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노가다의 신 -3 >
* * *
[악마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최종 돌파단계 : 17]
[유저 ‘이라한’님의 마계등급이 ‘평마족’으로 책정되셨습니다.]
[마계의 새로운 능력치인 ‘마기’를 10500만큼 추가로 부여받았습니다.]
[마계의 새로운 능력치인 ‘마기 발동률’을 3%만큼 추가로 부여받았습니다.]
[‘진마(眞魔)가 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최초로 ‘진마(眞魔)’가 되셨습니다.]
[명성을 50만 만큼 획득합니다.]
[마기발동률이 영구적으로 3%만큼 증가합니다.]
[항마력이 영구적으로 5%만큼 증가합니다.]
연달아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본 이라한은 희열에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드디어…!”
게다가 메시지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유저 ‘이라한’님의 종족이 ‘인간’에서 ‘마족’으로 바뀝니다.]
[‘마계’ 안에서 모든 전투능력이 20%만큼 증가합니다.]
[마족이나 마수를 처치할 시 획득하는 마기량이 50%만큼 증가합니다.]
[마족이나 마수를 처치할 시 획득하는 경험치 량이 50%만큼 증가합니다.]
[이제부터 모든 필드에서 ‘인간’종족을 죽이더라도 악명이 쌓이지 않습니다.]
[소속되어있던 ‘다크루나’ 길드는 ‘인간’ 종족의 길드이므로, 자동으로 탈퇴됩니다.]
[종족이 ‘마족’이 되어, 인간계의 모든 NPC들의 친밀도가 50 만큼 떨어집니다.]
[종족이 ‘마족’이 되어, 가지고 있던 인간 종족의 클래스인 ‘마검사’ 클래스가 삭제됩니다.]
이라한은 히든 퀘스트를 통해 ‘반인반마’가 아닌 ‘진마’가 되는 데 성공했다.
반쪽짜리가 아닌 완벽한 마족이 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진마가 반인반마보다 전투력 측면에서 나은 부분은 없었다.
하지만 마계라는 필드 안에서, 진마는 반인반마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요건을 갖게 된다.
획득 경험치 량과 마기량이 다른 유저들에 비해 1.5배가 높다는 것은, 고속 성장의 훌륭한 발판이 될 것이었으니까.
물론 반대급부로 커다란 손해도 있었다.
‘쩝… 좋기는 한데, 그래도 역시 마검사 클래스를 날려버린 건 좀 아쉽군. 길드를 포기한 것도….’
이라한이 지금껏 비공식 랭킹 1위 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해 주었던 ‘마검사’ 클래스가, 종족이 바뀌면서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당연히 그와 함께 모든 스킬들과 직업 관련 숙련도들도 사라져 버렸고, 이것은 무척이나 치명적인 것이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그의 밑천이 되어 온 카일란 한국서버 최강의 길드인, ‘다크루나’ 길드까지 포기해 버린 것.
이는 어쩌면, 마족이 되면서 얻은 이점들을 전부 합치더라도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치명적인 손실이었다.
그러나 이라한은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그의 계산속에 전부 들어가 있었다.
다크루나 길드의 길드 마스터 자리도, 이미 다른 유저에게 넘겨주고 왔으니까.
“그럼 이제 새로운 클래스를 얻어 볼까…?”
어둠 속에 가만히 서 있던 이라한이 저벅 저벅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심연의 어둠이었지만, 그의 발걸음에는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
“흐음… 이제 나올 때가 됐는데….”
이라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눈 앞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반 뼘 정도의 두께로 얇고 길게 고여 있는 용암이었다.
그 용암으로 만들어진 실선은, 어둠 속에서 옅게 빛을 내며 복잡한 패턴을 그리고 있었다.
이라한의 눈이 반짝였다.
‘좋아, 저쪽이다! 확실해!’
목적지를 찾은 그의 발걸음이 점점 더 빨라졌다.
그리고 그가 도달한 곳은, 허리 높이 정도로 봉긋하게 솟아올라있는, 낮은 봉우리 같은 곳이었다.
그 중앙에는 거대한 검이 꼽혀 있었으며, 검을 중심으로 용암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라한의 두 눈이 번뜩였다.
“봉인검…! 드디어 찾았다!”
작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중얼거린 이라한은, 용암 안에 꼽혀있는 대검의 손잡이를 꽉 움켜 쥐었다.
그러자 이라한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왕 레카르도의 봉인검’을 발견하셨습니다.]
[경고 : 봉인검을 뽑으면 마법진이 발동되어 마룡이 깨어납니다.]
[마룡이 깨어나면 파괴마들의 인간계 침략이 30일 만큼 빨라지며, 그들의 세력이 더욱 강대해집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유저들에게 닥칠 마계의 ‘몬스터 웨이브’가 30일만큼 빨라지며, 더욱 난이도가 높아진다는 이야기.
다시 말해, 이라한이 일반적인 유저라면 절대 뽑아서는 안 되는 검이라는 이야기였다.
“후후, 그거 좋지.”
하지만 이라한은,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이 곧바로 검을 뽑아 들었다.
그그긍-!
묵직한 울림과 함께 뽑혀 올라오는 봉인검!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띠링-
[‘마왕 레카르도의 봉인검’을 뽑으셨습니다.]
[‘암연의 봉인마법진’이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라한의 주변에 펼쳐져 있던 용암줄기들이 더욱 밝은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쿠오오오-!
그 용암줄기에서 뿜어져 나온 빛들은, 이라한이 치켜든 봉인검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빨려 들어왔고, 검을 쥔 이라한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으으…!”
우우웅-!
그렇게 오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라한의 검에 휘감긴 빛이 돌연 강한 불길을 허공으로 뿜어냈다.
화르륵-!
그리고 또다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전투마(광기의 전사)’로 전직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셨습니다.]
[암연 위에 깔려있던 봉인마법진이 성공적으로 해체되었습니다.]
쿠르르-
이어서 이라한이 밟고 서 있던 잿빛 봉우리가, 커다란 균열이 생기며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다.
쩍- 쩌적-!
그리고 잠시 후, 한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추가로 떠올랐다.
[‘마룡 칼리파’가 어둠 속에서 깨어납니다.]
* * *
분노의 도시 바깥으로 나온 이안은, 성문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신들을 만나 100구역의 관문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이자르는, 예상했던 대로 얀쿤을 보자마자 당황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어떻게 된 거냐, 영주 놈아. 이 마족이 어쩌다가 네 가신이 된 거냐?”
카이자르의 당황하는 모습에, 이안은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후후, 그거야 이 몸이 워낙 훌륭하시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
“…?!”
그리고 어처구니 없어하는 카이자르를 향해, 얀쿤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한다. 너는 그때 나와 싸웠던 전사로군.”
“그, 그렇다.”
카이자르는 살짝 움찔 했지만, 내민 손을 맞잡고 천천히 흔들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얀쿤이 자신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안은 웃음기 어린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으며, 얀쿤은 천천히 이안의 가신들의 안면을 익혔다.
그런데 그 때, 얀쿤의 눈에 이질적인 외모를 가진 솜사탕 같은 녀석 하나가 들어왔다.
얀쿤이 눈을 크게 뜨며 이안에게 말했다.
“오…! 이안, 이 녀석은 어떻게 구한 건가?”
그의 물음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이안이었다.
“으응? 이 쓸모없는 녀석을 알아?”
그러자 둘의 사이에 낀 솜뭉치, 카카가 불만스런 표정으로 삐죽였다.
“쓸모없는 녀석이라니, 너무한다, 주인.”
“맞는 말이잖아. 좀 귀여운 거 빼면 네가 가진 게 뭔데?”
카카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나는 귀엽지 않다!”
그리고 둘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얀쿤이 카카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너는 어둠의 일족이군. 카르가 팬텀… 맞지?”
카카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후후, 드디어 나를 알아보는 녀석이 일행에 생겼군. 맞아, 나는 위대한 어둠의 일족… 카르가 팬텀이지.”
얀쿤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역시… 듣던 대로 엄청나게 귀엽군.”
“이익…!”
한편, 이안은 얀쿤이 카카에 대해 아는 듯한 눈치이자 기대에 찬 표정이 되었다.
“얀쿤, 카르가 팬텀에 대해 아는 정보 있어?”
이안의 물음에 얀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이들 종족에 대해 일전에 고서적에서 읽었던 적이 있다.”
“그래?”
이안의 반문에, 얀쿤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다. 이들은 외모가 무척이나 귀여우며, 어둠의 종족이라 잠을 자지 않는다고 들었다.”
이안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래, 이놈 잠 좀 재울 방법은 없는 거야?”
“그건 왜 그러는가?”
“이 녀석이 가진 능력 중에 ‘욕심많은 몽마(夢魔)’ 라는 고유능력이 있어.”
“…?! 꿈의 마귀인 몽마의 능력이 어쩌다 완전 상극인 카르가 팬텀에게 있는 거지…?”
“후… 내 말이….”
이안이 카카를 째려봤고, 카카는 삐죽거리며 이안의 주변을 날아다녔다.
그런데 그 때, 얀쿤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왔다.
“좀 특이한 녀석이기는 하지만… 이 능력, 아주 쓸모 없는 능력은 아니다 이안.”
“응…?”
얀쿤이 카카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녀석을 각성만 시킬 수 있다면 말이지.”
“그게 무슨 말이야?”
“어둠의 일족인 카르가 팬텀은, 각성하면 밤의 일족이 된다. 밤의 일족은 잠을 잘 수 있거든.”
“아….”
엄청나게 기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안은 나름의 위안을 얻었다.
“각성은 어떻게 시킬 수 있는데?”
“그건 나도 모른다.”
이안이 카카를 응시하자, 카카 또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도 몰라, 주인아.”
“후우….”
그렇게 얀쿤과 카카와 함께 시덥지 않은 대화를 나누던 이안은, 오래 걸리지 않아 100구역의 관문에 도착했다.
그리고 관문의 앞에 도착한 이안은, 침을 꿀꺽 삼키며 중얼거렸다.
“여기, 상급 마족의 권한으로 그냥 통과할 수 있겠지…?”
하지만 이안이 관문의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얀쿤이 그에 대한 대답을 해 주었다.
“100구역의 관문은 상급 마족이 아니라 마왕이라도 그냥 지나갈 수 없다. 지나가려면 시험을 통과해야 하지.”
이안의 얼굴이 또다시 구겨졌다.
* * *
“음… 그러니까, 그 마왕의 시험인지 뭔지 그 퀘스트를 제가 도와줘야 한다는 겁니까?”
훈이의 물음에 세일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 퀘스트의 조건 중에, 모든 클래스의 유저를 한 명씩 전부 파티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부분이 있어서….”
훈이와 카노엘은, 광휘의 기사 세일론을 비롯한 타이탄 길드의 유저들에게 도움을 받아 분노의 도시 진입 퀘스트를 쉽게 클리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그들은 공짜로 도움을 준 것이 아니었다.
퀘스트가 끝나자마자 훈이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딱히 이기적인 제안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훈이의 입장에서도 히든 퀘스트를 하나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었으니 나쁠 것이 없는 제안이었던 것이다.
훈이가 다시 질문했다.
“퀘스트 러닝 타임은 얼마나 되죠?”
세일론이 곧바로 대답했다.
“한번 트라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반나절 정도입니다. 그리고 퀘스트에 실패해도 사망하거나 하는 일은 없으니 이 부분도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으음….”
훈이는 잠시 고민했다.
‘나쁜 제안은 아니지만… 이안 형부터 빨리 만나고 싶은데…. 그 괴물 옆에 붙어 있어야 콩고물이 하나라도 더 떨어질 텐데 말이지.’
망설이는 훈이를 보며, 세일론이 슬쩍 한마디를 덧붙였다.
“저희에겐 뛰어난 흑마법사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서버 2위 길드임에도 불구하고 훈이님만큼 뛰어난 흑마법사 유저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리고 세일론의 공격(?)은 완벽히 주효했다.
훈이 만큼 칭찬에 약한 인물도 드물었던 것이다.
“그래요, 좋습니다. 치안대 퀘스트도 이렇게 도와주셨는데… 제 능력을 한번 보여드리도록 하죠.”
세일론의 표정이 대번에 환해졌다.
“오오, 감사합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아예 저희 타이탄 길드에 가입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훈이도 단칼에 거절했다.
“그건 죄송합니다. 저는 혼자가 편해서….”
“크흠,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군요.”
“죄송합니다.”
입맛을 다신 세일론이 천천히 입을 다시 열었다.
“자, 그러면 일단 퀘스트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공유해 주세요.”
그리고 훈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한 줄 떠올랐다.
띠링-
[‘마왕 히키온의 시험 (히든)’퀘스트를 공유받으셨습니다.]
그런데 퀘스트 공유 메시지를 읽은 순간, 훈이는 불현 듯 지난 임모탈 퀘스트의 악몽(?)이 떠올랐다.
‘서… 설마, 그 때처럼 이안형놈한테 공유되어 버리는 것은 아니겠지?’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나,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격언은, 여지없이 들어맞고 말았다.
[주종관계가 성립되어있는 유저, ‘이안’에게 자동으로 퀘스트가 공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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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노가다의 신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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