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94화 (221/1,027)

< (1). 마족의 태동 -1 (9권 시작) >

이안을 만난 이리엘은, 환하게 웃으며 그를 반겼다.

“어서 오세요 이안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오랜만입니다 이리엘님.”

입 꼬리가 조금씩 올라가던 이안은 표정관리를 하려고 했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았다.

‘와… 진짜 가상현실 그래픽 주제에 이렇게 예쁘다니. 물론 하린이가 더 예쁘지만!’

하린을 생각하며 정신을 차린(?) 이안은 퀘스트를 이어 나가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수정구를 통해서도 대충 설명을 드렸지만, 전 임모탈의 부탁을 받고 왔습니다.”

이안의 말에 이리엘이 짐짓 화가 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임모탈의 부탁은 이렇게 빨리 들어주기 위해 움직이면서, 왜 제 부탁은 아직까지도 소식이 없는 거죠?”

도무지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이리엘의 역정(?)에 이안은 식은땀을 흘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그게… 제가 아직 마스터 3레벨을 못 찍어서요….”

이리엘이 이안에게 주었던 퀘스트, ‘마룡 칼리파의 그림자’의 퀘스트 진행 요건은, 소환술 마스터 3레벨이었다.

현재 이안의 ‘소환술’은 마스터에 진입하기는 했지만, 아직 마스터 2레벨이었다.

1레벨이 부족한 것이었다.

‘170레벨이 넘도록 마스터 3레벨까지 찍지 못할 줄은 몰랐네.’

처음 이 퀘스트를 받았을 때는 150레벨 정도면 진행할 수 있는 퀘스트인 줄 알았던 것이었다.

이안의 변명에 이리엘이 웃으며 대답했다.

“알고 있어요. 이안님의 능력이 아직 조금 부족한 거. 그냥 장난 한번 쳐 봤어요.”

하지만 이안은 장난이라는 말이 더 무서웠다.

‘뭐야… NPC 주제에 장난도 칠 줄 아는 거야?’

그리고 두 사람이 몇 마디를 더 주고받은 뒤, 메인 퀘스트와 관련된 이야기가 이리엘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이안님. 마족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다고 하셨죠?”

이안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임모탈의 말에 의하면, 천 년 전에 대륙에 침공했던 마족들의 기운이 언제부턴가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다고, 이리엘님께 가면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이안은 자신이 말을 해놓고도 약간의 의문에 빠졌다.

‘그런데 대체 어떤 정보를 알려준다는 거지? 뭐 마족의 약점이라도 알려주는 건가? 쉽게 사냥할 수 있는 방법 이라던가… 그럼 좋을 텐데. 그리고 정보를 얻으면 그냥 그대로 퀘스트 완료인거잖아?’

하지만 임모탈로부터 받은 ‘마족의 태동’ 퀘스트 또한 엄연히 S급 난이도를 가진 퀘스트.

당연히 그렇게 날로 먹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이리엘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잠시만요, 제가 안에서 물건을 좀 찾아 올게요. 너무 오래 전에 기록된 내용들이라,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어요.”

“네? 네… 뭐….”

이안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옆에 있던 바위에 걸터 앉았고, 이리엘은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가 양 손에 알 수 없는 물건을 하나씩 들고 나왔다.

왼쪽 손에 든 것은 낡은 두루마리 같은 모양을 가진 물건이었고, 오른손에 든 것은 마개로 입구가 막혀있는 호리병 같은 모양새였다.

“자, 이것들, 받아 드세요.”

이안은 아리송한 표정으로 물건을 받아들었고, 한번 씩 살펴본 뒤 이리엘에게 물었다.

“뭐에 쓰는 물건인가요?”

이리엘이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었다.

“일단 그 양피지 안에는 과거 마족들과의 전쟁을 통해 얻은 그들에 대한 정보들이 들어있어요.”

이리엘의 말에 이안이 곧바로 돌돌 말려있는 양피지를 펼치려고 했다.

“음… 이렇게 피면 되는 건가…?”

하지만 이리엘이 곧바로 그를 말렸다.

“아뇨, 지금은 펴지 마세요.”

“왜요?”

“지금은 펴 봐야 아무 의미 없거든요. 그 안에 쓰여진 내용은 지금 봉인되어 있어요.”

“아하…!”

그리고 이안은 곧 이 퀘스트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직감했다.

‘이 호리병에 또 뭘 모아오라고 하겠군. 난이도가 애매한 싱글S인걸 보니 그렇게 어려운 걸 줄 것 같지는 않고. 사이즈가 딱 지긋지긋한 채집퀘스트야.’

이안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퀘스트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그 호리병은 고대의 마법으로 제작된 아티펙트에요. 그 병을 들고 마물을 사냥하면, 사냥한 마물의 영혼을 담을 수 있죠.”

“오호…?”

‘마물’이라는 말은 이안의 호기심을 곧바로 자극했다.

‘뭐지? 카일란 최초로 마계에라도 갈 수 있게 되는 건가?’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안님은 이 사랑의 숲도 일종의 이계(異界)라는 걸 알고 계시나요?”

“네, 전에 그리퍼님께 들은 적이 있네요.”

“그럼 설명이 편하겠군요.”

잠시 뜸을 들인 이리엘이 말을 이었다.

“마계도 이 사랑의 숲처럼 이계 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지금 제 능력으로 마계의 외곽지역으로 통하는 차원문을 열 수 있죠.”

이안의 눈이 살짝 커졌다.

“오오…!”

“물론 부족한 제 능력으로는 오랜 시간동안 차원문을 지속시킬 수가 없어요. 아마 길어야 반나절 정도일 거예요.”

“그렇군요.”

이리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마무리했다.

“제가 만들어 낸 차원문으로 들어가, ‘라쿰’이라는 하급 마물을 사냥하세요. 라쿰의 영혼을 이 호리병에 200개 담아 오시면, 그걸 이용해서 양피지에 걸린 봉인을 풀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예의 그 퀘스트 알림음이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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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의 태동 Ⅰ (히든)(연계)-

사랑의 숲의 관리자이자 뛰어난 엘프 소환술사인 이리엘은 마계로 통할 수 있는 차원문을 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당신에게 천년 전부터 내려온 마법의 호리병과 마족들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는 고대의 양피지를 건네주었다.

하지만 양피지에는 봉인이 걸려있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고, 봉인을 풀기 위해선 ‘라쿰’의 영혼이 필요하다.

호리병에 ‘라쿰’의 영혼을 200개 모아서 이리엘에게 돌아오자.

퀘스트 난이도 : S

퀘스트 조건   : 신룡 카르세우스를 가진 소환술사

소환술 마스터 1레벨.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

* 거절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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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에 현존하는 게임 개발사 중, 가장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회사는 단연 카일란의 개발사인 LB사였다.

그리고 LB사는 다른 게임개발사들과 달리 무척이나 특이했다.

일반적으로 한국 게임업계는 대형 퍼블리셔들이 크고작은 개발사들의 게임을 퍼블리싱하고 마케팅, 런칭을 해주는 방식으로 서비스되는데, LB사는 카일란이라는 단 하나의 게임만을 개발, 운영 하면서도 한국 게임업계에 있는 그 어떤 회사보다도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해답은, 바로 ‘카일란’의 게임 점유율에 있었다.

처음 카일란이 등장할 때도 물론 대단한 관심을 받았지만, 일년도 훨씬 지난 지금, 가상현실 게임업계의 95% 이상의 점유율을 카일란이 가져간 것이었다.

게다가 가장 고무적인 점은, 원래 게임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까지도 게임을 하게 만들어서 가상현실게임 업계 전체의 파이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서울 근교에 자리 잡고 있는 LB사의 본사 빌딩.

그곳의 꼭대기에 있는 커다란 회의실에서, 정숙한 가운데 피티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이번에 새로 서비스하게 될 신규 업데이트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상으로, 3차 업데이트에 관련된 기획부의 피티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대형 스크린 앞에 선 남자가 고개를 숙여 보이며 피티를 마무리하자, 정갈한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짝짝짝-

그리고 회의실의 가장 상석에 앉아있는 노년의 사내.

바로 LB사의 대표이자 가상현실게임 업계의 대부인 고운찬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발표내용 잘 들었습니다, 김 실장.”

“감사합니다, 대표님.”

고운찬이 콧잔등 밑으로 살짝 흘러내린 안경을 고쳐 쓰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김실장 생각에, 이번 업데이트가 지난 두 번의 업데이트와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 어떤 점이라고 생각하는가?”

고운찬의 말에 김실장이라 불린 남자는 신중히 입을 떼기 시작했다.

고운찬은 십 수년 전부터 기획자로서 이름을 날리던 인물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는 매 업데이트마다 컨텐츠 하나하나에 직접 관여를 할 정도로 컨텐츠 기획에 민감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유저들에 의해서 변화하는 컨텐츠라는 점입니다.”

“변화한다… 라….”

“그렇습니다. 기존의 컨텐츠들은 자유도가 높기는 했어도, 결국에 깔리는 판 자체는 정해진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었고, 누가 어떤 플레이를 하던 시간과 성과의 차이일 뿐 방향성 자체는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컨텐츠는 그렇지 않습니다. 유저들의 역량에 따라서 판 자체가 아예 바뀌어버리게 되죠.”

고운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입을 열었다.

“좋아, 계속 해 보도록.”

김 실장이 말을 이었다.

“일례로 첫 번째로 열리게 될 마계 컨텐츠의 경우, 대륙 곳곳에 뿌려질 사전 퀘스트들을 유저들이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마계와의 전쟁이 어디서 시작될 지가 결정됩니다.”

목이 타는지 잠시 뜸을 들인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경우의 수는 저희 기획팀이나 개발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하지만, 만약 유저들이 이상적인 방향으로 퀘스트들을 성공해 낸다면, 첫 번째 전쟁은 유저들의 ‘마계 침공’ 으로 시작될 겁니다.”

고운찬이 그의 말을 받았다.

“그렇지 못한다면 반대로 마계의 침공을 방어하는 형국으로 전쟁이 시작되겠군?”

김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대표님. 그리고 그 시작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컨텐츠의 성질 자체가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그렇군. 확실히 이 부분은 참신해.”

턱수염을 잠시 만지작거리던 고운찬이 새로이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그 사전 퀘스트 라는 건 언제부터 유저들이 접할 수 있게 되는 건가?”

김실장이 곧바로 대답했다.

“이미 대륙 곳곳에 관련 퀘스트를 뿌려 놓았고, 그에 맞춰 이미 진행하고 있는 유저들도 몇몇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마계와 관련된 퀘스트가 생성되기 까지는… 빠르더라도 일주일은 걸리지 않을까….”

그런데 김실장이 열심히 브리핑을 하고 있던 그 때, 회의실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쾅-

그에 안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그 방향을 향했고, 입구에 앉아있던 남자가 들어온 이를 향해 소리쳤다.

“자네 누구야? 회의 중에 이렇게 난입하면 어떻게 하는가!”

하지만 숨을 헐떡이며 들어온 남자는, 그에 대한 대답조차 하지 않고 헐떡거리는 목소리로 브리핑 중이던 김실장을 향해 소리쳤다.

“큰일났습니다, 김실장님!”

“뭐야, 유대리. 무슨 일이야?”

기본적으로 다른 업종보다 사내 분위기가 자유로운 편인 게임회사임에도, 이런 적은 처음이었기에 다들 당황하는 모습.

하지만 고운찬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심호흡을 한 유대리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마계의 문이 열렸습니다!!”

< (1). 마족의 태동 -1 (9권 시작)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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