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노가다의 신 -2 >
* * *
“크흐흐, 드디어 클리어인 건가…?!”
이라한은 눈앞에서 무너져 내려가는 거대한 마수를 응시하며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드디어 장장 2주일에 걸친 퀘스트가 전부 끝이 난 것이다.
그리고 난전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있던 이라한의 가신들이 빠르게 다시 대열을 정비한 뒤, 그의 앞에 도열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마스터.”
“고생 많으셨습니다, 영주님!”
이라한은 가신들의 인사를 기분 좋게 받으며, 이어서 떠오르는 퀘스트 완료 메시지를 응시했다.
띠링-!
[‘심마연(深魔淵)으로 가는 길’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 : A]
[명성을 25만 만큼 획득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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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마연(深魔淵)’에 입장할 수 있는 자격요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심마연(深魔淵)’에 입장하시겠습니까?]
이름 그대로를 직역하자면, ‘깊은 마귀의 연못’이라는 뜻을 가진 심마연.
그리고 이라한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입장한다…!”
이어서 메시지가 다시 떠올랐다.
[‘심마연(深魔淵)’에 입장합니다.]
[농도 짙은 마기가 온 몸을 휘감기 시작합니다.]
[몸이 무거워집니다. 이동속도가 30%만크 감소했습니다.]
[최초로 ‘심마연(深魔淵)’을 발견하셨습니다.]
[명성이 15만 만큼 증가합니다.]
[마기를 3000만큼 획득합니다.]
[마기발동률이 영구적으로 2.5%만큼 증가합니다.]
:
:
* * *
2미터가 조금 넘어 보이는 커다랗고 다부진 체격.
붉은 피부에 새카만 흑발, 그리고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마족은 바로 이안이 찾고 있던 ‘얀쿤’ 이었다.
‘확실히 얀쿤인건 분명한데….’
하지만 이안은 얀쿤을 보자마자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다.
얀쿤의 외모가 많이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이야, 얀쿤. 생각보다 빨리 풀려났네.”
이안의 말에 얀쿤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대 덕에 며칠 만에 풀려날 수 있었다. 덕분에 마기를 최대한 보존했지.”
이안은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얀쿤, 외모가 많이 달라졌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본래 얀쿤은 엄청나게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2미터가 넘는 지금도 결코 작은 체격은 아니지만, 이전의 덩치에 비해서는 70% 수준밖에 되지 않는 왜소한 체격이었다.
게다가 온 몸에 무성하게 나 있던 털들도 말끔히 사라진 것이었다.
다행히 얼굴의 생김새가 그대로여서 이안이 곧바로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얀쿤이 뿌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세라핌님께서 도움을 주셨다.”
밑도 끝도 없는 얀쿤의 대답에 이안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으음…?”
“징벌의 탑에서 풀려난 당시 나의 마기는 사만 오천 정도였다. 한데 세라핌님께서 최상급 마령초를 주신 덕에 5만의 마기를 채울 수 있었지.”
“…?!”
얀쿤이 한 말의 의미를 깨달은 이안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그때 분명 마기가 5만이 넘으면 노블레스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이안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얀쿤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덕분에 나는 노블레스로 승급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추게 되었다. 물론 진정한 노블레스가 되기 위해서는 승급전을 치러야 하겠지만 말이지.”
“외모가 변한 이유가 그거야?”
얀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넘쳐나던 마기를 갈무리할 수 있게 내 안의 그릇이 커지면서, 내 외모도 더 정제된 모습으로 환골탈태 된 것이다.”
이안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크으! 또 이렇게 알아서 성장해서 나타날 줄이야!’
승급전이 어떤 방식인지는 몰라도, 노블레스로 가는 길이 좀 더 빨라진 것 만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안은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악마의 시험에서 상대해봤던 바로는… 마족의 등급이 하나 차이나면 전투력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지던데….’
그렇지 않아도 강력하기 그지없었던 얀쿤이 더욱 강해진다면, 마치 중부대륙에서 처음 카이자르를 얻었을 때 만큼의 포스를 느낄 수 있으리라.
그리고 이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그 때.
얀쿤의 입이 다시 열렸다.
“이안, 내가 징벌의 탑에서 풀려난 것은 물론, 벽을 넘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대 덕이다.”
이안의 목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꿀꺽-
얀쿤의 말은 다시 이어졌고, 그것은 이안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바로 그 말이었다.
“나는 이미 그대의 강력함에 깊이 감복해 있었고, 또 그대에게 너무도 큰 빚을 지었다.”
이안과 얀쿤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앞으로 그대와 함께 하고 싶다. 그대의 가신이 되어 내가 진 빚을 갚고, 그대의 행보에 보탬이 되고 싶다.”
이안의 시야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상급 마족 ‘얀쿤’이 당신의 가신이 되기를 원합니다.]
[‘얀쿤’을 가신으로 받아들이겠습니까?]
물론 이안은,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얀쿤, 앞으로 날 좀 많이 도와줘.”
이어서 메시지가 떠올랐다.
[상급 마족 ‘얀쿤’을 가신으로 받아들이셨습니다.]
[보유중인 가신 : 40 / 40]
[‘후작’ 작위의 귀족이 거느릴 수 있는 가신의 최대 숫자는 ‘40명’입니다.]
[가신을 추가로 거느리시려면 ‘공작’ 작위로 승급하셔야 합니다.]
[‘후작’ -> ‘공작’ 작위로 승급하기 위해 필요한 명성 : 300만.]
[현재 보유중인 명성치 : 1830만.]
[승급하기 위해 충분한 명성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공작’ 작위로 승급을 진행하시겠습니까?]
‘으음…? 가신 풀로 채우니까 이런 메시지도 뜨네?’
이안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고민했다.
가신 보유량이 가득 찼기 때문에, 작위 승급을 권유하는 메시지가 떠오른 것이었다.
‘공작 작위에 필요한 명성이 300만, 대공으로 한 번 더 승급하기 위해서 추가로 필요한 명성이 500만….’
한 번에 ‘대공’의 작위까지 스트레이트로 승급을 시키더라도 명성치가 무려 천만이나 남는 상황!
하지만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지금 승급하지 않겠다.”
[작위 승급을 거부하셨습니다.]
[‘후작’의 작위가 유지됩니다.]
당장에 필요한 작위가 아니었고, 명성치의 엄청난 위력을 체감하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얀쿤이라는 말도 안 되게 강력한 가신을 얻을 수 있게 된 것도, 무지막지한 명성 덕분이었을지도 몰라.’
물론 시스템 오류로 인한 버그 성 플레이 덕에,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얀쿤을 굴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아무리 시스템 오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천 팔백만이라는 어마어마한 명성치가 아니었다면, 가신으로 얻는 것 까지는 힘들었을 것이었다.
‘명성으로 꿀 좀 더 빨고, 나중에 필요할 때 승급해야겠어.’
명성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이안은, 새로 얻은 가신인 ‘얀쿤’의 정보를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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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얀쿤 -
레벨 : 351
종족 : 마족
직업 : 전투마(광기의 전사)
신분 : 상급마족
성격 : 용맹한
인재등급 : 영웅
전투능력 (펼쳐보기)
세부능력 (펼쳐보기)
보유능력
- 마기분출
커다란 대검을 바닥에 내리꽂아, 그 주변으로 강력한 마기를 분출시킨다.
20M 반경의 모든 적에게 초당 8927(최대 마기량의 17.95%)만큼의 피해를 10초 동안 입힌다.
마기분출을 사용하는 동안, 얀쿤은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으며, 기절이나 마비 등의 상태이상에 빠지면 스킬 발동이 중단된다.
(재사용 대기 시간 5분)
- 마기집중
‘전투마’ 얀쿤은, 매 공격마다 모든 마기를 집중시켜 가장 강력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마기 발동률이 영구적으로 20%만큼 증가하며, 일반 공격의 피해량이 영구적으로 30%만큼 증가한다.
대신 움직임이 영구적으로 20%만큼 감소한다.
(패시브)
- 광란의 전투
‘얀쿤’이 15분 동안 광기에 휩싸인 상태가 된다.
광기에 휩싸인 동안, 얀쿤의 방어력이 30%만큼 감소하며, 공격력이 50%만큼 증가한다. 또, 움직임이 30%만큼 빨라지며, 마기 발동률이 15%만큼 증가한다.
(재사용 대기 시간 30분)
과거 마계 십이지장(十二指將)의 일인이었던 강력한 상급마족이다.
용맹하고 전투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뛰어난 ‘광기의 전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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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쿤의 정보창을 쭉 읽어 내려간 이안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지는 것을 느꼈다.
‘역시, 고유능력이 전부 이런 식이니까 싸울 때 계속해서 마기가 터졌던 거였어.’
이안은 얀쿤과 전투했었던 당시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 마기 발동률이 엄청나게 높다는 부분이었다.
이안의 경우 10 번 정도는 공격해야 한 번 정도 마기가 터질까 말까 한데, 얀쿤은 거의 두 번에 한번 정도는 일반 공격에 마기를 터트렸었기 때문이었다.
‘패시브에, 버프까지 마기발동률을 어마어마하게 올려주네.’
‘마기분출’이라는 광역기도 무척이나 강력해 보였지만, 얀쿤은 보스전에서 더욱 강력한 능력을 발휘해 줄 수 있는 카드라고 생각했다.
‘마기라는 고정데미지를 이렇게 높은 확률로 줄 수 있다니… 단단한 방어형 보스를 잡을 때 제격이겠어.’
전체적으로 얀쿤의 능력치는 이안을 무척이나 흡족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인재등급이었다.
‘당연히 인재등급은 전설등급 이상일 줄 알았는데, 영웅등급이네.’
이안이 보유한 40명의 가신들 중에서, 인재등급이 영웅등급 이상인 가신은 무려 15명 정도나 되었다.
하지만 전설 등급의 가신은 카이자르 하나 뿐 이었기에 내심 기대했던 것이다.
‘뭐, 그래도 워낙 레벨이 높고 마족 등급도 상급마족이나 되니까… 아쉬운 대로 만족해야지.’
이안은 이제 가신이 된 얀쿤을 데리고 여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후, 좋아. 이제 악마의 성으로 향해볼까?’
마계 80구역에 있다는 악마의 성.
이안은 세라핌의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악마의 성에 있다는 마왕 레카르도를 만나야 했다.
‘80구역까지 뚫는 데 얼마나 걸릴지 몰라. 아직 제한시간이 제법 남아있긴 하지만… 최대한 빨리 이동해야 해.’
이제 만반의 준비는 갖췄으니, 100구역의 관문을 뚫을 차례였다.
‘상급 마족의 신분으로 프리패스 할 수 있는 관문이 어디까지이려나…?’
이안은 80구역까지 모든 관문을 프리패스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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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노가다의 신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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