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황금귀룡 -1 (7권 시작) >
쾅- 콰쾅-!
커다랗게 울려퍼지는 폭음.
그리고 넓은 사막지대를 뒤덮는 새하얀 섬광!
[루스펠 제국 기사단장 ‘헬라임’이 ‘파괴의 섬광’ 스킬을 사용합니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생명력이 28733만큼 감소합니다!]
[일시적으로 방어력이 40%만큼 감소합니다.]
호기롭게 루스펠 제국의 기사단을 향해 돌격했던 다크루나길드원들은, 그야말로 풍비박산 나기 시작했다.
“솔린님! 아무래도 실수한 것 같습니다!”
솔린의 표정이 구겨졌다.
“젠장…! 제국 기사단이 뭐 이리 강해?”
물론 일반적인 제국기사단의 수준이었다면, 다크루나길드가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학살당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아니, 거의 대등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들이 건드린 것이 일반 제국기사들이 아닌, 황제 직속의 황실 근위 기사단 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평균레벨이 170인데다가, 정확한 레벨은 알 수 없어도 200레벨이 훨씬 넘을 것이 분명한 헬라임은 다크루나 길드 유저들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그냥 돌아가기 아쉬웠는데… 카이몬의 애송이들을 만나다니, 마침 잘 되었군!”
헬라임은 물 만난 고기처럼 전장을 누비며 대검을 휘둘러댔다.
후웅- 후웅-!
그냥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함이 느껴지는 파공음.
거의 성인 남성의 키만 한 무지막지한 쇳덩이에 가격당하는 순간, 140레벨도 채 되지 않는 다크루나 길드원들은 그대로 시커멓게 변해 사라졌다.
쾅-!
검에 맞아서 나는 소리라고 하기엔, 무척이나 과격하고 둔탁한 소리가 나며, 피격당한 길드원이 멀찍이 날아가며 회색 빛으로 변했다.
털썩-
눈 앞에서 길드원 대여섯이 한 순간에 사망하는 것을 보며, 솔린은 이라한에게서 받은 검을 만지작거렸다.
‘소환마법을 지금 써봤자 아무 소용 없겠지…?’
그 어떤 상위레벨의 소환마법이 걸려있다한들, 나무통만한 대검을 들고 설치는 저 괴물같은 기사를 상대하기는 역부족일 것 같았다.
솔린이 입을 열었다.
“레오,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뭐가 말입니까?”
“어차피 지금 도망간다 해도 전멸이야.”
레오라고 불린 길드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그렇습니다.”
솔린이 검을 뽑아들며 말을 이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몇 놈이라도 죽이고 깔끔하게 전사한다.”
그녀의 말에 레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레벨하나 복구하려면 며칠은 기본으로 걸릴텐데…. 하지만 어쩔 수 없죠.”
타탓- 탓-!
솔린은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 루스펠의 기사들을 상대하기 시작했고, 레오도 그녀를 따라 전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상대하기에 헬라임의 기사단은 너무 강력했다.
그렇게 10분 뒤.
사막 위에 남아있는 다크루나 길드 유저는 아무도 없었고, 전투는 싱겁게 끝나버렸다.
“제법 악바리 근성이 있는 녀석들이었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니….”
헬라임은 중얼거리며 대검을 들쳐 메었다.
저벅- 저벅-
수십명의 다크루나길드는 그렇게 단 한명의 기사단원도 죽이지 못한 채 전멸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개개인의 전투력 차이도 월등한데다 숫자마저 기사단이 두배 가까이 많았으니 어떻게 보면 10분이라도 버틴 것이 용할 지경이었다.
* * *
[크르르르르…]
던전 전체가 흔들린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커다란 으르렁거림.
이안 일행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말 그대로 커다란 누런 빛깔의 도마뱀이었다.
거신족 황제 홀드림과 비교해도 크게 꿀리지 않을 수준의 어마어마한 위용.
헤르스가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었다.
“저, 저거 뭐냐 진성아…? 쟤가 아까 빡빡이가 말했던 황금귀룡인가 하는 용가리인 것 같은데…?”
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 앞에 나타난 도마뱀의 입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대 도마뱀의 입에는 여의주가 물려 있었다.
[캬아오오오…!]
석벽을 뚫고 나타난 누런 도마뱀이 크게 포효했고, 일행은 움찔거리며 뒤로 한발짝 물러났다.
그런데 그 때, 카이자르가 입을 열었다.
“저건 황금귀룡이 아니다.”
이안의 고개가 자연히 그를 향해 돌아갔다.
“음? 황금귀룡이 아니라고? 가신님 아는 몬스터야?”
카이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알던 것 보다 훨씬 크기가 거대하기는 하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놈은 샌드 드레이크. 200레벨 정도 되는 중부대륙의 몬스터다.”
하지만 느껴지는 위용은 엄청났기 때문에, 이안은 고개를 갸웃했다.
“200레벨대 몬스터인 테라노돈보다 훨씬 강해 보이는데…?”
카이자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아마도… 놈의 입에 물려있는 여의주 때문인 것 같군.”
“여의주?”
“그래. 저 여의주의 기운을 흡수해서 놈은 드래곤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덩치를 보니 벌써 제법 많은 힘을 흡수한 것 같군.”
카이자르가 검을 뽑아들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러자 이안이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가신님, 너무 무모하잖아! 그렇게 갑자기 들어가면!”
그에 뒤쪽에 뚱한 표정으로 서있던 훈이가 뚱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걱정할 인물이 없어서 저 괴물을 걱정해?”
옆에 서있던 발람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했다.
[임모탈님이 현신하시지 않는 한, 저놈을 죽이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훈이.]
“쳇…!”
어찌됐든 카이자르가 앞으로 나서자 도마뱀이 더욱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고, 이안을 비롯한 나머지 일행들도 전투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일행이 점점 다가오는 것을 발견한 드레이크가 입을 커다랗게 벌렸다.
후우우웅-!
그것을 발견한 피올란이 소리쳤다.
“브레스다! 피해요!”
드레이크의 입 안쪽으로 크게 소용돌이치며 빨려들어가는 사막모래들.
이안은 재빨리 뿍뿍이에게 명령했다.
“뿍뿍아, 물의 장막!”
뿌뿍-!
이안이 손을 뻗으며 소리치자, 뿍뿍이의 입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콰아아아-!
물줄기는 드레이크의 바로앞으로 날아가 커다란 장막을 형성했다.
그리고 드레이크의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다.
화아아악-!
하지만 드레이크의 샌드 브레스는, 뿍뿍이가 펼친 물의 장막에 의해 완벽히 차단되어 그 자리에서 허공으로 흩어져 버렸다.
빡빡이게게 받은 부적 아이템 ‘귀혼’은 어느새 뿍뿍이가 착용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사용할 수 있었던 고유능력이었다.
“오오…!”
헤르스가 엄지를 치켜올리며 감탄사를 터뜨렸다.
카이자르도 씨익 웃으며 검을 뽑아들었다.
“잘했다 영주놈아. 제법 쓸 만 했어.”
이안이 인상을 찡그리며 대꾸했다.
“쓸 만 했다니. 완벽했지!”
“뿍- 뿌뿍-!!”
카이자르는 피식 웃은 뒤 발을 굴러 힘차게 앞으로 도약했다.
그리고 그것을 시발점으로 샌드 드레이크와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유현아, 먼저 앞으로!”
“알겠어!”
헤르스는 앞으로 튀어나가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최상위의 방어스킬을 전개했다.
[‘헤르스’유저가 ‘신의 가호’ 스킬을 사용합니다.]
[‘헤르스’유저의 방어력과 생명력이 일시적으로 3배 증가합니다.]
[‘신의 가호’의 지속시간동안, ‘헤르스’ 유저 주변 파티원들의 생명력과 방어력이 20%만큼 증가합니다.]
이안의 지휘가 계속되었다.
“힐러분들, 헤르스에게 힐 몰빵해주시고…! 피올란님 마법 캐스팅 시작해주세요!”
“오케이!”
어느새 드레이크의 지척까지 다다른 헤르스가 도발 스킬을 이어서 전개했다.
[‘헤르스’유저가 ‘기사의 분노’ 스킬을 사용합니다.]
[‘헤르스’유저의 방어력이 1200만큼 증가합니다.]
[반경 50m 이내의 모든 몬스터들이 ‘헤르스’유저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그에 따라 카이자르와 대적중이던 드레이크의 시선이 헤르스를 향해 움직였다.
쾅- 콰쾅-!
드레이크의 입에서 쏘아진 유형화된 모래바람이 헤르스의 방패를 당타했다.
[샌드 드레이크가 고유능력 ‘샌드 스피어’를 사용합니다.]
[‘헤르스’유저의 생명력이 12650만큼 감소합니다.]
지금 떠오르는 메시지는 '파티장'인 이안에게만 보이는 시스템 메시지였다.
이안은 메시지에 보이는 데미지 수치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와… 방어력 버프를 저렇게 쳐발랐는데도 1만이 넘게 데미지가 들어오네?’
뿍뿍이의 물의 장막을 이용해 브레스를 막는 것으로 시작해서, 물 흐르듯 효율적으로 전투가 진행되었지만, 전투가 그리 쉽게 끝나지는 않았다.
드레이크는 공격력도 강력하긴 했지만, 보스형 몬스터로 등장해서 그런지 생명력이 말도 못할 정도로 엄청났다.
[가신 ‘카이자르’가 ‘샌드 드레이크’에게 치명적인 피해르 입혔습니다!]
[‘샌드 드레이크’의 생명력이 27767만큼 감소합니다.]
[‘샌드 드레이크’의 생명력이 15755만큼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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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마법을 퍼붓던 피올란이 혀를 내둘렀다.
“와 이거 멧집이 뭐 이렇게 세요? 좀 있으면 마나 고갈인데…!”
헤르스도 동조했다.
“곧 있으면 저도 버프효과 끝나요! 힐이 계속 들어오고는 있지만, 방어버프 사라지면 저 몇 방 맞으면 끔살 당할 것 같은데….”
이안은 라이와 함께 드레이크의 측면을 공격하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기사단이 있었으면 이미 잡았을 건데….’
하지만 이미 전방의 카이몬 제국 군대를 상대하기 위해 떠난 헬라임을 아쉬워할 시간에 한 방의 공격이라도 더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했기에, 이안은 쉴 새 없이 손을 놀렸다.
펑- 퍼펑-!
전투는 계속해서 아슬아슬하게 이어졌다.
헤르스의 생명력은 계속해서 20~30% 수준을 왔다갔다 했고, 힐러들의 생명력 회복 스킬 중 하나라도 캔슬이 되면 완전히 붕괴되어버릴 수 있는 전투 사이클이 계속해서 이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파티원들은 누구 하나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열심히 버텼다.
“거의 다 됐어!”
누군가의 외침처럼, 샌드 드레이크의 생명력 게이지바는 점점 빠르게 점멸하기 시작했고, 이안은 더욱 공격 페이스를 빠르게 쥐어 짜 올렸다.
[‘샌드 드레이크’의 생명력이 9824만큼 감소합니다.]
[‘샌드 드레이크’의 생명력이 915만큼 감소합니다.]
[‘샌드 드레이크’의 생명력이 4975만큼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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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퍼부어지는 공격에 드레이크가 괴로운지 허공을 향해 포효했다.
[크아아오오!]
그리고 곧, 거대한 도마뱀의 신형이 모래바닥을 향해 서서히 무너져 내려갔다.
그와 함께 점점 회색빛으로 변해가는 샌드 드레이크의 신체.
결국 샌드 드레이크를 처치하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쿠웅-!
지면이 울릴 정도로 묵직한 소리와 함께, 길드원 전원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히든 보스 몬스터 ‘샌드 드레이크’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5587798만큼 획득합니다.]
[‘샌드 드레이크’를 최초로 처치하며 명성이 3만 만큼 증가합니다.]
[‘드레이크 슬레이어’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정말 단 한번의 실수면 전멸당할 수도 있었던 힘겨운 전투가 끝나자,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파티원들에게 돌아왔고, 모두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야… 경험치 보소, 엄청나구만…!”
피올란은 영웅등급의 매직완드를 획득하고 싱글벙글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저 득템했어요! 대박!”
“피올란님 뭐 먹었는데요?”
“제가 쓰던 지팡이보다 좋은 완드요!”
“오오…!”
모두가 보스몬스터 사냥의 성공으로 들떠있던 그 때,이안에게는 추가로 메시지가 몇 줄 더 떠올랐다.
[샌드 드레이크의 진화를 성공적으로 저지했습니다.]
[황금귀룡의 여의주가 다시 힘을 되찾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허공으로 둥둥 떠오른 여의주.
그리고 거대했던 샌드 드레이크의 시체가 쪼그라들면서 새하얀 빛이 빠져나와 여의주를 향해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조금 흐리멍텅한 빛깔을 띠고 있던 여의주가 영롱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안은 여의주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의 두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진화를 저지했다고…?’
시스템 메시지로 미루어 보면 저 여의주가 진화의 매개체가 되는 듯 보였다.
이안의 시선이 뿍뿍이를 향해 돌아갔다.
‘그렇다면…?’
뿍뿍이는 끈적한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이안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마주보았다.
“뿌욱-?”
* * *
< (1). 황금귀룡 -1 (7권 시작)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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