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23화 (249/1,027)

< (3). 노예시장 -1 >

끼익- 끼기긱- 쿵-!

듣기 거북스러운 마찰음과 지하 전체가 울릴 정도로 묵직한 소리가 퍼져나간 뒤.

이안과 다이스의 앞을 가로막고있던 거대한 철문이 느릿느릿하게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극- 그그극-

그리고 그 안쪽에는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계단이 이안을 맞이하고 있었다.

‘무슨 노예상점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이렇게 화려해?’

일단 문이 열리긴 했지만, 어찌해야할지 모른 이안은 두 눈을 꿈뻑이며 다이스를 응시했다.

그에 다이스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계단을 통해 내려가면, 바로 우리 분노의 도시 노예시장의 최하층일세.”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다이스가 말을 이었다.

“다른 곳에는 해당사항이 없네만, 이 최하층의 경우에는 한번 입장할 때 둘 이상의 노예를 계약할 수 없게 룰이 정해져 있다네.”

이안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세라핌님에게 어지간한 내용은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설명하기가 수월하겠구만.”

다이스가 천천히 계단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고, 이안이 그 뒤를 따랐다.

“주어진 시간은 반나절이다. 반나절 내로는 계약할 노예를 결정하고 계약해야 하네. 만약 제한시간이 지나거나 자네가 하나의 노예와 계약하고 나면, 자네는 자동으로 노예시장 최상층으로 워프될 걸세.”

세라핌의 주의사항 중 하나를 떠올린 이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시간이 촉박할 거라고 하더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주는데?’

이안은 짧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이윽고 계단을 다 내려가자 탁 트인 공간이 나왔고, 이안의 두 눈이 놀라움으로 인해 살짝 커졌다.

‘희귀한 노예들만 모아놓은 최하층이라고 해서 지나온 층들보다 규모가 작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크잖아?’

그리고 빠르게 공간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이 안에 있는 모든 노예들의 정보를 확인하려면 반나절이 결코 많은 시간이 아니었다.

최하층 안쪽에 들어서자마자 두리번거리는 이안을 보며, 다이스가 씨익 웃었다.

“그럼, 무운을 비네. 꼭 영웅등급 이상의 노예를 찾길 바라네, 이안.”

노예의 등급은 가신이나 소환수, 아이템과 마찬가지로 일반등급부터 신화등급까지로 나뉘어 있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희귀도 면에서는 얘기가 달랐다.

노예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일반등급을 가지고 있었고, 희귀등급은 말 그대로 희귀했으며, 유일등급부터는 찾기 힘든 엄청난 희귀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다이스가 말한 영웅등급의 노예는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러운 수준이었다.

이안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다이스님. 꼭 그러도록 하죠.”

다이스가 마주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그래도 이 최하층에는, 못해도 희귀등급 이상의 노예들만이 있으니 자네가 아주 상심할 일은 없을 거네. 하하핫.”

말을 마친 다이스가 허공에서 꺼지듯 사라졌고, 이안은 사방에 늘어서 있는 노예의 옥사를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          *          *

분노의 도시 남동쪽의 작은 2층 건물.

그 건물 1층의 홀에는, 어림잡아도 열다섯 정도는 되어 보이는 인원이 둘러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서있는 사내는 바로 샤크란이었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번 길드퀘스트는 우리 타이탄 길드에게 둘도 없는 기회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샤크란의 입을 향해 있었고,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마계에서 최초로 길드퀘스트를 받아낸 것도 우리고, 이 퀘스트 덕에 아직 몇 명 발 딛지도 못한 이 분노의 도시에 우리길드만 스무 명이나 들어설 수 있었다.”

이안은 상급 마족의 인장 덕에 별다른 걸림돌 없이 분노의 도시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유저들이 분노의 도시에 들어가기 위해선, 도시 치안대의 퀘스트를 완료해야만 한다.

그리고 치안대 퀘스트의 난이도는 어지간한 최상위 랭커가 아니고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한 난이도를 자랑했기에, 며칠 전만해도 분노의 도시는 다섯 명도 채 되지 않는 유저들만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었다.

애초에 110구역을 통과한 유저가 열 명도 되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게다가 솔로나 듀오로만 진행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있는 퀘스트여서, 110구역의 수문장을 상대할 때처럼 랭커 여럿이 힘을 합칠 수도 없었던 상황.

전사 클래스의 최강자로 꼽히는 샤크란과, 기사 클래스의 순위를 다투는 세일론조차 둘이 힘을 있는 대로 쥐어 짜 내고야 겨우 클리어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두 사람에게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분노의 도시 치안대 퀘스트를 진행하는 파티 안에, 같은 길드의 길드마스터와 부 길드마스터가 함께 포함되어있으면 히든 퀘스트가 발동하는 장치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히든퀘스트는 바로 마계 최초의 길드퀘스트였다.

그리고 최초 길드퀘스트 발동 보상으로 얻어낸 대가가 어마어마했다.

자그마치 길드 소속인 하나의 파티가 전부 분노의 도시 안으로 소환되며, 그와 동시에 도시 출입자격이 생긴 것이었다.

파티 구성 최대 인원은 스무 명 이었기에, 스무명이 이동되어 들어온 것이었다.

이는 얼핏 보면 실질적인 재화와 같은 보상을 얻는 것도 아니기에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사실 엄청난 것이었다.

새로운 컨텐츠가 무궁무진하게 들어서 있는 분노의 도시 안에, 타이탄 길드만 풀 파티를 구성할 수 있는 전력이 들어오게 됐으니 말이다.

“이 기회를 절대로 날려버려서는 안 된다.”

타이탄 길드 소속 유저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다크루나 때문에 항상 2위길드 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던 그들이었기에, 이번 기회는 더욱이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누군가의 힘찬 대답이 울려퍼짐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기합성이 터져 나왔다.

길드원들을 한번 찬찬히 둘러본 샤크란이 씨익 웃으며 검을 빼어들었다.

척-!

“세일론이 돌아오는 즉시, 퀘스트를 마무리짓기 위해 움직인다.”

*          *          *

이안은 벌써 두 시간 째 노예들의 정보를 확인하고 있었다.

“으음… 이놈은 패스하는 게 좋겠어. 오랜만에 찾은 문엘프 종족이긴 하지만… 고유능력에 종족특화 옵션이 안 붙어있네.”

노예시장 최하층의 구조는 조금 특이했다.

노예가 갇혀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감옥이 늘어서 있는 것은 상층부와 다를 바 없었지만, 최하층의 노예들은 전부 독방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일반적인 창살이 아닌 투명한 마법 결계 같은 것이 그들을 가두고 있었다.

그러나 안이 훤하게 들여다보일 만큼 투명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이안이 바로 옆을 지나가도 시선조차 주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안에서 바깥은 보이지 않게 되어있는 마법결계인 듯 보였다.

“하아, 역시 세라핌이 말했던 것처럼 찾기가 쉽지는 않네.”

세라핌이 이안에게 추천했던 종족인 문엘프, 다크팬텀, 그리고 카라곤.

이 세 종족은 수많은 노예들 사이에서도 정말 드물게 발견될 만큼 그 숫자가 적었다.

게다가 그냥 그 종족을 고르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종족고유능력을 가진 녀석이 아니면 의미가 없어 버리니까….’

세라핌이 추천했던 종족이 좋은 이유는, 그들 종족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능력 때문이었다.

한데 그 종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종족고유능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노예 정보 창에서 이안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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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렐라 -

레벨      :  105

종족      :  문 엘프

분류      :  노예

등급      :  알 수 없음

성격      :  섬세한

공격력    :  2125

방어력    :  1455

민첩성    :  2512

지  능    :  3312

생명력    :  132450 / 132450

고유능력 A (종족고유)

- 알 수 없음

고유능력 B

- 알 수 없음

달의 기운을 받아 동료들에게 이로운 효과를 만들어 내는 밤의 요정이다.

밤의 요정은 무척이나 희귀한 종족이며, 작고 귀엽지만, 그들의 힘은 강력해서 밤의 귀족인 뱀파이어들도 함부러 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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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지금 일일이 주의 깊게 확인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노예의 종족과 고유능력의 옆에 떠있는 괄호 안의 문구였다.

괄호 안의 문구의 종류는 총 다섯 종류가 있었는데, 그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았다.

1. 종족고유 - 해당 고유능력이 노예의 종족과 관련된 고유능력임을 의미한다.

2. 종족특화 - 해당 고유능력과 관련된 종족이 사용할 때 두 단계 강력하게 발동되는 고유능력임을 의미한다.

3. 희귀능력 - 해당 고유능력이 희귀한 고유능력임을 의미한다.

4. 강화능력 - 해당 고유능력이 한 단계 강화된 고유능력임을 의미한다.

5. 진화능력 - 해당 고유능력이 노예의 레벨업에 따라 발전할 수 있는 능력임을 의미한다.

3,4,5번의 문구도 있으면 좋은 것이 분명한 옵션이었지만, 지금 이안이 가장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은 1번과 2번의 문구였다.

특히 2번 문구인 종족특화는, 선행조건으로 반드시 1번 문구인 종족고유가 붙어있을 때만 의미가 있었다.

쉽게 말해, 문엘프 종족인 노예가 자신의 종족과 관련되지 않은 고유능력을 가지고 있을 때, ‘종족특화’ 옵션이 붙어있어 봐야 아무런 효과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정보들은 모두 세라핌을 통해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이었고, 이 방향으로 명석하게 두뇌가 돌아가는 이안은 한번 듣고 모조리 시스템에 대해 이해해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안이 노예를 고르는 과정은 더욱 더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제기랄…! 내가 모든 조건을 전부 다 충족시키는 노예를 반드시 골라내고 말 거야!’

지금 이안이 원하는 노예는, ‘종족고유’이자 ‘종족특화’ 옵션이 붙어있는 고유능력을 최소 하나.

그리고 ‘종족고유’하나라도 붙어있는 고유능력을 추가로 가진 노예였다.

‘아니면 종족고유에 강화능력만 붙어있어도 나쁘지 않겠지.’

‘강화능력’ 옵션은 ‘종족특화’ 옵션에 비해 고유능력이 강화되는 정도가 한 단계 부족했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야 훨씬 나았다.

‘그런데 설마, 세 개 이상의 옵션이 같이 붙어있는 것도 있으려나?’

고유능력 옆에 두 개 까지의 옵션이 동시에 붙은 경우는 봤다.

하지만 세 개가 붙은 경우는 아직 못 보았기에, 이안은 스스로 생각해놓고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무 눈만 높아졌다가는, 시간이 가기전에 한 놈도 제대로 고르지 못 할거야.”

이안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면서 세라핌이 언질해 준 세 종족 중의 하나인 희귀한 녀석으로 찾아내야 했으니까.

하지만 찾아내기만 한다면 분명 높은 등급의 노예일 것임을, 이안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직 세 시간이나 더 남았어! 그 안에 꼭 찾아내고 만다…!”

이안은 두 눈을 부릅뜨고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힘이 잔뜩 들어간 그의 눈에, 새카맣고 탁한 몸체를 가진 노예 하나가 순간적으로 들어왔다.

‘오! 오랜만에 다크팬텀인가…?’

이안은 재빨리 그가 있는 결계 앞으로 뛰어갔고, 서둘러 노예의 정보를 확인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이안의 두 눈이 휘둥그래져 있었다.

그것은 노예의 정보창 위쪽 떠 있는 노예의 종족정보 때문이었다.

[종족 : 카르가 팬텀]

*          *          *

< (3). 노예시장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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