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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189화 (216/1,027)

< (6). 몰락의 징조 -3 >

*          *          *

성공적인 분탕질(?)을 마치고, 파이로 영지로 돌아와 정비 중이던 이안은 뜬금없는 시스템 메시지를 보고 당황했다.

[주종관계인 유저 ‘간지훈이’로부터 퀘스트를 공유받았습니다.]

[퀘스트 정보를 확인하시겠습니까?]

메시지를 읽은 이안은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뭐야, 내가 언제부터 얘랑 주종관계였어? 카이자르가 내 가신이니, 가신의 주종관계가 나한테까지 적용되는 건가?’

속으로 중얼거린 이안은 피식 웃으며 퀘스트 정보를 열어보았다.

딱히 좋은 퀘스트일 것이라는 기대 같은 건 하지 않았다.

“퀘스트 확인.”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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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군주 임모탈 (히든, 연계 퀘스트)-

중략…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조건   :

임모탈의 영혼에게 인정받은 유저.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명성 20만, 전설등급 소환술 장비상자.

(보상은 퀘스트에 참여하는 유저의 직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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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창을 전부 읽은 이안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에… 뭐야…?”

무려 트리플 S등급의 난이도를 가진 히든 연계 퀘스트!

트리플 S등급의 난이도는 이안조차 단 한번밖에 본 적 없는 것이었다.

‘레벨제한 200이 걸려있던 셀라무스 연계 퀘스트랑 난이도가 똑같잖아?’

게다가 ‘전설등급 소환술 장비상자’ 라는 보상이 무척이나 끌렸다.

아이템의 등급이 ‘전설’등급으로 확정되며, 심지어 소환술사 관련 아이템으로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이거… 엄청난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고급 퀘스트를 거저 얻은 이안은, 함박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되면… 이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잖아?”

이안은 곧바로 친구목록을 열어 훈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안 : 훈이, 지금 어디냐. 오랜만에 형이 얼굴 좀 보고 싶은데.]

그리고 잠시 후, 훈이의 대답이 돌아왔다.

[훈이 : 으… 이 악적…!]

이안은 피식 웃으며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이안 : 이거 왜이러실까. 악적이라니. 그거 주군한테 너무 무엄한 언사 아니냐.]

[훈이 : 주군은 무슨! 대체 누가 내 주군이야?]

[이안 : 알면서 모르는 척 하긴. 이 형님이 네 주군 아니냐. 방금 시스템 메시지가 친절하게 알려 주더만.]

[훈이 : ….]

[이안 : 잔 말 말고, 위치나 불어. 난이도 보니까 트리플 S 등급이던데. 어차피 너 혼자 못 깨잖아.]

[훈이 : 그렇지 않다! 혼자 깰 수 있어!]

[이안 : 웃기고 있네. 내가 난이도 트리플S인 퀘스트 딱 한번 받아봤는데, 레벨제한이 200이더라. 이걸 너 혼자 어떻게 깨. 잔말 말고 도와준다고 할 때 도움 받도록.]

[훈이 : 으… 으으….]

[이안 : 자꾸 그러면 도와주기는커녕, 마지막에 들어가서 숟가락만 얹는다?]

어차피 공유된 퀘스트인 만큼, 이안이 조금만 노력하면 퀘스트 장소를 찾아가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쩝, 괜히 도와준댔나? 말하고 보니까 마지막에 가서 숟가락만 얹어도 되는 거였잖아?’

하지만 일말의 양심에 가책(?)을 느낀 이안은 훈이를 돕기로 마음먹었고, 곧 훈이도 항복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훈이 : 후, 그래. 뭐… 확실히 네 녀석이 도와준다면 퀘스트 성공률이 더 올라가기는 할 테니까.]

[이안 : 그래 잘 생각했다. 짜식. 형이 앞으로 잘 키워줄게.]

[훈이 : 쳇, 중부대륙 477, 6543이다. 이쪽으로 오도록 해.]

[이안 : 오케이. 너도 전투할 준비 하고 있어. 쉽지 않은 놈을 상대해야할 게 분명해 보이니까.]

*          *          *

이안은 빠르게 전투할 채비를 마치고 훈이가 알려준 좌표를 향해 이동했다.

이안 혼자 움직이는 것이었지만, 가신들을 대동하다보니 거의 하나의 파티가 움직이는 듯 한 모양새였다.

“중부 대륙에 이런 곳도 있는 줄은 몰랐네?”

훈이가 찍어준 좌표에 가까워질수록, 사막의 모래 색이 점점 회색빛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깊숙이 들어가자, 회색빛 모래들은 아예 푸석푸석한 시멘트 같은 느낌의 땅으로 변했다.

신기한 듯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는 이안을 보며, 카이자르가 입을 열었다.

“이곳은… 임모탈의 땅이군.”

카이자르의 말에, 이안은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어? 가신님, 임모탈에 대해 아는 거 있어? 아까는 모르는 것 같더니.”

카이자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없었던 기억인데… 이곳의 풍경을 보니 하나 둘 떠오른다.”

이안이 카이자르를 재촉했다.

“생각나는 거 다 얘기해봐. 사전정보가 좀 있으면 좋지.”

그에 카이자르가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임모탈은 아군이다.”

“응…? 그건 무슨 뜬금없는 얘기야.”

“크흐음….”

갑작스레 떠오르는 기억들이 혼란스러운 지, 카이자르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천천히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내용은 무척이나 신선한 것이었다.

“임모탈은 언데드를 수족처럼 부리는 어둠의 군주다. 그의 본성은 무척이나 사악하지. 하지만 천년 전, 인류와 언데드는 한 편이 되어 악마들과 맞서 싸웠다.”

“악마?”

“그래, 악마. 마계의 마족들이라고 할 수 있지.”

“오호…?”

카이자르는 부스러지는 바닥을 가볍게 발로 문지르며 과거를 회상했다.

“언데드들의 주된 터전은 지저(地底)라고 할 수 있지만, 어쨌든 이 땅을 지켜야 하는 것은 그들도 인간과 마찬가지였다. 마족들은 이 차원계를 식민지화 하려했으니까.”

이안 뿐 아니라, 다른 가신들도 카이자르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그리고 인간과 언데드가 협력하는 과정에서, ‘흑마법사’ 라는 클래스가 처음으로 생겨났다. 지금의 흑마법사들의 뿌리가 바로 임모탈 이라고 할 수 있지.”

카이자르는 검을 들어 전방 멀찍한 곳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 곳에는 안개 속에 가려진 기괴한 형태의 첨탑이 솟아있었다.

“바로 저곳이 임모탈이 잠들어있는 곳이다. 그러고 보니 내 부하인 훈이라는 인간. 제법 능력 있는 흑마법사인가보군. 임모탈로부터 인정을 받다니 말이야.”

“….”

이안은 어쩐지 훈이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쯧… 내 가신이긴 하지만, 어쩌다가 저런 무지막지한 괴물한테 걸려서… 불쌍한 녀석….’

카이자르가 다시 흥미를 갖기 시작했으니, 훈이가 자유(?)를 얻는 날은 다시 요원해진 듯 싶었다.

이안과 카이자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일행은 안개를 뚫고 첨탑의 바로 앞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그 곳에는, 이안을 기다리던 훈이가 서 있었다.

“오랜만이야, 이안.”

그런데 그 때, 훈이의 옆에 있던 남자가 후다닥 달려나와 이안의 손을 맞잡았다.

“이안님! 팬이에요!”

*          *          *

한편, 또 다른 중부대륙의 외곽지역.

이안과 훈이가 퀘스트를 위해 도달한 지점과 정확히 반대인 위치에, 한 여인이 길게 늘어진 망토를 휘날리며 걷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로브에 한쪽 끝이 새빨갛게 타오르는 특이한 형태의 지팡이를 든 여인.

그녀는 마법사 랭킹 1위로 유명한 홍염의 마도사 레미르였다.

일전에 그녀는 사무엘진에게 영입되어 잠시 오클란 길드의 소속이었던 적이 있었지만, 현재는 아니었다.

레미르는 원래부터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무척이나 강한 유저였기 때문에, 중부대륙이 열린 뒤부터는 길드에서 나와 다시 개인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태양의 신전이 이 근처에 있어야 하는데….”

레미르는 자신이 적어 놓은 좌표와 지도상에 표기된 좌표를 꼼꼼히 확인한 뒤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분명히 여기가 맞는데….”

그녀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무려 트리플S등급의 난이도를 가진 히든 퀘스트를 몇 개월에 걸쳐 클리어 해 냈더니,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퀘스트의 종착역이 보이지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때, 그녀의 머리 위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고, 그것을 느낀 레미르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던 그녀의 두 눈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드… 드래곤?!”

그녀의 작은 입술 사이를 뚫고 나온 한 마디 말처럼, 레미르의 눈동자에 담긴 거대한 생명체는 분명 드래곤이었다.

온 몸이 타는듯한 붉은 비늘로 뒤덮혀 있는 레드 드래곤.

레미르는 당장 마법이라도 쏘아보낼 기세로 지팡이를 치켜 들었지만, 드래곤은 그녀와 싸울 생각이 없었다.

천천히 그녀의 앞까지 다가온 드래곤은 사뿐히 내려앉아 커다란 얼굴을 그녀의 앞으로 들이밀었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태양의 신전을 찾아온 것이로구나.]

세상이 울린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웅혼한 드래곤의 음성.

레미르는 잠시 머리가 멍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그렇다. 나는 태양신의 부름을 받아 이곳에 왔다.”

거대한 드래곤인 자신의 앞에서도 한 치 위축됨 없이 말하는 그녀를 보며, 그는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헬레나님께서 선택하신 인간답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드 드래곤의 거대한 몸이 새하얀 빛으로 뒤덮혔고, 그 크기가 점점 작아졌다.

우우웅-

낮은 공명음과 함께, 레미르의 앞에 나타난 한 사내.

그는 새빨간 적발을 가진,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미남자였다.

그가 입을 열었다.

“나는 헬레나님의 권능을 이어받은 태양의 드래곤, 라노헬이다.”

말을 마친 그는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고, 그와 동시에 그의 손에서 새하얀 빛줄기가 뿜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

그의 손에서 뿜어진 빛줄기는, 허공을 새하얗게 수놓았고 레미르는, 놀란 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온통 새하얗던 공간에 빛이 잦아들며, 사막 한복판인 줄로만 알았던 레미르의 눈 앞에 웅장한 신전이 나타났다.

태양의 드래곤, 라노헬이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홍염의 군주가 된 것을 축하한다.”

라노헬의 말이 끝난 순간, 레미르의 온 몸이 새빨간 화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레미르는 뜨거움을 느끼지 않았다.

“드디어… 끝난 건가…?”

길고 길었던 여정을 생각하며 밝게 웃는 레미르.

그리고 그녀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연달아 떠오르기 시작했다.

[‘태양신의 권좌’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 하셨습니다.]

[명성을 30만 만큼 획득합니다.]

[‘태양신의 지팡이’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경험치를 8250만 만큼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77레벨이 되었습니다.]

[히든 클래스 ‘홍염의 군주’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전직하시겠습니까?]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들을 찬찬히 읽어 내려간 레미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전직한다.”

그러자 레미르의 주변을 감싸고 돌던 시뻘건 화염이, 그녀의 심장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후우웅-!

[히든 클래스 ‘홍염의 마도사’에서, 상위 클래스인 ‘홍염의 군주’로 전직을 성공하셨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중부대륙에 접속해 있던 모든 유저들의 시야에, 한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추가로 떠올랐다.

[중부대륙의 첫 번째 전설이 깨어났습니다.]

< (6). 몰락의 징조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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