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96화 (223/1,027)

< (2). 이안의 마계탐방기 -1 >

이안은 양 손을 번쩍 치켜들며 환호했다.

“아자잣!!”

허공에 떠오른 채 황금빛으로 찬란히 빛나는 ‘정령왕의 심판’!

이안은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끄으, 고작 3강 만드는 데 두 시간이나 걸리다니…!”

이안은 이 와중에, 강화할 때 마다 증가하는 능력치도 전부 메모해 두었다.

그리고 그 결과, 간단히 강화비율을 알 수 있었다.

“한번 강화할 때마다 초기 능력치의 10%만큼씩 상승하는구나. 그럼 10강까지 올리면 원래 무기 능력치의 2배가 된다는 소린데….”

강화단계가 올라갔을 때 상승폭이 더 커질 수는 있겠지만, 줄어들 리는 없었으므로, 10강 무기는 최소 2배 강력하다는 얘기가 된다.

이안은 실실 웃으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단 한 시간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오로지 사냥, 그리고 또 사냥.

이 버그(?)가 풀리기 전에 최대한 많은 이득을 챙겨야 했다.

“라이, 카르세우스! 정면으로 과감히 공격해! 저 녀석 패턴은 이제 다 외웠을 테니까 공격은 최대한 피해보도록 하고.”

이안의 명령에 카르세우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음… 피하라고 해서 피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체 왜 피해야 하는지 모르겠군. 맞아도 간지럽기만 하다.]

카르세우스의 의문에 이안이 친절히 대답해 주었다.

“지금이야 항마력 때문에 데미지가 안 들어오지만, 다음에 올 때는 항마력 없이 저 괴물들이랑 싸워야 한단 말야. 미리 공격패턴 파악해 놓으면 그 때 편하지 않을까, 모질아?”

옆에 있던 라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주인은 똑똑하다.]

카르세우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똑똑한 게 아니라 지독한 것 같다….]

어찌 되었든 날뛰는 카이자르를 필두로, 이안 일행은 계속해서 라쿰을 잡으며 앞으로 전진 해 나갔다.

맞아도 데미지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기적인 항마력 스텟 덕분에, 이안은 더욱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히려 적의 공격패턴과 공략방식을 파악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되었다.

‘라쿰의 약점은 왼쪽 눈이군. 한쪽 눈만 빨갛게 빛이 나서 왜 그런가 했더니….’

이안은 라쿰의 공격을 물 흐르듯 피해 내며, 창극을 비틀어 라쿰의 왼쪽 눈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본래 능력치의 130%를 발휘하게 된 정령왕의 심판은, 정말 어마어마한 능력치를 자랑했다.

꾸에에엑-!

듣기 거북한 마수의 괴성.

이안의 공격 단 한방에 라쿰의 생명력이 40% 가까이 줄어들어 버렸다.

라쿰의 약점까지 알게 되자, 사냥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약점을 공격하면 거의 20배 이상의 데미지가 들어가는구나. 어쩐지 방어력이 비상식적으로 높다 했어.”

이안의 공격에 이어 카이자르와 카르세우스, 그리고 라이의 협공이 들어가자, 라쿰의 몸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쿵-

[하급 마수 ‘라쿰’을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0 만큼 획득합니다.]

[명성치를 0 만큼 획득합니다.]

[‘라쿰의 이빨’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

이안은 인벤토리에 라쿰의 이빨을 잘 챙겨 넣었다.

라쿰의 이빨은 무려 유일등급의 제작재료.

모아뒀다가 대장장이들에게 팔면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을 게 분명했기에, 차곡차곡 모아두는 중이었다.

“좋아, 좋아. 경험치도 올랐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건 너무 큰 욕심이겠지.”

그런데 이안의 옆에서 그의 중얼거림을 듣던 라이가, 문득 그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주인, 그런데 아직 라쿰의 영혼 200개를 못 모았는가? 이미 수백 마리는 잡은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라이의 물음에, 이안이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대답했다.

“아니, 호리병은 이미 두 시간 전에 가득 채웠는데?”

이번엔 카르세우스가 다가와 칭얼거렸다.

[너무 지루하다 주인. 목적을 이뤘으면 이제 돌아가는 게 어떤가?]

하지만 물론, 이안은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싫어. 눈이 저절로 감겨서 로그아웃 될 때 까지 여기서 안 나갈 거야.”

카르세우스가 질린 얼굴로 한숨을 푹 쉬었다.

[하아….]

반면, 라이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좋다 주인. 나는 여기가 마음에 든다.]

그리고 이안의 이 발언은, 가상현실 밖의 누군가에게 엄청난(?) 데미지를 주었다.

*          *          *

“파트장님, 지금 쟤가 하는 말 들으셨죠?”

“들었다…. 후우….” 벌써 열 시간 째 이안만을 모니터링 하던 신규지역 모니터링 팀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뻔 했다.

이미 퇴근시간은 두 시간이나 훌쩍 넘긴 상태.

저 이안이라는 지독한 놈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기에, 그가 로그아웃할 때 까지는 모니터링팀이 자리를 지켜야 했다.

스크린 속의 이안이 방금 지껄인(?)대로라면, 모니터링팀의 퇴근시간은 요원해진 것이었다.

“하,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로봇 같을 수가 있지?”

“동감입니다, 파트장님. 지금 다섯 시간 째 제대로 쉬지도 않고 같은 패턴으로 계속 사냥중이에요. 총 사냥 시간은 열 시간도 넘은 것 같구요.”

“이러다가 저희 오늘 퇴근 못하는 거 아니에요? 큰일 났네, 오늘 저녁 약속이야 이미 파토 났지만, 내일은 주말인데….”

한 사원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저 이안이라는 놈 때문에 주말을 통째로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든 것이었다.

파트장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한 손으로 감싸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한두 시간 뒤면, 포탈은 닫히니까, 그 때 까지만 한번 기다려 보자.”

“아, 정말요? 그런데 한 시간 뒤에 포탈이 닫히는 거면 무조건 그 때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파트장이 낮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렇게 하겠지. 포탈이 닫히면 사망하지 않는 이상 마계에서 나올 방법이 없으니까. 하지만 저 놈은 왠지 포탈이 닫히건 말건 신경 쓰지도 않을 것 같은데?”

“….”

조금은 밝아질 뻔 했던 모니터링실의 분위기가, 다시금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들은 다시 스크린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          *          *

꾸룩- 꾸루룩-!

열심히 사냥을 하며 맵을 이 잡듯 뒤지던 이안은, 멀찍이서 날아오는 핀을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핀아, 여기야, 여기.”

그리고 이안을 향해 날아온 핀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날갯짓을 하며 부리를 흔들었다.

꾸룩- 꾸꾹-!

“다음 맵으로 가는 게이트를 찾았어?”

이안의 말에 핀이 고개를 끄덕였다.

꾹- 꾸꾹-!

그에 이안은 환하게 웃으며 핀의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카르세우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모질아, 나머지 인원 좀 등에 태워 줘.”

이안의 말에 카르세우스가 얼굴을 찌푸렸다.

[크흠, 너무 많은데….]

“뭐가 많아, 네 등이 얼마나 넓은데. 라이랑 카이자르 둘도 못 태워?”

카이자르는 말 없이 카르세우스의 등 위에 올라 탔고, 라이 또한 뒤 따라 올라갔다.

그리고 이안을 태운 핀이 날아오르자, 카르세우스의 거구가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그 때, 이안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사랑의 숲’으로 통하는 차원문이 5분 뒤에 닫힙니다.]

[차원문이 사라지면 사랑의 숲으로 되돌아갈 수 없으며,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마계 안에서 사망해야만 합니다.]

[남은 시간 - 00:04:58]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순간 움찔했다.

‘아, 맞다. 이리엘이 반나절 밖에 유지할 수 없다고 했었지?’

정신없이 사냥하다보니 이리엘의 주의사항을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 이안은, 경고 메시지를 보고도 무척이나 태연했다.

‘지금 여기서 나가면 이런 기회가 다시 안 올 지도 몰라. 절대로 그럴 수 없지.’

사망해야만 마계에서 나갈 수 있다는 말은, 곧 나갈 방법이 없지는 않다는 말이었다.

항마력이 99%의 피해를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죽는것도 쉽지 않기는 했지만, 그 외에도 이안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내가 로그아웃이라도 하면, 개발팀에서 알아서 내 캐릭터를 바깥으로 빼내거나 하겠지 뭐.’

이미 머리 개발사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이안.

이안은 정말 체력이 버티는 한 절대로 로그아웃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제 무기하나, 반지 두 개, 머리장식 까지는 3강으로 올려 뒀고….’

5강 까지는 최하급 마정석으로 올리는 게 가능하다고 써 있었지만, 확률이 너무도 낮았다.

그렇기에 이안은, 일단 전설등급 이상인 아이템들은 3강까지 전부 만드는 중이었다.

‘강화도 강화지만, 마계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해야 돼. 내 눈이 감기기 전에 말이지.’

거의 명량해전에 임하는 이순신장군 수준의 비장함(?)을 품은 이안.

그리고 그를 태운 핀이 빠르게 마계 127구역의 외곽 쪽을 향해 날아갔다.

*          *          *

무척이나 드넓었던 127구역과는 달리, 깊숙이 들어갈수록 맵 자체의 넓이는 점점 작아졌다.

그리고 처음에 닥치는대로 사냥만 했던 이안은, 이제 사냥보다는 마계 깊은 곳까지 도달하는 것을 더 큰 목표로 두고 움직였다.

‘구역 앞에 붙어있는 숫자가 작아질수록, 점점 더 상위 맵이 등장하는 거구나.’

거의 열 시간을 사냥하며 움직인 끝에 이안이 도달한 지역은 마계 121지역.

지역마다 다른 종류의 마수가 등장했지만, 항마력이라는 사기적인 능력치 덕분에 이안은 계속해서 수월하게 사냥해 나갔다.

지금 사냥중인 121지역에 등장하는 마수는, 익룡 같은 생김새로 허공을 날아다니는 까다로운 몬스터였지만, 핀과 카르세우스의 활약으로 금방 쓸어 담을 수 있었다.

“어디보자, 저쪽으로 가면 120구역이 나올 것 같은데?”

이안은 멀찍이 일렁이고 있는 붉은 빛을 발견했고, 그 방향을 향해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몇몇 하급 마수들이 길을 막았지만, 게이트를 발견한 이상 아예 무시해 버렸다.

‘슬슬 졸리기 시작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도 그럴 것이, 이안은 이미 카일란에 접속한지 20시간이 넘은 상태였다.

20시간 연속 플레이는,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뻗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하드코어한 플레이타임이었지만, 이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번 기회에 연속 플레이 최고 기록을 한번 갱신해 볼까? 예전에 교수님이랑 내기 했을 때 50시간 정도였었나?’

눈을 더욱 부릅뜨며 각오를 다지는 이안.

그리고 잠시 후, 이안 일행의 시야에 붉게 타오르는 이동 게이트가 들어왔다.

그것을 발견한 이안이 고개를 갸웃 하며 중얼거렸다.

“어, 지금까지 랑은 게이트 모양이 조금 다른데?”

지금까지 이안이 다음 구역으로 가기 위해 들어갔던 게이트는, 대체로 허공에 떠있는 타원형의 작은 게이트였다.

하지만 지금 일행의 앞에 있는 게이트는 바닥에 넓게 깔려있는 특이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이안의 옆으로 다가온 카이자르가 입을 열었다.

“흡사, 소환마법진 같기도 하고….”

그리고 어느새 인간형으로 모습을 바꾼 카르세우스가 카이자르의 말에 동조했다.

“카이자르의 말이 맞다. 이건 소환마법진이다.”

카일란의 세계관에서도, 드래곤이라는 종족은 마법에 능통한 종족이었고, 이안은 카르세우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래? 그럼 이건 다음 맵으로 가는 게이트가 아니었던 거야?”

카르세우스가 대답했다.

“글쎄… 잘 모르겠다. 마계의 소환마법진은 워낙 특이한게 많아서….”

그런데 그 때.

기이한 문양으로 바닥에 깔려있던 게이트가 커다란 공명음을 내며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쿠오오오-

이안과 일행은 반사적으로 게이트에서 살짝 떨어졌고, 게이트가 작동되는 과정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제 저 위에 포탈이 열리는 건가?”

이안의 중얼거림.

하지만 소환된 것은 이안의 예상과는 달리 포탈이 아니었다.

[크롸롸롸-! 감히 이계의 생명체가 이곳에 발을 들이다니! 겁을 상실했구나…!!]

< (2). 이안의 마계탐방기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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