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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163화 (191/1,027)

< (6). 철옹성 -1 >

다크루나 길드의 병력은 단일 길드에서 동원한 병력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그 숫자가 엄청나게 많았다.

“솔린, 비교적 레벨이 낮은 병사들부터 전방으로 전진시켜. 방어타워가 아마 전부 단일 타겟 공격방식일 테니까, 물량으로 밀어붙인다.”

“예, 마스터!”

파이로 영지를 향해 밀려드는 다크루나 길드의 병력은 총 5천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숫자.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마젤란의 징표 덕분이었다.

중립 NPC들인 사막전사들의 병력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이점 덕에, 다크루나 길드는 다른 길드들에 비해 훨씬 많은 거점지를 손에 넣을 수 있었으며, 그 거점지에서 계속해서 병사들을 생산한 것이었다.

총 5천의 병력 중에 유저들의 숫자는 천명도 채 되지 않았으며, 대부분이 병사들로 구성된 병력인 것이다.

‘후후, 지금쯤 새까맣게 밀려드는 병력을 보며 간담이 서늘하겠지.’

가장 등급이 낮은 병사들이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중부대륙이었기 때문에, 평균 레벨대가 130이 넘는 수준이었다.

병사라고 해서 절대로 얕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이다.

“사거리 안쪽이다, 방어타워에서 날아올 쇠뇌를 조심하라!”

이라한의 외침과 동시에, 각 부대의 지휘관이 명령을 전달했다.

그리고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높다란 성벽 위쪽에서 쇠뇌가 비오듯 쏟아져 내려왔다.

쐐애애액-!

“피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단발마의 비명소리.

하지만 미리 주의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쇠뇌의 70% 정도는 목표했던 타겟에 정확히 명중되었다.

콰앙-!

그리고 각 지휘관의 시야에, 자신의 휘하에 있던 병사들이 사망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사막의 경계탑’의 공격에 격중당해 ‘사막병사’의 생명력이 67859만큼 감소합니다.]

[‘사막병사’의 생명력이 모두 소진되어 사망했습니다.]

[‘사막병사’의 생명력이 모두 소진되어 사망했습니다.]

:

:

단 한방에 회색 빛으로 산화해 버리는 병사들!

게다가 앞쪽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던 유저들도 몇몇이 쇠뇌를 맞고 사망했다.

이라한의 동공이 크게 확대되었다.

‘뭐, 뭐야? 무슨 방어타워가 이렇게 많아? 수십 개도 넘잖아?’

파이로 영지에 지어진 ‘사막의 경계탑’의 숫자는 총 100여 개.

끽 해야 십 수대 정도의 방어타워를 예상했던 다크루나 길드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단 한 차례의 공격으로 칠십여 명의 병사들을 잃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라한은 당황했던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명령을 내렸다.

“경계탑은 재장전 시간이 길다! 빠르게 성벽으로 붙어! 가까이 붙으면 타워의 공격을 피할 수 있어!”

이라한의 말처럼, 아예 성벽 앞쪽까지 바짝 붙으면 각도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경계타워의 공격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다크루나길드는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변수에 직면해야 했다.

우득- 우드득-!

“뭐야? 이거 무슨 소리야?”

“바닥이 갈라지고 있어!”

“뒤로 빠져! 이쪽으로 들어오면 안 돼! 으악!”

성벽의 바로 앞쪽에 파 놓은 참호.

일루젼 마법과 그럴싸한 위장으로 가려놨던 그 참호 안쪽으로 수백의 병사들이 빠진 것이었다.

“빨리 빠져 나가! 경량화 마법 있는 법사들 마법 좀 걸어주고!”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그긍-!

성벽의 외벽을 따라 줄지어 설치되어 있던 석문이 움직이며 둥그런 포문이 모습을 드러낸 것.

“저건 또 뭐야! 피해!”

그리고 총 열 대 정도 되어 보이는 포문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화르륵-!

그것은 바로 경계탑의 상위단계 방어타워인 불의 원소 마법타워였다.

“으아악-!”

원소 마법타워는 공격력 자체는 경계타워보다 약했지만, 넓은 범위의 적들을 한번에 공격할 수 있는 광역 마법타워였고, 참호 안에 빠져있는 다크루나 길드의 병사들이 광역마법을 피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조금 뒤쪽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라한은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저건 뭐야? 저런 타워도 있었어? 건설 가능한 방어타워 중에 저런 건 없었는데…?’

다크루나길드는 거의 열 군데에 가까운 많은 거점지를 확보했지만, 대부분 제대로된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부 다 신경 써 줄 여력이 없었던 탓이다.

한 두 군데 정도 영지 등급까지 발전시킨 거점도 있기는 했지만, 파이로 영지와는 그 성격이 달랐다.

파이로 영지는 기지방어에 필요한 시설들 위주로 발전시킨 반면에, 기지 방어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다크루나 길드의 영지는 자원수급량을 늘리기 위한 시설물들을 위주로 발전시킨 것이었다.

‘100위권 길드라고 내가 너무 얕본 건가…? 그렇다고 지금 병력을 물릴 수도 없으니….’

말머리를 돌리기에는 이미 너무 깊숙이 들어와 버린 것이었다.

지금 병력을 물려 후퇴를 감행하면 더 큰 손실을 입을 것이었다.

이라한이 소리쳤다.

“성벽만 넘으면 된다! 어떻게든 안쪽으로 진입해서 성문을 열어!”

마법사들이 플라이마법까지 동원하여 공중으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허공으로 뜨는 순간 고슴도치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경계타워의 쇠뇌에 공격당한 것도 아니고, 요새 내부에 있던 궁수병들이 일제히 화살을 날린 것이다.

하지만 5천이라는 숫자는 정말 어마어마한 병력이었고, 결국 다크루나 길드의 병사들은 무식하게 숫자로 밀어붙여 하나 둘 성벽을 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정말 무식한 인해전술이라 할 수 있었다.

그것을 보며 이라한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좋아. 일단 내부로 진입만 한다면…!’

이라한은 그 자신도 빠르게 움직여 성벽을 향해 뛰어갔다.

‘마검사’라는 타이틀 답게, 이라한은 경량화 마법을 비롯한 모든 신체강화 마법을 자신에게 부여했고, 바람같은 속도로 성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챙- 채챙-!

성벽 위쪽을 지키는 병사들이 몇 있기는 했지만, 150레벨을 목전에 둔 이라한에게 상대가 될 리 없었다.

콰아앙-!

이라한의 검에서 쏘아진 얼음 속성이 담긴 검기가 성벽 아래쪽을 강타했고, 그 반동을 이용해 이라한은 성벽 위로 뛰어올라 사뿐히 그 위에 올라섰다.

“성문을 열라! 모두 안쪽으로 진입…!”

하지만 검을 치켜든 채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치던 이라한은 다음 순간 말문이 막힐 수 밖에 없었다.

‘저게 뭐야…? 왜 안쪽에 성벽이 또 있는 거야?’

거의 일천이 넘는 병력을 잃으면서 힘겹게 넘어온 성벽 안쪽으로, 그보다 더 높고 견고해 보이는 성벽이 또다시 드러난 것이었다.

이라한은 자신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와… 쓰벌, 게임 진짜 더럽게 하네!”

일천이 넘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병력을 잃는 동안, 로터스 길드의 유저는 아직 코빼기도 보지 못했다.

약이 오를 대로 오른 이라한은 이를 악물었다.

“그래, 이렇게 된 거 누가 이기나 끝까지 한번 해보자고…!”

원래의 계획안에 이렇게 많은 병력을 소모하는 것은 없었고,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분노(?)와 함께 오기가 생긴 이라한은 이를 악물고 성벽 안쪽으로 뛰어 내렸다.

*          *          *

- 님들, 지금 채팅방에서 놀고 있을 때가 아님!

- 왜요? 무슨 일 있어요?

- 그러게. 나 지금 퀘스트 하던것도 다 끝나서 할 거 없어서 채팅방에서 노가리 까고 있었던 건데… 뭔 일 있음?

- 하, 답답하네 이사람들. 지금 빨리 YTBC 틀어봐요. 다크루나길드 공성전 시작했어요.

- 아, 공성전? 그야 이제 카이몬 제국군이 동쪽으로 완전히 진입했으니까 거점지 공격할 때가 되기는 했죠. 저도 그거 방송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노잼일 것 같아서 안보는 중. 보니까 방어 진영은 100위권도 뒤에 있는 허접한 길드더만요. 보다마나 다크루나 놈들한테 순삭 당하겠지….

- 윗님, 말은 바로 합시다. 100위권 길드가 어떻게 허접한 길드에요? 100위권이면 상위 0.1%인데….

-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죠. 1위 길드에 비하면 허접한 거 맞잖음?

- 그건 그렇지만….

- 하, 이 사람들 잔 말 말고 일단 채널 틀어보라니까? 그 100위권 길드가 다크루나 길드랑 백중세로 싸우고 있다고요. 공성전 지금 장난 아니에요. 이거 지금 못 보면 후회할거임.

- 에…? 정말요? 그게 말이 됌?

- 그 100위권 길드 이름이 로터스 길드인데, 무슨 거점지를 거의 요새처럼 만들어놨어요. 진짜 우주방어가 따로 없음.

- 헐! 방어길드가 로터스 길드였어요?

- 왜요? 로터스 길드 아심?

- 소환술사 랭킹1위 이안님 길드잖아요. 아, 그런 줄 알았으면 방송 시작부터 봤을텐데…! 전 이만 보러갑니다 그럼.

- 오오…! 가서 봐야겠다. 디펜스 게임 같은 느낌이려나?

공식 커뮤니티는 물론,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자, YTBC 채널의 시청률은 계속해서 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1위 길드인 다크루나 길드의 공성전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기본적으로 관심이 쏠렸으며, 상대하는 로터스 길드가 이안의 길드라는 정보까지 퍼지자 그 관심이 더욱 증폭된 것이었다.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안의 전투를 보고 싶어 하는 유저들은, 하던 퀘스트도 멈추고 방송을 보기위해 게임 접속을 종료할 정도였다.

그리고 YTBC 채널에서는 방송국의 얼굴마담이라고 할 수 있는 리포터 하인스와 루시아가 공성전을 중계하고 있었다.

[하인스님, 지금 로터스 길드의 주력 유저들이 아직까지 내성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기본적으로 로터스의 유저들이 다크루나의 유저들보다 전투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크루나 길드 공격대의 평균 레벨은 140 이상인데, 제가 알기로 로터스 길드에는 140이 넘은 유저가 다섯 명도 되지 않거든요. 게다가 절대적인 유저의 숫자도 부족하구요. 방어벽을 넘으면서 최대한 다크루나 길드의 힘이 빠진 뒤에 공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지금 다크루나 길드는 아마 엄청나게 약이 오를 겁니다.]

[왜죠?]

[훨씬 전력이 약한 길드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기분일 테니까 말이죠. 로터스 유저들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계속해서 방어타워랑만 싸우고 있으니까요.]

[그것도 그러네요. 하지만 다크루나 길드가 확실히 강하기는 한 것 같아요. 그 많던 타워들 중 벌써 반 이상이 파괴되었으니까요.]

[동감합니다.]

[아직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흥미진진하군요.]

두 사람의 대화처럼, 전투는 더욱 흥미로운 양상을 띄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곧 두 번째 성벽도 뚫릴 것 같아요…! 로터스 길드 유저들은 이차 방어선도 그대로 내어줄 생각인가요?!]

[앗, 내성에 있던 로터스 길드의 병력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군요, 이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겠어요!]

[다크루나 길드가 절반이 넘는 병력을 잃기는 했지만, 대부분 병사들이나 사막전사들이고, 유저들은 대부분 건재하거든요. 저들을 상대로 로터스 길드가 얼마나 큰 선전을 할 수 있을지…!]

YTBC채널의 실시간 채팅방에는 쉴 새 없이 글이 올라오고 있었고, 공성전의 결과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거의 대부분이 다크루나 길드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파이로 영지의 상공에서 우렁찬 그리핀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끼아아오오-!

그리고 그리핀의 등 위에는, 기다란 장궁을 등에 메고,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든 특이한 복장을 한 남자가 전장을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 (6). 철옹성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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