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58화 (186/1,027)

< (4). 기지 방어전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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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이안이 커뮤니티에 올린 공략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올린지 30분도 채 지나기 전에 공략 Best Of Best 게시판으로 이동되었으며, 반나절이 채 지나기 전에 Best Of Best 게시판의 총 조횟수 순위 10위 안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이것은 이안이 유캐스트 영상을 뿌림과 동시에, 길드원들을 통해서 전략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결과였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무리 초반 홍보가 잘 되어 힘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컨텐츠의 질이 좋지 못하면 금방 묻혀버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안의 공략은, 지금껏 올라온 소환술사 관련 공략글 중 그 어떤 것 보다도 고퀄리티의 공략이었다.

뛰어난 가독성을 위해서, 공략글을 전부 다 작성한 뒤, 디자이너 출신인 소진에게 부탁하여 최종 편집까지 맡긴 이안의 꼼꼼함이 빛을 발하한 것이다.

그리고 이안의 공략의 여파로, 소환술사 게시판은 새로고침을 한 번 할 때마다 페이지가 바뀔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었다.

- 와 방금 이안님 공략글 정독하고 나왔는데… 소환술사로 말 도 안되는 성장을 보여주는 이유가 있었어요. 진짜 들어가 있는 정보 하나하나가 완전 꿀같은 정보들만….

- 동의합니다. 특히 잠재력에 대한 말들이 많았는데, 이제 이 공략글로 인해 논란 종결인 듯. 실제로 이안님 소환수인 라이 능력치 성장과정 스크린샷까지 레벨별로 찍어서 수식 만들어 놓으셨는데, 누가 토를 달겠어요.

- 크으, 진짜 소환술사 유저들의 희망입니다 이안님은. 이젠 제 아이스골렘도 진화시킬 수 있겠어요…! 레벨 70이 되도록 진화를 안 해서 멘붕이었는데, 해답이 잠재력에 있었다니….

- 다들 이럴 때가 아니라 얼른 로터스 영지로 갑시다. 지금 벌써부터 조련소 예약 대기순번까지 꽉 찼대요. 늦으면 진짜 몇천번대까지 대기순번 밀릴지도 몰라요.

- 후후, 윗님. 님이 느리신 듯. 지금 여기서 놀고계신 분들 이미 다 로터스 영지 달려가서 소환수 맡겨 놓으셨거나, 아니면 예약대기 걸어놓으신 분들일걸요?

- 그러게요. 이제야 로터스 영지 가려고 하시다니…. 애도합니다. 내년에나 순번 돌아오실 듯….

- 아니, 그런데 조련소가 현재 로터스 영지에밖에 없는 건가요? 다들 왜 로터스 영지로 가는 거죠?

- 아, 조련소 자체가 로터스 영지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찾아본 결과 지역별로 하나씩은 지어져 있더군요. 다만, 다른 조련소들은 지어진 뒤 활성화가 되지를 않아서 시설레벨이 엄청 낮아요.

- 그 시설레벨에 따라서 효율 차이가 큰가요?

- 네. 거의 하늘과 땅 차이 수준…. 아까 소환술사 게시판 가보니까, 잠재력 60짜리 늑대가 로터스 조련소에서 반나절 만에 잠재력 100찍고 진화했다고 하더라고요. 반면에 일반 조련소에는 하루 종일 맡겨놔도 잠재력 5인가 밖에 안 올라요.

- 헐… 그게 말이 돼요?

- 등급이 낮은 소환수일수록 잠재력 올리기가 쉬워서 그런 거기는 해요.

- 허얼….

- 그리고 시설레벨 낮은 조련소에서는 대형 몬스터는 훈련시킬 수도 없어요.

- 아… 제 골렘이랑 매머드는 무조건 로터스 영지 가야되는군요 그럼….

- 그렇죠.

이제껏 ‘진화가능’ 옵션을 가진 소환수를 힘들게 잡아놓고, 진화할 날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소환술사들에게 시설레벨이 Max인 로터스 영지의 조련소는 거의 축복에 가까운 곳이었다.

그렇기에 시간당 10만 골드라는, 결코 적지 않은 가격임에도, 누구 하나 불평하는 목소리가 없었다.

다만, 불평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 와, 이러면 소환술사는 무조건 루스펠 제국에서만 캐릭터 생성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 그러니까요. 카이몬 제국 소환술사들은 어쩌라는 겁니까 이러면.

- 어쩌기는요, 카이몬 제국 소환술사분들은 지금부터라도 조련소 하나 몰아주기라도 해서 얼른 시설레벨 올리셔야죠. 어차피 이미 시설레벨 Max인 로터스 조련소가 더 좋아질 곳은 없으니 언젠가는 따라잡지 않을까요?

- 노노, 윗님 뭘 잘 모르시네요. 아마 카이몬제국에 시설레벨 Max인 조련소 나올 쯤이면, 로터스 영지 조련소는 아예 상위단계 건물로 리빌딩 될걸요? 얼마전에 Max레벨 찍은 대장간 가지고 계셨던 분이 포스팅한거 못 보셨나보네.

- 그게 뭐죠?

- 시설레벨 Max 찍고, 시설 경험치 계속 쌓다 보면, 아예 상위단계 건물로 개조하는 게 가능해 지나 보더라구요. 지난번 포스팅에 올라왔던 대장간의 경우에는 ‘무기연구소’로 업그레이드 됐었어요.

- 아하…?

로터스길드가 루스펠 소속의 길드인 만큼, 영지 또한 당연히 루스펠 제국 소속의 영지였다.

그렇기에 영지를 빼앗지 않는 이상, 카이몬 제국 유저들이 로터스 길드의 조련소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레벨이 아직 30도 되지 않는 초보 소환술사들의 경우, 아예 캐릭터를 다시 만들기도 했고, 거액을 들여 국적변경 아이템을 구해 국적을 바꾸는 소환술사가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이 일련의 상황들을 모니터링하며,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후후,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반응이 좋은데?”

그는 물론 이안이었다.

“이러면 이제 방어타워 좀 짓는다고 해서, 길드금고가 부족해질 일은 없겠지?”

계속해서 게시판과 채팅창들을 눈팅하던 이안은 스마트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스마트폰 너머로 스탠다드한 컬러링이 울려 퍼졌고, 잠시 후, 걸쭉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진욱교수였다.

“교수님, 계획대로 잘 되고 있는 것 같네요. 영지 상황은 좀 어떤가요?”

[하하, 어떻기는. 지금 대기번호만 네 자릿수까지 꽉 들어찼다네.]

“문제는 없구요?”

[문제가 하나 있긴 하지.]

문제가 있다는 말에 진성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어떤…?”

[일손이 부족해. 북부영지에 남아있는 길드원들이 도와주고 있기는 하네만… 택도 없는 수준이야.]

이진욱의 말에 진성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것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교수님, 제가 빠른 시일 내에 인재등용 해서 관리인원 뽑아서 배치해 드릴게요. 그 부분은 생각 못했네요.”

[오, 그래 주겠는가? 그럼 나야 고맙지.]

그리고 이안은 이진욱에게 전화한 본론을 꺼내었다.

“아 교수님, 사실 제가 전화 드린 이유가 따로 있는데요.”

[그래, 말해보게. 뭔가?]

“그쪽 인원 충원 되는대로, 교수님께서 올리버스 영지로 가주셨으면 해서요.”

[오호, 올리버스 영지라면… 그 해안마을 말하는게지?]

“네, 맞습니다.”

이진욱 교수는 진성의 말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챘다.

[오케이. 알겠네. 여기 정리가 되는 대로 곧바로 올리버스 영지로 가서 새로운 조련소를 건설하도록 하지.]

올리버스 영지는 동부 해안 쪽에 숨겨진 마을과도 같은 곳이었다.

아직까지 외부에 영지의 존재를 꼭꼭 숨겨 둔 상태였기 때문에, 로터스 길드원들을 제외하고는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마을이었지만, 언제까지 그 상태로 둘 생각은 없었다.

‘올리버스 영지가 영토확장만 좀 더 하면 로터스 영지보다 더 넓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을 테니까… 거기에는 아예 대규모 농장 수준으로 지어야지.’

수요는 넘쳐났으니, 공급을 빠르게 늘릴 필요가 있었다.

생각을 정리한 이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쨌든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교수님. 덕분에 큰 산 하나 넘었어요.”

이안의 말에 이진욱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이런 수고라면 언제든지 환영일세. 나 이제 교수 그만둬도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

생각지도 못한 이진욱의 농담에, 이안은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네에?”

하지만 그 다음말을 듣자, 곧바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뭘 놀라고 그러는가. 조련소 관리 수수료로 얻는 골드만 현금으로 환전해도 내 교수월급의 10배는 나오는 수준이야. 지금 교수직 그만 두는 거, 1할 정도는 진심일세.]

잠시 말이 없던 진성이,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지는 마세요, 교수님… 교수님 안계시면 저 휴학해야 돼요….”

[….]

*          *          *

하루 만에 엄청난(?) 일들을 벌려놓은 이안은, 거의 금의환향 수준으로 길드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거점지로 돌아왔다.

“야, 진짜 대박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야?”

“그러니까요. 진짜 이제 한동안 자금 걱정할 일은 없겠어요.”

헤르스와 피올란을 필두로 수없이 쏟아지는 환영인사를 일일이 받아 준 이안은, 거점 막사로 들어가 밀린 거점지의 내정활동을 시작했다.

대부분 헤르스가 전부 처리해 놓았기 때문에, 이안이 해야 할 일은 진행상황을 검토하고 이후 세부적인 계획들을 짜는 과정이었다.

‘지금 유일한 걱정거리는… 최전방 전선이 다시 우리 거점지까지 밀려들어올 것이라는 건데….’

이안이 자리를 비운 다음날.

제국간의 전투는 여지없이 카이몬 제국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안이 힘들게 벌려놓았던 거리가 하루만에 다시 복구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이안이 자리를 비울 수는 없었다.

이안이 없는 동안 사막전사들로 인해 입은 피해가 제법 커서, 추가공격이 들어오면 이안 없이는 도저히 막아낼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금을 들여 방어건물과 생산건물을 전부 다 짓기 시작한 상황이었기에, 거점의 방어는 지금 어떤 다른 일들보다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지난번엔 카이몬 제국에서도 추가적인 지원병력이 없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던 거지… 만약 사막전사들이나 상위길드 몇몇만 지원 들어왔어도 내 힘으로 승리할 수는 없었을 거야.’

생각을 정리한 이안이 막사에 따라들어온 헤르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유현아. 우리 한동안 디펜스게임 해야 할 것 같다.”

“응? 그건 또 뜬금없이 무슨 말이야.”

“이제 며칠 내로 우리 거점지까지 제국 방어선이 밀릴 예정이거든.”

이안의 말에 뒤늦게 들어온 피올란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헐, 정말요? 지금 계속 지고있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그래도 이제 내일부터는 스플렌더길드나 오클란길드에서도 참전할 거라고 하던데… 그러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피올란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현재 일방적으로 루스펠 제국이 밀리는 배경에는, 한발 빠르게 중부 대륙에 자리를 잡고 카이몬 제국 병력을 지원하기 시작한 타이탄길드와 다크루나길드의 힘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타이탄이나 다크루나길드에 비해, 루스펠 제국의 상위길드들의 힘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이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물론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지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밀릴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오클란이건 스플렌더건 타이탄이나 다크루나에 비하면 전력이 많이 떨어지니까요.”

헤르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진성이 말이 맞아요. 게다가 사무엘진같이 약아빠진 놈은 밀리기 시작한다고 생각되면 아예 발 빼버릴지도 모르죠.”

사무엘진은 오클란 길드의 길드마스터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피올란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안에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데요, 이안님은?”

그리고 이안이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볼 때, 여기까지 방어선이 밀려내려오는데 걸릴 기간은 대충 10일 정도예요. 빠르면 일주일 정도일 수도 있고… 오래 걸려야 보름이죠.”

헤르스와 피올란을 비롯한, 막사 안에 있던 길드원들의 시선이 이안의 입을 향했다.

“이제 자원도 넉넉하게 확보했겠다, 길드원분들 일주일동안 사냥 중단시키고, 전부 모여서 성벽 한번 제대로 쌓아보죠.”

피올란이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다.

“네에?”

이안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길드금고 탈탈 털어서 노동력 최대한 확보하고, 모자라면 커뮤니티에 구인광고라도 올려서 철옹성 한번 지어 보자구요.”

이안의 말을 이해한 헤르스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 디펜스 게임 이라는게 이 말이었냐.”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디펜스 게임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 방어선 쭉 밀려서 우리 거점지만 적진 한복판에 고립되더라도 전부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이 때만 해도, 이안은 이 말이 정말 현실이 되어버릴 줄은 몰랐다.

< (4). 기지 방어전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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