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34화 (259/1,027)

< (6). 뿍뿍이와 카카 -3 >

*          *          *

[마왕 레카르도의 봉인이 해제되었습니다.]

[암연(暗淵)에 봉인되어있던 마룡 칼리파가 깊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곧 마계의 침공이 시작됩니다.(침공까지 남은 시간 : 29일 / 23 : 59 : 59)]

[마계의 침공이 시작되면, 중부대륙과 북부대륙에 각각 세 개 씩의 마계포탈이 생성되며, 포탈을 통해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마계의 몬스터들은 강력합니다. 그들을 막아내기 위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라한이 암연의 봉인을 해제한 직후.

당시 카일란을 플레이중이던 모든 유저의 시야에 위와 같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메시지가 떠오른 시각은 새벽이었고, 덕분에 많은 유저들이 직접 그 메시지를 보지는 못했지만, 이 메시지는 금방 이슈화될 수 밖에 없었다.

새벽에 플레이 중이던 유저들이 곧바로 스샷과 함께 커뮤니티에 올렸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 메시지에 담긴 내용들은 결코 가볍지 않았기 때문에, 유저들의 사이에서 몬스터 웨이브에 대한 이야기들은 일파만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몬스터 웨이브에 대한 유저들의 입장은 가지각색이었다.

“마계의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된다고?”

“그렇다니까? 30일 후에 중부대륙이랑 북부대륙에 각각 3개씩 포탈이 열린다고 하더라고.”

“으… 그거 위험한 거 아닐까? 마계 몬스터들 레벨이 가장 하급 몬스터도 150레벨은 넘는다고 들었는데…!”

“중부대륙이야 레벨대가 큰 차이가 안 나서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북부대륙에서 사냥하는 유저들은 피해를 좀 보겠어.”

“그러니까 말이야. 북부대륙에서 사냥중인 유저들은 100레벨도 채 되지 않은 초보들이 대부분일 텐데 말이지….”

이렇게 몬스터 웨이브에 대해 걱정하는 유저들이 있는 반면,

“이야! 그럼 앞으로는 마계 진입 퀘스트를 얻지 못해도, 마계 몬스터들을 사냥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 아니야?!”

“그렇다니까? 중부대륙 사냥터가 마음에 들어서 마계로 올라가기는 좀 귀찮았는데… 정말 잘 된 것 같아!”

“크으, 30일 뒤라고 했지? 그 전에 150레벨은 넘겨 놔야겠어. 그래야 몬스터 웨이브 시작되면 꿀 좀 빨지.”

“후후, 난 이미 150레벨은 넘었지만… 그래도 레벨 좀 더 올려놔야지. 200레벨이 넘는 몬스터들도 많다니까 지금 전투력으로는 아직 많이 위험해.”

“어쨌든…! 미리 파티를 좀 꾸려놔야겠어. 마물들 사냥해서 나도 얼른 무기들 강화하고 싶네.”

오히려 마계에 진입하지 않고도 마계 컨텐츠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하는 유저들도 있었다.

하지만 유저들의 입장이 어느 쪽이건 간에, 마계 몬스터 웨이브에 대해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각 길드별로 몬스터 웨이브에 대한 대책 회의가 진행되기 시작했고, 길드 영지를 가진 길드일수록 회의는 더욱 심각하게 진행되었다.

로터스 길드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30일 후에 마계 몬스터들이 소환될 포탈이 열린다는 얘기지?”

클로반의 말에, 카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다니까. 어떤 몬스터들이 소환될지는 모르지만, 최하급 마물들만으로도 어지간한 중부대륙 필드몬스터보단 강력하다고.”

이번에는 피올란이 입을 열었다.

“사실 파이로 영지는 큰 걱정이 안 되는데, 북부대륙에 있는 영지들이 걱정이에요. 거기는 마물들이 공격하면 막아낼 힘이 없지 않을까요?”

북부대륙 올리버스 영지의 영주인 클로반이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아, 로터스 영지는 그나마 나은데, 우리 올리버스 영지의 경우에는 방어시설이 거의 없거든. 주변에 위협되는 타 길드 영지가 아예 없으니까.”

“흐으음….”

카윈이 투덜거렸다.

“그나저나 이안형은, 마계에 꿀이라도 발라 놨나… 요즘 거기서 아예 나오지를 않네요. 피올란님은 최근에 이안형이랑 연락한 적 있어요?”

피올란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도 이안님 본지 꽤 오래 됐네요.”

클로반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흐음… 이안이 만큼 마계에 대해 잘 아는 사람도 드물 텐데 말이지.”

“아무래도 마계 최초진입 유저니까 당연히 그렇겠죠?”

구석에서 조용히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하린이 끼어들었다.

“이안이도 몬스터 웨이브에 대한 소식은 아마 알거예요. 사냥이랑 퀘스트에 빠져있는 것 같다가도, 접속 종료할 때면 커뮤니티 게시판은 꼬박꼬박 들어가서 확인하거든요.”

헤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맞아. 그게 이안이 습관이지.”

하린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지난번에 보니까 마계 몬스터 정보 같은 걸 엑셀에다가 빼곡하게 정리해놨던데… 피올란님이 한번 귓말로 그거 좀 달라고 해 보세요.”

“….”

하린의 말에 모두가 질렸다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카윈이 먼저 입을 떼었다.

“역시… 사람은 변하질 않는다더니…. 소환수 레벨업할 때 마다 스텟 일일이 적어놓고 비교할 때부터 알아봤어.”

피올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덕분에 우리는 도움 많이 받잖아요?”

피올란의 말에 모두가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누가 뭐래도 지금의 로터스 길드가 만들어진 데에는, 이안의 공이 가장 컸으니까.

“자, 그럼 우리는 일단 북부대륙에 효율적으로 방어병력을 조달할 계획부터 세우죠. 전투를 어떻게 할 지는 이안님으로부터 마계정보를 조달받은 뒤에 생각하면 될 일 인 것 같네요.”

*          *          *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이안의 물음에 카카가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둥글둥글한 귀여운 외모에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이니 약간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런 카카의 모습이 웃기거나 하지 않았다.

이안에게 뿍뿍이의 숨겨진 비밀(?)은 무척이나 중요한 사안이었으니까.

“주인아, 일곱 신룡의 전설이라는 게, 천년 전 마계의 침공을 막아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신룡들에 관한 이야기인 건 알고 있지?”

이안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이전에 카이자르에게도 들어서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으니까.

“알고 있다. 카이자르가 바로 그 현장에 있었던 인간용사 였으니까.”

이안의 말에 카이자르를 한번 힐끔 본 카카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혹시 태초에 존재했다는 다섯 신룡에 관한 이야기는 알고 있어?”

이안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다섯… 신룡?”

카카가 머리를 아래위로 흔들며 말을 이었다.

“응, 다섯 신룡.”

이안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는 것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안이 생각에 잠긴 동안, 카이자르의 입이 불쑥 먼저 열렸다.

“알고 있다, 꼬마야. 그래서 나는 그게 항상 궁금했지. 내가 알기로 태초에 존재했던 신룡은 다섯인데, 어떻게 마계의 침공을 막은 신룡은 일곱 신룡이었는지 말이야.”

카이자르의 말에 이안은 생각을 멈추고 다시 카카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다른 소환수들과 가신들도 흥미로운 표정으로 카카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야 간단해. 일곱 신룡 중, 드래곤은 다섯 뿐이기 때문이지.”

“…?”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고, 그 중에는 심지어 신룡의 일원인 카르세우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안이 카르세우스를 향해 물었다.

“야, 너는 네가 신룡인데 어떻게 된 게 쟤보다 더 모를 수가 있는 거야?”

그에 카르세우스가 발끈했다.

“나는 당시의 신룡이 아니다! 이름이 같다고 해도 나는 ‘그’가 아니라 그의 후예일 뿐인데… 아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니냐, 주인.”

이안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 그것도 그렇네.”

어쨌든 카카의 설명이 다시 시작되었다.

“태초에 존재했던 다섯 신룡은, 마계의 차원문이 열리기 전까지 단 한 번도 한 자리에 모인 적이 없었어.”

모두의 시선이 다시 집중되었고, 장황한(?) 카카의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마계의 소환문이 열리고, 수많은 마수들과 마족들이 인간계를 침공했어. 처음에는 인간계와 마계의 전투가 비등한 양상으로 진행되었지만, 마룡 칼리파가 등장한 이후 전투의 양상은 완벽히 뒤집어졌지.”

그 내용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했고, 이안의 경우 알고 있던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는 느낌이라 더욱 몰입되기 시작했다.

“마룡 칼리파는 북부의 차원문을 통해 처음 인간계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당시 그를 막기 위해 북부대륙의 영웅인 오클리와 전룡 카르세우스가 고군분투했지. 하지만 그들만으로 마룡은 막아낼 수 없던 상대였고, 결국 그들은 칼리파에게 당하고 말았어.”

낯설지 않은 이름들이 등장하자, 이안은 속으로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오클리가 카르세우스에 대해 처음 설명할 때에, 분명 일곱 신룡 중 하나가 아니라 다섯 신룡 중 하나라고 얘기했었던 것 같아.’

카카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당시 마계와의 전투를 이끌고 있던 대현자 솔라르는 커다란 위기감을 느꼈고, 결국 각 대륙에 흩어져 있던 나머지 네 마리의 신룡을 한 자리에 모아야만 칼리파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

카카의 얘기가 계속될수록, 카이자르는 뭔가 생각나는 것들이 있는지 점점 복잡한 표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거기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스승이자 심연의 마탑주를 찾아가게 돼.”

이안이 짧게 물었다.

“그게 누군데?”

“그의 이름은 나도 몰라.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 마탑주가 거기에 대한 해답으로 내어 놓은 것이, 바로….”

카카의 고개가 뿍뿍이를 향해 돌아갔고, 자연히 모두의 시선이 뿍뿍이에게 모아졌다.

“어비스 터틀.”

그 말을 들은 이안의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에에…? 뿍뿍이가 그 해결책이었다고?”

카카가 대답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뿍뿍이가 아니라 뿍뿍이의 선조 이긴 했지만, 어쨌든 어비스 터틀이 흩어진 네 마리의 신룡을 모으기 위한 열쇠였어.”

“어째서?”

“어비스 터틀은 ‘잠들어있는 기운’을 본능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종족이거든. 특히 승천해서 어비스 드래곤이 되고 나면…. 잠들어있던 신룡들을 깨워 한 자리에 모을 수 있지. 어떤 힘으로 그럴 수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알고 있어.”

이번에는 가만히 듣고 있던 빡빡이가 입을 열었다.

“심연의 종족은 유일하게 우리 종족 중에 자체적으로 귀혼을 성장시킬 수 있는 종족이다. 그래서 여의주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귀룡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종족이지.”

잠시 뜸을 들인 빡빡이가 말을 이었다.

“여의주는 일생에 단 한번만 쓸 수 있는데, 여의주의 힘을 빌리지 않고 귀룡으로 진화한 일족은, 여의주의 힘을 빌린다면 승천과 동시에 신과 맞먹는 힘을 가진 용이 될 수 있다고 알고있어.”

이안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저 얘기는 일전에 빡빡이에게 이미 한번 들었던 내용이고….’

빡빡이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어비스 드래곤이 승천에 성공하면, 잠들어있던 신룡들의 잠재능력이 일시에 전부 각성되게 되지.”

여기까지 들은 카카가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부언했다.

“아, 그래서 잠재능력을 각성한 신룡들이 어비스 드래곤 에게로 모이게 되었던 거군…!”

이안은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카카와 빡빡이, 그리고 카이자르의 정보가 모여 완벽한 그림이 완성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대체…!’

이안이 경악하는 것과는 별개로, 카카가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어쨌든 그렇게 모인 네 마리의 신룡, 그리고 어비스 드래곤. 이들과 북부대륙에서 전사한 전룡 카르세우스가, 천년 전 마계의 침공으로부터 인간계를 지켜낸 일곱 전설의 일원이야.”

하지만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어…? 그러면 다섯 신룡에 어비스 드래곤까지… 총 여섯 전설이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일곱 전설이 된 거지?”

“음… 그게, 그 일곱 전설 중 마지막 하나는 바로 인간영웅이야. 나도 정확한 그의 이름은 모르는데, 용기사 라고 불리기도 하더라고.”

그 순간 이안은 생각나는 누군가가 있었고.

“…!”

복잡한 표정으로 카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카이자르가 천천히 일어나며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떼었다.

“모든 게… 기억났다….”

카이자르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용기사의 이름이 바로….”

카이자르와 이안의 시선이 마주쳤다.

“카이자르다.”

< (6). 뿍뿍이와 카카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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