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44화 (172/1,027)

< (7). 성배 쟁탈전 (中) -2 >

*          *          *

띠링-

[‘다크루나’ 길드가 중부대륙의 첫 번째 거점지를 점령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길드명성이 10만 만큼 상승합니다.]

[거점지 등급 : 없음]

[황폐한 거점지를 발전시켜 거점지 등급을 올려야 합니다.]

[주변 몬스터를 토벌하고, 내정을 시작하십시오.]

다크루나 길드의 길드마스터이자, 명실공이 카일란 한국서버 최강자인 이라한.

중부대륙의 한복판에 최초로 깃발을 꽂은 이라한은 만족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좋아. 이번 대규모업데이트도 우리 다크루나길드에서 선점할 수 있겠군.”

이라한의 클래스는, 히든클래스인 ‘마검사’ 라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 ‘마검사’ 클래스는 이라한 외에 어떤 유저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정보도 알려진 바가 없었다.

심지어 마법사 클래스에서 파생된 히든 클래스인지, 전사 클래스에서 파생된 히든클래스인지조차도 이라한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심지어 이라한은 이안처럼 자신의 모든 정보를 비공개 설정해놨기 때문에 랭킹목록에도 뜨지 않아서, 아무도 그의 레벨조차 알지 못했다.

이라한의 정확한 클래스가 알려진다면, 마법사 랭킹 1위인 홍염의 마도사 레미르와 전사 랭킹 1위인 타이탄 길드의 마스터 샤크란 둘 중 한명의 랭킹이 한계단 뒤로 밀려 내려갈 것이라고 유저들은 추측했다.

“이라한님, 곧 두 개 정도의 거점지를 더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늘리라고 지시할까요?”

다크루나 길드의 수뇌부 중 한명인 듯 보이는 남자의 말에, 이라한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그 이상으로 거점지를 늘려봐야 지켜낼 여력도 되지 않아. 일단 점령한 거점지 주변을 토벌하고, 성장시키는 데 힘쓴다.”

“예, 알겠습니다.”

대답한 남자가 뒤돌아 거점기지 바깥으로 나가자, 이라한은 옆에 서있던 한 여성유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솔린. 홀드림의 성배에 대한 단서는 찾았나?”

이라한의 말에 솔린이라 불린 여성유저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찾았습니다 마스터.”

이라한이 흡족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좋아. 위치는?”

“중부대륙 중심부쪽에 있는 고대의 유적 안에 홀드림의 무덤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성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라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솔린, 네가 한 30명 정도 꾸려서 먼저 출발하도록. 금방 쫓아가도록 하지.”

이라한의 말에 솔린이 잠시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한데, 마스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무슨 문제?”

“그게… 저희보다 먼저 유적에 들어간 유저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깃발을 보니 루스펠 제국의 유저들인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이라한의 두 눈에 이채가 어렸다.

이라한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호…? 루스펠 제국 유저들 중에 중부대륙 중심부까지 이렇게 빠르게 진입할 능력을 가진 놈들이 있었나…?”

솔린이 이라한을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마스터. 지금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성배를 빼앗긴다면 계획이 제법 많이 틀어집니다.”

하지만 살짝 조급한 표정인 솔린과 달리, 이라한은 무척이나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이라한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급할 거 없다 솔린.”

“예…?”

이라한의 입 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천천히 가도 상관없다. 놈들을 놓치지만 않으면 돼.”

“그 말씀은….”

“성배를 들고 나오면, 우리가 다시 빼앗으면 되니까 걱정할 것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더 흥미진진해졌군. 너무 시시할까봐 걱정이었는데 말이지.”

이라한이 허리춤에 두르고 있던 청색 검 한자루를 풀어 솔린에게 건네었다.

“이 검을 들고 먼저 움직이도록. 던전 안으로 들어가진 말고, 그 앞을 지켜. 놈들이 나오면 곧바로 칠 수 있게 말이다.”

솔린이 검을 받아들고는 물었다.

“이 검은 무슨 아이템입니까?”

“황제가 하사한 물건이다. 공격력이나 옵션 자체는 그렇게 좋지 않지만, 소환마법이 걸려있어서 제법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거야.”

솔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이라한이 솔린을 불렀다.

“솔린.”

“예, 마스터.”

“루스펠 나부랭이들 정도는, 내가 직접 가지 않아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겠지?”

솔린이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마스터.”

*          *          *

이안의 일행이 들어온 곳은 휘황찬란한 금빛으로 사방이 치장된, 말 그대로 보물창고와 같은 곳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공간 자체가 화려할 뿐이지 정작 고급스런 아이템은 몇 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쌓여있는 금화도 처음에는 많아보였으나 분배하고 나니 한 사람당 5만 골드 남짓 정도밖에 가져갈 수 없었다.

이안은 아쉬운 마음을 감추며 가장 안쪽에 있는 단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성배는 있네 다행히.’

단상 위에는 운동경기의 우승트로피 정도의 크기인 금빛 성배가 자리 잡고 있었고, 이안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어쨌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홀드림의 성배였으니까.

띠링-

[‘홀드림의 성배’를 획득했습니다.]

[‘시카르 유적지 탐사’ 퀘스트의 클리어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클리어 등급 : S]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여, 경험치를 2500만 만큼 획득합니다.]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여, 명성을 10만 만큼 획득합니다.]

[연계되는 새로운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퀘스트창이 이안의 눈 앞에 떠올랐다.

---------------------------------------

-홀드림의 성배를 이용한 거점지 점령.-

당신은 성공적으로 홀드림을 처치하고 성배를 손에 넣었다.

홀드림의 성배에 담겨있는 성수는 중부대륙 거점지의 성장을 2배만큼 빠르게 만들어 주며, 거점을 점령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준다.

성배의 능력을 이용하여 거점지를 점령하라.

퀘스트 난이도 : 없음.

퀘스트 조건   : 알 수 없음.

제한시간      : 7일

* 성배를 잃어버리거나 빼앗긴다면, 퀘스트가 실패합니다.

* 빼앗긴 성배를 다시 되찾을 경우, 퀘스트를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

이안은 떠오른 메시지를 차근차근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성배를 빼앗길 경우 라는 전제조건이 있는 걸 보면, 이 성배를 노리는 다른 세력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건데…. 성배를 노리는 NPC나 몬스터들이라도 있는걸까?’

성배와 관련된 퀘스트가 여기저기서 발생했는지 모르는 이안은, 일단 성배를 노리는 NPC나 몬스터가 있다고 추측했다.

퀘스트가 아니고서야 일반 유저가 성배의 존재를 아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틀린 추측도 아니었다.

다른 유저들을 제하더라도, 이안의 생각처럼 성배를 노리는 NPC들은 존재했다.

이안이 헬라임을 향해 물었다.

“단장님은 이제 어떻게 움직이실 겁니까?”

황제의 명령으로 기사단이 이안을 돕는 것은, 시카르 유적지 탐사 퀘스트 까지였다.

그 이후에도 이들이 자신을 계속 도울지는 알 수 없었기에 물어본 것이었다.

그리고 이안의 생각대로였다.

“저희 기사단은 이제 후발부대와 합류하여 전방에 전선을 구축해야 합니다, 자작님.”

“그렇군요. 전선은 어느쪽에 구축됩니까?”

헬라임이 말을 이었다.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카이몬제국 군대들과 엎치락 뒤치락 하다보면 전선이 형성되겠지요.”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리고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럼 제국의 군대가 머무는 곳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 거점지를 점령해야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을 텐데….’

로터스 길드는 그간 눈부시게 성장하여 이제 100대길드에 근접할 정도로 강력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 중부대륙에 이렇게 빨리 입성할 만한 전력은 아니었다.

10위권 안쪽의 길드들과 비교하면 아직 어른과 어린아이 수준의 차이였으니까.

'아니야, 차라리 무리해서 퀘스트를 진행하는것 보다 성장에 주력하는게 나을 수도 있어.'

생각을 정리한 이안은, 얼른 장내를 정리하고 다시 움직이기 위해 길드원들을 불러모았다.

“피올란님, 이제부턴 진짜 위험할 수 있어요.”

이안의 말에 피올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죠?”

“이제 아마도 기사단의 보호를 받기 힘들 것 같거든요.”

그리고 급격하게 당황한 표정이 된 피올란.

“헐….”

놀란 것은 헤르스도 마찬가지였다.

“야, 우리 길드원 열명인데 이 전력으로 거점지 점령하고 지키고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길드 전력만으로는 필드 몬스터들 사냥하는데도 벅찰 텐데.”

헤르스의 말은 당연한 것이었다.

현재 이곳에 있는 길드원 열명의 평균레벨은 120 중반 정도였는데, 필드 몬스터들의 레벨은 아무리 낮아도 140 이상이었으니까.

이안이 무지막지한 PVE 능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것으론 부족한 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일단은 사냥하면서 레벨을 좀 올려야 할 것 같아.”

피올란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사냥이요? 지금 저희도 퀘스트 공유 되서 뜬 거 봤는데… 최대한 빨리 거점지를 점령해야 되는 거 아닐까요? 제한시간도 걸려있잖아요.”

하지만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함부로 돌아다니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차라리 익숙해진데다 최초발견 버프가 2중으로 중첩되어 4배의 경험치 획득이 가능한 이 무덤 안에서 최대한 성장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7일 지나서 퀘스트 실패하나, 성배 뺏겨서 퀘스트 실패하나 마찬가지지.’

이안이 입을 열었다.

“피올란님. 우리 이 전력으로 나갔다가 영웅등급 필드보스라도 만나면 바로 전멸인거 아시죠?”

중부대륙의 영웅등급 보스몬스터라면, 최소레벨이 170은 될 것이었다.

피올란이 한숨을 푹 쉬었다.

“휴… 그거야 그렇죠.”

“솔직히 운이 좋아서 어찌어찌 비어있는 거점지까지 갈 수 있다고 해도, 몬스터 습격 몇 번이면 그대로 우리 전부 게임아웃이에요.”

거점지가 세워지면, 주변의 몬스터들이 대규모로 무리지어 거점지를 향해 쳐들어온다.

필드를 돌아다니며 사냥하는 것 보다 전투 난이도 자체가 훨씬 높아지는 것이다.

수성전을 할 수 있는 방어벽이라도 있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이 황량한 땅에 있는 거점지에 그런 것이 존재할 리 없었다.

잠자코 있던 헤르스가 이안을 향해 물었다.

“그럼 어쩌자는 거야. 퀘스트는 포기야?”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일단은 포기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일주일 꽉 채워서 여기서 사냥할 거니까, 그러고 나면 제한시간 하루 남는데… 그 안에 거점지 점령은 아무래도 힘들 테지.”

피올란이 입맛을 다셨다.

“쩝. 그건 좀 아쉽네요. 퀘스트 성공하면 경험치 폭탄 또 맞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레었는데.”

이안이 피식 웃었다.

“그것보다 여기 4배 경험치 먹으면서 일주일 풀로 사냥 돌리는 게 아마 100배는 더 많은 경험치를 얻을 겁니다. 여기는 이제 영웅등급 이상 보스몬스터는 남아있지 않으니까, 우리끼리도 조심해서 움직이면 지속적으로 사냥할 수 있어요.”

피올란도 이안의 말에 동의했다.

“그건 그래요. 제 레벨이 벌써 129가 된 걸 보면….”

그리고 어느새 그들 주변에 모여 얘기를 듣던 길드원 중 한명이 이안을 향해 물었다.

“그럼 이안님은 이제 레벨 몇이에요?”

이안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전 방금 레벨하나 더 올라서 132 찍었습니다.”

헤르스가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132라고? 너 이러다가 전체랭킹 10위권까지 들어가는 거 아니야?”

이안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걸. 이제 아마 50위권 유저들까진 전부 140레벨 넘기지 않았을까?”

“그런가…?”

“아마 그럴 거야. 내가 이번 퀘스트 시작하기 전에 랭킹 확인했을 때 50위쯤 되는 유저가 138인가 그랬으니까.”

피올란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런데 이안님이 소환술사 랭킹 1위인건 거의 확실하고… 2위는 누구일까요? 저번에 커뮤니티에 올라온 소환술사 랭킹목록 보니까 1위가 115레벨로 표기되어있던데.”

이안은 정보가 비공개이기 때문에 단 한번도 소환술사 랭킹 목록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안처럼 아직까지 비공개를 유지하고 있는 소환술사 유저가 없다는 장담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안은 어께를 으쓱 하며 대답했다.

“저랑 비슷한 레벨의 소환술사가 또 있을수도 있죠 뭐. 그거야 모르는거죠.”

하지만 헤르스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미친, 그런 사람은 존재할 수 없어. 너같이 운 좋은 또라이가 또 있을 리 없거든.”

“야… 운 좋은 또라이라니….”

피올란도 헤르스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표현이 약간 과격하긴 했지만…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안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하… 피올란님까지….”

그런데 그들이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그 사이.

툭-

이안에게서 받은 미트볼을 어느새 전부 섭취한 뿍뿍이가 바닥으로 내려와 엉금엉금 어디론가 기어가고 있었다.

뿍- 뿌뿍-!

하지만 100여명에 가까운 인원이 정비를 하느라 장내가 무척이나 소란스러웠기 때문에, 아무도 사라지는 뿍뿍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1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이안은 뿍뿍이가 없어진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 (7). 성배 쟁탈전 (中) -2 > 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