력이 131120만큼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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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마수인 다크 하운드들의 생명력이 순식간에 절반 가까이 떨어질 정도로 무시무시한 도트 데미지를 한 번에 밀어 넣는 극한의 화염스킬.

이안은 전투하는 도중 힐끔 힐끔 레미르가 전투하는 모습을 확인하며 그녀의 전력을 가늠했다.

‘잉걸불은 마법사 스킬 중에서 처음 보는 스킬인데… 아마 레미르의 히든클레스만 배울 수 있는 특수스킬인 모양이지?’

이안은 레미르의 강력함에 제법 감탄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캐스팅을 해야 하는 스킬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굉장한 데미지야. 거의 카르세우스의 브레스와 맞먹을 정도….’

두 스킬을 비교해 보자면, 카르세우스의 브레스는 2~3초 정도면 발동되는 즉발스킬에 가까운 스킬이라는 점이 더 나았고, 대신 레미르의 잉걸불은 브레스보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짧은 편 인 듯 했다.

‘어쨌든… 확실히 랭킹 1위 법사라 할 만 해.’

게다가 솔라르 라는 마법사는 또 어떤가.

그는 카이자르보다도 훨씬 강력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솔라르의 전투력은, 상급 마족인 얀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을 정도!

‘가신은 아닌 것 같은데… 퀘스트 때문에 일시적으로 붙은 npc인가?’

이안은 솔라르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솔라르 / 레벨 - 325 / 클래스 - 마법사 / 등급 - 신화]

그리고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어쩐지…. 신화 등급의 npc라니. 그러니까 이렇게 강력하지. 레벨만 더 높으면 얀쿤보다도 훨씬 강하겠어.’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카이자르의 각성에 대한 기대치가 더욱 높아졌다.

‘카이자르도 기억을 전부 찾고 각성해서 신화등급이 되면… 솔라르 보다 더 강력해 지겠지?’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이안!

한편, 레미르는 이안이 전투하는 모습을 보며, 감탄을 넘어 경악하고 있었다.

‘뭐, 뭐지…? 소환술사가 원래 이렇게 강력한 클래스였어…?’

애초에 자신보다 계속 앞서 나가며 마계 구역을 돌파하는 것을 보고, 레미르는 이안에 대해 경시하는 마음을 버린 지 오래였다.

‘운’이나 ‘우연’ 같은 것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이안의 선전이 너무 오래도록 계속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레미르의 눈 앞에 있는 이안은 너무도 상식 밖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저 그리핀이나, 펜리르 하나만 있어도 어지간한 다른 랭커 급 소환술사의 전투력과 맞먹을 것 같은데….’

한데 이안에게는 그 정도로 강력한 소환수가 너 댓 이상이 있었다.

게다가 가신들은 또 어떤가?

카이자르도 놀랄 만큼 강력했지만, 상급 마족인 얀쿤의 위용은 정말인지 어마어마할 정도였다.

쾅- 콰쾅-!

그리고 가장 놀라운 것은, 이 엄청난 난전 속에서도 이안이 완벽한 움직임과 소환수 컨트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진짜 불가사의할 정도야. 상급 마족은 대체 어떻게 가신으로 부리는 거며, 소환술사 주제에 본체의 전투력은 또 어떻게 저렇게 강한거지?’

어찌 되었든, 레미르와 이안의 파티는 무척이나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 내며, 던전을 빠르게 뚫고 내려갔다.

하지만 소환마석이 있는 지하 3층까지 내려갔을 때.

파죽지세로 던전을 돌파하던 이안 일행은, 잠시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 곳에서 그들은, 처음 보는 전설 등급의 마수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          *          *

“결국, 칼리파가 깨어나고 말았군요.”

긴 생머리에 뾰족한 귀.

미의 여신을 조각한 듯 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엘프이자, 사랑의 숲을 지키는 주인인 이리엘의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는 ‘차원의 마도사’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가진 마법사인 그리퍼가 앉아 있었다.

“그렇습니다, 이리엘님. 하지만 이것은 결국, 예정되어 있던 수순 아니었습니까?”

이리엘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긴 하지요. 이안님께서 조금만 더 빨리 성장하셨다면, 칼리파가 깨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아쉽게도 간발의 차이로 깨어나고 말았군요.”

이리엘이 오래전에 이안에게 주었던 ‘마룡 칼리파의 그림자’ 퀘스트.

사실 이 퀘스트가 바로, 봉인되는 칼리파가 깨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퀘스트였다.

퀘스트 조건이었던 ‘소환술 마스터 3레벨’과 ‘신룡의 영혼 획득’은 칼리파가 깨어나기 전 달성한 이안이었지만, 다른 퀘스트들을 진행하다보니 이리엘에게 찾아갈 기회가 없었고, 결국 그 사이에 칼리파가 깨어나 버린 것.

이안으로서는 이러한 사실들을 알 수 없었지만, 어느새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카일란 세계관 전체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퍼가 이리엘을 향해 말했다.

“하지만 칼리파가 예상보다 너무 빨리 깨어난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이안님은 저희의 예상보다도 더 빠르게 성장해 주셨습니다.”

이리엘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맞아요, 하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던 이리엘의 입이 천천히 다시 열렸다.

“차원전쟁을 돌이킬 수 없다면… 다른 최선을 찾아야겠죠?”

그리퍼가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이리엘님.”

이리엘이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이안님에게 새로운 ‘그 임무’를 맡겨야겠어요.”

그리퍼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도록 하시지요.”

그리고 잠시 후, 저 멀리 마계 어딘가에서 열심히 드잡이질(?) 중이던 이안의 시야에, 의문의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퍼졌다.

띠링-

[‘마룡 칼리파의 그림자(히든)’ 퀘스트에 실패하셨습니다.]

[이리엘과의 친밀도가 10만큼 하락합니다.]

[‘마룡 칼리파의 그림자(히든)’ 퀘스트가, 새로운 퀘스트로 갱신되었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리엘에게 찾아가야 합니다.]

[남은 시간 - 9일 23:59:59]

[제한시간 내에 이리엘을 찾지 않는다면, 이리엘과의 친밀도가 대폭 하락합니다.]

*          *          *

한편, 무지막지할 정도로 강력한 전설등급의 마수인 ‘데빌 드래곤’과 혈투를 벌이는 중이었던 이안은, 느닷없이 눈 앞에 떠오른 장문의 메시지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제기랄 이게 갑자기 뭐야? 내가 지금 실패할 퀘스트가 없는데 뭘 실패했다는 거지?’

하지만 그 메시지에 대한 생각은 더 이어질 수 없었다.

눈 앞에 있던 데빌 드래곤의 입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젠장! 브레스야, 피해!”

데빌 드래곤의 광역 브레스의 발동 징조를 가장 빨리 발견한 이안이 소리치자, 레미르와 솔라르가 동시에 지팡이를 휘둘렀다.

“쉐도우 쉴드!”

“카오스 홀!”

그러자 데빌 드래곤과 맞서고 있던 모든 일행의 주변으로 새하얀 보호막이 생겨났고, 브레스를 뿜으려 준비중이던 데빌 드래곤의 앞에 커다랗고 새까만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크아아오!

그리고 그 순간, 브레스의 차징이 모두 끝난 데빌 드래곤이 입을 쩍 하고 벌렸다.

콰아아아아아-!!

소리만으로도 기가 질릴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쏟아져 나오는 드래곤의 숨결.

그리고 그 숨결은, 장내에 있던 모든 일행을 휘감고 지나갔다.

솔라르가 소환한 카오스 홀이 브레스의 일부를 빨아들여 데미지를 상쇄시켰고, 레미르가 소환한 쉐도우 쉴드가 거기에서 또 한번 데미지를 흡수해 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어마어마한 공격력이었다.

쾅- 콰쾅-!

브레스의 파괴력에 던전 전체가 흔들릴 정도!

[데빌 드래곤의 고유능력 ‘드래곤 브레스’에 격중당했습니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생명력이 464798만큼 감소합니다.]

[‘화상’ 상태에 빠졌습니다.]

[추가로 10초 동안, 매 초 57980만큼의 피해를 입습니다.]

이안은 거의 최대치까지 채워져 있던 생명력이 10% 수준까지 한번에 깎여 내려가는 것을 보고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뭐 데미지가 이래?’

이 데미지로 인해, 소환수들 중 할리와 핀은 동시에 사망에 이르렀으며, 라이는 이안이 자체적으로 역소환시켰다.

라이의 생명력은 원래 20%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안이 브레스를 본 순간 역소환해 버린 것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할리랑 핀도 역소환 거는건데….’

하지만 이미 후회는 늦었고,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이안은 ‘절대방어’ 고유능력으로 인해 유일하게 100%의 생명력을 유지한 빡빡이를 앞으로 내세웠다.

“빡빡아, 귀룡의 포효!”

크아아아오오!!-

빡빡이가 광역 도발기를 시전하자, 데빌 드래곤의 시선이 잠시동안 빡빡이에게 묶였고, 이 순간을 레미르와 이안은 놓치지 않았다.

타탓-!

이안은 빠르게 데빌 드래곤을 향해 내달렸다.

‘마지막 기회야, 이번이 아니면 승산이 없어!’

그리고 이안이 움직이자, 카이자르와 얀쿤, 솔라르도 동시에 데빌 드래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쾅- 콰쾅-!

얀쿤의 대부(大斧)와 카이자르의 대검이 동시에 드래곤의 목덜미를 파고들었고, 그 틈을 타 솔라르와 레미르가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우웅- 우우웅-!

그리고 어느새 드래곤의 날개를 밟고 허공으로 도약한 이안이, 정령왕의 심판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제발, 뒤져라!!”

콰직-!

[전설 마수, ‘데빌 드래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데빌 드래곤의 생명력이 398709만큼 감소합니다.]

이안과 얀쿤, 카이자르의 공격을 전부 약점으로 받아 낸 데빌드래곤이, 고통에 차 포효했다.

캬아아악-!

그리고 그 순간, 레미르와 솔라르의 마법이 드래곤의 복부에 작렬했다.

퍼어엉-!

< (3). 몬스터 웨이브의 시작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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