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17화 (243/1,027)

< (1). 반인반마 -1 (10권 시작) >

‘악마의 순혈’ 아이템을 꺼내 든 이안은, 우선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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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의 순혈 -

분류      -  잡화

등급      -  희귀

내구도    -  50/50

이종족의 피가 섞이지 않은, 순수한 혈통을 가진 마족의 깨끗한 피를, 백년 간 정제시켜 만들어낸 환약(丸藥)이다.

이종족이 이 환약을 삼키면, ‘반마(半魔)’가 되어 마족들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기에, 한때 수많은 인간들 사이에서 비싼 값에 팔렸던 물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능력이 부족한 인간이 사용한다면, 반마의 능력을 얻을 수는 있을지언정 고위 마족의 능력은 얻을 수 없다.

환약을 삼키는 즉시 악마의 영혼이 그릇의 크기를 시험하려 들기 때문이다.

악마의 순혈을 삼키고 반마의 능력을 얻고 싶다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당신의 마계 등급이 하급 마족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 악마의 시험이 끝나고 최종적으로 결정된 유저의 마계등급에 따라, 마기와 마기발동률 능력치를 추가로 얻을 수 있게 된다.

* 유저 ‘이안’ 에게 귀속된 아이템이다.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랍 되지 않는다.

(최초 1회에 한해 양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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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분류가 ‘잡화’인 아이템 중에 이렇게 정보가 많이 담겨있는 아이템은 처음이었지만, 이안은 한 글자 한 글자 꼼꼼히 전부 읽어 내려갔다.

마계 컨텐츠에서, 어쩌면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인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으음… 그냥 사용하면 곧바로 반인반마가 될 수 있는 아이템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복잡하잖아? 얀쿤에게서 조금 더 정보를 얻을 걸 그랬나?’

하지만 이안이 얀쿤에게 물었다고 하더라도, 얀쿤이 반인반마가 되는 과정에 대해 알고 있을 리는 없었다.

그는 원래부터 순수한 혈통의 마족이었으니까.

이안은 악마의 순혈을 사용하기 전에, 일단 몸 상태를 먼저 체크했다.

악마의 시험 이라는 것이 어떤 것일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뭔가 가상의 전투가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음… 장비도 풀 세팅 되어있고, 스킬도 전부 재사용 대기시간 돌아와 있고…. 소환수들은 당장 전부 소환할 수 있는 상태고….’

마계 중앙 광장의 구석에 가서 앉은 이안은, 악마의 순혈을 들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이템 정보에 쓰여 있는 대로면… 악마의 시험인지 뭔지만 잘 해내면 한 번에 마왕이라도 될 수 있는 건가?’

이안은 비장한 표정으로 악마의 순혈을 사용했다.

“아이템 사용!”

그러자 이안의 눈 앞에 몇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악마의 순혈’ 아이템을 사용하셨습니다.]

[순결한 악마의 피가 온 몸을 파고듭니다.]

[강력한 마기가 온 몸을 휘감기 시작합니다.]

그와 동시에 이안의 시야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악마의 시험이 시작됩니다.]

이안의 눈앞이 완벽한 어둠으로 가득 메워졌다.

*          *          *

시카르 대륙.

시카르 라는 이름보다는 중부대륙 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 곳은, 3차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은 후 커뮤니티를 비롯한 많은 유저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 보였다.

중부대륙에 포커싱되어 있었던 대부분의 게임언론들도 전부 마계를 향해 관심을 돌렸고, 공략게시판을 비롯한 많은 게시판에 올라오는 게시물들 또한 70% 이상이 마계와 관련된 글들이었다.

이러한 정황만을 본다면 중부대륙은 거의 잊혀진 듯 한 분위기.

하지만 게임내의 실상은 달랐다.

시카르대륙은 오히려 마계가 열리기 전보다 더욱 많은 유저들로 붐비고 있었던 것이다.

마계의 업데이트로 인해 대부분의 최상위권 유저들이 마계로 사냥터를 옮겼지만, 그동안 더욱 많은 중하위권 유저들이 레벨업을 하여 중부대륙의 진입에 성공한 것.

보통 유저들이 100레벨 이상이면 슬슬 중부대륙으로 터전을 옮기는데, 지금 카일란 한국서버에서 100레벨은 중위권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 말인 즉, 카일란 한국서버 유저들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중부대륙에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상위권 유저들이 마계로 빠져나간 것이 오히려 순기능으로 작용하여, 전쟁이 끊이지 않던 중부대륙은 평화로운 상태가 되기까지 했다.

길드전에 관심 없는 일반 유저들이 사냥하기에 더욱 좋은 환경이 되었다는 뜻이었다.

사실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는 중인 중부대륙!

그리고 대륙의 가장 중심에 위치한, 가장 거대한 영지인 파이로 영지는 이제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덩치가 커져 버렸다.

영지등급은 아직 ‘대영지’에서 머물고 있었지만, 당장 ‘공국’을 선포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을 정도로 모든 영지 스텟이 오버스펙까지 성장해 버린 것이었다.

그에 따라 파이로 영지의 영주인 피올란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170레벨도 넘긴 최상위권 랭커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계관련 퀘스트를 진행할 시간이 없어 아직 마계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 것이었다.

“하아… 영지가 성장하는 걸 보고 있으면 뿌듯하긴 한데….”

치안대를 이끌고 반나절 가까이 사냥을 다녀 온 피올란은, 영주 집무실에 축 늘어져 한숨을 푹 푹 쉬었다.

“나도 마계 좀 가보고 싶다고….”

커뮤니티의 아이템 자랑 게시판에 올라오는 강화된 아이템들을 볼 때면, 무척이나 배가 아파왔다.

사실 피올란은, 치안대를 이끌고 중부대륙 던전들을 쓸고 다녔기 때문에 레벨업은 마계에 진입한 유저들 못지않게 빨랐다.

오히려 이안과 같은 특수한 케이스의 몇몇을 제외한다면, 마계에 있는 인원보다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속도 자체는 더 빠른 상황.

하지만 새로운 컨텐츠에 대한 갈증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피올란이 이런저런 푸념을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드르륵-

그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피올란이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그녀’를 맞이했다.

“아, 하린님! 어디 들렀다 올 데 있다고 하더니… 벌써 다녀오신 거예요?”

하린과 피올란은 원래도 사이가 좋은 편이었지만, 최근들어 부쩍 친해져 있었다.

대부분의 길드 수뇌부 유저들은 신규 컨텐츠를 즐기기 위해 마계로 도망(?)갔고, 남아있는 두 사람은 항상 붙어 다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피올란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네. 사실 진성이가 제 앞으로 뭘 좀 보냈다고 해서, 광장까지 나갔다 오는 길이에요.”

생각지 못한 이름을 들은 피올란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이안님이요?”

“네.”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마계 관련 퀘스트를 하러 떠난 이안은 그 후 카이로 영지에 거의 얼굴을 비추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헐, 이안님이 뭘 보내셨는데요? 아니 그것보다 보냈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택배라도 보낸 건가.”

피올란의 말에 하린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아뇨, 가신을 하나 보냈더라고요.”

“아하….”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피올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러다 이안님 얼굴 까먹겠네요. 그래도 우리 길드 마스코트인데 이안님이….”

하린이 베시시 웃으며 중얼거렸다.

“저는 얼굴 매일 봐서 안 까먹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살짝 양 볼을 붉히는 하린을 보며, 피올란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안 부럽거든요!”

“히히. 딱히 자랑한 건 아닙니다아.”

피올란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에휴… 이거 나도 어디서 남자 구해다가 연애라도 해야지, 서러워서….”

하린이 웃으며 대답했다.

“길드원 중에 피올란님 눈에 차는 괜찮은 남자 없어요?”

그녀의 말에 몇몇의 얼굴을 떠올리던 피올란의 입에서 또다시 한숨이 새어나왔다.

“휴우…. 모르겠네요. 어떻게 되겠지 뭐.”

한차례 푸념을 늘어놓은 피올란이 이번에는 하린의 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하린이 낑낑대며 인벤토리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이안님이 보내셨다는 물건은 뭐예요?”

“잠시만요…!”

그리고 하린의 인벤토리에서 튀어나온 커다란 보따리를 본 피올란이 두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게 다 뭐에요?”

하린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저는 뭔지 잘 모르겠는데… 마정석? 이래요. 무슨 아이템 강화하는데 필요한 아이템 이라던가…. 자기는 5강까진 전부 다 했다고, 길드원들이랑 나눠 쓰라고 남은 거 전부 보냈다는데, 어떻게 써야하는지 몰라서 피올란님께 물어보려고 가져왔어요.”

“…!!”

하린의 말에 그간 시무룩했던 피올란의 표정이 대번에 밝아졌다.

“마, 마정석이라고요?!”

“네. 분명 마정석이라고 했는데… 어디보자….”

보따리 안에서 검붉은 돌덩이(?) 하나를 꺼낸 하린이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요, 마정석. ‘최하급 마정석’ 이라고 쓰여 있는데요?”

단숨에 자리에서 일어나 하린의 옆으로 다가간 피올란이, 마정석의 정보를 확인해 본 뒤, 만세를 불렀다.

“으아앗! 이안님 최고!!”

하린이 옆에서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 남친님 최고…!”

피올란은 ‘남친님’이라는 말이 조금 거슬렸지만 기분이 좋으니 넘어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하린님은 커뮤니티 아예 안 들어가시나 봐요? 어떻게 마정석을 모르실 수가 있어요?”

이안이 하린을 통해 보낸 마정석들은 전부 최하급 마정석 이었지만, 현재 마정석의 시세는 그야말로 부르는게 값일 정도로 비싼 아이템이었다.

아직까지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마계에 진입한 유저들도 아직 대부분이 모든 부위의 아이템을 5강까지 만들지 못했기 때문.

피올란은 신이 나서 하린에게 마정석의 사용법(?)을 설명했고, 둘은 영주실에 앉아서 아이템을 하나하나 강화하기 시작했다.

*          *          *

‘악마의 시험’은 무척이나 단순했다.

이안이 예상했던 것처럼, 악마의 순혈을 흡수한 유저의 ‘전투력’을 시험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셀라무스 전사의 시험과 비슷한 느낌.

하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다.

연속해서 등장하는 적을 물리쳐야 한다는 점이 동일하기는 했지만, 모든 스킬이 봉인당한 채 싸워야 했던 셀라무스의 시험과는 다르게, 악마의 시험은 모든 스킬과 소환수들을 전부 활용할 수 있었다.

또, 악마의 시험에 등장하는 적들은 계속 같은 레벨의 마족들이었다.

바로, 이안과 같은 레벨인 188레벨이었다.

쾅- 콰쾅-!

띠링-

[17번째 악마를 성공적으로 물리치셨습니다.]

[5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집니다.]

[5분의 휴식시간이 전부 지나지 않더라도, 원한다면 곧바로 다음 전투를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이안은 자신과 소환수들의 남은 생명력을 슬쩍 확인해 보았다.

‘이제 슬슬 힘에 부치기 시작하는 건가? 계속해서 나와 동레벨의 적이 등장하는데… 확실히 난이도는 점점 더 올라가는군.’

숨을 한번 고른 이안은, 곧바로 다음 전투를 진행시켰다.

이안과 소환수들의 생명력이 절반도 넘게 닳아 있었지만, 그런 것은 상관 없었다.

새로운 적이 등장하는 순간, 이안과 소환수들의 모든 생명력은 다시 최대치까지 차올랐고, 모든 스킬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초기화되었으니까.

“다음 전투를 진행하겠다.”

[18번째 악마가 등장합니다.]

우우웅-

낮은 공명음과 함께, 이안의 눈 앞의 공간을 찢고, 날카롭게 생긴 마족 하나가 등장했다.

이안은 등장한 마족의 정보를 재빨리 확인했고, 두 눈에 살짝 이채를 띄었다.

‘드디어… 상급 마족인 건가?’

이안은 조금 더 긴장한 표정으로 창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노블레스까지는 만나보고 싶어.’

이안이 투기를 내뿜자, 등장한 마족이 괴성을 지르며 이안을 노려보았다.

[크아아오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마족과 이안이 서로를 향해 동시에 달려들었다.

< (1). 반인반마 -1 (10권 시작)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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