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기지 방어전 -1 >
진욱의 메시지는, 이안이 메시지를 보낸 지 몇 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돌아왔다.
이진욱 : 그래, 진성아. 그렇지 않아도 연락 하려고 했었다.
이안 : 네, 교수님. 조련소는 이제 완성단계인가요?
이진욱 : 어제 오후에 업그레이드 완료됐다. 오늘부턴 이제 손님 받을 수 있어.
이안이 진욱에게 부탁했던 것은 다름 아닌 영지의 조련소 업그레이드였다.
처음 조련소를 지은 지 몇 달이 지난 끝에 드디어 최종단계까지 업그레이드가 끝난 것이었다.
‘조련소야말로 이 시점에서 정말 훌륭한 노다지가 될 수 있어. 이제 잠재력에 대한 정보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 거 같고, 때가 왔지.’
조련소는 소환수의 잠재력을 빠르게 성장시켜줄 수 있는 유일무이한 곳이었다.
이안의 특수스킬인 ‘훈련’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어느 정도 파급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소환술사들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이슈가 될 수 밖에 없을 거야.’
소환술사들에게 소환수의 ‘진화’는 무척이나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커뮤니티의 소환술사 게시판에는 주기적으로 소환수의 진화에 대한 비밀을 풀기 위해 논쟁이 펼쳐지곤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안처럼 거의 정확하게 잠재력과 진화의 관계에 대해 아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알아낸 유저가 있는데도 이안처럼 정보를 풀지 않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적어도 커뮤니티에는 아직 정보가 풀리지 않은 것이었다.
잠재력과 진화의 상관관계를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이 시점에, 조련소의 역할까지 알려진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파장이 일 것이었다.
이안 : 그럼 지금 조련소에서 한 번에 수용 가능한 소환수가 얼마나 되는 거죠, 교수님?
이진욱 : 음... 대형 소환수 총 50마리, 중, 소형 소환수는 각각 100마리씩 수용이 가능하겠구나. 네가 할당해 준 부지 전부 꽉꽉 채워서 확장시켰어.
이안 : 오, 생각보다 수용가능 소환수가 제법 많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이진욱 : 그럼 이제 오늘부터 외부로 정보를 풀 생각인 거냐.
이안 : 네, 교수님. 지금이 적기 인 것 같아요. 벌써 잠재력에 대한 비밀을 거의 알아낸 유저들도 존재할거고, 머지않아 커뮤니티에도 정보 다 풀릴 겁니다. 그전에 우리가 정보를 풀고 시장을 선점 하는 거죠. 카일란 어디에도 최고레벨까지 업그레이드한 조련소를 보유하고 있는 영지는 없을 거예요.
이안의 계산은 간단했다.
잠재력과 소환수 진화의 상관관계. 거기에 잠재력이 높을 수록 소환수의 능력치가 더 높은 폭으로 성장한다는 정보까지 커뮤니티에 풀어버리면 카일란 내 거의 모든 소환술사들이 로터스 영지로 몰려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로터스 영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경제성장이 이뤄질 것이고, 아예 영지에 터를 잡고 정착해서 살기 시작하는 소환술사들도 생겨날 것이었다.
영지 주변 몬스터들의 레벨대가 낮게는 70에서 많게는 100정도까지 되니, 중레벨 정도 되는 소환술사들에게는 사냥터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었다.
이진욱 : 그래, 진성학생. 그럼 홍보는 어떤 식으로 할 셈인가?
잠시 생각한 이안이 짧게 대답을 보냈다.
이안 : 제가 알아서 할게요, 교수님. 손님 받을 준비만 철저히 해 주세요.
* * *
이진욱 교수와 대화를 마친 진성은 일단 게임을 종료하고 캡슐 밖으로 나왔다.
이제 반나절 동안은 접속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오랜만에 공략글 쓴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공들여서 한번 써봐야지.’
일단 인터넷을 켠 이안으 소환수들에 대한 정보를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이안이 모르는, 하지만 정보가 공개된 진화된 개체들에 대하 정보수집이 우선이었다.
‘최대한 있어보이게, 그리고 잘 읽히게 쓰는 게 가장 중요해.’
물론 다른 진화조건을 다 충족시켰을 때 잠재력이 100이 되면 진화한다는 정보와, 잠재력이 높은 상태에서 레벨을 올려야 능력치가 더 높은 폭으로 성장한다는 정도만 짧게 정리해서 써 놓아도 굉장한 정보임이 틀림 없었지만, 그 정도에서 만족할 수 없었다.
소환술사라면 누구든 한번 쯤 읽어보고 가야만 하는 소환술사계의 바이블 같은 글을 써 올리고 싶었다.
이안은 알려진 모든 소환수들과 그 진화개체, 등급 등을 정리하고, 각 등급별 능력치 성장률 최대 최소치 등 분석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분석해서 보기 좋게 정리할 생각이었다.
‘이번에 소진씨가 올려줄 영상 말미에 게시글 홍보 링크도 띄우고, 내 아이디도 제법 유명해졌으니까, 이름 좀 팔면 조횟수는 금방 오르겠지.’
컴퓨터 앞에 앉은 이안은 정신없이 그 안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 * *
중부대륙 로터스 거점지.
거점 중심부의 막사에서 피올란과 헤르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네? 지금 이미 지어지고 있는 건물이 몇 갠데… 여기서 더 늘리겠다구요?”
“네, 피올란님. 방금 이안이랑 상의한 내용이에요. 방어타워 위주로 지을 수 있는 건 전부 다 짓기로 했어요.”
헤르스의 말에 피올란은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아니, 지금 건설 시작하는 거야 큰 문제될 게 없지만, 이러다가 아무것도 완성 못하고 자원만 바닥나는 거 아니에요? 그러면 진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하는 건데…."
카일란에서 건물을 짓는 과정은 현실과 무척이나 흡사하다.
예를 들어 500만골드 짜리 건물을 짓는다고 해서 처음부터 500만 골드가 다 들어가는 것은 아닌 것이다.
기초공사비용만 있으면 언제든 건설을 시작할 수 있었고, 추가되는 비용을 그때그때 충당하기만 하면 건물이 계속해서 지어지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로터스 길드가 가진 자원이 제법 넉넉했기에 이안의 계획처럼 모든 방어건물을 동시에 건설하기 시작하는 게 가능했지만, 완공될 때 까지 지속해서 자원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피올란이 걱정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말에 헤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도 걱정이 많이 되기는 해요. 하지만 이안이 얘기 들어보니까 꼭 불가능한 건 아닌 것 같더라구요.”
피올란이 반색하며 되물었다.
“그래요?”
“네, 일단 우리에겐 전쟁교역소가 있잖아요. 내일쯤 사막보병 생산이 가능해질 거고, 병력생산 되기 시작하면 지금이랑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의 전공 포인트 수급이 가능할겁니다.”
“음… 그거로도 부족할 것 같기는 하지만…. 일단 이안님 말 들어서 손해본 적은 없으니 진행해 보도록 하죠.”
지금까지 이안의 행적중에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부분이 많지 않았기에, 피올란은 그렇게 수긍해 버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본 헤르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그럼 바로 건물 올립시다.”
하지만 피올란은 물론 헤르스조차도 북부영지를 기반으로 이안이 생각중인 대규모 사업(?)에 대해서는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안님은 이 중요한 시기에 어디 가신 거죠?”
피올란의 물음에 헤르스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저었다.
“그, 글쎄요. 저한테는 돈벌러 간다고만 했는데….”
“...?”
그렇게 두 사람이 길드원들과 함께 열심히 거점지의 방어건물들을 증축하는 그 시간.
이안은 열심히 컴퓨터 앞에 앉아 타자를 두들기고 있었다.
* * *
“로렌님, 커뮤니티 봤어요?”
현 시점 소환술사 레벨랭킹 1위의 유저인 로렌.
그녀는 소속되어 있는 길드는 없었지만, 소환술사유저로만 이루어진 소규모의 ‘팀’에 속해 있었다.
팀의 이름은 소환술사 커뮤니티에서는 무척이나 유명한 ‘골든 서머너즈’.
골든 서머너즈는 총 스무명 정도의 소환술사들로 구성된 팀이었는데, PVP나 퀘스트를 진행하지 않고, 오로지 PVE, 혹은 몬스터 포획을 위주로 활동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실력도 뛰어나고 랭킹도 높아서 많은 소환술사들이 골든 서머너즈 팀에 들어가고 싶어 할 정도였는데, 그들이 우상(?)으로 여기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그것은 바로 이안이었다.
“밀리안님, 무슨 일이에요?”
로렌의 물음에, 밀리안이라 불린 사내가 빠르게 대답했다.
밀리안 또한 120레벨에 근접한 소환술사 최상위 랭커 중 한명이었다.
“지금 커뮤니티 완전 난리 났습니다. 소환술사 게시판 접속량이 너무 많아서 서버 다운될 지경이에요.”
그의 말에, 그렇지 않아도 커다란 로렌의 두 눈이 더 크게 확대되었다.
“뭐, 사건이라도 터졌나봐요?”
밀리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건은 사건이죠. 이안님이 소환술사 게시판에 공략글을 올리셨으니까요.”
“…!!”
그 말에 로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안님께서 공략글을 올리셨다구요? 내용은 읽어봤어요?”
“방금 읽어보고 오는 길입니다. 아니, 다 읽지는 못했어요. 워낙 길어서 말이지요. 조금 읽다가 로렌님께 먼저 알려드리고 나서 읽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대충 훑었는데도, 퀄리티 하나는 최고더군요. 역시 이안님!”
밀리안의 말에 로렌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 고마워요, 밀리안님. 저 지금 바로 나가서 커뮤니티 글좀 읽어보고 올게요!”
“그, 그러세….”
밀리안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접속종료를 했는지 허공에서 사라지는 로렌.
그녀를 보며 밀리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회장님답네. 나도 이안님 팬이지만, 로렌님만큼은 못 따라가겠어.”
이안은 알지 못했지만, 한 달 전쯤. 그러니까 이안의 영상이 유캐스트에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그 무렵, 이안의 팬클럽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팬클럽의 회장은 다름 아닌 로렌.
로렌은 이안의 영상을 전담해서 업로드 하는 업로더인 소진과 직접 연락을 해서, 이안의 팬 까페의 존재를 알리고, 영상도 직접 공급받고 있었다.
소진으로서는 이안이 팬덤이 생긴다는 것이 사업적으로 엄청난 이득이었기에 기꺼이 지원해 주었고, 이안 팬클럽의 회원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현 시점, 팬클럽 회원의 숫자가 15만명에 육박할 정도.
사실상 통합랭킹 1위로 알려져 있는 다크루나 길드의 길드마스터 이라한의 팬클럽도 회원수가 20만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은 엄청난 수치였다.
“나도 얼른 접속종료 해서 러블리안 게시판에 공략글 좌표나 찍어줘야지. 이미 누가 찍었으려나?”
러블리안은 이안 팬클럽의 이름이었다.
영어로 LoveLeeAn.
로렌의 작명센스였다.
“그나저나 오늘 사냥일정은 그럼 자동 취소인가?”
밀리안은 파티 채팅방을 켜 접속인원을 확인해 보았다.
이미 다들 어디선가 이안의 공략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들 게임을 종료한 듯 싶었다.
골든 서머너즈의 맴버들 전원이 이안의 광팬이었으니, 사실 이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밀리안은 아무도 없는 채팅방에 공지글을 하나 올린 뒤 접속을 종료했다.
[공지 : 금일 사냥일정 익일로 연기합니다. 모두 내일까지 이안님 공략글 열 번씩 정독하고 분석해서 공유합시다.]
< (4). 기지 방어전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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