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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206화 (232/1,027)

< (5). 마수 연성술사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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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이안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듀얼 클래스에 대한 단서만 찾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무려 히든 클래스를 얻을 수 있는 퀘스트가 발동한 것이었다.

‘마수연성술사라니…. 이름부터 벌써 흥미진진한데?’

이쯤 되면 이안의 운이 엄청나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히든클래스 관련 퀘스트가 발동된 것은 운이 아니었다.

카일란 오픈 초기부터, 모든 클래스에 관련된 퀘스트를 최초로 진행하는 유저들은 거의 히든클래스와 관련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던 것.

이안이 마수연성술사 라는 히든클래스 퀘스트를 발동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운이 아니라 이안이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듀얼클래스 관련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쿠구구궁-

한편, 부서진 수정이 전부 흘러내린 자리엔, 새하얗게 빛나는 영혼 하나가 두둥실 떠올라 있었다.

뾰족한 귀와 자글자글한 주름. 길게 수염을 늘어뜨린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엘프 남성.

그는 바로 엘프이자 상위마족인, ‘반마’ 세르비안 이었다.

[인간… 그대가 꺼내준 것인가?]

히든클래스 퀘스트를 얻어냈다는 기쁨 때문에 히죽히죽 웃고 있던 이안은, 세르비안의 음성이 들리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아, 예. 그런 셈이죠.”

세르비안의 말이 이어졌다.

[고맙다. 덕분에 긴 시간 잠들어있던 내 영혼이 깨어날 수 있었어. 생명의 불씨가 꺼진지도 천년이 넘게 지난 이제야, 내 영혼이 자유를 얻었군.]

이안은 조용히 그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고맙네, 자네 이름을 알려줄 수 있겠는가?]

“이안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세르비안이 드디어 이안이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래, 이안군. 염치없지만, 혹시 내 얘기를 좀 들어줄 수 있겠는가?]

이안이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세르비안님.”

그런데 순간, 세르비안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엇,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바, 방금 말씀하셨는데요?”

[으음…? 내가 그랬나…? 영혼밖에 남지는 않았지만, 내 기억력이 이렇게 감퇴했다니…. 어쨌든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고, 내 이야기를 시작하겠네.]

이안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휴, 대충 얼버무렸는데, 믿어주네.’

시스템 메시지 덕에 이름을 알았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이안이 당황한 것은 당연했다.

어쨌든 그것과는 별개로 세르비안의 말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름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다시 나를 소개하자면, 나는 엘프종족 소환술사 중 처음으로 소환마가 되는 데 성공한 세르비안 이라고 하네.]

“예, 세르비안님.”

[나는 소환마가 되어 수많은 마수들을 포획하는 데 성공했고, 그들을 테이밍하고 자료를 수집하여, 수많은 연구들을 진행했지. 마수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다양했고, 나는 마수들을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더 강력한 마수를 얻고싶다는 욕망이 생겼다네.]

세르비안의 이야기는 제법 길었다.

그리고 그것을 요약해 보자면, 대충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1. 세르비안은 최상급을 넘어 전설등급 이상의 마수를 길들여보고 싶었으나, 뼈저린 실패를 겪었다.

2. 결국 그가 길들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최고 등급의 마수는, 상급 마수인 ‘헬 하운드’였고, 더 상위 등급의 마수를 가지고 싶었던 그는 하나의 ‘실험’을 시작했다.

3. 그 ‘실험’은 바로, 둘 이상의 마수를 합성하여 새로운 마수로 탄생시키는 실험.

세르비안은 백년이 넘는 오랜 세월을 쏟아부은 끝에, 결국 마수를 합성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4. 하지만 처음에 합성에 성공한 마수는, 재료가 된 마수들에 비해 그다지 뛰어날 것 없는 개체였고, 세르비안은 계속해서 더 뛰어난 개체를 생산해 내기 위해 연구에 더욱 더 빠져들었다.

5. 세르비안은 결국, 같은 등급의 두 마수를 합성하여, 한단계 더 높은 등급의 마수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으며, 그는 자신이 가진 최고등급의 마수인 켈베로스와, 그와 동급의 마수인 카이온을 합성하는 데 성공하여 최상급 마수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6. 같은 방식으로 최상급 마수를 여럿 만들어낸 그는, 전설등급의 마수를 얻기 위해 그들을 합성했고, 최초로 전설등급의 마수인 ‘데빌 드래곤’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7. 하지만 세르비안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제껏 그 어떤 마족도 발견한 적이 없는, 전설 속의 마수인 ‘신화’등급의 마수를 만들어내기 위해 또다시 데빌드래곤과 다른 전설등급의 마수를 합성했고, 그 결과 마룡 ‘칼리파’ 라는 괴물이 탄생하게 되었다.

8. 마룡 칼리파는, 태어나자마자 세르비안을 거대한 ‘마정’ 속에 가두었고, 세르비안의 연구소를 모두 파괴해 버린 뒤 유유히 사라졌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이안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

‘와, 세르비안이 말한 마룡 칼리파가… 예전에 오클 리가 말했었던 그 마룡이랑 같은 놈이 맞는 거겠지?’

이쯤 되자 LB사에 대한 경이심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대체 LB사는 이 엄청난 세계를 어떻게 창조해낸 것일까?’

멍한 표정의 이안의 귀에, 세르비안의 자조섞인 음성이 들려왔다.

[과욕이 너무도 커다란 화를 불러왔어. 내가 욕심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칼리파와 같은 괴물이 세상에 나가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지.]

자책하는 세르비안에게, 이안이 조심스레 질문했다.

“그러면 세르비안님, 혹시 이 근방에서 자꾸 생겨나는 오염된 마물들은 어떤 이유 때문일지 짐작가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오염된 마물이라면…?]

이안이 재빨리 인벤토리를 열어, 가지고 있던 ‘오염된 트라쿠스의 이빨’을 꺼내어 보여주었다.

“이게 오염된 마물을 사냥하고 제가 얻은 아이템입니다.”

세르비안은 트라쿠스의 이빨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었다.

[흐음…! 이것은…!]

이안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오, 뭔가 아시겠습니까?”

세르비안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칼리파가 파괴한 내 연구소가 문제인 것 같네.]

“세르비안님의 연구소요?”

[그렇다네. 마수의 합성을 위해서는, 그들의 마성을 강제적으로 제어하는 ‘혼돈의 씨앗’이라는 아이템이 필요한데, 정제되지 않은 혼돈의 씨앗에 영향을 받으면, 마수들이 미쳐버리거든.]

“혼돈의… 씨앗?”

[혼돈의 씨앗은, 사실 내가 붙인 이름이고… 그것의 재료가 되는 광물은 ‘카오스 스톤’ 이라는 물질이지. 나는 그것을 정제시켜서 혼돈의 씨앗을 만들어낸 거고.]

이안이 머릿속으로 빠르게 정보를 정리하며 세르비안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혼돈의 씨앗으로 만들어지기 전. 카오스 스톤 이라는 물질이 마수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덕분에 오염된 마물들이 생겨났다는 이야기군요?”

세르비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다네. 내 연구소 바로 뒤편에는, 카오스 스톤이 다량 매장되어있는 광산이 있었으니까. 내가 살아있을 때는 광산을 철저히 관리했기 때문에, 마수들이 함부로 그 곳에 접근할 수 없었지만, 칼리파가 내 연구소를 파괴하고 나를 봉인한 뒤, 마수들이 그곳을 마음대로 들락거렸을 확률이 커.]

이안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 카오스 스톤이 매장되어있다는 광산을 폐쇄시켜 버리면 얀쿤의 퀘스트를 해결할 수 있는 건가?’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생각할 문제도 아니었다.

세르비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카오스석은 이안이 얻어야 할 히든클래스와도 관련이 있는 아이템이었으니까.

이안이 조심스레 세르비안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오염된 마수들이 생겨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요?”

세르비안이 이안의 앞으로 다가와 눈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그 방법을 알려 줄 테니, 내 부탁을 하나 들어줄 수 있겠는가?.]

물론 이안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퀘스트의 발동을 알리는 알림음이 이안의 귓전을 때렸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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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수 연성술의 시작 (히든)(연계)-

엘프 최초의 반마이자, 소환마인 세르비안은, 당신이 자신의 뒤를 이어 마수 합성을 연구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 마수 연성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뛰어난 소환술사만이 세르비안의 연구를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세르비안은 당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려한다.

마계 107구역에 있는 ‘파괴된 세르비안의 연구소’를 찾아가, 그곳을 지키고 있는 오염된 마물들을 전부 소탕하라.

퀘스트 난이도 -  SS

보상 -  ???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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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를 꼼꼼히 읽은 후, 지체없이 수락한 이안이 세르비안을 향해 물었다.

“그럼 세르비안님, 연구소에 있는 마물들을 전부 소탕한 뒤, 이곳으로 돌아오면 되는 겁니까?”

세르비안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네. 내가 자네를 따라갈 테니까.]

“…?”

이안은 조금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아니 자기가 갈거면 직접 소탕하면 될 걸 왜 나를 시키는 거지?’

이안의 의문은 당연했다.

최상급을 넘어 전설 등급의 마수까지 만들어냈던 세르비안의 능력이라면, 107구역에 서식할 290레벨 대의 오염된 마수들을 소탕하는 건 손바닥 뒤집는 것 보다 쉬운 일일 것이었으니까.

세르비안은 그런 이안의 의문을 느끼기라도 한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마음같아서는 내가 직접 놈들을 소탕하고 연구소를 복구하고 싶지만, 내게는 육신이 없네. 영혼의 상태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아하… 그렇군요.”

[그래서 자네의 도움이 필요한 걸세. 자네는 원래부터 오염된 마물들이 생겨나는 근원을 없애고 싶어 했으니, 날 도울 겸 겸사겸사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나?]

이안의 입 꼬리가 씨익 말려 올라갔다.

“물론입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하죠.”

이안은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졌다.

‘일이 정말 술술 풀리잖아? 퀘스트 두 개를 한 방에 정리할 수 있겠어.’

정황상 세르비안의 연구소와, 그 뒤에 있다는 카오스 스톤 광산이 오염된 마물들이 생겨나는 근원으로 보였다.

세르비안의 퀘스트를 수행할 겸, 오염의 근원까지 봉쇄하면 한 번에 두 개의 퀘스트를 동시에 완료하는 셈이었다.

‘거기까지 성공하면 곧바로 분노의 도시로 가서 얀쿤을 찾아야겠어. 그리고 얀쿤이 줄 악마의 순혈을 사용해서 반마가 된 뒤, 마수 연성술사 라는 히든 클래스로 전직하면 되는 거야.’

속된 말로 아다리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상황.

이안은 신이 나서 걸음을 옮겼다.

“그럼, 가시죠. 세르비안님.”

[도와줘서 고맙네, 이안.]

이안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고맙기는요. 고마운 건 오히려 제 쪽인걸요.”

< (5). 마수 연성술사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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