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47화 (272/1,027)

< (3). 몬스터 웨이브의 시작 -2 >

*          *          *

띠링-

[대마법사 솔라르를 해방시키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태양신의 힘 Ⅱ(히든)(연계)’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하셨습니다.]

[명성이 30만 만큼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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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대마법사 솔라르가 당신을 따르기 시작합니다.]

[특정 조건(명성치 500만 이상, 공작 작위 이상)을 충족하게 되면, 솔라르를 가신으로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레미르는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들을 보며, 뿌듯한 표정이 되었다.

‘됐어…! 이로서 한 고비 넘겼어.’

태양의 보석을 얻기 위해 솔라르를 해방시켜야 하는 이번 퀘스트의 난이도는 정말 극악했다.

트리플S등급의 난이도를 가진 퀘스트 치고 클리어하는 데 걸린 시간은 짧은 편이었지만, 정말 살얼음 판 위를 걷는 것과 같은 위태위태한 순간들을 가까스로 이겨내야만 하는 퀘스트였다.

‘운이 좋기도 했어.’

중간 중간 게임아웃 될 번 한 위기가 있기도 했지만, 운과 실력으로 무사히 클리어하는 데 성공한 레미르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백발의 마법사를 응시했다.

“당신이 솔라르인가요?”

레미르의 물음에, 눈을 감고 있던 솔라르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렇네. 내 이름은 솔라르….”

대답을 한 솔라르는 레미르를 찬찬히 훑어 보았다.

그리고 곧,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런…! 무례를 용서하시오.”

솔라르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숙여 보이자, 레미르는 의아한 표정이 되어 물었다.

“왜 그러시는지요?”

솔라르가 대답했다.

“태양신의 사자를 몰라 뵙고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그제야 솔라르의 반응이 이해가 된 레미르는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레미르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두 사람의 대화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메인 시스템 상에서, 새로운 퀘스트가 발동됨과 동시에 레미르의 캐릭터를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흐음, 이 기분은 항상 느끼지만 뭔가 묘하단 말이지.’

레미르는 대화를 관조하기 시작했다.

“허허… 신의 사자께서 제 앞에 나타나시다니, 또 차원전쟁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겐가 봅니다.”

“그렇습니다, 솔라르. 당신의 힘이 필요하여 이 곳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대략 오분 정도,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주로 차원전쟁이 시작되려 한다는 사실과, 지금까지 레미르가 진행해온 퀘스트에 대한 설명을 솔라르에게 해 주는 내용이었다.

“역시… 파괴마들은 아직까지 그 야욕을 버리지 못했나 봅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제 곧, 차원의 문이 열리겠지요.”

“으음…!”

낮은 신음성을 흘린 솔라르가, 돌연 양 손을 모으며 눈을 감았다.

그러자 그의 손 주변에 새하얀 빛과 함께, 기의 파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눈을 뜬 솔라르가 나직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과연…! 또 다시 ‘소환마석’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소환마석이라면…?”

“차원의 문을 여는 매개체, 그것들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도와주세요, 솔라르.”

“천년 전에는 실패했지만… 이렇게 그들의 야욕을 미리 알게 된 이상, 차원문의 개수를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제가 도울 것이 있을 까요?”

솔라르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다시 눈을 감았다.

그의 주름진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지기 시작했고, 잠시 후, 그의 손을 감싸고 있던 하얀 빛이 허공을 뭉개뭉개 수놓기 시작했다.

“흐아압…!”

위잉-!

적막 속에 울려퍼진 솔라르의 기합성.

그와 함께, 두 사람의 앞에 커다란 포탈이 열렸다.

그리고 통제를 벗어나 있던 레미르의 캐릭터가, 다시 그녀의 통제 안으로 들어왔다.

레미르는 재빨리 솔라르에게 물었다.

“이 포탈은 뭐죠?”

솔라르가 대답했다.

“마계 50구역, 여섯 개의 소환마석이 소환되어 있는 그 곳으로 안내해 줄 포탈입니다.”

솔라르의 말을 들은 레미르는 흠칫 놀랐다.

‘뭐지? 지금 여기가 고작 80구역인데… 한 번에 50구역으로 이동시켜 주는 포탈이라고?’

마계 50구역의 난이도가 어떨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레미르는,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이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까짓 것, 몬스터가 강해져 봐야 얼마나 강해지겠어? 끽 해야 상급 마수 정도나 나오겠지.’

그리고 레벨조차 가늠할 수 없는 ‘솔라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기에, 레미르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바로 이동하도록 하죠.”

그리고 이렇게 되자, 항상 자신보다 한발 앞서 맵을 진행하던 이안의 존재가 생각났다.

‘이 포탈을 타고 들어가면… 이제 확실히 그 녀석 보다는 앞설 수 있겠지?’

그 생각에 조금 기분이 좋아진 레미르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갔고, 솔라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제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태양신의 사자’ 께서는 따라 들어오시길….”

“예, 그러도록 할게요.”

솔라르는 레미르의 대답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포탈 안으로 사라졌고, 레미르도 망설임 없이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          *          *

“흐음, 이렇게 두 군데에 있는 소환마석을 파괴하자는 말이지?”

지도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얘기하는 레카르도에게,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말씀하신 대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에 잠시 전력을 둘러보며 생각하던 레카르도는, 지도 한 쪽을 짚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이쪽에 있는 마석을 파괴할 테니, 자네가 여기로 가게나.”

“예에…?”

레카르도의 말에 이안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같이 움직이는 거 아니었어?’

레카르도는, 차원마석을 지키는 마수가 레벨이 400에 가까운 영웅등급의 마수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게다가 그 주변을 지키는 300레벨대의 상급마수들만도 최소 열 마리는 된다고 들었는데, 이안 혼자 한 구역을 맡으라니 기가 막힌 것이었다.

“뭘 그리 꾸물대고 있는 건가? 시간이 별로 없네만.”

하지만 이번만은, 이안도 쉬이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레카르도님과 같이 움직이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안의 호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렇게 움직인다면, 절대로 두 군데를 막을 수 없을 걸세.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이지.”

그 말에, 이안은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 럼 어쩔 수 없죠….”

*          *          *

[‘암연의 비동’에 입장하셨습니다.]

[‘암연의 비동’ 던전을 최초로 발견하셨습니다.]

[앞으로 7일간, 획득하는 모든 경험치가 2배가 됩니다.]

[명성을 10만 만큼 획득하셨습니다.]

떠오르는 메시지를 본 레미르의 두 주먹이, 절로 불끈 쥐여졌다.

‘아자! 드디어 내가 앞서 가는 건가?’

마계가 열리고부터, 항상 한발 뒤처지는 설움(?)에 자존심이 상했던 레미르.

그녀는 드디어 이안을 앞섰다는 뿌듯함에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향해, 솔라르가 말했다.

“여긴 총 세 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비동입니다, 레미르님.”

“그렇군요. 그럼 소환마석은 지하 3층에 있는 건가요?”

솔라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그 곳까지 내려가 마석을 파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포탈을 열었기 때문에 파괴마들이 눈치 챘을 확률이 높고, 시간을 끈다면 노블레스나 마왕 급의 파괴마가 우리를 저지하기 위해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레미르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왕급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그런데 그 때, 레미르의 맞은 편에 있던 비동의 문에서 굉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극- 그그극-!

그에, 레미르는 당황했고, 솔라르 또한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이 되었다.

“아니…! 설마 벌써 알아채고 나타난 건 아니겠죠?”

레미르의 말에 솔라르는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그…럴 리는 없습니다…! 아무리 그들이 기의 파동을 눈치챘다고 한들 이렇게 빠르게 올 수는…!”

두 사람은 재빨리 마법을 캐스팅 하기 시작했고, 천천히 열리는 비동의 문을 응시했다.

하지만 잠시 후, 둘은 더욱 당황하고 말았다.

특히 레미르의 황당함은 솔라르보다 더욱 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비동의 문을 열고 나타난 남자가 레미르를 향해 고개를 갸웃 하며 입을 열었다.

“음…? 여기에 누군가 벌써 도착할 수가 있는 건가? 심지어 유저…?”

그는 바로 이안이었고, 레미르는 어이없는 표정이 되어 그를 노려봤다.

‘이런 미친! 그건 내가 할 소리거든?’

무려 80구역에서 50구역까지, 고난이도의 마계 지역을 치트키에 가까운 포탈 하나로 이동한 그녀였다.

그런데 상대는 그런 포탈도 없이 자신과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50구역에 당도했으니, 당황스러울 만도 한 것이었다.

레미르가 이안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이안’인가요?”

레미르의 물음에, 조금 놀란 표정이 된 이안이 대답했다.

“제 이름을 알고 있네요? 맞아요, 전 이안입니다. 그쪽은 누구시죠?”

레미르는 무척이나 허탈해졌다.

‘뭐야, 이 놈은 지금 내 이름조차 모르는 거야?’

레미르의 외모는 무척이나 독특했다.

길다랗게 늘어뜨린 적발에, 붉은 색의 로브.

그와 대비되는 새하얀 피부와 화염이 일렁이는 스태프를 든 모습.

그녀는 공식 커뮤니티에서도 무척이나 유명한 랭커였고, 이안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일 수 밖에 없었다.

“후우….”

짧게 한숨을 내쉰 레미르가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전 레미르라고 해요.”

“아하, 그렇군요.”

한편, 레미르의 이름을 들은 이안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음? 레미르라… 왠지 익숙한 이름인데….’

그리고 곧 그 이름을 어디에서 들었었는지,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맞아! 마법사 비공식 랭킹 1위 아이디가 레미르였지!’

레미르가 다시 이안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이안님은 여기에 무슨 일로 오신 거죠?”

그에 잠시 레미르의 정체(?)에 대해 생각 중이던 이안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 저는 퀘스트 때문에요, 소환마석을 파괴해야 하거든요. 레미르님도 비슷한 퀘스트이신 것 같은데….”

그에 레미르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도 소환마석을 파괴하는 퀘스트를 받았어요.”

레미르의 대답을 들은 순간, 이안은 곧바로 그녀에게 파티 신청을 했다.

‘잘 됐다. 그렇지 않아도 안쪽 난이도 진짜 지옥같이 어려울 텐데… 랭킹 1위 마법사라면 그래도 적잖은 도움이 될 거야.’

[마법사 유저 ‘레미르’님에게 파티를 신청합니다.]

하지만 이안과 달리, 던전 안쪽의 난이도에 대해 솔리르로부터 들은 바가 없는 레미르는, 잠시 갈등에 휩싸였다.

‘이 녀석이랑 파티를 하는 게 이득일까?’

그런데 그 때, 그녀의 뒤에 있던 솔라르가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니…! 너, 너는…!”

그에 레미르와 이안의 시선이 자연스레 솔라르를 향했고, 그의 말이 이어졌다.

“카이자르! 카이자르, 네녀석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냐!”

솔라르의 말에, 이안의 뒤쪽에 서 있던 카이자르가 저벅 저벅 걸어 나왔다.

“흐음… 영감, 나를 아는가?”

카이자르의 말에 솔라르는 당황했다.

“녀석…! 말투는 분명히 그대로인게, 카이자르가 맞는데…. 기억을 잊어버린 건가?”

카이자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다. 기억의 조각들을 많이 모았지만, 아직 전부 되찾지는 못했어.”

솔라르가 돌연 레미르의 손을 덥썩 잡더니, 흥분해서 입을 열었다.

“레미르님! 무조건 저들과 함께 해야합니다!”

< (3). 몬스터 웨이브의 시작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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