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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164화 (192/1,027)

< (6). 철옹성 -2 >

*          *          *

전장의 상공에 날아올라 핀의 광역 버프겸 디버프 스킬을 사용한 이안은 길드채팅으로 빠르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이안 : 지금입니다, 여러분. 20초 후에 차단기가 내려가면 다크루나 길드의 병력이 센터에 다 모일 겁니다. 그때 광역스킬부터 퍼부어 주세요.

한편 허공으로 떠오른 이안을 발견한 다크루나길드의 궁사들이 일제히 이안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이미 예측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이안은 당황하지 않고 허공으로 빠르게 날아올랐다.

아예 궁수들의 사거리 바깥으로 솟아 오른 것이었다.

이안은 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었다.

‘5… 4… 3….’

높이 떠오른 채 아래를 내려다보자 적들의 위치가 한눈에 들어왔고, 이안은 눈을 빛냈다.

다크루나 길드의 병력이 예측과 90% 이상 맞아 떨어지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 1… 지금!’

이안이 숫자를 다 세기가 무섭게, 요새 양쪽의 차단기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내려갔다.

쿵- 쿠웅-!

대신에 2차 방어벽의 성문이 굉음을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그극- 그그극-!

그것을 발견한 누군가가 큰소리로 소리쳤다.

“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모두 안으로 진격하라!”

“와아아…!”

사실 다크루나 길드원들을 향해 큰소리로 소리친 이는 다름아닌 헤르스였다.

성문은 로터스 길드에서 적을 유인하기 위해 작전상 오픈한 것이었지만, 헤르스의 외침으로 인하여 다크루나 길드의 길드원들 중 한명이 성벽을 넘어가 문을 연 것이라고 착각하게 된 것이었다.

이 한 마디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컸다.

수천이 넘는 인원이 난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헤르스의 말이 교란작전일 것이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했고, 성문이 열리자 다크루나 길드의 병력이 물밀 듯 성문을 향해 달려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허공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안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오케이, 생각보다 더 잘 먹혔는데?’

이안은 까마득히 높은 허공에서 돌연 소환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빡빡이, 소환!”

그러자 허공에 하얀 빛이 휘몰아치면서 거대한 몸집을 한 빡빡이가 소환되었다.

빡빡이는 당연히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고,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주, 주인! 날 죽일 셈인가!]

물론 이안에게는 생각이 있었다.

“걱정하지 마, 다 계획이 있으니까.”

하지만 빡빡이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안이 빡빡이를 떨어뜨린 위치는 사람이 새까만 점으로 보일 만큼 엄청나게 높은 곳이었다.

게다가 빡빡이는 무척이나 거대했고, 그만큼 엄청나게 무거웠다.

아무리 방어력과 생명력이 무지막지한 빡빡이라도,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즉사를 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안은 빡빡이가 떨어져 내리는 시간을 재고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한편, 지상에 있던 다크루나의 유저들과 병사들은 허공으로부터 드리워지는 거대한 그림자를 발견하고는 경악한 표정이 되었다.

“으악!!”

“저, 저게 뭐야?!”

“피해!!!”

바로 그 순간.

이안이 빡빡이의 고유능력을 발동시켰다.

“빡빡이, 절대방어!”

이것이 바로 이안의 노림수.

절대방어가 발동되면 10초 동안 빡빡이는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으며, 모든 상태이상에 면역이 된다.

절대방어가 지속되는 동안은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었지만, 아무 상관이 없었다.

빡빡이가 떨어져 내리면서 입힌 데미지가, 그 인근을 전부 초토화시켜버릴 테니까.

우우웅-!

절대방어가 발동되자, 빡빡이의 전신을 황금빛 기류가 휘감으며 커다란 방어막을 생성했으며, 고유능력이 발동되자마자 빡빡이의 네 다리가 지면에 틀어박혔다.

콰아앙-!

사방으로 피어오르는 흙먼지와 함께, 커다랗게 울려퍼지는 굉음.

그 순간 이안의 시야에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소환수 ‘빡빡이’가 다크루나 길드의 ‘사막병사’에게 75984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사막병사’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879899만큼 획득합니다.]

[명성을 1500만큼 획득합니다.]

[전공 포인트를 350만큼 획득합니다.]

:

:

[‘사막병사’를 처치하셨습니다.]

[‘사막병사’를 처치하셨습니다.]

[다크루나 길드 유저 ‘한준’을 처치하셨습니다.]

[다크루나 길드 유저 ‘루탄’을 처치하셨습니다.]

:

:

빡빡이가 떨어져 내린 위치는 다크루나 길드의 병력이 모여든 성문 바로 앞이었고, 덕분에 수십의 병력이 회색 빛깔이 되어 게임아웃 되어 버렸다.

최소 50만 이상의 데미지가 일시에 들어오는 데, 그것을 버텨낼 수 있는 생명체(?)가 존재할 리 없었던 것이다.

그 중에는 140레벨이 넘는 고레벨의 다크루나길드 유저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회색빛의 시체더미 위에, 마치 황금빛 동상처럼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는 빡빡이!

그리고 어느새 떨어져 내리는 빡빡이를 따라 낮은 고도까지 내려온 이안이 핀에게 명령을 내렸다.

“핀, 분쇄!”

꾸룩- 꾸루룩-!

빡빡이의 등장과 함께 혼비백산한 다크루나의 유저들은 핀의 광역스킬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뒤집어 썼다.

게다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2차 방어벽의 성곽 위로, 몸을 숨기고 있던 로터스 길드의 유저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들은 밀집된 다크루나 유저들을 향해 공격스킬을 퍼붓기 시작했다.

쾅- 콰쾅-!

그것을 시발점으로, 드디어 다크루나길드와 로터스 길드간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이안 또한 모든 소환수들을 전부 소환했으며, 본격적으로 전장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마법사, 궁수 위주로 먼저 저격해! 놈들이 정신 차리기 전에 최대한 많은 피해를 입혀야 해!”

이안의 명령에 따라 로터스 길드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으며, 파이로 영지의 영주가 된 피올란이 영지에서 생산한 병사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좋아, 일단 오늘 수성전은 거의 성공했다고 봐도 될 것 같고….’

2차 방어벽 뒤에는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3차 방어성곽이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한데 2차 방어선에서 이정도의 피해를 입혔으면, 굳이 3차 방어성곽까지 적들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을 듯 싶었다.

*          *          *

챙- 채챙-!

사방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쇳소리.

열린 성문을 통해 역으로 밀려나오는 로터스 길드의 병사들을 보며, 이라한은 이를 악물었다.

‘제기랄, 대체 어떻게 이정도까지 방어력을 구축할 수 있었던 거지…? 100위권 길드의 자금력으로 가능한 부분인가?’

사실 자금력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이라한의 상식으로, 자금력이 무한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상 도저히 이만한 요새와 방어타워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루스펠 제국차원의 지원이라도 받은 건가…? 대체 뭐지?’

이안이 가지고 있는 성배의 존재를 모르는 한, 이라한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솔린, 모든 화력 성문으로 집중시킨다. 정면돌파 외엔 방법이 없어.”

“예, 알겠습니다, 마스터.”

검을 뽑아들며 앞으로 나아가는 솔린을 향해 이라한이 한 마디 거들었다.

“솔린, 지난번에 내가 줬던 검… 가지고 있지?”

잠시 생각한 솔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마스터.”

“성문 앞까지 다다르면, 검에 인첸트 되어있는 소환마법… 사용하도록.”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이라한은 지금까지 휘두르던 쌍검을 양 허리춤에 꽂아 넣고, 등 뒤에 메고 있던 거대한 대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그리고 커다란 목소리로 사자후를 터뜨렸다.

“상대의 전력파악에 실패해 예상보다 큰 피해를 입었지만… 우리 다크루나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변방의 길드를 상대로 패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라한이 허공으로 대검을 던져 올리자, 대검의 검신에서 새파란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저 성문만 넘으면 내성 점령은 어렵지 않을 터! 지금부터 내가 앞장설 것이니 정면으로 돌파한다!”

말을 마친 이라한이 전방으로 손을 뻗자, 대검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더니, 이라한이 가리킨 방향을 향해 바람을 찢으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쐐애액-!!

그리고 그 끝에는 금빛으로 빛나는 빡빡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죽어라!”

이라한은 성문 앞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빡빡이를 제거하는 것이 최우선이라 여겼고, 그렇기에 그가 가진 원거리 타격 기술 중 가장 강력한 스킬을 발동시켰다.

몸집이 커다란 만큼 순발력이 느린 빡빡이로서는 꼼짝없이 스킬에 격중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런데 그 때, 바로 위에서 그리핀을 타고 날던 이안이 재빨리 빡빡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뿍뿍아, 물의 장막!”

뿌뿍-!

바로 ‘귀혼’ 아이템이 붙어있던 뿍뿍이의 고유스킬인 물의 장막을 발동시킨 것.

이안이 손을 뻗으며 소리치자, 뿍뿍이의 입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콰아아아-!

물줄기는 빡빡이의 바로 앞으로 날아가 커다란 장막을 형성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날아든 이라한의 대검이 장막의 전면에 부딪혔다.

퍼어엉-!

고막을 울리는 커다란 굉음과 함께 이라한의 대검은 허공으로 튕겨나갔으며, 무사히 자신의 역할을 완수한 물의 장막 또한 곧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쏴아아-

바닥의 모래 속으로 내려앉아 스며드는 물줄기를 보며, 이라한은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뭐, 뭐야?’

그야말로 찰나지간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스킬을 시전한 이라한조차 제대로 상황파악이 안 될 정도.

이안의 반사신경이 얼마나 빨랐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로터스 길드의 병사들과 유저들은 한층 기세가 올라 다크루나 길드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와아아…!”

싸움에서는 기선제압이 중요하다.

전쟁에서 병사들의 ‘사기’가 중요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기세’는 로터스 길드원들의 전투력을 두 배는 뻥튀기 시켜주는 효과를 가지고 왔다.

“제기랄, 뭐하는 거야? 저놈들 130레벨도 안 되는 녀석들도 수두룩하다고!”

다크루나 길드의 누군가가 소리친 것처럼, 로터스 길드원들의 대부분은 120레벨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반면에 140레벨 전후의 랭커들이 수두룩하게 포진되어있는 다크루나길드.

하지만 전투의 기세에 있어서 완전히 위축당한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로터스 길드의 공격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투양상이 난전으로 이어지자, 이안의 전장 통제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라이! 생명력이 얼마 남지 않은 적들을 우선적으로 공격해서 아웃시켜버려!”

[알겠다, 주인!]

어느새 하늘은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고, 힘을 얻은 달빛이 전장에 드리워지기 시작하자 라이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소환수 ‘라이’가 다크루나 길드 소속 ‘사막 병사’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사막 병사’의 생명력이 21640만큼 감소합니다.]

[‘사막 병사’를 처치했습니다.]

그리고 이안과 함께하는 전투에 완벽히 적응한 폴린 또한 사방으로 뇌전을 뿜어내며 적들을 압살하기 시작했다.

쾅 콰콰쾅-!

창극에 맺혀 폭사되는 폴린의 뇌전은 멋모르고 달려든 다크루나 길드 유저들을 새까맣게 태워버렸다.

[가신 ‘폴린’이 다크루나 길드원 ‘할리보’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할리보’의 생명력이 29980만큼 감소합니다.]

[‘할리보’를 처치했습니다.]

180레벨이 다 되어가는 폴린과 250레벨에 육박하는 카이자르는 다크루나 길드의 누구보다도 강력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물며 이렇게 기세까지 오른 유리한 전투임에야, 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때, 이라한을 발견한 이안이 카이자르를 향해 부탁(?)했다.

“가신님! 저쪽에 저 놈 보이지? 저 놈 좀 상대해 주면 안 될까?”

비공식 서버 랭킹 1위라는 타이틀답게, 수많은 로터스 길드의 병사들을 도륙하며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는 이라한.

이안이 카이자르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절대로 내가 질 것 같아서 부탁하는 건 아니고….”

이안의 애절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카이자르는 고개를 픽 돌리더니 다른 전장을 향해 몸을 날렸다.

대꾸조차 하지않는 카이자르를 보며, 이안은 한숨을 푹 쉬었다.

‘아오… 씨, 그럼 저 괴물같은 놈은 폴린이랑 협공해서 잡아야 하나…?’

사방으로 무시무시한 검기를 뿜어내는 이라한!

이안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정확히 파악을 할 수 없지만, 느낌상 170레벨 후반대인 폴린 보다도 이라한이 더 강해보였다.

‘죽어나가는 병사들이 좀 아깝긴 하지만 놈의 스킬패턴을 파악할 필요가 있어.’

이안은 할리의 등 위에 올라 주변의 만만한 적들부터 상대하면서, 이라한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주시했다.

그런데 그 때, 성문의 앞쪽에서 커다란 기의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우우웅-!

이안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선이 성문을 향해 돌아갔고….

‘저게 뭐…야…?’

그 앞에 드리워진 커다란 그림자를 확인한 이안의 동공이 커다랗게 확대되었다.

< (6). 철옹성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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