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37화 (262/1,027)

< (7). 폭풍전야 -3 >

*          *          *

언제나 하드코어한 사냥을 추구하던 이안의 파티.

항상 10분 내외였던 휴식시간이 길어지자, 느긋하게 앉아있던 카카는 의아해졌다.

“야, 뿍뿍아.”

“왜 부르냐뿍.”

“우리 너무 오래 쉰 거 아니냐?”

“그렇긴 하다뿍. 벌써 15분이나 지난 것 같뿍.”

카카가 구석에 앉아 조용히 명상(?)을 취하고 있는 이안을 슬쩍 응시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주인놈이 좀 이상하다.”

“뭐가 이상하냐뿍.”

“저기 앉아서 미동조차 않고 가만히 있잖아. 사실 휴식시간을 5분이나 넘긴 것 부터가 이미 주인놈이 정상은 아니라는 소리야.”

뿍뿍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맞뿍. 듣고보니 이상하다뿍.”

카카는 머리를 긁적이며 땅을 힘껏 박차고 뛰어 올랐다.

(사실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기 보다는, 뛰는 시늉을 했더니 몸이 둥둥 떠 있었다.)

“뭔가 불안하니까… 주인을… 한번 깨워볼까?”

“…!”

쉬는 시간이 5분 길어졌다고 이안의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의심하는 뿍뿍이와 카카!

일반적인 유저의 소환수였다면 아무런 의심 없이 휴식을 즐겼겠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이미, 이안의 사냥패턴에 길들여져 있었다.

“그럼… 내가 한번 가서 깨워본다?”

뿍뿍이의 동공이 가늘게 떨렸다.

“뿍… 정말 깨울꺼냐뿍…?”

“으음….”

“빡빡이와 카르세우스가 카카를 미워할거다뿍.”

이안이 깨어난다는 말은, 사냥이 다시 시작된다는 말과 다를 바 없었으니, 하는 말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주인 놈이 어디 아픈 거면 어떻게 해.”

뿍뿍이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휴우, 어쩔 수 없뿍. 그럼 한번 깨워봐라뿍.”

뿍뿍이의 허락(?)에 조금 더 힘을 얻은 카카는, 뭉실뭉실한 작은 꼬리를 흔들거리며 이안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이안의 눈 앞에 떠올라 알짱거리기 시작했다.

“주인 놈아, 자는 거냐?”

하지만 이안은 묵묵부답일 뿐.

“어디 아픈 거 아니지? 대답만 해주고 다시 다면 된다. 완전히 일어날 필요는 없어.”

카카의 제안을 아예 듣지도 못했는지, 이안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 굳은 자세로 가만히 명상(?)을 하고 있었고, 그에 이상함을 느낀 카카가 이안의 감겨있는 두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으음… 뭐지…?’

카카가 이안의 눈 앞까지 천천히 더 가까워졌다.

그런데 그 때.

돌연 카카의 몸이 새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건…!’

그리고 자신의 몸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발견한 카카는, 곧 어떤 현상인지를 알 수 있었다.

“이건… 일시적인 각성인가…?!”

그리고 잠시 후, 카카가 다시 이안을 보자, 이안의 몸 주위로 칠흑같이 새카만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사실 카카만이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분명히 이건… 몽마의 능력이야…! 내가 이 능력을 정말 발현할 수 있게 될 줄이야!’

그리고 카카와 이안의 시야에, 동시에 한 줄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고유능력인 ‘욕심많은 몽마(夢魔)’ 가 한 단계 각성됩니다.]

[이제부터 ‘카카’는, 낮은 확률로 타인의 꿈에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카카는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이안의 주변에 피어오르는 칠흑같은 흑무(黑霧)를 향해 빨려들어갔다.

이어서 한 줄의 메시지가 추가로 떠올랐다.

[‘카카’가 유저 ‘이안’의 꿈으로 들어갑니다.]

카카의 눈 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          *          *

카카의 고유능력인 ‘욕심많은 몽마(夢魔)’능력은, 꿈 안에서 원하는 하나의 물건을 가지고 나올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그 누구보다 카카가 가장 잘 자각하고 있었다.

‘꿈이다. 이건 분명 주인놈의 꿈이야.’

카카는 ‘꿈’ 속에서, 드넓은 대지 위의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수많은 병사들과 기사들, 그리고 전투용병과 마법사들이 거대한 대군을 이루고 있었다.

‘뭐지? 주인 놈이 전쟁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카카는 지금 자신이, 몽마의 능력을 이용해 이안의 꿈 속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정확히 말하면 지금 카카가 들어와 있는 세계는 이안의 꿈이 아니었다.

카카가 들어와 있는 곳은 바로, 이안의 정신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마계전쟁기록서’의 세계관.

월드 메시지와 함께 모든 유저들과 공유된 천 년 전의 세계관 속으로, 카카도 얼떨결에 빨려 들어간 것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그런 것을 알 리 없었던 카카는, 꿈속의 상황을 열심히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 안에서 가장 값진 물건을 가지고 나가야 해…!’

이안이 꿈에서 깨어나 버린다면, 카카 또한 강제로 이 세계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 버릴 것이었다.

그 전에 최대한 값비싸고 희귀한, 그러면서도 자신의 마음에 꼭 드는 그런 물건을 찾아야만 했다.

‘으… 하필 꿈을 꿔도 이런 꿈을 꾸는 거야, 이 주인 놈은…! 싸움 못해서 한 맺힌 귀신처럼 그렇게 쉬지않고 전투를 해 대더니….’

카카는 주인의 얼굴을 떠올리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최대한 값비싸고 희귀한 물건을 가지고 나가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이런 전쟁과 같은 환경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전쟁 통 에서 대체 어떤 귀한 물건을 찾아서 가지고 나간다는 말인가?

‘그래도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있을지 몰라.’

카카는 열심히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다.

날개를 빨리 움직인다고 해서 그의 비행(?) 속도가 빨라지는지는 미지수 였지만, 그래도 마음이 급할 때면 카카의 날개는 항상 빠르게 움직였다.

‘그나저나 내 기억으로 몽마의 능력은… 꿈 속의 세계임을 자각하지 못 할 때만 발휘된다고 했었는데…. 다른 이의 꿈에 들어갈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건가?’

몽마는 원래 꿈 속에서 물건을 들고 나올 때, 그것이 꿈 속 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일반적인 대부분의 이들이 꿈을 꿀 때 그 상황이 꿈인지 알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사실 능력이 발휘된다고 하여도, 몽마가 매번 값비싼 물건을 들고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능력이 발휘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가끔, 꿈 속임을 자각했음에도 꿈에서 깨어나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것을 ‘자각몽’이라고 한다고 했다.

‘자, 값비싼 물건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마법사의 아티펙트나 고대의 무기라도 찾아서 가지고 나가야겠어.’

카카는 마음을 굳게 먹고는 천천히 지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꿈 속임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진지하고 살벌했다.

‘그나저나 이게 무슨 전쟁일까? 내가 삼천년을 넘게 살면서도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전쟁은 몇 번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말이지.’

그렇게 카카가 인간들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뭐 괜찮은 물건이 없나 살피고 있을 때.

갑자기 부대의 전방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함성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와아 - 와아아 - !

그에 궁금증이 생긴 카카는 다시 허공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그리고 다음 순간, 놀라운 광경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야…? 이거 … 마계전쟁이었던 거야?’

카카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허공이 찢어지며 거대한 포탈이 열리고, 그 안에서 마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장면.

바로 천년 전, 직접 경험한 적 있던 그 대전쟁의 서막이 열리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놀란 나머지 육성으로 중얼거린 카카는 흠칫 놀랐다.

마족과의 전쟁 중인 인간들이, 거무튀튀한 연기 같이 요상한 외모를 가진 자신을 발견한다면, 어떤 해코지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아마 밑도 끝도 없이 검부터 내리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카카는 곧 안심할 수 있었다.

이 세계 안에 들어와 있는 인간들은 아무도 카카를 인지할 수 없는 듯 했다.

“으음….”

그리고 상황은 대략 인지한 카카는, 머리를 열심히 굴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 전장 속에서… 내가 가지고 나갈 수 있는 가장 값진 물건이 대체 뭘까?’

카카는 고대의 기억을 끄집어 내기 위해 안간 힘을 쓰기 시작했다.

이미 경험했던 역사 속의 상황이고, 그렇다면 카카에게 무척이나 유리한 상황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었지만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시간’이라는 변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꿈(?)을 꾸는 이안이 언제 깨어날지 모른다는 것이, 카카가 안절부절 못 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주인아, 기다려라, 내가 쓸모없지 않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보여주도록 할 테니까!’

두 눈이 휘둥그래진 이안의 표정을 상상하며, 카카는 실실 웃기 시작했다.

*          *          *

랭킹1위 탐험가인 릴슨은, 공식 커뮤니티에서도 제법 유명한 유저였다.

그는 자신이 탐험으로 얻은 정보들과 특별한 스토리들을 다른 유저들과 나누는 것을 좋아했고, 그렇기 때문에 자연히 그의 게시물들은 화제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비록 사냥에서는 따돌림 받는 불쌍한 신세의 탐험가였지만, 커뮤니티에서만큼은 인기가 제법 좋은 릴슨.

그의 아이디는 공식 커뮤니티에 개인 채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네임드였고, 덕분에 릴슨이 이번에 오픈한 새로운 유적에 관한 퀘스트도 그 채널을 통해 연동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마계전쟁기록서’와, 그 안에 담긴 한 편의 영화같은 박진감 넘치는 영상은, 순식간에 조횟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백 명도 채 안 되는 릴슨의 구독자들만 보던 영상이, 채 10분도 되기 전에 조횟수가 수십만에 이른 것이었다.

[님들, 이거 무슨 영상인가요? 마계 관련 스토리라도 새로 뜬 거에요?]

[그러게, 이게 뭔데 다들 이렇게 난리죠? 지난번 히든 클래스 관련 영상들처럼 뭔가 패치노트랑 관련이 있는 영상인가…?]

[아, 아뇨. 그런 건 아닌데, 마계랑 관련이 있기는 한가 봐요. 특히 몇 주 뒤에 오픈될 마계 몬스터 웨이브에 대한 영상인 것 같은데….]

[윗분 말씀이 거의 맞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천년 전에 있었던 마계와 인간계의 차원전쟁에 관한 스토리라고 하네요.]

[오오…! 님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그야, 저는 이 영상 처음부터 봤으니까요.]

유저들은 시끌벅적 채팅을 해 대며, 흥미진진하게 마계전쟁기록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마계에 이미 발을 들여 놓은 상위 랭커들과, 아직 하급 마수의 그림자조차 구경하지 못한 중,하위권의 유저들을 막론하고, 모든 유저들은 영상에 떠오르는 내용들이 흥미진진할 수 밖에 없었다.

차원전쟁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지금껏 알려진 적 없었던 5대 신룡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사실감 넘치는 영상으로 방영되고 있으니 그것은 사실 당연한 것이었다.

[와, 저 그린 드래곤 진짜 간지나네요. 완전 내 스타일이야.]

[에이, 난 그린드래곤 보다는 처음에 나왔던 레드드래곤이 진짜 멋지게 생겼던데.]

[어허 님들, 그린드래곤 래드드래곤이 아니고, 대지의 드래곤 태양의 드래곤입니다.]

[거 참, 그게 그거 아닙니까. 까탈스러우시긴….]

[크으… 그나저나 저런 드래곤 하나 테이밍해서 부리면 진짜 소환술사 할 맛 날 텐데요….]

[님, 소환술사이심?]

[네, 왜요?]

[아뇨… 그냥, 뭐랄까…. 꿈 깨시라고요.]

[….]

그렇게 채팅창을 통해 실없는 얘기들을 하며 영상을 시청하던 도중.

갑자기 누군가가 뜬금없는 말을 한 마디 던졌다.

[헐, 잠깐만요, 님들! 나 저기 저 남자! 누군지 알아요!]

[음? 뭐임 저 사람은. 드래곤 테이밍 하고 싶다고 할 때 부터 계속 영양가 없는 소리만 하네.]

[아니, 이거 진짜라고요! 나 저기 저 백발에 대검 메고 있는 검사 안다니까?]

한 유저의 뜬금없는 한 마디에, 유저들은 다시 한번 영상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채널의 영상에는, 두 남자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흑발의 미남자인 전쟁의 신 ‘마레스’와, 백발을 길게 늘어뜨리고 등에는 거대한 대검을 멘 한 남자.

[카이자르! 그래, 카이자르였어!]

[아니, 님. 님이 저 사람을 어떻게 알아요? 천년 전의 인물이라는데.]

[아니에요, 나 확실히 기억났어. 저 남자 이안님의 가신이었던 카이자르야.]

[엥? 이안님이라면… 그 소환술사 비공식 랭킹 1위 이안님 말하는 거예요?]

[예. 제가 이안님 팬이거든요. 그래서 이안님 가신들이랑 소환수들 중에 유명한 녀석들 이름은 다 외우고 있어요.]

[헐, 그러고 보니 진짜 맞는 것 같아요! 이안님 가신 중에 카이자르라고 엄청 유명한 놈 하나 있는데… 진짜 생긴 것도 똑같이 생겼어!]

그렇게 누군가의 뜬금없는 한 마디로 시작된 소란은, 순식간에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거대한 게임 내 메인 스토리의 npc가 일개 유저의 가신이라는 사실은 충분한 이슈거리였던 것이다.

[와… 진짜 대박! 뭐지? 대체 어떻게 하면 저런 엄청난 가신을 얻을 수 있는 거지?]

[그거야 모르죠! 이안갓! 역시 npc도 테이밍한다던 소문이 진짜였어!]

[크으…! 진짜 대박이다. 카이자르? 저 npc진짜 멋지네. 겁나 쎌 것 같아.]

하지만 이런 작은(?)소란과는 별개로, 영상 속의 스토리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거의 한 시간이 넘는 영상 속의 스토리가 전부 마무리 되었을 때, 대부분의 유저들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          *          *

< (7). 폭풍전야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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