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24화 (250/1,027)

< (3). 노예시장 -2 >

*          *          *

‘카르가 팬텀이라고…? 이건 뭐지?’

분명히 세라핌이 추천해 주었던 세 가지 종족 중 하나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대로였다면, 종족을 확인하는 순간 그냥 지나쳤어야 했을 녀석이다.

하지만 이안은 그럴 수 없었다.

‘생김새가 다크팬텀이랑 엄청 비슷하잖아?!’

사실 생김새랄 것도 없었다.

다크팬텀은 정해진 외형 같은 게 없었으니까.

마치 어두운 구름이 뭉개뭉개 피어오르며 둥둥 떠다니는 듯 한 모양을 가진 게 일반적인 다크팬텀의 모습이었다.

이안이 생김새가 비슷하다고 한 것은, 그 질감(?)과 느낌 같은 것이 비슷하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조금 특이한 것은, 카르가 팬텀은 다른 다크팬텀들과는 다르게 어떤 구체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형태는 마치….

“이렇게 귀여운 드래곤은 처음 본다, 주인.”

이안의 등 뒤에서 불쑥 튀어나와 입을 연 카르세우스의 말처럼, 카르가 팬텀은 작고 귀여운 도마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드, 드래곤?”

하지만 이안이 볼 때, 카르가 팬텀의 외형은 드래곤이라고 하기 보단, 작은 날개가 달린 공룡 같은 느낌이었다.

이안이 팬텀과 카르세우스를 번갈아 응시한 뒤, 카르세우스에게 물었다.

“카르세우스, 너도 어릴 땐 이렇게 대두였어? 게다가 물풍선 같이 생긴 볼록한 배에 내 손바닥 만한 날개라니….”

이안의 말에 카르세우스가 순간적으로 발끈했다.

“주인! 신룡인 내가 어렸을 때 저렇게 못생겼었을 리가 없지 않나!”

씩씩거리는 카르세우스를 보며, 이안이 피식 웃었다.

“방금 전엔 쟤 귀엽다며….”

카르세우스가 잠시 멈칫 하더니 대답했다.

“귀… 귀엽게 못생겼다.”

“….”

이안은 잠깐동안 ‘카르가 팬텀’ 이라는 종족을 가진 녀석을 멍하니 쳐다봤다.

‘왠지 뿍뿍이랑 어울릴 것 같은 녀석인데….’

카르가 팬텀의 외모에 꽂혀 잠시 정신 줄을 놓고 있던 이안은, 화들짝 놀라며 녀석의 정보 창을 얼른 열어 보았다.

‘아차, 이럴 시간이 없지!’

찾던 종족이 아니었지만, 왠지 이놈만은 세부정보까지 다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안의 눈 앞에 카르가 팬텀의 정보창이 커다랗게 다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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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 -

레벨      :  145

종족      :  카르가 팬텀

분류      :  노예

등급      :  알 수 없음

성격      :  겁이 많은

공격력    :  135

방어력    :  77

민첩성    :  97

지  능    :  7812

생명력    :  2334 / 2334

고유능력 A (종족고유)(종족특화)(강화능력)

- 알 수 없음

고유능력 B (희귀능력)

- 알 수 없음

고유능력 C (종족고유)(종족특화)(진화능력)(강화능력)

- 알 수 없음

이제는 잊혀진 고대의 종족이다.

다크 팬텀의 원류가 되는 종족이라는 설도 있고, 카르곤 종족의 조상이라는 설도 있지만, 진실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머리가 크고 몸집은 작아 마치 성장을 덜 한 듯 보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최소 3천년 이상은 살아온 화석 같은 존재이다.

귀엽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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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창을 모두 읽은 이안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

‘뭐지, 이 엄청난 녀석은…?’

이안의 두 눈이 고유능력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고유능력 옆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저 엄청난 옵션들을 보라!

이안은 저도 모르게 결계 바로 앞에 놓여있는 계약서를 향해 손을 뻗을 뻔했다.

“이… 이건, 악마의 유혹이야…!”

영문 모를 소리를 지껄이며 양 손으로 머리를 움켜잡는 이안.

카르세우스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이안을 응시했고, 이안은 다시 찬찬히 카르가 팬텀의 정보를 살펴보았다.

‘왜 넌 이런 이상한 종족인거니? 네가 다크팬텀이나 카르곤 이었으면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계약 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안은, 쉽게 이 녀석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의 게임감각이, 자꾸 녀석을 선택하라 얘기하고 있었다.

‘후, 정신 차리고 조금만 더 살펴보자.’

하지만 카르가 팬텀의 정보 창은, 자세히 읽으면 읽을수록 가관이었다.

특히,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전투능력이었다.

‘스텟창은 또 왜 이 모양이야? 미친! 지능이 생명력보다 세 배 이상 높잖아?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스텟 창 이야말로 진정 잘못 확인한 줄 알았다.

레벨이 145인데, 생명력이 1만도 되지 않는 기형생물체는 카일란을 플레이하면서 처음 만나는 이안이었다.

‘와… 씨, 얜 진짜 뿍뿍이 입에 가볍게 물려도 즉사하겠는데?’

방어력을 제외한 모든 전투능력이 바닥을 기는 뿍뿍이였지만, 카르가 팬텀을 보니 뿍뿍이는 양반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지능은 높으면 뭐해. 나머지 스텟이 좋아야 지능이 높은 게 그걸 받쳐주는 건데….”

유저 캐릭터의 경우, 지능 능력치가 높을수록 마법계열 공격력과 마나, 마나회복량 등의 능력치가 올라간다.

그렇기에 사실 마법사를 제외하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능력치가 바로 지능이었다.

하지만 유저가 아닌 게임 내 몬스터나 npc, 소환수 등은 달랐다.

그들에게 지능은, 마법공격력, 마나, 마나 회복량 등의 전투스텟 상승 효과 외에도 AI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였던 것이다.

‘AI가 아무리 높아도… 이런 솜 덩어리 같은 능력치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건데….’

카르가 팬텀의 전투능력은, 그야말로 솜뭉치로 만든 드래곤 같은 외형에 걸 맞는… 그런 능력치라 할 수 있었다.

이안이 정보창에 고정되어있던 시선을 슬쩍 돌려 카르세우스를 응시했다.

“어떡할까, 카르세우스.”

“뭘 말인가.”

“쟤. 어떻게 생각해? 쟤로 영입할까?”

“크흐음….”

잠시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뭉개구름처럼 생긴 아기 드래곤(?)을 바라보던 카르세우스가, 결정했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렸다.

“주인.”

“응?”

“쟤는 안 되겠다.”

“음…?! 왜?”

“너무 못생겼다. 왠지 내 찬란했던 어린 시절을 욕보이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카르세우스의 진지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야, 다시 생각해보자. 그래도 고유능력이 엄청난 녀석인 것 같아.”

“싫다. 못생겼다.”

“아니, 그래도….”

카르세우스가 이안을 째려봤다.

“주인!”

버럭 하는 카르세우스를 보며, 이안이 살짝 움찔했다.

“으응…?”

“주인, 그거 같다…!”

알 수 없는 얘기를 하는 카르세우스를 향해, 이안이 다시 한번 되물었다.

“그게 뭔데?”

“그… 답정너! 주인, 주인이 답정너였다!”

생각지도 못한 카르세우스의 공격에, 이안은 당황했다.

“응??”

“답은 정해져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를 방금 주인놈이 시전 했다!”

이안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것도 빡빡이가 가르쳐준 거냐.”

카르세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공부할 땐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는데, 방금 주인 놈을 보고 깨달았다.”

“….”

카르세우스가 슬픈 눈을 하며 이안을 응시했다.

“또 왜.”

카르세우스의 말이 이어졌다.

“빡빡이가 답정너는 심각한 불치병이랬다.”

“….”

“우리 주인이 불치병에 걸렸군….”

우수에 찬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카르세우스를 무시하며, 이안은 냉큼 계약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카르가 팬텀의 계약서가 팔랑거리며 날아와 이안의 손에 쥐여졌다.

그렇게 이안은, 생각하지도 못한 노예를 하나 얻게 되었다.

*          *          *

어지간한 마계 구역 하나에 가까울 정도로 넓고 거대한 도시인 분노의 도시.

그리고 그 정 중앙에는 커다란 성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그 성의 거대한 성곽들은, 울긋불긋한 화염으로 뒤덮여 있는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악마들은 그것을 ‘지옥불’이라고 하였다.

“후후, 드디어 이 안으로 발을 들여보게 되다니.”

샤크란의 일행, 그러니까 타이탄 길드의 길드원들이 열린 성문의 안쪽으로 걸음을 내딛자, 그들 모두의 눈 앞에 한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최초로 분노의 마왕성에 입장하셨습니다.]

[길드명성이 15만 만큼 증가합니다.]

[개인 명성이 각 5만 만큼씩 증가합니다.]

[항마력이 0.5%만큼 증가합니다.]

:

:

줄줄이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보며, 샤크란은 입 꼬리가 말려 올라가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후후, 이번 마계 컨텐츠야말로 우리 타이탄 길드에서 완벽히 선점할 수 있겠어.”

타이탄 길드원들은 지체 없이 마왕성 안쪽으로 향했다.

그 안에 연계 길드퀘스트를 줄, 분노의 마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의기양양한 샤크란의 표정.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들떠있는 타이탄 길드원들의 발걸음!

하지만 잠시 후.

그들의 표정은 코끼리 발에 깔린 시루떡처럼, 처참하게 일그러질 수 밖에 없었다.

*          *          *

“그러니까… 모든 클래스의 유저가 파티에 전부 하나씩 포함되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마왕성 꼭대기에 있는 마왕 집무실.

분노의 마왕인 히키온의 앞에 샤크란이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마주보며 서 있었고, 그 뒤로 도열해 있는 다른 길드원들도 적잖이 얼 빠진 표정이었다.

하지만 마왕은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샤크란을 향해 말했다.

“그렇다네. 모든 클래스가 각각 하나씩 포함된, 총 여덟의 인원으로 이루어진 파티를 만들어 내 임무를 완수해야만 한다네.”

샤크란은 한 걸음 물러서며 헛기침을 했다.

“크흐음…!”

그로서는 당황할 수 밖에 없는 퀘스트 조건이었다.

‘잘 나가다가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지금 샤크란이 진행중인 퀘스트의 보상은, 분노의 도시 길드관리소에 퀘스트 진행인원의 길드를 등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이것은 얼핏 보았을 때, 별 것 아닌 보상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도시에 정식길드로 등록되는 순간 부여되는 추가 혜택들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효과적인 것들이었다.

기본적으로 분노의 도시에 잡템을 팔거나, 도시 상점에서 뭔가를 구입할 때 붙게 되는 수수료가 대폭 감소한다.

또 분노의 도시 중앙 광장에 있는 마계신전에서 버프를 받을 수도 있게 되며, 마계신전의 바로 옆에 있는 워프 게이트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워프게이트는 마계 밖의 게이트들과 연결되어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당장에 큰 효용은 없었다.

하지만 나중을 생각한다면 무척이나 유용할 것임은 분명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퀘스트가 막혀 버리다니…!’

한데, 술술 풀리던 퀘스트에서 갑자기 엉뚱한 조건이 붙어버렸다.

퀘스트 진행시 모든 클래스가 포함된 파티를 구성하여 마왕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지금의 타이탄 길드로서는 불가능한 조건이었던 것이다.

모든 클래스라면 신규 클래스들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 길드에 그래도 160레벨 언저리인 암살자는 있어. 흑마법사의 경우에는 170레벨도 넘은 녀석이 하나 있으니 어떻게든 마계로 데려오면 올 수는 있을 거야.’

하지만 문제는 역시 소환술사.

‘그런데 미친…! 소환술사는 대체 어디서 구해 와야 하는 거냐고! 지금 랭킹 1위 소환술사가 165레벨인가 그러던데… 망할!’

심지어 타이탄 길드 내에 있는 소환술사 유저 중, 가장 레벨이 높은 유저는 140레벨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140레벨이라면, 샤크란의 기준에서, 마계에 들어와 봐야 전력에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는 그런 터무니없이 낮은 레벨이었다.

샤크란의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할 때.

마왕 히키온이 샤크란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한 듯, 한 마디를 더 던졌다.

“어줍잖은 유저가 하나라도 포함된다면, 내 시험을 통과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거야. 난 그렇게 녹록한 마왕이 아니거든.”

샤크란의 입에서 길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 (3). 노예시장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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