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43화 (268/1,027)

< (2). 발록의 비밀 -1 >

마계 89관문의 시작지점에 있는 워프 게이트.

그 곳에 도착한 레미르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휘유, 겨우 뚫었잖아?”

그리고 그녀의 옆에 있던 카산드라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얘기했다.

[수고했어, 레미르. 90지역의 관문이 마법사에게 유리한 관문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네 능력이 뛰어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

하지만 레미르는 조금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녀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대꾸했다.

“됐어. 그런 공치사는 사양하도록 하지.”

그녀의 반응에, 카산드라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호홋, 역시 최초 클리어가 아닌 것이 마음에 걸리나보군.]

레미르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89구역마저 최초발견 보상이 안 뜨다니… 이안, 이 녀석은 대체 어디까지 들어간거야?’

그녀가 80구역에 있는 악마의 성 까지 가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히든 메인 퀘스트인, ‘태양신의 힘’을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 이유가 아니었더라도, 그녀는 빠르게 마계 관문들을 뚫기 위해 전력을 다 했을 것이었다.

새로운 컨텐츠가 나왔을 때, 가장 먼저 한계 난이도까지 돌파하는 것이 그녀가 항상 해 왔던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마계 컨텐츠에서, 거의 처음으로 자신보다 앞선 유저가 등장한 것이었다.

‘중부대륙까지만 해도 거의 대부분의 지역을 내가 가장 먼저 뚫었다고 생각했는데… 마계 컨텐츠는 내가 완벽히 졌어.’

레미르는 속으로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심지어 자신을 이긴 상대가 신규클래스이자 성장난이도가 극악인 소환술사 클래스라고 생각하니, 더욱 열불이 뻗쳤다.

“휘유, 어쨌든 뚫었으니 이제 빠르게 80구역까지 가야겠지?”

카산드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악마의 성에 간다고 해도 ‘그 물건’을 바로 찾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마계가 닫히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으니 말이야.]

레미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고 있던 스태프를 치켜들었다.

“좋아, 전부 무시하고 일단 80구역으로 진입하는 걸 최우선으로 해야겠어.”

그리고 그녀가 스태프를 한 차례 휘두르자, 순식간에 서 너 가지의 강화버프가 레미르의 몸을 휘감으며 그녀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휘이잉-

[‘헤이스트’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이동속도가 77.45%만큼 빨라집니다.]

[‘빙하의 방벽’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지속시간(00:05:49)동안, 30만 만큼의 데미지를 흡수하는 쉴드를 생성합니다.]

[‘폭발 마력장’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지속시간(00:29:59)동안 모든 일반공격의 사정거리가 2.5미터 만큼 늘어나며, 공격에 격중 당한 적은 3미터 만큼 피격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밀쳐집니다. (밀쳐진 적은 17%의 확률로 기절 상태에 빠집니다.)]

:

:

무척이나 능숙하게 마법들을 캐스팅한 레미르의 신형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의 목적지는 마계 80구역에 있는 ‘악마의 성’ 이었다.

*          *          *

금방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파괴마들의 공격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동안 지속되었다.

덕분에 이안의 입에는 웬종일 함박웃음이 걸려 있었다.

‘캬…! 이게 대체 왠 떡이냐. 벌써 2레벨이나 올랐잖아?’

처음 파괴마들을 처치하기 시작할 때 199레벨에 96%만큼의 경험치가 차올라있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순수하게 1레벨 이상 오른 것이니 이는 엄청난 성과였다.

‘근래 들어 이렇게 경험치 게이지가 빨리 차는 건 처음인데? 거의 두자릿 수 레벨일 때의 레벨업 속도랑 비슷하잖아?’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여러 가지의 상황이 맞물렸기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맵 최초발견으로 인한 2배 경험치 버프가 있는 데다가, 거기에 히든피스의 발동으로 인해 생긴 2.5배의 추가 버프.

마지막으로, 이런 어마어마한 버프가 걸린 상태에서 마왕 레카르도와 발록, 그리고 그의 직속 정예마족전사들의 활약까지 보태지니,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사냥속도가 나온 것이었다.

‘대충 들어오는 경험치를 계산해 보니… 버프 중첩이 곱연산은 아닌 것 같네. 쩝… 아쉽다.’

이안도 이렇게 두 개 이상의 경험치 버프가 중첩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는지 궁금했었다.

처음 생각했던 것은 2x2.5. 즉 다섯 배의 경험치가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아니었던 것이었다.

+100%+150%로 계산되어, 총 3.5배의 경험치가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뭐, 350%도 충분히 엄청난 경험치 버프니까… 이 정도에서 만족해 주도록 하지.’

어쨌든 그렇게 반나절이 넘는 전투가 계속되었고, 이안은 오랜만에 승차감 최상의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그리고 전투하는 내내, 이안은 발록의 근처에서 그의 전투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나저나… 대체 뭘까? 대체 왜 저 녀석은 레벨에 비해 딜이 저렇게 어마어마하게 강력할 수 있는 거지?’

발록의 레벨은 325.

아무리 전설 등급이라고 하더라도 360레벨인 얀쿤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스텟이 죄다 공격력에 몰려있는 녀석인가? 그렇다기에는 몸빵이나 순발력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이안은 궁금한게 생기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기에,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있다가 퀘스트 진행될 때, 레카르도에게 물어봐야겠어.’

호기심 많은 소환술사 이안은, 레카르도에게 하고 싶은 질문 목록을 꼼꼼하게 머릿속에 정리하고 있었다.

*          *          *

이안의 거부로 인해, 훈이가 진행하던 마계의 길드 히든 퀘스트는 잠정 중단되고 말았다.

게다가 무려 3.5배나 중요한 퀘스트를 진행중이라는 이안의 말 때문에, 훈이는 무척이나 배가 아팠다.

“쳇, 체쳇! 치사한 형놈 같으니라고!”

그의 투정에, 카노엘이 피식 웃으며 한 마디 했다.

“형이 뭐 바쁜 일이 있나보지, 훈아. 너무 섭섭해 할 것 없어.”

카노엘의 말에, 훈이가 인상을 팍 썼다.

“우우… 그 치사한 형 내가 다음부터 도와주나 봐라.”

“네가 이안형을 뭘 도와줬는데?”

“중부대륙에 있었던 시절부터, 내가 이안형 따라다니면서 퀘스트도 얼마나 많이 도와줬는데! 히든 퀘스트도 계속 공유해 주고 말이야! 어!”

하지만 카노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훈아, 솔직해 지자.”

“…!”

“솔직히 이안형보다, 네가 이안형 따라다녀서 얻은 게 더 많잖아. 거기 계속 안 붙어 있었으면, 지금 네가 이렇게 압도적인 흑마법사 1위레벨이 될 수 있었겠어?”

현재 훈이의 레벨은 195정도였다.

랭킹 목록에 등록되어있는 흑마법사 1위의 레벨이 190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정말 압도적인 레벨차이.

190레벨대에서 5레벨이 차이난다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경험치차이였기 때문이었다.

할 말이 없어진 훈이가, 말을 더듬었다.

“그, 그래도오!”

카노엘의 논리적인(?) 말이 이어졌다.

“게다가 너 퀘스트 공유는 어쩔 수 없이 한 거였잖아? 자동공유면서 인심 쓴 척 하기는….”

“히잉….”

어쨌든 억울한 훈이는 힘이 빠져 어깨가 축 늘어진 채로 터덜터덜 걸었다.

그런 그를 보며 카노엘이 위로의 말을 건네었다.

“사실 몬스터 웨이브 열리면, 그 퀘스트 보상도 큰 의미 없어지는 거였잖아.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 덕분에 시간 절약해서 악마의 순혈 퀘스트도 할 수 있었고!”

훈이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음… 그건 그래.”

두 사람은 퀘스트를 포기하고 분노의 도시에 들어가자마자 악마의 순혈부터 획득했고, 반마가 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가까스로 우울함을 이겨낸(?) 훈이가, 카노엘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형. 우리 일단 각자 듀얼 클래스나 전직하고 다시 만나자. 둘다 받아 놓은 퀘스트 있잖아?”

그 말에 카노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그게 좋겠지. 아무래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둘이 같이 다니면서 서로 퀘스트 도와줬다가는, 마계가 닫히기 전에 듀얼클래스 획득이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

어쨌든 앞으로의 진로(?)를 정한 두 사람은, 분노의 도시에서 각자의 직업길드 건물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카노엘과 헤어진 훈이는 흑마법사 직업이 가질 수 있는 듀얼 클래스인 ‘죽음의 마령사’를 얻기 위해 분노의 도시 동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계 닫히기 전에 듀얼 클래스는 어떻게든 얻고 말겠어…!”

그리고 카노엘과 헤어지고 나니, 가라앉았던 이안에 대한 분노(?)가 다시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젠장, 그 얄미운 형놈은 벌써 듀얼클래스 얻고 마계 어딘가에서 날아다니고 있겠지? 마계 오픈 3분만에 입성한 미친 형이니까, 지금쯤 한 80구역까지 가 있을지도 몰라.”

무서울 정도로 예리한 훈이의 직감!

그런데 그 때.

씩씩거리며 걷고 있던 훈이의 옆으로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다가왔다.

*          *          *

띠링-

[‘마족의 태동 Ⅲ (히든)(연계)’퀘스트의 숨겨진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 : SS]

[명성을 20만 만큼 획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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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의 성, 전투현황 -

획득 포인트 : 19784K 점

획득 경험치 : 153751K (x250%)

* 현재까지 처치한 파괴마.

하급 마족 : 358    /     하급 마수   : 399

평마족    : 132    /     중급 마수   : 107

상급 마족 : 12     /     상급 마수   : 25

노블레스  : 0     /     최상급 마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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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올랐습니다. 202레벨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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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피스를 훌륭히 소화해 낸 이안은, 눈 앞에 떠올라 있는 보상 창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캬…! 이런 무지막지한 경험치 숫자는 처음 보네.”

이안의 시선은 결과 창에 떠올라 있는 획득 경험치 부분에 머물러 있었다.

“드디어 이 게임에서도 숫자가 K로 변환되는 걸 보는 건가…?”

일반적으로 K는 천 단위의 숫자를 편리하게 표기하기 위해 사용되는 단위수이다.

kilo(킬로)라고 읽고, 10의 3승을 의미하는 이 단위수는, 보통 게임에서 수치가 너무 커질 때 단위수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표기법인데, 이안이 획득한 경험치가 너무 막대하다보니 K라는 단위가 등장한 것이었다.

“어디 보자… 153751K면, 1억5천 정도 경험치를 먹은 거네. 크으으…!”

수학 점수는 낙제 수준이었지만, 이런 부분에 있어서 머리 돌아가는 속도만큼은 수준급인 이안.

그런데 이안이 획득한 보상을 보며 기뻐하던 그 때, 생각지 못했던 시스템 메시지들이 추가로 이안의 눈 앞에 떠올랐다.

띠링-!

[‘이안’님께서 ‘마족의 태동 Ⅲ (히든)(연계)’퀘스트의 숨겨진 임무 완수로 얻은 퀘스트 포인트는 총 19784K입니다.]

[포인트는, ‘특수능력’, 혹은 ‘아이템’으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포인트는 ‘마기’, ‘마기발동률’, ‘항마력’ 등의 능력치로 교환할 수 있으며, 교환 비율은 능력치마다 다르게 적용됩니다.]

[포인트는 ‘마정석 상자’, ‘마계 무기상자’, ‘마계 방어구상자’, ‘마계 장신구 상자’ 등으로 교환할 수 있으며, 아이템별로 소모되는 포인트가 다르게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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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벙찐 표정이 되어 메시지들을 차분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 (2). 발록의 비밀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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