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40화 (265/1,027)

< (1). 악마의 성과 레카르도 -1 (11권 시작) >

이안은 오랜만에 훈이로부터 온 메시지를 보며 피식 웃었다.

‘요 놈은 또 왠일이지?’

이안은 곧바로 대답 메시지를 보냈다.

[이안 : 왜, 또 무슨 일이냐. 너 답지 않게 ‘혀엉’은 또 뭐고?]

훈이의 메시지는 칼같이 바로 돌아왔다.

[간지훈이 : 형 내가 보낸 퀘스트 공유 메시지 못 봤어?]

“으음…?”

이안은 메시지에 대답하기 전, 퀘스트 창을 한번 열어 보았다.

그리고 훈이로부터 날아온 퀘스트 공유 메시지가 퀘스트 창 아래쪽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요놈봐라?’

퀘스트 내용을 읽어보니, 무려 히든 퀘스트인데다가 마계에 이제 것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었던 길드 퀘스트!

눈치 백단인 이안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다.

이안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대답 메시지를 보냈다.

[이안 : 네가 보낸 공유 메시지…?]

[간지훈이 : 응, 내가 퀘스트 하나 형한테 공유했는데! 무려 히든퀘스트인데다가 길드 퀘스트라고!]

[이안 : 네가 보낸 게 아니라 ‘보내진’ 거겠지.]

[간지훈이 : 으응…?]

[이안 : 짜식이 말야, 그런 퀘스트가 있어서 공유됐으면, 게다가 형이 못 보고 있는 것 같으면 제깍제깍 메시지 보내서 알려 줬어야지. 혼자 퀘스트하려고 모르는 척 숨기고 있냐? 치사하게!]

잠시간의 정적.

그리고 곧, 훈이의 대답이 돌아왔다.

[간지훈이 : 아, 형… 그런 게 아니라….]

이안의 입에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이안 : 그런데, 그렇게 숨기고 있었으면서 왜 이제와서 날 찾아?]

[간지훈이 : 에이, 숨긴 거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동안 파티 모으느라 좀 시간이 걸린거였어.]

훈이는 그럴싸한 핑계를 댔지만, 그걸 이안이 믿어줄 리가 없었다.

[이안 : 왜? 퀘스트가 너무 어려워서 한 너댓번 쯤 실패한 거 아니야 벌써?]

[간지훈이 : ….]

그리고 예리하다못해 가슴을 후벼파는 이안의 통찰력에, 훈이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간지훈이 : 후… 그래, 형. 우리 좀 도와줘. 지금 형만 있으면 바로 퀘스트 클리어할 수 있단 말이야. 퀘스트 정보 읽어봤으면 알겠지만, 형 입장에서도 엄청 좋을 수 밖에 없는 퀘스트라고.]

훈이의 설득(?)에, 이안의 뒤끝이 작렬했다.

[이안 : 물론 그렇겠지. 그러니까 네 녀석이 그렇게 숨겼겠지.]

[간지훈이 : 아, 혀엉…. 그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퀘스트 하러 가자, 응? 지금 뭐하고 있어? 바빠?]

이안은 훈이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중에도, 공유받은 퀘스트의 정보를 꼼꼼히 읽고 있었다.

‘확실히 좋은 퀘스트긴 하네. 특히 분노의 도시에 로터스 길드를 길드등록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엄청난 메리트야.’

그리고 이안의 퀘스트에 대한 판단이 마무리되었다.

이안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안 : ㅇㅇ]

[간지훈이 : 으응…?]

[이안 : 뭘 으응이야, 형 바쁘다고 인마.]

[간지훈이 : 아 왜! 뭐 하는데?! 어차피 형 그냥 마계에서 왠종일 사냥만 하고 있는 거 다 안다고!]

[이안 : 네가 준 퀘스트보다 한 3.5배 정도 중요한 퀘스트 하는 중이라 바쁘시다. 다른 사람 잘 구해봐. 소환술사가 필요한 거라면, 노엘이 있잖아? 걔 데리고 가.]

[간지훈이 : …너무해 형.]

[이안 : 니가 더 너무해.]

훈이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해 버린 이안은, 콧노래를 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마, 훈이 녀석이 어제만 메시지를 보냈었어도 수락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지.’

이안이 훈이의 제안을 수락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어차피 마계 몬스터 웨이브가 열리는 순간, 한동안 마계에 들어오지 못한다던데… 그 퀘스트를 내가 지금 클리어 해서 어디다 써먹어?’

바로 방금 전까지 고대 차원전쟁의 세계관을 구경(?)하면서 알게 된 정보가 이안의 선택에 큰 도움을 주었던 것이었다.

‘몬스터 웨이브 열리면 마계에 언제 다시 들어올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정말 최고로 쓸 데 없는 퀘스트였어.’

분노의 도시에 정식길드로 등록되는 것의 가장 큰 메리트는, 길드원들이 분노의 도시에 있는 포탈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마계 안에서의 사냥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었고, 길드가 마계에 정착하는데 훌륭한 발판이 되어 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은 마계컨텐츠가 열린 초기인데다, 어지간한 상위권 유저조차 마계 사냥에 엄두도 못내는 지금 시점이기에 큰 메리트인 것이지, 나중에 마계 몬스터 웨이브까지 끝나고 나면 정말 쓸모 없는 보상이 될 게 뻔했다.

몸이 찌뿌둥했는지, 이안은 기지개를 크게 켰다.

“으아앗! 자, 그럼 나는 이제 악마의 성으로 한번 가 볼까?”

이안의 말에, 옆에서 가만히 둥둥 떠 있던 카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주인아, 이 기록서 감정해줄 탐험가 찾으러 가는 거 아니었냐?”

이안이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그건 조금 나중에. 일단 삼일 안으로 악마의 성에 가는 게 먼저니까.”

“그럼 그 뒤에 찾는 거냐?”

“흐음….”

잠시 생각하던 이안이 천천히 대답했다.

“아니, 일단 마계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되기 전까지, 마계에서 한 발짝도 안 나갈 거야. 여기 컨텐츠 최대한 깊숙하게 뚫어서 최대한 이득을 많이 봐 놔야 하니까.”

카카가 칭얼댔다.

“히잉, 주인아. 나는 어비스 드래곤을 빨리 보고싶다. 뿍뿍이가 얼마나 멋진 드래곤이 될지 궁금하다.”

옆에서 미트볼을 먹고 있던 뿍뿍이가, 자신의 얘기가 나오는 것을 들었는지 쪼르르 기어왔다.

“뿍! 그렇뿍. 나는 멋진 드래곤이 될 거다뿍!”

이안이 뿍뿍이와 카카를 번갈아 응시하며 피식 웃었다.

“어차피 지금 당장 여의주 있어봐야, 얘 진화 못 시키잖아? 얘가 일단 자력으로 귀룡인지 뭔지가 되어야, 그 다음에 여의주가 필요한 거잖아.”

카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거야 그렇다, 주인아.”

이안이 뿍뿍이를 향해 한번 더 물었다.

“맞지, 뿍뿍?”

“뿌뿍, 그런 것 같뿍!”

어찌 되었든, 앞으로의 계획을 대략적으로 잡은 이안이,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빨리 움직이자, 시간이 없어. 삼일 내로 악마의 성에 들어가려면 시간이 빠듯해.”

이안의 말이 끝나자마자, 구석에서 쉬고 있던 얀쿤이 벌떡 일어나 그의 뒤에 따라붙었고, 다른 일행들도 얼른 둘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이틀 뒤.

퀘스트 제한 시간을 하루 남겨둔 채, 이안의 일행은 드디어 마계 80구역에 있는 악마의 성에 입성할 수 있었다.

*          *          *

“예? 그가 거절했다고요?”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의 세일론.

그리고 그의 뒤쪽에 있던 샤크란 또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허어, 퀘스트 공유가 날아갔으면 분명 보상 내용도 전부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거절했다…?”

훈이가 한숨을 푹 쉬며 대답했다.

“네, 한 치 망설임도 없이 거절하던데요?”

세일론이 훈이에게 물었다.

“대체 왜 거절한데요?”

“바쁘다고….”

“뭐한다고 바쁘길래…?”

“이안 형 말로는, 이 퀘스트보다 3.5배쯤 중요한 퀘스트를 진행중이라고 방해하지 말라던데요.”

샤크란은 당황한 나머지 말을 잃었고,

“….”

세일론은 어이없다는 듯 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뭐 얼마나 중요한 퀘스트길래…. 그리고 3.5배는 뭐야? 두 배도 아니고 세 배도 아니고.”

그들과 함께 퀘스트를 진행하던 파티원 하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혹시 이 퀘스트의 난이도가 엄청나게 어려울 것임을 짐작하고 아예 손도 대지 않으려는 것은 아닐까요?”

세일론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흐음….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보상이 크긴 해도 리스크도 만만치 않은 퀘스트이긴 하니까.”

하지만 훈이는 두 사람의 대화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었다.

‘아니야. 난이도가 어려워 보인다고 해서 이런 히든 퀘스트를 그대로 패스해 버릴 형이 절대로 아니야.’

지금까지 훈이가 보아왔던 바로, 그것은 이안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오히려 퀘스트가 어려워보일수록, 더욱 의지를 불태우곤 했던 이안이었으니까.

‘그럼 대체 뭘까? 진짜 엄청난 퀘스트라도 진행하고 있는 거 아닐까?’

아마 일행 중 누구 한명이라도 영상을 시청했다면, 이안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퀘스트의 클리어에 모든 관심사가 쏠려 있던 그들이 영상을 확인했을 리가 없었던 것이었다.

‘으음… 이 퀘스트보다 3.5배만큼 중요한 퀘스트가 대체 뭘까? 3.5라는 숫자에도 무슨 의미가 있지 않을까? 원래 막 아무데나 수치 매겨서 분류하기 좋아하는 형이니까….’

훈이는 머릿속이 점점 미궁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제길, 뭐 어떻게든 되겠지.’

*          *          *

[마계 80구역에 최초로 입장하셨습니다.]

[명성을 10만 만큼 획득합니다.]

[앞으로 일주일 간, 마계 80구역에서 획득하는 모든 마계 관련 스텟들이 1.5배만큼 증가합니다.]

[앞으로 일주일 간, 경험치 획득량이 2배로 증가하며, 아이템 드랍율도 2배로 상향조정됩니다.]

80구역에 진입하자마자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보며, 이안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으으, 아까워, 아까워, 아까워!’

이안은 지금 카일란 한국서버의 그 누구보다 마계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는 유저였다.

그러다 보니 마계라는 맵 구조의 특성상, 모든 맵의 최초발견 타이틀을 얻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중부대륙을 예로 들면, 맵 자체가 넓고 넓은 하나의 오픈맵이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중부대륙에 도착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모든 지역의 최초발견자가 될 수는 없다.

나아갈 수 있는 방향과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계의 경우에는, 맵의 구조가 수직적인 구조였고 그 루트가 한정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안이 마계 모든 구역의 최초발견 타이틀을 전부 얻어버린 것이다.

‘으, 진짜 이거 퀘스트 제한시간만 아니었어도, 맵마다 최초발견 버프 빠질 때 까지 전부 탈탈 털어먹었을 텐데….’

이안은 투덜거리며 얀쿤의 뒤를 따랐다.

상급마족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마족인 얀쿤은, 당연히, 악마의 성에 와 본적이 많았던 것이다.

“얀쿤, 이제 얼마나 더 가면 돼?”

이안의 물음에 얀쿤이 묵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한 십분 정도만 더 이동하면 될 것 같군.”

이안은 그래도 이동하는 길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을 외면하지는 않았다.

80구역쯤 되자 필드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마수들이 중급마수들이었고, 그들은 경험치가 무척이나 짭짤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조금 상대하기 버거웠던 것 같은데… 확실히 이제는 적응이 다 됐어.’

이안은 정령왕의 심판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침착하게 마수들을 처치했다.

그리고 얀쿤의 말처럼 십분 정도를 더 움직이자, 거대한 바위산 위쪽에 지어진 웅장한 성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저기야, 얀쿤?”

성채를 발견한 이안이 얀쿤을 향해 물었고, 얀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그렇다, 주군.”

이안의 얼굴이 한층 밝아졌다.

“좋아! 그렇다면 곧바로 들어가자고!”

말을 마친 이안이 발걸음을 다시 옮기려는데, 그의 앞을 얀쿤의 손이 막아섰다.

“잠깐.”

“왜 그래 얀쿤?”

이안의 물음에, 얀쿤이 한쪽 손을 들어 성채 한쪽을 가리켰다.

“뭔가 이상하다, 주군. 아무래도 악마의 성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

“으음…?”

그리고 어리둥절한 표정이 된 이안의 눈 앞에, 돌연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띠링-

[특정 조건의 발동으로, ‘마족의 태동 Ⅲ (히든)(연계)’퀘스트의 히든피스가 발동됩니다.]

[‘악마의 성’이 파괴마들로부터 공격받고 있습니다.]

[마왕 ‘레카르도’를 만나기 위해서는, 악마의 성을 공격하는 파괴마들을 처치해야만 합니다.]

[파괴마들을 많이 처치할수록 마왕 ‘레카르도’의 친밀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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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의 성, 전투현황 -

획득 포인트 : 0점

획득 경험치 : 0 (x250%)

* 현재까지 처치한 파괴마.

하급 마족 : 0     /     하급 마수   : 0

평마족    : 0     /     중급 마수   : 0

상급 마족 : 0     /     상급 마수   : 0

노블레스  : 0     /     최상급 마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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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악마의 성과 레카르도 -1 (11권 시작)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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