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11화 (237/1,027)

< (6). 마수 라키엘 -4 >

‘후후, 목적달성!’

물론 이안의 대답은 오케이였다.

어차피 라키엘을 소환하여 전투에 사용하려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소환수로 받아들인다!”

우우웅-!

이안의 대답과 함께 라키엘의 거대한 몸이 붉은 빛으로 변해 허공에 모아졌고, 잠시 후 이안의 손바닥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안 홀로 라키엘과 싸운 시간만 10시간에 가까운 엄청난 혈투.

결국 이안은 승리(?)했고, 원하는 것을 쟁취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전개를 계속 구경하던 세르비안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아… 내가 수백 년 연구해도 답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을… 폭력으로 해결했단 말인가….]

뭔가 자조(?)섞인 세르비안의 중얼거림에, 이안이 기분 좋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놈이 제 정성에 감동한 것 뿐 입니다.”

세르비안의 주름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정성… 정성이라…. 그래. 정말 정성스럽게 구타하긴 하더군. 상급 마수가 아니라 평범한 새였다면, 아마 깃털이 한 개도 남김없이 전부 다 빠졌을 테지.]

그런데 두 사람이 실없는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이안의 눈 앞에 예상치 못했던 메시지들이 주르륵 떠오르기 시작했다.

[테이밍이 불가능한 몬스터를 길들이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히든 클래스 봉인해제 조건을 만족하셨습니다.]

[히든 클래스 ‘테이밍 마스터’가 한 단계 진화합니다.]

[‘테이밍 마스터’ 클래스의 티어가 2티어에서 3티어로 진화했습니다.]

[새로운 히든스킬, ‘교감 Ⅰ’을 획득하셨습니다.]

[새로운 히든스킬, ‘희생 Ⅰ’을 획득하셨습니다.]

그것을 본 이안이, 세르비안과의 대화를 멈추고 곧바로 메시지들을 읽어 내려갔다.

‘히든 클래스의 티어가 진화한다고…?’

이안의 머릿속에 있던 정보들은, 방금 확인한 메시지로 인해 재 적립 되고 있었다.

‘나는 테이밍마스터가 최소 3티어 히든클래스일 거라고 추측하고 있었는데….’

이안이 테이밍마스터의 티어를 3티어로 추측한 이유는 간단했다.

본래 이안이 얻을 수 있었던 히든 클래스인 ‘드래곤 테이머’가 3티어의 히든클래스라고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같은 티어 안에서도 클래스 간의 등급차이가 존재했고, 그렇다면 오클리가 드래곤 테이머보다 더 상위 클래스라고 말했었던 테이밍 마스터는, 못해도 3티어 이상이라는 말이 되는 셈이었다.

‘자, 정리해보면… 오클리가 말했던 상위등급의 클래스라는 개념은, 진화 가능한 최대티어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거였나?’

이런 개념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2티어의 히든클래스였던 테이밍 마스터가, 기본 3티어의 히든클래스인 드래곤 테이머보다 더 높은 등급의 클래스 라는 말이 설명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오클리가 이안에게 거짓된 정보를 얘기했을 리는 더더욱 없었고.

‘홍염의 마도사 레미르는, 특정 직업퀘스트를 통해서 홍염의 군주로 클래스를 진화시켰다고 들었어. 그런데 테이밍마스터의 경우에는 퀘스트가 아니라 특정 조건을 충족시켜야 진화되는 건가? 이거 뭔가 되게 혼란스러운데?’

하지만 이안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예전 레미르의 히든클래스였던 홍염의 마도사와 현재 클래스인 홍염의 군주는, 사실 이름만 비슷하다 뿐이지 진화된 클래스가 아니었다.

레미르가 그냥 퀘스트를 통해서, 상위등급의 클래스로 새로 전직할 수 있었던 것일 뿐.

굳이 두 클래스의 연관관계를 찾자면, 홍염의 군주로 전직할 수 있는 퀘스트를 받기 위한 조건이 홍염의 마도사 라는 클래스였던 것 정도였다.

다만 레미르는 이것이 자신의 원래 클래스를 상위 단계로 진화시켰다고 이해했고, 그래서 그렇게 알려졌던 것.

테이밍마스터와 같이, 자체적으로 티어를 진화시킬 수 있는 클래스가 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법은 없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유일한 게 분명했다.

‘일단 새로운 스킬도 좀 확인해 봐야 되고, 정리할 게 엄청 많아졌네.’

새로 얻은 히든스킬이 어떤 것들인지에 따라, 사냥방식이 달라질 수 도 있었기에, 이안은 서둘러 연구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빨리 얀쿤의 정화 퀘스트와, 세르비안의 퀘스트를 마무리하고, 새로 얻은 스킬들을 확인하고 싶었다.

이안이 세르비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세르비안님, 이제 어디 어디 남은 거죠?”

이안의 물음에, 멍하니 딴생각을 하고 있던 세르비안이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어디어디 남았냐니, 그게 무슨 말인가?]

“연구소에 있는 오염된 마수들 전부 소탕해 달라고 하셨잖아요. 남은 구역 빨리 다 쓸어버리게요.”

세르비안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허어…, 자네 좀 쉬어야 하지 않겠나?]

“전 괜찮습니다. 빨리 마무리 짓고 난 뒤에 쉬고 싶네요.”

[후우, 젊음이 좋은 것인가… 아니, 이건 젊음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대단한 의지력이야.]

이안의 무한체력에 경탄(?)한 세르비안이 아직 마수들이 소탕되지 않은 구역들을 하나하나 짚어주었다.

그리고 이안이 라키엘과 사투를 벌이는 동안 편히 앉아 쉬고 있던 이안의 가신들과 소환수들도, 이제는 다시 사냥지옥(?)의 세계에 발을 들일 수 밖에 없었다.

[으… 주인 혼자 싸우는 거 구경할 때가 좋았다.]

[후, 그래도 꽤 오래 쉬었더니 힘이 나긴 하는군.]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별다른 불만 없이 이안의 명령을 따라 움직이는 소환수들.

그리고 이안의 높은 명성으로 인해 충성심이 최대치까지 올라와있는 가신들은, 군 말 없이 이안의 명령에 절대복종하고 있었다.

심지어 카이자르조차도, 이제 충성심이 30이 넘는 수준이었다.

“자,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조금만 더 힘내자!”

이안의 격려와 함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가신들과 소환수들.

그렇게 서너 시간 정도가 더 지나자, 드디어 연구소의 모든 마수들을 처치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파괴된 세르비안의 연구소’에 있는 모든 오염된 마수들을 처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375/375)]

[‘마수 연금술의 시작 (히든)(연계)’퀘스트의 클리어 조건을 전부 달성하셨습니다.]

[‘세르비안’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십시오.]

그제야 힘이 긴장이 풀려 연구실 구석에 널브러져 있던 의자 위에 주저앉는 이안.

물론 세르비안은 따로 찾아갈 필요 없이 이안의 바로 옆에 둥둥 떠 있었다.

이안의 고개가 세르비안을 향해 돌아갔다.

“세르비안님, 이제 전부 정리가 된 듯 하네요.”

이안의 말에 세르비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후후, 수고 많았네, 이안. 자네…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뛰어난 인재였군. 독기도 있고, 뚝심도 있고… 마음에 들어.]

세르비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이어서 떠올랐다.

띠링-

[‘마수 연금술의 시작 (히든)(연계)’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 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 : SSS]

[경험치를 57989900만큼 획득하셨습니다.]

[명성을 40만 만큼 획득하셨습니다.]

[세르비안이 당신을 크게 신뢰하기 시작합니다.]

이안은 표정관리를 하는데 신경써야했다.

‘라키엘과의 싸움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클리어등급이 잘해야 A 정도 나올 줄 알았는데….’

분명 이안이 퀘스트를 진행하는 데 걸린 시간은, 기준 시간보다 제법 오래 걸렸다.

하지만 세르비안이 이안을 따라다니면서, 그의 전투를 계속해서 확인했고, 그 과정에서 라키엘의 포획을 성공한 것까지 보았기 때문에 엄청난 가산점을 받은 것이었다.

이안이 세르비안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보이며 대답했다.

“과찬 감사합니다. 저야 뭐… 열심히 마수를 때려잡았을 뿐이죠 뭐.”

[어울리지 않게 갑자기 겸손해졌군.]

날카로운 세르비안의 지적에 이안은 살짝 움찔했지만, 곧 뻔뻔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전 원래 이랬습니다.”

[….]

어쨌든, 마수연금술의 시작 퀘스트는 히든 퀘스트이자 연계 퀘스트였고, 이어서 이안의 눈 앞에 새로운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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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수 연금술의 시작 Ⅱ (히든)(연계)-

엘프 최초의 반마이자, 소환마인 세르비안은, 당신의 소환술사로서의 첫 번째 자질인 통솔력을 인정했다.

그는 당신의 전투능력에 감탄했으며, 이제 두 번째 시험을 시작하려고 한다.

세르비안이 생각하는 소환술사로서의 두 번째 자질은, 바로 소환수를 테이밍하는 능력이다.

하급 마수를 셋 이상 포획한 뒤, 세르비안에게 돌아오자.

퀘스트 난이도 : S

퀘스트 조건   :

세르비안의 첫 번째 시험을 통과한 유저.

‘반인반마’인 유저.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카오스 스톤 x10, 하급 연마석 x10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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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내용을 쭉 읽은 이안의 두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뭐야? 퀘스트 조건이 반인반마인 유저잖아? 계속 진행하려면 결국 얀쿤에게 먼저 다녀와야 하는 거네?’

연구소의 모든 오염된 마수들을 소탕하면서, 자연히 오염된 마물이 생겨난 근원은 밝혀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분노의 도시로 가서 얀쿤을 찾기만 하면, 이안은 악마의 순혈을 손에 넣고 반인반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오케이. 그럼 일단 한 숨 잔 뒤에 분노의 도시부터 먼저 가야겠어. 상급 마족의 인장이 있으니 100구역 까지도 수문장을 만나야 할 일은 없겠지?’

그렇게 이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뜬금없이 세르비안이 입을 열었다.

[원래는 자네의 자질을 좀 더 시험하기 위해서, 포획 임무를 주려고 했었다네.]

“네?”

[자네가 악마의 순혈을 얻고 반마가 된다면, 하급 마수들을 포획하는 임무를 주려고 했었다는 말일세.]

이안이 눈을 가늘게 뜨고 되물었다.

“그런데요?”

[그런데 반인반마의 힘을 얻지도 못한 상태로 상급 마수인 라키엘을 포획하는 장면을 내가 봤는데, 이 임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이안의 시야에, 시스템 메시지가 또다시 떠올랐다.

[‘마수 연금술의 시작 Ⅱ (히든)(연계)’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 하셨습니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육성을 내뱉은 이안.

“잉?”

[클리어 등급 : SSS]

[경험치를 35482300만큼 획득하셨습니다.]

[명성을 20만 만큼 획득하셨습니다.]

[‘카오스 스톤’ 아이템을 10개, ‘하급 연마석’ 아이템을 10개 획득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안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뭐야? 이거 퀘스트 하나를 날로 먹었잖아?’

연계 퀘스트 중 하나가 그대로 클리어 되어버린 것.

보상으로 획득한 아이템들 중 ‘하급 연마석’은 어디에 쓰는 아이템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나중에 세르비안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일단은 이 상황에서, 이제 퀘스트가 어떻게 진행될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

“세르비안님, 그럼 전 이제 뭘 해야 합니까?”

이안의 질문에, 세르비안이 인상을 팍 쓰며 대답했다.

[그걸 몰라서 묻나!]

“예?”

[당연히 악마의 순혈을 구해와야지.]

“아….”

[자네가 악마의 순혈을 구해서 반인반마가 되어 돌아오면, 다음 임무를 자네에게 주겠네. 시간이 얼마 걸릴지 알 수는 없겠지만… 이안 자네라면 그래도 몇 달 안에는 구해오겠지.]

이안은 ‘내일 안으로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올 뻔 했지만 일단 참았다.

‘뭐, 일단 구해 와서 얘기해도 늦지 않으니까.’

세르비안의 말이 이어졌다.

[자네가 악마의 순혈을 구해오는 동안, 나는 이 연구실을 다시 정상화시켜놓도록 하지.]

“영혼의 상태에서 물리력을 행사하실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

[물론 그렇지.]

“그런데 어떻게…?”

[내가 직접 움직이지 않고도 연구소를 수리할 방법이 있다네.]

세르비안이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연구소 구석에서 하급 마족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크으, 오랜만이다, 주인.”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마족과 세르비안을 번갈아 바라보는 이안을 향해, 세르비안이 어깨를 으쓱 하며 말했다.

[보다시피 여기, 조력자가 하나 있거든.]

< (6). 마수 라키엘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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