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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152화 (180/1,027)

< (2). 전쟁기지 -2 >

*          *          *

퀘스트가 끝난 뒤, 이안의 일행은 잠시 정비를 위해 흩어졌다.

하도 오랜 기간 격하게 사냥하다보니, 장비 내구도도 거의 바닥까지 닳아있었으며, 회복약도 전부 떨어진 탓이었다.

하지만 이안은 해당사항이 없었다.

싸움은 거의 소환수가 다 해 주었고, 회복은 소환수치유술과 힐러들이 전담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유일하게 사용하는 것이 정령력 회복약이었는데, 그마저도 아직 넉넉했다.

이안은 길드원들을 보내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혼자 사냥을 했고, 덕분에 경험치도 제법 많이 차올랐다.

‘곧 있으면 136레벨 찍을 수 있겠어.’

중부대륙 오픈 이후, 경험치를 많이 주는 고레벨 사냥터가 많이 생겼기 때문에, 최상위권 유저들의 레벨업 속도가 이전보다 많이 빨라진 편이었다.

하지만 이안의 레벨업 속도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었고, 그 결과 이안은 최상위 그룹을 거의 따라잡은 상태였다.

‘어젠가 확인했을 때, 100위권 레벨컷이 141이었던 것 같은데….’

이안이 말하는 랭킹은, 직업별 랭킹도 아니고 무려 한국서버의 전체유저 레벨랭킹 커트라인을 말하는 것이었다.

후발주자로 시작한 이안의 눈 앞에, 드디어 랭킹 100위의 고지가 다가온 것이다.

“크, 힘내서 다시 사냥해 볼 까?”

그런데 그 때, 이안의 힘을 쭉 빠지게 만드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던전 최초발견 보상 날짜인 7일이 모두 지났습니다.]

[이제부터 모든 보상수치가 정상으로 되돌아옵니다.]

길드원들이 정비를 위해 떠나고 나서 이안은 다시 무덤 던전 안에서 사냥하고 있었던 것.

시야 상단의 버프아이콘이 사라진것까지 확인한 이안이 입맛을 다졌다.

“쩝… 어쩔 수 없지 뭐.”

이안의 중얼거림에 뒤쪽에 있던 훈이가 냉큼 물었다.

“드디어 사냥 끝난 거야?”

훈이는 카이자르의 소속(?) 이었기 때문에, 이안의 사냥에 마치 원 플러스 원 세트메뉴처럼 항상 딸려 오고 있었고, 덕분에 이안의 하드한 사냥일정을 전부 소화한 훈이는 다크서클이 턱끝까지 내려와 있었다.

“음… 이제 밖으로 나가서 사냥하지 뭐.”

훈이가 한숨을 푹 내쉬었고,

“하아….”

데스나이트 발람이 그 옆에서 같이 한숨을 내쉬며 거들었다.

[아…. 역시 사악한 인간이다.]

하지만 이안은 그들의 불평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던전 바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본 카이자르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우리 영주놈이, 다른 건 좀 부족해도 근성 하나는 인정할 만 하군.”

훈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          *          *

이안은 기왕 지상으로 나온 김에, 다른 길드원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이곳 저곳 탐색하며 점령할 거점지를 물색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디부터 가봐야하나….”

복잡하게 길이 나있는 지역도 골치아팠지만, 이렇게 사방이 뻥 뚫려 끝이 보이지 않는 맵도 유저들의 선택장애를 불러오기 쉬운 구조였다.

그렇게 이안이 고민하고있을 때, 옆에 있던 빡빡이가 입을 열었다.

[음, 기억이 나는군. 오랜만에 지상으로 나왔지만 마치 어제 일처럼 익숙해.]

길다란 세 개의 목을 기지개를 키듯 크게 치켜들어보인 빡빡이.

그를 향해 시선을 돌린 이안이 물었다.

“그럼 빡빡이 너, 지형도 제법 빠삭하게 알겠네?”

빡빡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다, 주인. 중부대륙 전체는 몰라도, 이 중심지역은 거의 다 기억난다.]

이안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바로 지형에 대한 정보였기 때문이었다.

‘어디 숨어있는 꿀 같은 거점지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안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빡빡이에게 물었다.

“빡빡아, 그럼 혹시 이 근처에 거점지가 어딨는지 알 수 있어?”

하지만 빡빡이는 이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거점지? 그게 무엇인지 난 잘 모르겠다 주인.]

“으음….”

이안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거점지는 유저들만 사용하는 단어라서 그런가, 그럼 뭐라고 설명해야 빡빡이가 알아 들으려나…?’

이안이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빡빡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거점지라는 곳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고, 시끌벅적한 그런 곳을 말하는 건가?]

빡빡이의 물음에 이안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바로 그거야. 맞는 것 같아!”

기뻐하는 이안을 보며 빡빡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곳이라면 멀지 않은 곳에 기억나는 장소가 있다.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나서 아직 남아있을지는 모르지만 말이지.”

하지만 이안은 빡빡이가 말한 장소가 거점지일 것임을 거의 확신했다.

“그쪽으로 가자, 빡빡아. 안내해줘!”

빡빡이가 고개를 끄덕인 뒤, 거구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알겠다, 주인.]

*          *          *

“이런 식은 곤란하지 않습니까, 샤크란님.”

웅장하게 솟아 있는 전쟁의 탑 입구.

두 남자가 서로를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 남자는 바로 다크루나 길드의 길드마스터인 이라한과, 타이탄 길드의 길드마스터인 샤크란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조용 대화를 나누는것처럼 보였지만, 그들 사이에는 지독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이곳은 중부대륙이었고, 중부대륙에서는 같은 국가 유저간의 PK에도 아무런 제약이 없었으니까.

어느 쪽에서 먼저 공격이라도 시도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대규모 전투가 벌어질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랭킹1위길드와 2위길드 사이의 전투인만큼, 그 여파는 상당할 것이었다.

샤크란이 너스레를 떨며 입을 열었다.

“하하, 이라한님. 오해입니다. 저희도 오늘 오전중에 발견한 곳이어서 곧 다크루나 쪽에도 정보를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크흐음….”

서로의 속내는 전부 알고 있지만, 철저한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길드마스터인 만큼, 두 사람 모두 행동과 언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이라한이 전쟁의 탑을 슬쩍 보며 샤크란을 향해 물었다.

“그럼 당연히…! 우리가 지금 좀 사용해도 되겠지요? 전쟁의 탑 말입니다.”

힘주어 말하는 이라한을 보며, 샤크란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다크루나 길드와 맞붙는다면 너무 잃을 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물론입니다, 이라한님. 그동안 모아두신 전공포인트도 많으실 텐데, 얼른 쓰셔야지요.”

샤크란이 손짓하자, 타이탄 길드의 길드원들이 양쪽으로 길을 열었고, 전쟁의 탑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이라한의 시야에 들어왔다.

“크흠.”

샤크란을 한 차례 노려본 이라한이 천천히 걸음을 떼었고, 그 뒤를 따라 다크루나 길드의 길드원들도 빠르게 전쟁의 탑으로 들어섰다.

*          *          *

“빡빡아, 네가 말한 곳이 여기… 야?”

[그렇다, 주인. 역시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아무도 남지 않았군. 천년 전에는 무척이나 북적이던 곳이었는데 말이지. 어쨌든 내가 기억하던 장소는 이곳이었다.]

이안의 눈 앞에 나타난 곳은, 좌우로 넓은 커다란 규모의 건축물이었다.

‘딱 봐도 거점지는 아닌데… 이건 뭘까?’

이안은 건축물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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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교역소 -

고대 중부대륙의 전사들이 서로의 물품을 교환하고 판매하던 교역소이다. ‘전공 포인트’를 이용해 교역소의 물품들을 구매할 수 있으며, 아티펙트나 식량, 금화 등으로 ‘전공 포인트’를 구매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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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안의 두 눈이 크게 확대되었다.

‘뭐… 뭐야? 이런 데도 있었어? 전공포인트를 어디에 써야하나 했더니, 여기에 쓰는 거였구나!’

이안은 아직 ‘전쟁의 탑’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전공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처음 발견한 것이었다.

양측 제국군이 대치중인 중부대륙 중심지역을 기준으로, 전쟁의 탑은 서쪽에 자리하고 있었고, 전쟁교역소는 동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서쪽으로부터 들어온 다크루나 길드와 타이탄 길드는 전쟁의 탑을 발견한 것이었고, 이안은 전쟁교역소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단 한번 들어가 보기나 하자.’

흥미로운 발견에 들뜬 마음이 된 이안은 바로 걸음을 옮겨 교역소의 입구로 발을 내딛었다.

그러자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띠링-

[전쟁 교역소를 최초로 발견하셨습니다.]

[전공 포인트가 3천 만큼 증가합니다.]

[획득한 전공 포인트로, 교역소 내의 물품들을 교환할 수 있습니다.]

[전쟁 교역소에는 하루 1회, 30분 동안만 방문할 수 있습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입장한다.”

그리고 이안의 뒤를 따라 훈이도 입장했다.

카이자르나 세리아, 발람 등도 들어오기는 했지만, 카이자르를 제외하고는 전공포인트를 별로 모으지 못했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았다.

‘전공포인트로 아이템 같은 걸 구매할 수 있는 곳인가…?’

30분이라는 제한시간이 있었기에, 이안은 최대한 빠르게 건물 내부를 들쑤시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아티펙트 같은 걸 팔지는 않네. 식량이나 전쟁물자 같은걸 주로 교환할 수 있게 되어있는 거군.’

이안이 지금까지 모은 전공포인트는 거의 5만에 육박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이 정도의 양이라면 제법 괜찮은 아티펙트같은 것을 살 수도 있으리라 기대했었기에 조금은 아쉬웠다.

하지만 이 척박한 중부대륙에서 거점지를 키워내기 위해선 자원이 많이 부족할 것이 분명했으니, 전투를 통해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는 전쟁교역소는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이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교역소를 둘러보던 훈이가 입을 열었다.

“아쉽다. 난 전쟁의 탑 이기를 기대했는데 말이야.”

훈이의 말에 이안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전쟁의 탑? 그건 뭐지?”

그제야 말실수를 했다는 표정이 된 훈이.

이안이 훈이의 앞으로 다가가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게 뭔데. 설마 숨기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

하지만 훈이가 대답하기도 전에 다른 곳에서 이안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음성이 들려왔다.

그건 바로 카이자르의 목소리였다.

“전쟁의 탑은, 전쟁에서 전공 포인트로 고대의 아티펙트나 무기들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이 곳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지.”

“아하…. 그걸 왜 이제 말해줘 가신님아.”

이안의 투덜거림에 카이자르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전쟁의 탑은 위치를 알아도 갈 수 없는 곳에 있다.”

“왜 그렇지?”

“카이몬 제국군이 주둔해 있는 서쪽 지역에 있으니까 말이지.”

“아하….”

일단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고, 이안은 이 전쟁 교역소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전공포인트 100당 식량 포인트 50이라…. 지금 있는 내 포인트 다 털어 넣으면 병사 생산을 얼마나 할 수 있는거지? 북부대륙 기준이면 거의 200기 가까이 뽑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안은 일단 포인트를 사용하는 것은 보류하기로 했다. 일단 거점지를 하나 점령한 뒤에 비용을 확인하고 계획을 구상해야 할 것 같았다.

‘어차피 내일이면 다시 올 수 있을 테니까.’

이안은 주변을 둘러봤다.

높다란 모래언덕에 둘러싸인 지형 덕에 한동안 다른 길드들에 의해 발견될 것 같지는 않았다.

이안도 빡빡이가 아니었다면 찾을 수 없었을 곳이었으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퀘스트 끝나자마자 사냥하지 말고 거점 점령부터 할 걸 그랬나…? 그랬으면 거점 점령 퀘스트도 실패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그렇게 빨리 움직였더라면 이미 카이몬 제국군과 길드들의 표적이 되어있었을 것임을 잘 알기에, 이안은 얼른 미련을 접어버렸다.

‘일단 다들 접속하기를 기다려보자.’

이안은 교역소에서 나와 길드원들과 모이기로 했던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때.

같은 대륙 안의 모든 유저에게 전해지는 월드 메시지가, 이안 시야의 상단에 떠올랐다.

띠링-

[다크루나 길드의 길드마스터인 '이라한' 유저가 '마젠다의 징표'를 획득했습니다.]

[이제부터 '중립NPC'로 등장하던 '사막전사'들이 '다크루나'길드와 우호적인 관계가 됩니다.]

['다크루나'길드의 국적이 카이몬 제국 이므로, 사막전사들은 루스펠 제국과 적대적인 관계가 됩니다.]

*          *          *

< (2). 전쟁기지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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