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50화 (178/1,027)

< (1). 황금귀룡 -3 >

*          *          *

하린과의 데이트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이안은, 씻자마자 곧바로 게임에 접속했다.

그리고 이안이 접속하자마자 길드 채팅방이 시끌벅적해졌다.

헤르스 : 야, 왔냐. 데이트는 잘 했고?

피올란 : 하린님 며칠 전부터 벼르시더니 드디어 이안님 끌고 나가서 데이트하는 데 성공하셨나보네. 부럽다….

클로반 : 피올란님 저랑 데이트 한번 어때요. 제가 공주님처럼 모셔드릴 수 있는데….

피올란 : 아… 저는 그냥 몬스터들이랑 데이트하는걸로….

클로반 : 너무해…ㅠㅠ.

미샬 : 이안님 접속하셨으니, 이제 다시 사냥 시작하는 건가요?

헤르스 : 그렇죠, 그런데 일단 퀘스트부터 마무리 하구요. 빡빡이 만나러 가야죠.

정신없이 차오르는 길드 채팅방을 쭉 읽어내려간 이안이 피식 웃으며 채팅창에 글을 올렸다.

이안 : 다들 푹 쉬셨죠?

미샬 : 저 말… 왠지 무서운 건 저만 그런 거 아니죠?

헤르스 : 미샬님만 그런 거 아닙니다. 저도 좀 무섭네요.

피올란 : 이제 달려볼까요? 라고 하시겠죠?

이안 : 쉬셨으면 이제 달려볼까요?

헤르스 : 역시는 역시군….

미샬 : ….

다들 엄살을 피우기는 했어도, 이안의 소집명령(?)에 금세 거점 귀환석을 사용해서 던전으로 복귀했다.

거점 귀환석은 거점지가 있는 길드원들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었는데, 사냥 도중 사용하면 자신이 소속된 길드의 영지로 순간이동이 가능했고, 한번 더 사용하면 원래의 위치로 돌아오게 되는 물건이었다.

원래대로라면 귀환석을 던전에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이렇게 한번 클리어를 하고 난 던전에서는 귀환석이 작동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안의 부재로 오랜만에 영지에서 휴식을 만끽하고 있던 길드원들이 하나 둘 던전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안 : 그런데 우리 후발대는 언제쯤 중부대륙 도착하는 거죠?

이안이 말하는 후발대는, 마법진에 탑승하지 못하고 제국군 원정대의 행렬에 합류해 중부대륙으로 오고 있는 길드원들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카윈과 클로반이 이끌고 있었다.

클로반 : 이제 내일이면 도착할 것 같다, 우리도.

카윈 : 클로반 형 말이 맞음. 빠르면 내일 오전 중으로… 늦으면 점심쯤?

이안 : 카윈아, 우리 후발대 총원 몇 명 정도지?

카윈 : 한… 150명? 아니다, 170명 정도 되겠네.

이안 : 오케이. 도착하면 바로 연락 주고. 합류해야 되니까.

카윈 : 알겠어, 형.

채팅을 통해 간단히 상황파악을 한 이안은 속으로 계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빡빡이에게 돌아가 퀘스트를 완료하고 나면… 던전 버프는 2일 정도 남겠고. 후발대랑 합류하고 나면 이제 거점 점령하러 올라가면 되는 건가?’

거점지 점령 퀘스트는 시간부족으로 거의 포기한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거점지 얻는 것 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최상위권 대형 길드들에 비해 전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외진 곳에 있는 거점이라도 한 군데 정도는 어떻게든 획득하고 방어해 낼 생각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중부대륙 거점 하나 사수하는것도 힘들었겠지만… 카이자르가 있으니까….’

며칠간의 사냥으로 레벨이 하나 더 올라서 이제는 249레벨이 된 카이자르는, 이안에게 무척이나 든든한 힘이었다.

‘충성도가 또 떨어져서 3이 되긴 했지만… 아직 날 때린 적은 없으니….’

이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접속해 있지 않던 길드원들까지 전부 들어와서 파티가 다 모였고, 그들 일행은 빡빡이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던전이 워낙 넓고 험지여서 되돌아가는 데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이안은 인벤토리 안에 들어있는 여의주를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이걸 뿍뿍이한테 쓰고 싶은 데 말이지….’

이안은 오전에 얼핏 읽어보았던 여의주의 정보를 다시 열어서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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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귀룡(黃金龜龍)의 여의주(如意珠) -

분류      -  잡화 (알 수 없음)

등급      -  전설

착용제한  -  착용불가

내구도    -  55/55

옵션      -  소환술사가 소지하고 있을 시, 드래곤 계열 소환수들의 모든 전투능력치가 3%만큼 상승한다.

* 사용 가능 아이템 : ‘진화가능’ 소환수에게 사용할 시, 해당 소환수를 강제로 진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종족 무관 사용 가능하지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 퀘스트 아이템 : 황금귀(黃金龜) ‘빡빡이’의 기억이 담긴 물건이다. 사용하거나 잃어버릴 시, 퀘스트에 자동으로 실패하며, 빡빡이의 분노를 사게된다.

* 유저 ‘이안’ 에게 귀속된 아이템이다.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랍 되지 않는다.

(최초 1회에 한해 양도할 수 있다.)

영롱한 황금빛을 머금은 진귀한 여의주이다.

판매시 엄청나게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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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에서도 볼 수 있듯, 여의주는 이안의 예상대로 소환수를 진화시킬 수 있는 물건이었다.

물론 ‘진화가능’ 옵션이 붙어있는 소환수여야 가능한 것이었지만, 지금의 이안에게 이것은 상당히 메리트가 있는 능력이었다.

아직까지 단 한번도 진화하지못한 뿍뿍이가 계속 눈에 밟혔기 때문이었다.

다른 몬스터들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라이까지 전설등급으로 진화해버린 지금, 이안에게 진화가능 소환수는 뿍뿍이밖에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이게 기회인 것 같기는 한데… 왠지 찜찜하단 말이지.’

물론 빡빡이의 분노(?)를 사게 될 까봐 무서운 것은 아니었다.

조금 더 신비롭고 말도 할 줄 아는 신기한 거북이기는 하지만, 뿍뿍이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이 그렇게 강해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안이 여의주를 사용하는 데 가장 걸리는 부분은, 왠지 퀘스트 완료 후 빡빡이가 줄 보상이 엄청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고민은 결국 하나였다.

‘빡빡이가 줄 보상이, 뿍뿍이의 진화보다 나한테 메리트가 있을까?’

하지만 이안은 빡빡이에게 가까워질수록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조금 아깝기는 하지만… 보상이 뭔지 모른 채 이 퀘스트가 끝나면 궁금해서 잠도 안 올 것 같으니까.’

그리고 다른 파티원들도 이안 때문에 퀘스트 보상을 못 받게 되니 그 부분도 조금 걸렸다.

그리고 잠시 후, 이안 일행은 다시 빡빡이를 만날 수 있었다.

빡빡이는 이안을 확인하자마자 반가운 표정으로 쪼르르 기어왔다.

[오, 이안…! 돌아왔는가!]

빡빡이와 눈이 마주친 이안은 실소를 흘렸다.

‘생긴건 뿍뿍이랑 똑같은 게, 말투는 오클리 할배 뺨치네.’

빡빡이가 귀엽다는 생각을 잠깐 한 이안은, 인벤토리에서 여의주를 꺼내어 빡빡이에게 넘겼다.

“자, 여기. 가져왔어.”

그리고 그것을 받아 입에 문 빡빡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안, 그대는 정말 믿을 만한 인간이군.]

“응? 뭐가?”

[이 값비싼 여의주를 내 부탁대로 이렇게 욕심 없이 되돌려주다니 말이야.]

“아… 뭐, 그거야 원래 네 것 이었으니까.”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속의 욕망을 제어하기란 쉽지 않은 법. 이안, 그대의 도움에 정말 감사를 표하네.]

건성으로 대화를 나누던 이안은 문득 궁금해진 것이 생겼다.

“그런데 빡빡아.”

[왜 그러는가?]

“그 여의주 값이 얼마나 나가는 물건이길래 그러는거야?”

그에 잠시 생각하던 빡빡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것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고대 거신족들 사이에서 여의주는 금괴 50개 정도에 거래되곤 했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군.]

그 얘기를 들은 이안은 물론, 옆에 있던 다른 길드원들까지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 금괴 50개라구요?”

“우리 방금 잘못 들은 거 아니지? 금화가 아니라 금괴라고 했지? 분명히?”

그들이 놀란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금괴 한 개의 값이 100만 골드였으니까.

금괴 50개라면, 5천만 골드였다.

팔아서 파티원 열 명 몫으로 n등분 하더라도 최소 두당 500만 골드는 가져갈 수 있었던 엄청난 값어치의 아이템.

이안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휘청 하는 것을 느꼈다.

“그… 그렇구나.”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여의주는 빡빡이의 입에 이미 물려있었고, 퀘스트는 진행되고 말았다.

띠링-!

[황금귀 ‘빡빡이’의 부탁(히든 퀘스트)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 - S]

[전공 포인트를 12000만큼 획득합니다.]

[경험치를 39456000만큼 획득합니다.]

[명성을 10000만큼 획득합니다.]

:

:

엄청난 양의 보상을 얻었지만,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느끼며, 이안은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그런데 그 때.

모두가 보는 앞에서 빡빡이의 입에 물려 있던 여의주가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빡빡이가 중얼거리듯 입을 열기 시작했고, 모두의 귓가로 그 목소리가 또렷이 들어왔다.

[이제 잃어버린 나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겠군.]

우우웅-

빡빡이의 입에 물린 채 강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하는 여의주.

이안 일행은 그 광경을 흥미 진진한 표정으로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여의주에서 흘러나온 황금빛이 빡빡이의 온 몸을 감싸고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화르르르-!

마치 불길이 타오르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로 빡빡이의 주변에 휘감기는 황금빛의 물결.

그렇지 않아도 황금빛이었던 빡빡이의 몸이 더욱 빛나기 시작했고, 이윽고 새하얀 빛으로 빡빡이의 온몸이 뒤덮였다.

누가 보더라도 무척이나 신비로울 이 광경.

하지만 멍하니 그 장면을 지켜보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이안은 어디서 많이 본 장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거… 소환수 진화할 때 그 장면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빡빡이의 몸집은 빛에 휩싸인 채 점점 커지고 있었고, 이윽고 레이크나 할리보다도 더 커다란 몸집으로 변하고 있었다.

등껍질은 크기만 거대해지고 모양은 그대로였으나, 짤막했던 목은 뱀처럼 길게 늘어났고, 양 옆으로 두 개의 머리가 더 자라나 마치 히드라같은 모습이 되었다.

‘뭐야, 이거 떡대보다도 더 커지겠는데?’

그리고 이안의 말처럼, 빡빡이의 몸집은 계속해서 자라나고 있었다.

날카로운 발톱이 자라있는 네 개의 튼실한 다리.

알 수 없는 고대의 문양들이 멋들어지게 수놓아져 있는 커다란 등껍질.

그리고 기존의 동글동글했던 얼굴은 사라지고 날렵하고 멋들어진 외모를 한 세 개의 머리까지.

빡빡이를 감싸고 있던 빛이 모두 다 걷혔지만, 이안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동안의 이 적막을 가장 먼저 깬 것은 빡빡이었다.

[이안, 덕분에 내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었다. 고맙다.]

이안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 그래… 뭐. 잘 됐네… 하하….”

이안은 자신의 등에 매달려있는 뿍뿍이를 힐끗 응시하고는 빡빡이의 자태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우리 뿍뿍이한테 여의주를 썼으면, 저렇게 멋있어졌으려나…?’

다시 슬금슬금 배가 아파오는 이안.

하지만 다음 순간, 이안의 아픈 배는 말끔히 치유될 수 있었다.

빡빡이의 세 개의 머리가 이안의 앞으로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이안, 나는 홀드림의 재물들을 수호하며 이 어두운 지하 속에 1천년 이상을 머물러왔다.]

“그런데?”

[이제 홀드림의 원혼도 이 무덤을 떠났으니, 나는 자유를 찾고 싶다.]

“…?”

빡빡이와 이안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대와 함께 하고 싶다. 날 받아줄 수 있겠는가?]

이안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황금귀룡 ‘빡빡이’가 당신의 소환수가 되고싶어합니다.]

[‘빡빡이’를 소환수로 거두시겠습니까? (통솔력이 부족하지만, ‘드래곤 테이머의 깃털장식’ 아이템의 효과로 통솔력에 제한 없이 소환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 (1). 황금귀룡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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