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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198화 (225/1,027)

< (2). 이안의 마계탐방기 -3 >

*          *          *

이안의 마계진입은, 말하자면 일종의 ‘사고’였다.

마계진입 퀘스트가 발생하려면, 대륙의 영웅 중 최소 두 명 이상과 관련된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한다.

게다가 퀘스트 발동 하려면 직업 숙련도 ‘마스터 2레벨’ 이라는 무지막지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고, 이계로의 차원문을 열 수 있는 고대 NPC와의 친밀도도 최상이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벌써 충족한 유저가 있을 것이라고는 운영진이 상상조차 못 한 것이었다.

이안은 운 좋게도 북부대륙이 열리자마자 오클리와 관련된 퀘스트를 클리어했으며, 간지훈이 덕에 임모탈 퀘스트의 마지막에 숟가락도 얹을 수 있었다.

그리퍼 덕에 이리엘과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었으며, 직업 숙련도는 이제 마스터 3레벨을 바라보는 수준.

이 모든 톱니바퀴가 거짓말처럼 맞아 떨어지면서, 이런 웃지 못 할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었다.

LB사는 이안으로 인해 완전히 뒤집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었기에, 평소보다 일이 배 이상은 많은 상황.

거기에다 이안이 만으로 이틀이 다 되어가도록 접속종료도 하지 않고 깽판을 치고 있으니, 운영진은 머리가 지끈거리다 못해 터질 지경이었다.

“일단… 이 사실이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게 입단속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습니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어요.”

“어후, 모니터링 팀은 어떻게 차원문이 열릴 때 까지 그걸 모르고 있을 수가 있죠?”

“모니터링 팀만 탓할 게 아닙니다. 지금의 상황은 우리 중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으니까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회의 내용은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이 가장 완만하게 해결될 수 있을지를 논의하는 데 초점이 잡혀 있었다.

열댓 명이 앉아있는 원탁의 가장 상석에 있던, 중년의 남자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는 말입니다, 이안 유저와 거래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거래요?”

“그렇습니다. 지금 GM계정으로 이안 유저에게 메시지를 넣어서 거래를 제안하는 게 좋겠습니다.”

“크흠… 그냥 마계에 들어가서 얻은 아이템이나 재화를 전부 회수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경험치는 어차피 안 올랐다고 했고….”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그게 그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어쨌든 이번 사태는 우리 실수고, 이안 유저는 완벽히 정상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벌어진 일이니까요.”

“그러니까 일정 부분 이안 유저가 얻은 이득을 인정해 주고, 대신 지금 로그아웃을 해 달라 부탁을 하자는 겁니까?”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안 유저가 언제까지 로그아웃을 하지 않고 버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하루 정도만 더 버텨도 우리한텐 정말 치명적이에요.”

“왜 그렇죠?”

“이안 유저가 저기서 안 나오면 대규모 업데이트를 일정에 맞춰 진행할 수가 없으니까요.”

“아….”

“에이 그래도 이미 만으로 2일 가까이 플레이했는데, 이제 가만 둬도 곧 로그아웃 하지 않을까요?”

그 말에, 구석에서 조용히 회의에 대해 듣고만 있던 한 여성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가 이안 유저 플레이 기록, 데이터 확인 해봤는데요, 이전에 73시간인가? 연속플레이한 기록도 있던걸요.”

“….”

“여러모로 대단한… 플레이어군요.”

“어후….”

그렇게 30여 분 정도가 더 흘렀을까.

회의실에 앉아있던 인원들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 남자를 향해 시선이 모아졌다.

“그럼, 제가 이 길로 게임 접속해서, 이안유저에게 접선을 해 보겠습니다.”

남자가 회의 내용을 메모해 둔 패드를 챙겨 일어나자, 상석에 있던 중년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한 모든 권한을 자네에게 넘길 테니, 이안이라는 유저랑 이야기 잘 풀어서 마무리 짓도록.”

“예, 알겠습니다, 부장님.”

*          *          *

한편, LB사의 상황을 모르는 이안은 그 나름대로의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얀쿤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를 소환수로 삼을 수도, 가신으로 삼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계 수문장 ‘얀쿤’을 가신으로 삼을 수 없습니다.]

[마족을 가신으로 삼기 위해선, ‘마계의 지배자’ 칭호가 필요합니다.]

“크흐음….”

[마계 수문장 ‘얀쿤’을 포획할 수 없습니다.]

[인간형 몬스터는 포획이 불가능합니다.]

이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젠장. 이런 경우는 생각도 못 했는데….’

이안은 지금까지 스무 명이 넘는 가신들을 등용했다.

그 중에는 중부대륙의 떠돌이 NPC도 있었으며, 파이로 영지의 인재양성소에서 등용한 NPC도 있었다.

물론 카이자르나 폴린처럼 퀘스트를 진행 중에 얻은 특이한 케이스도 있었지만,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직접적인 등용이었다.

그리고 그 많은 가신들을 등용하면서 이안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타작보다 확실한 약은 없는 거였군.’

이안의 명성치가 워낙에 높다보니, 어지간한 인재들은 어렵지 않게 등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폴린 급으로 뛰어난 가신을 등용할 때는 항상 힘으로 찍어 눌렀던 것이었다.

패고, 패고, 또 패다보면, 어느새 가신이 되어있는 기적!

그 때문에 얀쿤에게도 똑같은 방법을 적용해 보았고, 역시나 성공했다.

‘제길, 이 빌어먹을 조건만 아니었으면… 카이자르보다 더 강력한 가신이 생기는 거였는데.’

이안은 너무도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중에 정식 오픈 되고 난 뒤에, 마계의 지배자인지 뭔지 칭호 얻고 나서 다시 찾아서 가신 삼지 뭐.’

이안은 입맛을 다시며 얀쿤에게 말했다.

“쩝… 지금은 내가 너를 가신으로 삼을 수가 없다네.”

그에 얀쿤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가 문제지? 설마 가신으로 거두기에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단숨에 얼굴이 시뻘개지는 얀쿤을 보며, 이안은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 그럴 리가. 아마도 내가 마족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

이안의 설명에 얀쿤이 구겨진 인상을 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크흐음… 그렇군.]

“내가 나중에, 널 가신으로 얻을 수 있을 만한 자격을 갖춘 뒤에 다시 찾아오겠다.”

얀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겠다, 이안. 그때를 기다리도록 하지.]

그리고 말이 끝나자, 얀쿤의 뒤편에 커다란 게이트가 생겨났다.

[저 쪽으로 들어가면 이제 진정한 마계를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안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고맙다, 얀쿤.”

[그리고 기왕 이렇게 된 것. 내 부탁을 하나 들어줄 수 있겠는가?]

생각지도 못한 얀쿤의 제안에, 이안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뭐야, 테스팅 존으로 들어왔는데 퀘스트도 받을 수 있는 거야?’

하지만 놀란 것과는 별개로, 이안의 입장에서는 퀘스트를 거부할 아무 이유가 없었다.

“좋아. 들어주도록 하지.”

[고맙다.]

얀쿤의 대답과 함께, 예의 그 시스템 알림음이 울려 퍼지며, 이안의 시야에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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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수문장 얀쿤의 부탁 Ⅰ (연계)-

마계의 십이지장(十二指將)의 일인이자, 마계로 통하는 관문을 지키는 수문장인 얀쿤.

얀쿤에게는 오래전부터 고민이 하나 있었다.

그가 책임지는 마계의 영역에, 언젠가부터 비정상적인 ‘오염된 마물’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

얀쿤은 그들을 지속적으로 사냥했지만, 그 숫자는 줄어들지 않고 점점 늘어만 갔다.

처음에는 별 일 아니라 생각했으나, 마물들의 증식속도는 갈수록 빨라져서 크나큰 위협이 되기 시작했다.

얀쿤은 당신의 무력에 깊이 감복했다.

그는, 당신이라면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퀘스트 난이도 : SS

퀘스트 조건   : 수문장 얀쿤의 인정을 받은 유저.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중급 마정석 x20, 악마의 순혈.

* 거절하면 ‘마계 수문장 얀쿤’과의 친밀도가 대폭 하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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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내용을 찬찬히 읽어 내려간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퀘스트의 내용이야 이해되지 못할 것이 없었지만, ‘악마의 순혈’ 이라는 아이템이 어떤 아이템일지 감조차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고민하는 시간에 물어보는 게 빠르겠지.’

이안의 시선이 얀쿤을 향했다.

“얀쿤, 악마의 순혈이 뭐야?”

이안의 질문에, 얀쿤이 곧바로 대답했다.

[말 그대로 악마의 깨끗한 피다.]

“내가 그걸 얻으면 뭐가 좋지?”

[인간이 악마의 순혈을 마시면, 반인반마(半人半魔)가 될 수 있다.]

“…!!”

순간 이안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반인반마…? 혹시 이게 트레일러 영상에 나왔었던, 마계의 듀얼 클래스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이것은 짐작이긴 했지만, 거의 확신에 가까운 촉이 왔다.

‘중급 마정석 20개도 엄청나지만, 저 악마의 순혈이 꼭 필요하겠어.’

중급 마정석은, 좀 더 상급 마수를 사냥해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 강화재료였다.

아직 이안은 한 번도 얻어 보지 못한, 진귀한 재료.

게다가 듀얼 클래스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단서까지 얻게 되니,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이안이 싱글벙글 웃으며 얀쿤에게 말했다.

“좋아, 얀쿤. 내가 해결해 보도록 할게.”

그에 얀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오…! 정말 고맙다, 이안!]

그리고 이안의 시야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계 수문장 얀쿤’과의 친밀도가 최상이 되었습니다.]

[‘마계 수문장 얀쿤’으로부터 ‘상급 마족의 인장’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마계 수문장 얀쿤’으로부터 ‘마계 100구역~120구역 지도’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이안은 어느새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붉은 색 구체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얀쿤, 이건 또 뭐야?”

얀쿤이 거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상급 마족의 인정을 받았다는 표식이다. 이 인장이 있으면, 중급이나 하급 마족은 널 건드릴 수 없을 거다.]

“오오…!”

[이건 내 마음대로 줄 수는 없는 물건이기 때문에… 변이된 마물들을 모두 처치할 때 까지만 임시로 빌려주도록 하겠다.]

아직 제대로 실감이 되지는 않았지만, 마계에서 유용할 것이 분명한 아이템을 얻은 이안은,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좋아. 네 부탁은 내가 꼭 들어주도록 하지.”

[변이된 마물들은, 모든 구역에 존재하지만… 115구역과 107구역에 가장 많이 서식한다. 그쪽을 중심으로 조사해 보면 될 거다.]

“알겠어.”

얀쿤과의 대화를 마친 이안은 성큼성큼 걸어 게이트를 향해 움직였다.

‘좋아, 눈꺼풀이 많이 무겁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이 퀘스트를 완료할 때 까지는 버텨 보는 거야!’

주먹을 불끈 쥐며 굳게 다짐(?)하는 이안.

그런데 그가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이질적인 시스템 메시지가 눈 앞에 떠올랐다.

[GM철우 : 이안님, 잠시 대화 좀 가능할까요?]

*          *          *

< (2). 이안의 마계탐방기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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