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16화 (242/1,027)

< (8). 얀쿤과의 조우 -2 (9권 완) >

*          *          *

징벌의 탑 10층으로 올라간 이안은, 어렵지 않게 얀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커다란 원형으로 생긴 뇌옥 10층의 정 중앙에, 얀쿤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것이 바로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특이한 점은, 얀쿤은 갇혀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얀쿤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오방(五方)에 다섯 개의 기둥이 각각 세워져 있을 뿐, 창살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안은 조심스레 얀쿤에게 다가갔다.

‘날 기억하고 있겠지?’

대규모 패치가 있기 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맺어졌던 관계였기 때문에, 이안은 조금 불안하긴 했다.

‘하지만 뭐… 퀘스트도 그대로 남아있으니까….’

얀쿤의 바로 앞에까지 다가간 이안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얀쿤, 네 부탁을 해결하고 돌아왔어.”

하지만 이안의 말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얀쿤.

‘뭐지? 자는 건가…?’

이안이 얀쿤의 몸을 툭툭 건드려 보려 할 때, 그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군, 이안.”

이 말인 즉, 얀쿤이 이안을 기억하고 있다는 이야기.

이안은 그럴 것이라 생각했음에도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휴우, 내 마스터 플랜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겠어.’

얀쿤의 말이 이어졌다.

“내 부탁을 해결했다는 말은… 오염된 마물들이 생겨나는 이유를 알아 왔다는 뜻인가?”

이안이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그렇지. 이유만 알아낸 것이 아니라, 그 근원 자체를 뿌리 뽑았다.”

이안의 대답에 얀쿤의 두 눈에 이채가 어렸고, 이안은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마수들이 오염되기 시작한 근원은 바로 ‘카오스 스톤’ 이었어.”

이안은 퀘스트를 해결하는 동안 겪었던 일들을 얀쿤에게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설명이 끝나자, 그와 동시에 퀘스트의 성공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마계 수문장 얀쿤의 부탁 Ⅰ (연계)’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 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 : SSS]

[명성을 10만 만큼 획득하셨습니다.]

[경험치를 157688900만큼 획득하셨습니다.]

[중급 마정석을 20개 만큼 획득하셨습니다.]

[‘악마의 순혈’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을 트리플 S등급으로 달성하여 ‘얀쿤’과의 친밀도가 5만큼 상승합니다.]

그리고 주르륵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들 중에서, 이안의 두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단연 ‘악마의 순혈’ 이었다.

‘크으…! 드디어! 드디어 악마의 순혈을 손에 넣었어.’

악마의 순혈은 지금 이안이 진행 중인 모든 퀘스트와 달성과제의 핵심과도 같은 열쇠였다.

그렇기에 이안의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다.

한편, 행복해하는 이안과는 별개로, 얀쿤의 입이 다시 천천히 열렸다.

“크흐음…. 그런 일이 있었군. 카오스 스톤의 힘이 지금까지 마물들을 오염시키고 있었을 줄이야….”

얀쿤은 가부좌를 튼 자세 그대로, 한 치의 미동도 없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어쨌든… 그대 덕분에 내 형량을 제법 줄일 수 있겠군.”

“…?”

얀쿤의 말에 이안이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형량을 줄이다니.”

얀쿤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보다시피, 난 지금 여기에 갇혀있는 신세다. 본래대로라면 최소 2달 동안은 여기서 나갈 수 없지만, 그대가 내 죄 몫 중 하나를 해결해 주었으니, 아마 한 달 정도면 나갈 수 있을 듯 하다.”

얀쿤의 말에 이안은 얀쿤이 앉아있는 주변으로 손을 휘휘 저어 뭔가 결계같은 것이라도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이안의 손에는 아무 것도 부딪히지 않았다.

“으음? 너 지금 갇혀있는 거야? 그냥 일어나서 여길 나가면 되는 거 아닌가?”

얀쿤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지 몰라도, 난 지금 사지를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으음…?”

“내가 지금 움직일 수 있는 건, 목 윗부분 정도. 그것도 조금씩 밖에 움직일 수 없지.”

이안이 얀쿤의 주변에 세워져 있는 기둥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주변에 세워진 기둥들과 연관이 있는 거야?”

얀쿤이 대답했다.

“그렇다. 저 기둥들이 내 마기를 봉인하고 신체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있지.”

그 말에 이안이 등 뒤에 메고 있던 정령왕의 심판을 꺼내어 들며 휘 휘 휘둘렀다.

부웅-

“그럼 내가 저걸 다 부숴 버리면?”

얀쿤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마 그대와 나 둘 다 내일 해를 볼 수 없을 거다. 그대가 기둥을 공격하는 순간, 탑의 주인이 포탈을 타고 이곳으로 내려오겠지.”

“탑의 주인…? 이 징벌의 탑에 주인이 따로 있는 건가?”

얀쿤이 눈을 살짝 감으며 대답했다.

“마계 서열 15위를 차지하고 있는 증오의 마왕 루시카. 그가 이 곳의 주인이다. 나를 굴복시킨 이안, 그대도 충분히 강력하지만… 마왕은 나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존재.”

얀쿤의 설명에 이안이 속으로 투덜거렸다.

‘마왕인지 뭔지…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놈이랑은 나도 싸울 마음이 없다고.’

얀쿤이 말을 이었다.

“그대라 하더라도 아직 마왕을 상대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뭐, 그렇군.”

“그래서 염치없지만… 내 부탁을 하나 더 들어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얀쿤의 부탁’퀘스트의 연계 퀘스트 창이 이안의 시야에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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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수문장 얀쿤의 부탁 Ⅱ (연계)-

마계의 십이지장(十二指將)의 일인이자, 마계로 통하는 관문을 지키는 수문장인 얀쿤.

얀쿤은 마계의 원로회로부터 100일 형을 선고받아 징벌의 탑에 갇히게 되었다.

그의 죄는 바로, 마계 원로회로부터 받은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 한 것.

그는 마계 120구역의 관문을 이종족 으로부터 지켜내라는 임무와, 오염된 마수들의 근원을 찾아내라는 임무를 완수해 내지 못 했다는 죄 몫으로 징벌의 탑에 갇히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마계 50구역 밖의 관문들은 고위 마족들이 지금까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곳이었고, 그렇기에 그 중에서도 가장 외곽의 관문인 120관문이 뚫리는 일은 지금까지 비일비재한 것이었다.

또한 마수들을 오염시킨 근원을 찾아내는 임무 역시 지금까지 여러 마족들이 실패했었지만 큰 처벌을 받지 않았던 임무.

그렇기에 얀쿤은 자신이 징벌의 탑에 갇히게 된 데에, 어떤 흑막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

얀쿤을 도와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그를 징벌의 탑에서 꺼내주자.

퀘스트 난이도 : SS

퀘스트 조건   : 수문장 얀쿤의 인정을 받은 유저.

‘마계 수문장 얀쿤의 부탁 Ⅰ (연계)’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 한 유저.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하급 마정석 x30, 중급 마정석 x15

* 상급마족인 ‘얀쿤’을 가신으로 거둘 수 있게 됩니다. (단, 악마의 순혈을 얻어 반인반마가 되는 데 성공한 유저에 한함.)

* 거절하면 ‘마계 수문장 얀쿤’과의 친밀도가 대폭 하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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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보아온 퀘스트 창 중에 역대로 많은 스토리(?)를 담고 있는 퀘스트 창이었기에, 이안은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그러니까… 얀쿤, 네가 어떤 누명 같은 것을 쓴 것 같다는 거지?”

얀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누명을 썼거나, 아니면 어떤 이해관계에 의해 희생된 것이겠지.”

이안은 어깨를 으쓱 하며 대답했다.

“좋아, 뭐 도와주도록 할게.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어.”

“뭔가?”

이안이 얀쿤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기둥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100일형 이라는 게, 이 징벌의 탑에 100일 동안 갇혀 있어야 하는 얘기 맞지?”

“그렇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큰 형벌이야?”

이안으로서는 궁금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인간 세계에서도 3개월 남짓의 기간인 100일 정도 투옥되는 형벌은 그리 중형이라고 볼 수 없었는데, 하물며 인간보다 수명이 훨씬 길다고 알려진 마족들에게는 더욱 가벼운 형벌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한데 퀘스트 창에는 무거운 형벌 이라고 쓰여 있었기에 궁금증이 인 것이었다.

“흐음… 이 징벌의 탑에 대해 잘 모르는군. 하긴, 당연한 것이겠지.”

“음…?”

얀쿤이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마족은 이 징벌의 탑에 갇혀있는 시간에 비례하여, 마기를 빼앗기게 된다.”

이안의 눈이 살짝 커졌다.

“마기를 빼앗긴다고?”

얀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100일의 형량을 가득 채우고 나면, 나는 지금까지 모아뒀던 마기의 1/5 정도 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마기를 잃게 되지.”

이안은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그게 어떤 의미지?”

얀쿤이 이안을 잠시 빤히 쳐다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마기의 개념에 대해서 모를 줄이야. 그대에게서도 미약하지만 마기가 느껴지는데, 마기가 뭔지도 모르면서 지니고 있었던 건가?”

이안은 그제야 자신이 ‘마기’ 라는 능력치를 얻었던 것이 생각났다.

‘아, 맞다. 그 고정 데미지 주는 능력치가 마기였지.’

이안은 마계 최초보상으로 받았던 마기 라는 능력치를, 지금까지 전투에서 계속 발동시켰으면서도 비중이 크지 않아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 생각났어. 내가 지금 2천5백이 조금 넘는 수준의 마기를 가지고 있네.”

이안의 말을 듣고 난 얀쿤의 ‘마기’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래, 그대는 고작 2천 정도의 마기를 갖고 있을 뿐이지만… 이곳에 들어오기 전 내가 보유하고 있던 마기는 5만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그 말에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집어삼키고 말았다.

‘헉…! 뭐야, 마기가 5만이면, 발동률이 10%만 되도 어마어마한 수치잖아? 고정 데미지가 5만이 훅 들어오는 걸 생각하면 진짜 끔찍한데….’

얀쿤의 말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 징벌의 탑에 갇혀있는 동안, 내 마기는 하루에 100만큼씩 증발하게 된다. 그래서 100일형을 모두 채우고 나면, 1만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마기를 잃게 되는 거지.”

“….”

여기까지 듣고 나니, 얀쿤의 형벌이 중형이라는 것이 충분히 느껴졌다.

“하루라도 빨리 꺼내 줘야겠네.”

이안의 말에 얀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여기서 하루라도 빨리 나가야 내 마기를 조금이라도 더 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내가 가장 분통터지는 건, 여기에 들어오기 전, 마기가 5만을 코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5만이라는 수치에 어떤 의미가 있어?”

“큰 의미가 있지.”

잠시 뜸을 들인 얀쿤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마기가 5만을 넘으면, 상급 마족이 노블레스가 되기 위한 도전자격을 얻을 수 있다.”

“…!!”

이안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정리해 보자….’

퀘스트 창에 쓰여있던 내용부터, 얀쿤에게 들었던 내용까지.

이안은 빠르게 머릿속에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연계 퀘스트를 제대로 성공시키고 나면 얀쿤을 확실히 내 가신으로 영입할 수가 있고….’

반인반마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지금 이안의 수중에는 ‘악마의 순혈’ 아이템이 있었으므로, 이미 달성된 조건이나 마찬가지였다.

‘얀쿤의 말로 유추해 봤을 때 현재 이 놈의 마기는 대충 4만6천~7천 정도겠지?’

얀쿤은 징벌의 탑에 수감되기 전 자신의 마기가 5만에 가까웠다고 얘기했고, 지금 얀쿤이 수감 된지는 한 달 정도가 되었으니, 얼추 계산해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최대한 빨리 이놈을 여기서 구출해서 가신으로 삼고, 조금만 더 키우면… 난 노블레스 등급의 마족을 가신으로 얻을 수 있게 되는 거잖아?’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이안의 표정이 더욱 의욕적으로 변했다.

“좋아, 얀쿤!”

갑자기 파이팅 넘치는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이안을 보며, 얀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갑자기 무슨 말인가?”

이안이 씨익 웃었다.

“내가 최대한 빨리, 널 여기서 꺼내 주겠다고.”

이안이 주먹까지 불끈 쥐며 의지를 불태우자, 얀쿤은 감동스런 표정이 되었다.

“오오… 염치없는 부탁이었는데… 날 위해서 이렇게 까지 해 주다니…. 이 은혜는 꼭 갚도록 하겠다.”

그리고 시스템 메시지가 한 줄 떠올랐다.

[상급마족 ‘얀쿤’과의 친밀도가 5만큼 추가로 상승합니다.]

NPC와의 친밀도는, 가신으로 등용하고 난 뒤의 충성도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었기에, 이안은 싱글벙글한 표정이 되었다.

“얀쿤, 그럼 내가 뭐부터 하면 될까?”

이안의 물음에 얀쿤이 곧바로 대답했다.

“분노의 도시 외곽지역을 돌다 보면, 두 번째로 큰 대저택을 발견할 수 있을 거다.”

“음…?”

“그 곳이 바로 이 분노의 도시의 부 성주이자 노블레스들 중에서도 상위의 전투력을 가지신 ‘세라핌’님이 계신 곳이다.”

‘세라핌’이라는 이름을 들은 이안이 고개를 갸웃 하며 재빨리 퀘스트 창을 열어 보았다.

‘세라핌…?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그리고 이리엘에게서 받은 ‘마족의 태동 II’ 퀘스트에서 그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하! 어차피 내가 찾아갔어야 하는 인물이잖아?’

얀쿤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안 그대가 세라핌님에게 가서 내가 여기 갇혀있다는 사실을 얘기해 주고, 마수들을 오염시켜왔던 근원을 제거했다는 것을 전달해 줬으면 한다.”

“그러면 끝이야?”

“그 뒤는, 아마도 세라핌 님께서 알아서 하실 거다. 이안, 그대에게 어떤 임무를 전달하실 수도 있고….”

이안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그럼 그렇지, 더블S등급의 퀘스트가 그렇게 간단하게 끝날 리가 없지.’

이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아, 얀쿤. 그럼 난 그를 찾아서 바로 움직이겠어.”

“고맙다, 이안.”

“그런데, 그 세라핌이 살고있다는 저택….”

“음…?”

이안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분노의 도시에서 두 번째로 큰 저택이라는 단서 말고는 다른 정보는 없는 거냐.”

분노의 도시는 어지간한 마계의 구역 여러 개를 합친 것 만큼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그렇기에 이안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온 것이었다.

가신들도 전부 성 밖에 두고 왔기에, 넓은 지역을 샅샅이 뒤지는 것이 더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 아쉽게도….”

“뭐… 할 수 없지. 열심히 찾아보는 수 밖에.”

그런데 그 때, 얀쿤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이안을 향해 말했다.

“아 참, 이안. 분노의 도시로 들어오는 길에, 혹시 헤이스카를 만났나?”

“헤이스카라면… 그 도시로 들어오는 문을 지키고 있던 평마족 녀석?”

얀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로 그 놈.”

그와 동시에 얀쿤의 품 속에서 작은 두루마리 하나가 빠져나오더니 이안의 앞에 두둥실 떠올랐다.

얀쿤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걸 들고 녀석을 찾아가면 아마 그대를 도와줄 거다.”

이안이 반색하며 물었다.

“오호, 헤이스카가 네 부하라도 되나 보네?”

“뭐, 비슷하다.”

얀쿤에게서 받은 두루마리를 집어들어 품 속에 갈무리한 이안은, 미련 없이 걸음을 돌렸다.

“그럼 가 보도록 하지.”

얀쿤이 힘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운을 빈다, 이안.”

이안이 씨익 웃었다.

“걱정 말고 기다려. 금방 해결하고 돌아올 테니까.”

징벌의 탑을 나서는 이안의 발걸음이 점점 더 빨라졌다.

그리고 이안은 걸음을 옮기며 인벤토리 안에 있던 붉은 구슬 하나를 꺼내어 들었다.

그것은 바로, 얀쿤에게서 받은 ‘악마의 순혈’ 아이템이었다.

< (8). 얀쿤과의 조우 -2 (9권 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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