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01화 (227/1,027)

< (3). 비밀스러운 거래 -3 >

조건이라는 말에 이안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조건이요? 무슨 조건이 필요하죠?”

“‘마수 친화력’ 이라는 능력치가 필요해요.”

처음 듣는 능력치의 이름에, 이안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마수 친화력이요?”

이리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었다.

“예, 마수친화력이요. 일반적인 소환술사가 가진 친화력 이라는 능력치랑 비슷한 역할을 하는 스텟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친화력은 상급 몬스터를 포획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치이다.

등급이 높은 몬스터들 중에는 친화력이 낮으면 아예 포획시도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안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소환수들이 퀘스트나 특별한 루트를 통해서 얻은 개체들이었기에, 지금까지 비교적 낮은 친화력으로도 전설등급 이상의 소환수들을 얻을 수 있었던 것.

“아하…. 그렇다면 그 능력치를 얻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리엘님께선 방법을 아시나요?”

이리엘이 빙긋 웃었다.

“물론이죠.”

그리고 이리엘은, ‘듀얼 클래스’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이안님께선 반인반마가 되셔야 해요. 그렇게 되면 듀얼 클래스 라는 걸 얻을 수 있거든요.”

“듀얼 클래스라….”

신규 업데이트 공지에 첨부되어있는 패치 노트 안에서, 이미 듀얼클래스에 대한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한 이안이었지만, 더욱 집중해서 이리엘의 말을 경청했다.

“네. 그리고 마계 100구역에 존재하는 분노의 도시에 가면 마계의 각종 직업을 얻을 수 있는 직업 길드가 있어요. 거기서 ‘소환마(召喚魔)’ 라는 클래스를 얻으시면 될 거예요.”

“마계 100구역… 분노의 도시… 소환마….”

이안은 열심히 중얼거리며 이리엘의 입에서 나오는 정보들을 모조리 머릿속에 구겨 넣었다.

패치노트에 나와 있던 정보들은 무척이나 단편적이었기에, 이리엘이 전해주는 이 정보들이 더욱 꿀 같은 알짜배기로 느껴졌다.

‘뭐가 됐던, 대규모 업데이트가 끝나고 마계가 열리면, 일단 마계 수문장 얀쿤의 퀘스트부터 클리어 해야겠어. 일단 악마의 순혈이 있어야 모든 걸 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군.’

이안이 열심히 생각하는 동안, 이리엘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제가 드린 그 ‘고대 마수 도감’이 아마도 이안님께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감사합니다.”

이안은 대답을 하며 마수도감을 슬쩍 펼쳐 보았다. 그리고 두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마수도 인간계에 존재하는 몬스터만큼이나 다양하네. 일단 전직에 성공하면 한번 정독을 해 봐야겠어.’

도감을 훑어보고 있는 이안을 향해, 이리엘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안님, 이제 마족들에 대한 정보를 얻어 오셔야 할 차례예요.”

이리엘의 말에, 마족의 태동 퀘스트가 연계 퀘스트였던 것을 기억해 낸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돕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이안님.”

이리엘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퀘스트알림음과 함께 새로운 퀘스트창이 이안의 앞에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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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의 태동 II (히든)(연계)-

사랑의 숲의 관리자이자 뛰어난 엘프 소환술사인 이리엘은, ‘고대 마수도감’ 복원을 성공한 당신에게 큰 신뢰를 얻었습니다.

그녀는 당신이 마계에 숨어들어 그들의 동태를 살펴주기를 원합니다.

마계 100구역에 있는 ‘분노의 도시’에 잠입하여, ‘반마’이자 노블레스 마족인 ‘세라핌’을 만나십시오.

그를 통해 마족의 동태를 알아내고, 그를 도와 인간계에 태동하려는 마족들의 계획을 막아야 합니다.

퀘스트 난이도 : SS

퀘스트 조건   : ‘마족의 태동Ⅰ(히든)(연계)’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유저.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

* 거절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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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내용을 다 읽은 이안은, 일견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뭐지? 마족의 태동을 막는데, 노블레스 씩이나 되는 마족의 도움을 받으라고?’

그런데 이안의 의문점을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이리엘이 곧바로 설명해 주었다.

“세라핌 님은, 100년 전, 악마의 순혈을 삼키고 ‘반인반마’로 마족이 된 인간계의 영웅이에요.”

“아하….”

“그리고 천년 전에도 그랬었지만, 모든 마족이 인간계로의 침공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마족들 중에도 파괴적인 성향을 가진 일부 마족들이 이계로의 침공을 즐기죠. 우리는 그들을 ‘파괴마’ 라고 부릅니다.”

이안은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뭐지? 마족도 마수들처럼, 기본적으로 인간을 적대하는 몬스터나 다름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이리엘의 말이 이어졌다.

“이안님이 지금부터 해 주셔야 할 일은… 저와 세라핌님을 도와서 평화를 원하는 일반 마족들을 규합하고, ‘파괴마’들의 인간계로의 침략을 막아내는 겁니다.”

뭔가 인간계를 구해야 한다는 엄청난 사명이 생긴 것 같은 기분에, 이안은 잠시 벙찐 표정이 되었다.

“뭔가 굉장하군요….”

이리엘이 웃었다.

“이것을 해내신다면, 이안님은 마계의 파괴자들로부터 인간계를 구해 낸 영웅이 되시는 셈이니… 대단한 일이 맞긴 하네요.”

“하… 하핫….”

이리엘이 어색한 웃음을 짓는 이안을 마주보았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파괴마들의 뿌리를 뽑을 수 있다면… 처음으로 인간계와 마계의 교류가 생길지도 모르겠어요.”

이안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이 퀘스트가 카일란 전체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도 있는 건가?’

인간계와 마계의 교류.

이안은 이 부분에서 뭔가 흥미로운 컨텐츠들이 많아질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 거대한 게임이 변화하는 중심에, 자신이 서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흥미롭네요. 제가 꼭 이리엘님의 기대를 져 버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이안님만 믿을게요. 아마 마계와의 교류가 생긴다면, 서로에게 무척이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예요. 마계는 우리의 생각보다 발전되고 신비로운 문명을 가진 집단이거든요.”

“신기하네요. 무튼 그럼 이번에도 이리엘님께서 포탈을 열어 주시는 건가요?”

곧 바로 퀘스트를 위해 움직이기라도 할 듯, 의욕 넘치는 이안을 보며 이리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뇨. 원래는 그러려고 했지만… 지금 마계에 무슨 문제가 있나봐요 이안님.”

“네에? 문제요?”

이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계로 향하는 차원의 공간이 완벽히 차단되어 있네요. 종종 이런 일이 있어요.”

그제야 아직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자각한 이안이 멋쩍게 웃었다.

“아하, 그렇군요.”

“하지만 아마 그리 멀지 않은 시일 내에 정상화 될 것 같아요. 길어야 며칠 정도…? 그 때가 되면, 제가 수정구슬을 통해 연락을 드리도록 할게요.”

이안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힘주어 대답했다.

“예, 이리엘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          *

꼬박 하루를 푹 자고 난 이안은, 몸에 활력이 넘치는 것을 느꼈다.

“으, 좀 찌뿌둥하긴 하지만… 그래도 푹 자고 나니까 좀 살 것 같네.”

이안은 오랜만에 파이로 영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일단 마계가 열릴 때 까지는, 정비에 주력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이었다.

‘내가 꼬박 하루를 잤으니까… 이제 업데이트 날짜까지 4일 정도가 남은 셈인데, 그 안에 아무리 열 내며 레벨업을 해 봐야 1레벨 올리기도 힘들 거야.’

차라리 그동안 사냥을 통해 얻은 잡템들과 고급 장비들을 팔아치우고, 영지경영에 시간을 쓰며 조금 쉬는 것도 괜찮다는 판단이었다.

위이잉-

파이로 영지의 공터.

공명음과 함께 포탈이 열리며, 이안의 모습이 광장 한복판에 나타나자 많은 유저들의 시선이 그 곳을 향했다.

광장 한복판에 포탈을 열 수 있는 유저는 로터스 길드 소속의 유저들 뿐이었고, 로터스 길드는 많은 유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때, 누군가의 외침으로 그 관심에 더욱 큰 불이 붙어버렸다.

“와아…! 이안님! 이안님이다!”

“정말? 저 사람이 이안이야?”

“오, 맞아! 진짜 이안이다!”

“그러네, 화면에서 본 얼굴이랑 똑같잖아! 완전 평범하게 생겼어!”

이안은 자신의 주변으로 몰려드는 유저들을 보며 살짝 당황했다.

‘…완전 평범하게 생겼다니…. 평범함을 거부하며 살아왔다 자부하는데….’

이안은 실없는 생각을 하며 영주성을 향해 걸어갔다.

나름 인기 관리를 위해 달라붙는 팬들과 악수를 해 주기도 했다.

“저기요, 이안님! 이 아이템은 어디서 얻으신 거예요? 간지가 철철 흐르네요.”

“그… 그게 저도 잘 기억이….”

“와, 근데 이안님 템 전부 세트로 맞추신 거예요? 전부 같은 색상으로 하얗게 빛나네요? 이런 아이템은 처음 보는데….”

“그러게! 진짜 장난 아니다. 제가 나름 룩덕이라 자부하는데, 이런 간지나는 룩은 처음 봤어요. 이거 이렇게 빛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염료 바른다고 되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이펙트 마법이라도 인첸트 해야 하는 건가?”

물론 이안의 유명세는 이제 카일란 한국서버 내에서 순위를 다투는 수준이었지만, 이렇게까지 관심이 쏠린 데에는, 이안의 장비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원래도 고급 장비들이어서 때깔이 좋았지만, 이번에 죄다 5강에 성공하여 초월장비를 만들면서, 모든 장비가 새하얀 빛으로 빛났기 때문이었다.

“하… 하하, 여러분 제가 일이 있어서 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겨우겨우 인파를 뚫고 영주성으로 들어온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게 사냥보다 더 피곤한 것 같아… 하아….”

영주성으로 돌아온 이안은 대략적인 내정 시스템을 한번씩 훑어봤다.

어차피 파이로 영지의 영주는 피올란이었기 때문에, 이안에게 모든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대충 20여분 정도만에 할 수 있는 모든 내정을 끝낼 수 있었다.

‘이제 길드원들에게 새로운 컨텐츠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야겠지?’

신규 컨텐츠가 등장할 때마다, 항상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였다.

정보는 곧 힘이자 돈이었고, 새로운 컨텐츠가 등장할 때는 더욱 더 가치 있었으니까.

이안은, 영주실에 들어가 피올란과 헤르스 등 수뇌부 유저들을 소환했다.

‘정보의 차단도 중요해. 신규 컨텐츠가 여러번 나왔지만, 이렇게까지 정보를 선점할 수 있었던 기회도 없어.’

중부대륙 한복판에 넓은 구간을 걸쳐 그 위용을 뽐내고 있는 파이로 영지.

로터스 길드는 파이로 영지 덕에 근 몇 달 동안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랭킹이야 아직 10위권에 머물러 있었지만, 실질적인 길드의 힘은 이제 5대 길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이안은 짐작했다.

‘그리고 이번 마계 컨텐츠를 통해, 압도적인 1위 길드로 한번에 발돋움 해야겠지. 그리고 내가 가진 정보들은 그를 위한 훌륭한 발판이 되어 줄 거야.’

중부대륙의 전쟁이 소강상태라는 것은 이안도 이미 들어서 알고있는 정보였다.

그리고 이 3차 대규모 업데이트의 모든 컨텐츠가 소모됨과 동시에, 루스펠 제국의 마지막 전선도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규모 업데이트 타이밍이 정말 기가 막혔어. 지금 루스펠이 무너져 버렸다면 너무 이른 타이밍이었는데….’

무너진 루스펠의 자리에 들어가 새로운 독립된 국가를 세우기 위해선, 아직 힘이 조금 부족했다.

‘이번 업데이트의 컨텐츠가 전부 소모되기 전까지… 거대 길드들의 최소 2~3배는 될 전력으로 로터스 길드를 만들어 놓겠어.’

이안은 주먹을 불끈 쥐고는 굳게 다짐했다.

쉽지 않은 목표가 있다는 건, 항상 이안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 (3). 비밀스러운 거래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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