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95화 (222/1,027)

< (1). 마족의 태동 -2 >

*          *          *

한편, 이리엘이 만들어낸 차원문으로 진입한 이안은 무척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 것이었다.

[마계 127구역, 임시 오픈 존에 입장하셨습니다.]

[수월한 신규 지역 테스팅 플레이를 위해, 임시로 ‘항마력’ 능력치를 99만큼 부여받습니다.]

[이제부터 마계의 모든 적들에게 받는 피해량의 99%가 흡수됩니다.]

이안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이게… 뭐지?’

이안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임시 오픈 존이라… 게다가 테스팅 플레이? 뭔가 꿀 같은 냄새가 나는데?’

지금껏 카일란은, 수많은 유저들이 사용함에도 버그나 시스템상의 허점이 발견되지 않은 유일무이한 가상현실게임이었다.

하지만 카일란을 제외한 다른 가상현실게임에서는 버그나 시스템 오류가 발견되는 게 비일비재했고, 이안은 그런 게임들도 많이 플레이해본 유저였다.

‘여기는 아직 오픈 준비가 덜 된 지역이었던 건가?’

이안은 하나하나 추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테스팅 플레이를 위해 항마력 이라는 능력치를 부여했다는 말은, 게임 QA를 위해 맵의 난이도를 대폭 낮췄다는 말인 것 같은데….’

(QA란, Quality Assurance의 약자로, 게임이 일정 수준의 품질(Quality)을 가질 수 있도록 제품 출시 이전에 각종 테스트 및 검수 작업을 하는 업무를 말한다)

이안은 캐릭터 정보창에 새로 생긴 항마력 이라는 능력치를 확인해 보며 히죽 웃었다.

이 능력치는 다른 곳에서는 몰라도 이 마계 안에서만큼은 엄청난 사기능력치임이 분명했다.

이안은 카이자르를 비롯해 가신들과 소환수들의 능력치도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모든 정보창에 ‘항마력 +99’라는 글귀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는 입 꼬리를 슬쩍 말아 올렸다.

‘이렇게 되면 최소 반나절 동안은 마계에서 군림할 수 있는 건가?’

지금 상황은 분명히 정상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

이안은 분명히 그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크크, 카일란은 진짜 완벽히 괴물같은 게임인 줄 알았는데, 이런 허점을 보여줄 줄이야.’

하지만 이안은 순순히 이곳에서 나가 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있는 대로 분탕질은 다 칠 작정이었다.

‘피해량 99%감소 버프 정도면 마왕이라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치팅 플레이어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건 상관 없었다.

아무리 공정하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그 수혜자가 자신이 된다면, 누구나 신이 날 수 밖에 없는 법.

이안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울긋불긋하고 괴이한 형태를 한 맵이, 무척이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지만, 그런 것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제발 이 항마력이라는 스텟이 제대로 작동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잠시 후, 이안은 마계에서 첫 번째 몬스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라쿰 - Lv 205 / 하급 마수]

레벨이 무려 205나 되는, 거대한 검붉은 쥐 형태를 한 마수인 라쿰!

이안은 주변을 확인한 뒤 조심스럽게 몬스터에게 싸움을 걸었다.

‘혹시나 항마력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전력을 다 해 싸워야 잡을 수 있는 상대일 테니까.’

이안 일행이 다가오자, 라쿰은 눈을 부라리며 이안을 향해 달려들었고, 이안은 일부러 한쪽 팔을 라쿰의 공격에 노출시켰다.

콰콱-!

라쿰은 기다렸다는 듯 이안의 팔을 물어뜯었고….

[하급 마수 ‘라쿰’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강력한 항마력으로 인해 9405만큼의 피해를 흡수합니다.]

[생명력이 95만큼 감소했습니다.]

주르륵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자!”

그리고 라쿰과 싸우던 카이자르는 고개를 갸웃 하며 이안을 불렀다.

“영주놈아.”

“왜, 가신님아.”

실실 웃으며 대답하는 이안.

카이자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여기 마계 맞아? 내가 아는 마수들은 이렇게 허약하지 않다.”

그에 이안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가신님아, 항마력 이라고 혹시 알아?”

카이자르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렇다. 항마력이라면 알고 있지. 마기에 의한 피해를 일정량 이상 입을 때마다 그에 대한 내성이 조금씩 생기는 걸 항마력이라고 부른다고 알고 있다.”

이안이 창대를 빠르게 휘저으며 라쿰을 처치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한테 지금 그게 99포인트나 생겼거든.”

카이자르는 놀란 표정이 되어 다시 물었다.

“…? 어째서지?”

이안이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핫,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일단 여기 다 쓸어버리고 생각하자고!”

*          *          *

LB사 본사건물의 지하에는, 무척이나 넓은 평수를 차지하는 거대한 모니터링실이 있었다.

카일란이 워낙에 방대한 게임 이다보니, 모니터링 하는데 드는 인력만 500명이 넘는 어마어마한 인원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모니터링실에는 수백 대의 컴퓨터가 주르륵 깔려 있었다.

하지만 수백이 넘는 인원이 들어차 있음에도, 업무 특성상 말이 오갈 일 없었기 때문에 항상 조용했던 모니터링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오늘은 무척이나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 웅성거리는 소리의 근원지는, 모니터링실 구석에 있는 테스팅존 모니터링 파트였다.

“와, 진짜 이 타이밍에 마계 진입 퀘스트까지 뚫은 미친 놈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네.”

파트장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이마에 손을 올린 채 벽에 붙어있는 대형 스크린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십 수 명의 인원이 안절부절 못 하는 표정으로 함께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파트장님, 어떡합니까. 지금 서버 팀에 연락해서 강제로 셧 다운이라도 시켜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니면 저 유저라도 강제 아웃 시켜야….”

한 부하직원의 말에, 파트장이 두 눈을 부라리며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하, 박주임. 그게 가능했으면 지금 내가 이러고 있었겠습니까? 카일란은 가상현실 게임이에요, 가상현실게임! 저 상황에서 유저를 강제로 아웃시키면, 플레이어의 몸에 손상이 갈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크게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자칫 조금이라도 이 일로 인해 플레이어가 다친다면, 회사에 얼마나 타격이 클지 생각이나 해 봤어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는 파트장을 보며, 박주임이라 불린 여자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는 일 년이 넘게 그의 밑에서 일했지만, 항상 온화하던 그가 이렇게 신경질을 내는 것은 처음 보았다.

파트장은 말 없이 화면 속의 인물을 응시하며 계속해서 식은땀을 흘렸다.

‘대체 저 유저는 어떻게 벌써 마계관련 퀘스트를 얻은 거지?’

유저가 신규 컨텐츠에 이렇게 가깝게 접근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건, 어떻게 보면 모든 부서 중 모니터링 팀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책임을 지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바로 그였기 때문에, 그는 너무도 조마조마했다.

그는 주머니 속에 있던 스마트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아, 이팀장님! 혹시 지금 잠시 통화 괜찮으십니까?”

그리고 전화 넘어로 칼칼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니터링팀 파트장님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 마계 뚫린 사건 때문에 전화 주신 거죠?]

그 말에 파트장은 잠시 움찔했다.

벌써 회사 전체에 퍼져버린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곧 한숨을 푹 쉬며 대답했다.

“후우, 네. 컨텐츠 관리팀에도 벌써 얘기가 들어갔군요. 맞습니다. 그 사건 때문에 전화 드린 게 맞습니다.”

파트장이 컨텐츠 관리팀에 전화를 건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저 망할 골칫덩이 유저가 멋대로 마계를 휩쓸고 다니면서 어떠한 이득을 취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알아야 기획팀과 상의해서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파트장은 스크린을 계속 주시하며, 그가 움직이는 경로, 마계에서 벌이고 있는 일들에 대해 스마트폰에 대고 찬찬히 설명했고, 잠시 후 관리팀장의 대답이 들려왔다.

[음 일단 가장 다행인 부분은, 지금 마계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이 경험치 보상을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안’이라는 유저가 아무리 사냥을 하더라도 경험치는 차오르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그 말에 파트장의 표정이 살짝 밝아졌다.

“아 그렇습니까?”

하지만 그는 동시에 의문이 생겼다.

“그렇다면 대체 왜 저 유저는 저렇게 닥치는 대로 몬스터를 잡고 있는 겁니까?”

잠시간의 정적.

그리고 곧 스마트폰 너머로 심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아마 마정석 때문일 겁니다.]

*          *          *

[하급 마수 ‘라쿰’을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0 만큼 획득합니다.]

[명성치를 0 만큼 획득합니다.]

[‘최하급 마정석’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읽어 내려간 이안은,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아자, 또 하나 나왔고!”

인벤토리에 들어간 마정석을 확인한 이안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마정석’은 경험치 하나 주지 않는 마계에서 무한 노가다를 하게 할 만큼이나 매력적인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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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하급 마정석 -

분류      -  잡화

등급      -  없음

내구도    -  50/50

순도 높은 마계의 에너지가 담겨있는 진귀한 보물이다. 마정석을 사용한다면, 장비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

* 최하급 마정석은 +5강 이하인 장비에만 사용할 수 있다.

* 장비 강화에 성공할 확률이 무척이나 낮지만, 강화에 실패하더라도 장비가 손상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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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바로 카일란에 최초로 등장한 강화 컨텐츠.

경험치, 명성치를 아예 얻을 수 없음에도 이안이 눈에 불을 켜고 마수들을 쓸어 담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안은 마정석을 들어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에 사용하며 속으로 연신 중얼거렸다.

‘제발… 되자, 제발! 벌써 열 다섯 개나 발랐는데, 이번엔 성공할거야!’

마정석을 사용하자 허공으로 두둥실 떠오르는 이안의 창, ‘정령왕의 심판’.

이안은 양 손으로 두 눈을 가린 채 손가락 사이로 힐끔 힐끔 강화장면을 훔쳐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이안이 원했던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후우웅-!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을 강화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정령왕의 심판’ 아이템이 +2강에서 +3강으로 강화되었습니다.]

-------------   강화 결과   -------------

[공격력 : 2190~2406 -> 2372~2606]

[모든 전투능력 + 180 -> 모든 전투능력 + 195]

[통솔력 + 240 -> 통솔력 + 260]

[친화력 + 180 -> 친화력 +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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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족의 태동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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