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분노의 도시 -1 >
세르비안의 퀘스트를 마무리한 이안은, 캡슐에서 나와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카일란에 접속했다.
“이제 드디어 분노의 도시로 가는 건가?”
이안은 분노의 도시로 향하기 전, 개인정비가 한번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쌓여있는 잡템도 많고, 새로 생긴 스킬도 확인해야 하고….’
그동안 정말 수많은 마수들을 사냥했기 때문에, 마정석만 해도 수백 개 이상이 쌓인 상태였다.
최하급 마정석은 삼백여개도 넘게 쌓여 있었으며, 특히 하급 마정석이 36개, 중급 마정석도 세 개나 쌓여있는 것을 확인한 이안은, 무척이나 뿌듯한 표정이 되었다.
최하급 마정석과 하급 마정석은 엄연히 다른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후우, 중급 마수들도 수백 마리는 잡은 것 같은데… 상위 등급의 마정석일수록 드랍율이 극악이긴 하구나.”
이안은 우선 하급 마정석의 정보를 한번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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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급 마정석 -
분류 - 잡화
등급 - 없음
내구도 - 50/50
순도 높은 마계의 에너지가 담겨있는 진귀한 보물이다. 마정석을 사용한다면, 장비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
* 하급 마정석은 +10강 이하인 장비에만 사용할 수 있다.
* 장비 강화에 성공할 확률이 무척이나 낮으며, 강화에 실패한다면 강화 등급이 0~2단계만큼 하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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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마정석으로는 10강이 한계치인 것 같고… 최하급 마정석과는 달리 강화 실패 시 등급이 떨어지기도 하네? 그렇다면 중급 마정석은 15강까지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인가?’
파악이 끝난 이안은, 이번에는 중급 마정석의 정보를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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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급 마정석 -
분류 - 잡화
등급 - 없음
내구도 - 50/50
중급 이상의 마수만이 지니고 있는, 고농축된 마정을 담고있는 원석이다.
중급 마정석을 사용하면, 장비를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
* 중급 마정석은 +15강 이하인 장비에만 사용할 수 있다.
* 장비 강화에 성공할 확률이 무척이나 낮으며, 강화에 실패한다면 강화 등급이 1~3단계만큼 하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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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중급 마정석은 강화실패시 강화등급이 3계단 까지도 떨어질 수 있잖아?’
이 말인 즉, 14강까지 힘들게 만들었다가도 한번 제대로 실패가 뜨면 다시 11강까지 미끄러진다는 이야기.
‘15강까지 올리려면 중급 마정석이 몇 개나 필요할지 상상도 안 되네.’
이안은 일단 정령왕의 심판을 더 강화해보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아이템이 파괴되는 건 아니니까. 최하급 마정석은 넉넉하니, 강화등급이 좀 떨어져도 5강까지는 충분히 다시 메꿀 수 있겠지.”
이안은 심호흡을 한 뒤, 하급 마정석을 꺼내어 정령왕의 심판에 사용했다.
“흐읍!!”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을 강화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이 +5강에서 +6강으로 강화되었습니다.]
------------- 강화 결과 -------------
[공격력 : 2730~3008 -> 2912~3208]
[모든 전투능력 + 225 -> 모든 전투능력 + 240]
[통솔력 + 300 -> 통솔력 + 320]
[친화력 + 225 -> 친화력 +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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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단 한 번의 시도 만에 강화에 6강을 성공시킨 이안!
이안은 뿌듯한 표정으로 강화결과를 확인했다.
“크으, 최대공격력이 3천을 넘겼어!! 정령왕의 심판 강화하기 전에 능력치가 몇이었더라?”
이안은 수첩 꺼내어 메모해 뒀던 능력치를 확인했다.
“처음 2005였던 최대공격력이 3208까지 올랐네. 강화단계가 올라도 초기 능력치의 10%만큼씩 계속해서 오르는 게 확실해졌어.”
이안은 신이 나서 다른 능력치도 전부 확인해 봤고, 모든 능력치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좋아, 좋아. 그렇다면 10강까지 한번 달려볼까?”
이안은 다시 심호흡을 한번 더 하고, 하급 강화석을 발동시켰다.
“제발!!”
하지만 이안의 운이 계속해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을 강화하는데 실패하셨습니다!]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의 강화등급이 +6강에서 +4강으로 떨어졌습니다.]
“….”
금빛에 휩쌓여 번쩍번쩍 빛나던 강화성공 때와는 달리, 칙칙한 회색빛이 퍼져 나오는 강화실패.
이안은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아, 어떻게 2계단이 떨어져 버리냐, 한번에….”
하지만 어차피 최하급 마정석은 수백 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5강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어디 누가 이기나 해 보자!”
이안은 강화석을 마구 바르기 시작했다.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을 강화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이 +4강에서 +5강으로 강화되었습니다.]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을 강화하는데 실패하셨습니다!]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의 강화등급이 +5강으로 유지됩니다.]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을 강화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이 +5강에서 +6강으로 강화되었습니다.]
:
:
그렇게 서른 여섯 개나 되던 하급 마정석이 단 두 개 밖에 남지 않았을 때.
이안은 연속된 강화성공으로 운 좋게도,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을 +9강까지 만들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이게 왜 사냥할 때보다 더 심력소모가 큰 거냐.’
남은 하급 마정석은 두 개.
이안은 갈등하기 시작했다.
‘남자답게 다 질러 버려?’
마치 수전증 환자처럼, 마정석을 쥔 이안의 손 끝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아니야. 여기서 2단계 하락이라도 하면… 정말 울고 싶을 지도 몰라.’
평소에 선택장애와는 거리가 먼 이안이었지만, 지금의 상황은 이안에게조차도 엄청난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의 옆에서 그 모양을 지켜보던 카이자르가 퉁명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영주 놈아. 왜 너답지 않게 이런 걸로 고민 하는 거냐.”
그에 이안이 곧바로 발끈했다.
“가신 놈아, 생각해 봐라. 내가 강화하고 있는 아이템이 네 무기였다고 생각해도 그렇게 편안할 수 있겠냐?”
“크흐음….”
강화 한 번에 무기의 공격력이 200~300 왔다 갔다 하는 상황.
그것을 생각한 카이자르의 동공이 가늘게 떨렸다.
“미안하다, 이안. 내가 생각이 짧았다.”
“후우… 이너피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 이안이,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지르자! 인생 뭐 있어? 실패하면 실패 하는 거지!”
결국 마음을 비우는 데 성공한(?) 이안은, 하급 마정석을 꺼내들고 왼손으로 눈을 가렸다.
“영주 놈아, 마음을 비웠다며 눈은 왜 가리냐.”
“시끄럽다!”
이안은 눈을 질끈 감고 남은 마정석 두 개를 연달아 사용했다.
어차피 첫 번째 마정석으로 강화에 성공한다면, 10강이 되기 때문에 남은 하나의 마정석은 사용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안의 하급 마정석은 두 개 모두 하얗게 빛을 내며 사라졌다.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을 강화하는데 실패하셨습니다!]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의 강화등급이 +9강에서 +8강으로 떨어졌습니다.]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을 강화하는데 실패하셨습니다!]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의 강화등급이 +8강으로 유지됩니다.]
결과는 두 번의 시도 모두 실패.
하지만 이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래도 8강에서 더 떨어지지는 않았네. 다행이야….”
회색 빛이 새어나오는 순간, 주저앉을 뻔 했던 이안은, 그래도 8강에서 유지되는 것을 보고는 안도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이자르가 이안을 위로했다.
“그래도 8강까지 올린 게 어디냐 주인 놈아. 이젠 내 무기나 좀 강화해줘라.”
카이자르의 말에 이안이 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최하급 마정석은 많으니까 일단 5강까지라도 다 강화해 줄게.”
이안은 카이자르의 장비들에 최하급 마정석을 바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하급 마정석 최소 50개 쌓일 때 까지는 강화 거들떠도 안 봐야지…. 역시 아이템 강화는 정신건강에 안 좋아….’
* * *
“아자잣, 드디어 우리도 마계 입성이다!”
포탈에서 뛰어내리며 주먹을 불끈 쥐는 소년.
간지훈이가 해맑게 웃으며 뒤따라 들어오는 카노엘을 보았다.
“형, 우리도 드디어 마계 입성했네. 생각보다 좀 오래 걸렸지만 말이야.”
그에 카노엘이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거야 내가 짐이 돼서 그렇지 뭐. 너 혼자 퀘스트 진행했으면 벌써 보름 전에 입성했을 텐데…. 미안하다 야.”
마계가 열린지도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카노엘의 말처럼, 훈이가 혼자서 움직였다면 아마 보름 전에는 마계에 발을 들였으리라.
“후후, 괜찮아, 형. 카일란 최고의 흑마법사가 의리 없다는 소리를 들을 순 없지 않겠어?”
“크으, 역시 훈이. 너밖에 없다.”
“후후훗. 앞으로도 이 훈이만 믿으시면 됩니다.”
훈이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리고 멀찍이 하급마수들과 싸우고 있는 일단의 무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형, 이제 우리도 슬슬 움직여 볼까?”
훈이의 말에 카노엘이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거야 그런데… 뭐부터 하게?”
“음… 일단 120구역 안쪽으로 빠르게 들어가야겠지?”
두 사람이 위치한 곳은 마계 129구역.
120구역까지는 꽤나 멀고 험난한 길이었기에, 카노엘은 조금 놀란 표정이 되었다.
“엥? 퀘스트부터 먼저 진행하게? 일단 여기에 적응할 시간을 좀 갖는게 좋지 않겠어?”
카노엘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지만, 훈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는 애초에 퀘스트를 위해 120구역을 뚫자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니, 형. 퀘스트 진행하기 전에 우리가 할 게 따로 있어.”
“…? 그게 뭔데?”
훈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안 형 찾아가야지. 그 형 옆에 달라붙어 있어야 콩고물이라도 거하게 떨어진다고.”
“이안 형님?”
훈이가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그 형은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마계가 열리자마자 3분 만에 입성한 괴물이라고. 지금쯤 마족이라도 가신으로 만들어서 부려먹고 있을지도 몰라.”
“….”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훈이의 말은 말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LB사가 커뮤니티에 공개한 정보로는, 100구역 안쪽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마족 발끝도 구경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카노엘은 어쩐지, 훈이의 농담이 현실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왔다.
‘진짜 그 형은 게임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지.’
어쨌든 카노엘도, 자신을 사람다운 소환술사 유저로 만들어 준 이안이 보고 싶었다.
“그래, 가 보자 훈아. 이제 내 전력도 제법 강해졌으니까, 나도 충분히 도움이 될 거야. 우리 둘이 힘을 합하면 120구역 안쪽까지는 뚫을 수 있겠지.”
카노엘은 말을 마친 뒤 고개를 힐끗 돌려 왼쪽을 돌아보았다.
“그렇지 오르덴?”
그리고 그 곳에는,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어린 블랙 드래곤 한 마리가 카노엘을 향해 콧김을 뿜고 있었다.
“크르릉-”
* * *
< (7). 분노의 도시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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