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성배 쟁탈전 (下) -2 (6권 완) >
* * *
“뿍- 뿌뿍-!”
황금거북 빡빡이(?)는, 자신의 옆을 빙빙 돌며 싸움을 거는 뿍뿍이는 안중에도 없는 듯, 천천히 이안을 향해 다가왔다.
빡빡이가 입을 열었다.
[나의 과거를 아는 인간을 만나다니, 감격스럽다. 이안이라고 했는가?]
이안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으응….”
[내 이름을 찾아줘서 고맙다 이안. 고마움의 표시로 내가 선물을 하나 주겠다.]
“….”
이안은 물론 멍한 표정이 되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쟤가 원래 이름이 빡빡이였던거야 그럼? 정말로?’
이안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선물을 준다는 말에 손을 내밀었다.
무슨 경우인지는 알 수 없어도, 공짜를 거절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사실 이안은 모르는 것은 당연했지만, 빡빡이(?)는 가장 처음 발견하는 소환술사 유저에 의해 이름이 지어지며, 그와 동시에 퀘스트가 발생하게 되는 히든 NPC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NPC겸 몬스터랄까?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없었으니, 이안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것은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 중에 하나다. 부디 소중하게 다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빡빡이가 입을 벌리자, 그의 입 안에서 밝게 빛나는 구체가 하나 튀어나와 두둥실 떠올랐다.
성인 남성의 주먹 만한 크기의 영롱한 구체.
이안이 그것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띠링-
[‘귀혼(龜魂)’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귀혼? 이게 뭐지? 모르는 한자인데….’
일단 겉보기에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 물건인지 알 수 없었음으로, 이안은 인벤토리를 열어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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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혼(龜魂) -
분류 - 부적(Charm)
등급 - 전설
착용제한 - ‘소환수’에 한해 착용가능.
내구도 - 55/55
옵션 - 모든 전투능력 +55%
모든 고유능력 재사용 대기 시간 -15%
* ‘고대거북’ 종족이 착용할 시, 방어력이 추가로 50%만큼 상승한다.
* ‘고대거북’ 종족이 착용할 시, 초당 0.5%의 생명력을 회복한다.
* ‘고대거북’ 종족이 착용할 시, 고유능력 ‘물의 장막’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
물의 장막은 가로 30m 높이 10m의 범위에 만들어지며, 어떤 투사체도 장막을 통과할 수 없다.
물의 장막은 15초 동안 지속된다.
(재사용 대기 시간 : 1분)
* 유저 ‘이안’ 에게 귀속된 아이템이다.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랍 되지 않는다.
(최초 1회에 한해 양도할 수 있다.)
고대 전설 속의 거북인 황금귀(黃金龜) ‘빡빡이’의 영혼이 일부 담겨있는 구슬이다.
고대거북이 승천하여 귀룡(龜龍)이 되는 데 필요한 비밀이 담겨있는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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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혼 아이템의 설명을 쭉 읽고 난 이안은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고대거북이 승천하여 귀룡… 이 된다고?’
이안의 시선이 곧바로 뿍뿍이를 향해 돌아갔다.
‘생긴 것을 보아 하니, 뿍뿍이는 빡빡이의 동족(?)임이 분명한데… 그렇다면…!’
이것은 어쩌면, 그동안 감도 잡을 수 없었던 뿍뿍이의 진화방법에 대한 단서였다.
이안은 거의 확신했다.
‘뿍뿍아, 네가 뭐가 되려고 그렇게 열심히 먹어대나 했더니 용이 되는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이안을 향해 빡빡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안, 혹시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까? 난 너무 오랜 시간 잠들어있었다. 내 잃어버린 기억을 찾고 싶어.]
이어서 떠오르는 퀘스트 창.
이번에는 이안이 속해있는 파티의 모든 유저들의 눈 앞에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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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귀 ‘빡빡이’의 부탁(히든 퀘스트)-
고대 유적, 거신족의 무덤에 잠들어있던 황금귀 빡빡이가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을 잠들어있던 빡빡이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덤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황금귀룡의 여의주’를 찾아야 한다.
귀룡의 여의주를 찾아 빡빡이에게 돌아오자.
퀘스트 난이도 : SS
퀘스트 조건 : 황금귀 ‘빡빡이’의 신뢰를 얻은 유저.
홀드림을 처치하는 데 성공한 유저.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황금귀의 알(파티원 중 한명만 획득가능)
귀룡의 비늘갑주(파티원 전원 지급)
명성 (클리어 등급에 따라 차등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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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동공이 크게 확대되었다.
어차피 뿍뿍이의 진화 비밀을 풀기 위해서라도 빡빡이에게 정보를 얻어내야 했는데, 이렇게 히든퀘스트까지 부여받았으니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이런 히든 퀘스트를 성공시키면 NPC 친밀도가 많이 올라가겠지?’
친밀도가 올라갈수록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 당연했으니, 이안은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안만큼은 아니었지만, 다른 유저들의 표정도 무척이나 밝아졌다.
“이안님, 이거 귀룡의 비늘갑주 아이템 눌러 보셨어요?”
“아뇨, 왜요?”
“이거 무려 전설등급 아이템이에요!”
피올란의 흥분된 말에 이안은 퀘스트 창에 떠 있는 귀룡의 비늘갑주 아이템을 텝해 보았다.
그러자 화려한 문양이 그려진 갑주가 이안의 눈앞에 떠올랐다.
“크으, 멋지네….”
이안의 중얼거림에 헤르스가 상기된 어조로 덧붙였다.
“야, 멋지네가 문제가 아니야 지금! 무려 전설등급이라고. 나 아직 전설등급 아이템 구경도 해본 적 없어. 심지어 경매장에서도!”
그 말에 이안은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어? 정말? 전설등급 아이템 아직 하나도 없어?”
헤르스가 반문했다.
“그러는 너는 있냐?”
“당연하지. 어디보자… 한 세 개 쯤 있는 것 같은데…?”
“….”
순간 모두의 질투어린 시선이 멋쩍은 표정이 된 이안을 향했다.
이안은 당황해서 말을 더듬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 하하… 난 다들 하나씩은 있는 줄….”
사실 전설등급 아이템이 희귀한 것은 맞지만, 그래도 종종 커뮤니티에 획득한 유저가 인증샷을 올리곤 한다.
다만 경매장에서 전설등급의 아이템을 보기 힘든 이유는, 전설등급 부터는 아이템이 대부분 귀속아이템으로 획득되기 때문이었다.
잠시동안 흐르는 정적.
그것을 깬 것은 다름아닌 카이자르였다.
“영주놈아.”
“왜, 가신님.”
“귀룡의 비늘갑주인지 뭔지… 나 줘야 되는 거 알지?”
“…?!”
생각지도 못한 카이자르의 말에 얼어버린 이안.
“내, 내가 왜?”
이안의 물음에 카이자르는 가볍게 대답했다.
“안주면 일 안 한다. 영주놈아.”
“….”
그렇지 않아도 이안의 파티는 이 험난한 던전을 헤쳐 나가기엔 너무도 부실한 전력이었기 때문에, 이안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아, 알겠어….”
헤르스와 피올란은 혹여 자신들의 아이템도 빼앗길까 싶어 빠르게 이안을 외면했고, 이안은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 * *
예정에 없던 뿍뿍이의 외도(?)와 이어진 빡빡이와의 만남 때문에 잠시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퀘스트를 받은 이후 이안 일행은 예정대로 사냥을 진행했다.
150~170 정도의 초 고레벨 몬스터들을 상대로 하는 사냥이었기에 쉽지는 않았지만, 일당(?)을 받기로 한 카이자르가 열심히 일 해줬기 때문에 조금씩 사냥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어느덧 사냥을 시작한지 5시간째.
쾅- 콰쾅-!
[가신 ‘카이자르’가 ‘잊혀진 고대의 원혼’을 공격하여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잊혀진 고대의 원혼’의 생명력이 24875만큼 감소합니다.]
[‘잊혀진 고대의 원혼’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248590만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33레벨이 되었습니다.]
연이어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새하얀 빛으로 온 몸이 뒤덮히는 이안.
레벨업의 쾌감을 느끼며, 이안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크, 역시 사냥은 하드코어하게 해야 돼.”
이안의 말에 앞쪽에서 방패를 들고 투사체를 막아내던 헤르스가 투덜거렸다.
“야, 좀 쉬어가면서 사냥하자. 다른 사람들도 너 같은 줄 아냐? 다들 녹초라고 이제.”
그 말에 이안이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헤르스의 말대로 다들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다.
그것을 본 이안이 입맛을 다셨다.
“쩝… 그럼 조금 쉴까요?”
이안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다들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이안의 옆에 와 앉은 피올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을 열었다.
“어휴, 이안님이랑 같이 사냥하고 나면 진짜 진이 쭉쭉 빠지는데… 경험치가 너무 잘 올라서 항상 거절할 수가 없네요.”
그 말에 헤르스가 피식 웃으며 얘기했다.
“거절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같이 하자고 매달리잖아요 피올란님은.”
“그, 그랬나요 제가…? 그래도 덕분에 전 벌써 131레벨 이라구요. 후훗.”
“… 그건 좀 부럽네요.”
이안은 자리에 앉기 전, 버프스킬들을 전부 한바퀴씩 돌린 뒤 휴식을 시작했다.
“그나저나, 퀘스트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거 귀룡의 여의주인지 뭔지… 어디서 찾아야할지 감도 안 오네.”
이안의 물음에 피올란이 별 생각없이 대답했다.
“그거야 뭐… 귀룡의 여의주니까 귀룡인지 뭔지를 잡으면 나오지 않겠어요?”
헤르스도 영혼없는 목소리로 한 마디 덧붙였다.
“귀룡은 뭘까요? 유령처럼 생긴 용인가? 고스트 드래곤?”
헤르스의 말에 이안이 핀잔을 줬다.
“이 멍청아, 한자로 거북‘귀’ 잖아. 무식한 소리 하네.”
“그래…? 그럼 거북 용이야? 현무 같은건가…?”
하지만 이안의 잘난척은 피올란에 의해 무마되었다.
“이안님 아까 훈이가 가르쳐 주는 거 다 봤어요 제가.”
“…!”
이안은 멋쩍게 웃었고, 헤르스는 놀란 표정으로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훈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 꼬마…! 보기와는 다르게 똑똑한데?”
훈이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씨익 웃었다.
“후후, 전설의 흑마법사가 될 몸이시다. 똑똑하지 않은 게 이상한거지.”
이안이 피식 웃으며 빈정거렸다.
“어제 풀었던 학습지에서 배웠나보지 뭐.”
이안의 비아냥에 훈이가 발끈했다.
“어둠의 후계자를 무시하는 거냐 지금!”
하지만 이 소란은 카이자르에 의해 금방 정리되었다.
따악-!
카이자르가 칼집을 들어 훈이의 뒤통수를 한 대 때린 것.
“시끄럽다 부하놈아…!”
훈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휙 돌릴 뿐이었다.
이안은 괜히 훈이에게 미안해졌다.
“갑자기 저 꼬마 놈이 좀 불쌍한데…?”
사냥 후 휴식시간동안 잠시간의 소란이 있었지만, 축 늘어져있던 파티는 어느정도 체력을 회복했고 다시 사냥을 시작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 때.
무덤 한쪽의 석벽에서 미약한 진동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쿠릉- 쿠르릉-
그리고 그 진동음을 들은 뿍뿍이가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뿍- 뿌뿍-!
“야, 뿍뿍아 어디가 또!”
이안은 뿍뿍이를 서둘러 붙잡아 등에 메었고, 그동안 진동은 점점 더 커져갔다.
쿠르르릉- 쿠구궁-!
“모두 조심하세요! 위에서 낙석 떨어집니다!”
콰앙-!
피올란의 말이 끝나는 순간, 제법 커다란 크기의 낙석이 일행의 사이로 떨어져 내렸고, 그것을 본 이안은 기겁했다.
“이정도 크기면 못 피하면 골로 가겠네.”
일행이 분주히 움직이며 위험지역을 벗어나는 동안, 무덤의 한 쪽 석벽이 갈라지기 시작했고, 이안은 서둘러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온 버프들을 전부 걸기 시작했다.
“저기서 뭔가 나올 것 같아요! 다들 전투 준비!”
그리고 잠시 후.
째애앵-!
갈라진 석벽의 사이로 눈조차 뜨기 힘들 만큼 강렬한 빛이 폭사되어 일행의 시야를 뒤덮었다.
< (8). 성배 쟁탈전 (下) -2 (6권 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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