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41화 (169/1,027)

< (6). 성배 쟁탈전 (上) -2 >

*          *          *

고대 유적지 던전의 정확한 명칭은 ‘홀드림의 무덤’ 이었다.

처음 던전에 입장했을 때는 ‘???의 무덤’ 이라는 이름으로 떠 있었던 던전의 이름이, 중심부에 들어가 이벤트가 발생하자 바뀐 것이었다.

이안과 훈이, 그리고 그 일행들은 거대한 홀드림의 영혼 앞에 서 있었다.

홀드림이 포효하기 시작했다.

[보물을 탐하는 어리석은 자들이여….]

쿠오오오-!

홀드림은 이 중부대륙을 지배하던 고대의 황제였다.

그리고 그의 원혼이 남아 무덤을 지키고 있었던 것.

헬라임이 소리쳤다.

“기사들 앞으로!”

척- 처척-!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일행의 앞을 든든히 막아서는 제국기사들.

그리고 잠시 후, 홀드림의 주변에서 뿜어져 나온 모래폭풍이 일행을 덮치며, 초당 2천이 넘는 강력한 도트데미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힐러분들 힐 해주세요!”

이안의 말에 뒤쪽에서 대기중인 로터스 길드의 힐러들이 재빨리 앞으로 나와 광역힐을 시전했다.

‘힐러 위주로 데려올 걸 그랬나….’

일행에 포함되어있는 로터스 길드 유저 10명 중 힐러는 네명.

이 정도도 충분히 많이 데려오기는 했다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힐량이 부족한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황실기사단에는 정말 최소한의 힐러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힐러들도 사제들이 아닌, 힐 겸 탱커인 성기사들 이었기 때문에, 100여명에 육박하는 인원을 전부 케어하는 것이 힘들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이 곳에 들어올 자격이 있는 이들인지 지켜보겠다…!]

홀드림의 광포한 외침.

그와 함께 사방으로 충격파가 퍼져 나가며, 일시에 엄청난 데미지가 폭사되었다.

[‘사막의 제왕 홀드림’이 ‘제왕의 포효’를 사용합니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생명력이 29845만큼 감소합니다.]

광역스킬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어마어마한 공격력.

다행히 사망한 인원은 없었지만, 생명력이 전부 최대치였던 일행의 대부분이 게이지 바가 깜빡이고 있었다.

그리고 비교적 레벨이 낮았던 로터스 길드의 유저들은 거의 빈사상태 수준이었다.

[크하하핫! 내 시험을 통과한다면 잠시 후 다시 만날 수 있겠지.]

마지막으로 광소를 터뜨린 홀드림의 영혼은 허공으로 사라졌고, 스산한 기운이 허공을 맴돌기 시작했다.

[‘사막의 제왕 홀드림’의 시험이 시작됩니다.]

[지하에 잠들어 있던 ‘사막의 후예’들이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쿠쿵- 쿠쿠쿵-

바윗덩어리들이 굴러다니기라도 하는 듯, 요란한 소리들과 함께, 던전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거 참, 무섭게 시리….”

헤르스는 검과 방패를 고쳐쥐며 전방을 응시했고, 피올란도 긴장한 표정으로 언제든 마법을 캐스팅할 수 있게 준비를 마쳤다.

“정말 엄청나군요. 저 방금 광역스킬 한방으로 검정화면 만날 뻔 했어요.”

피올란의 말에 이안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는 좀 커 보이는 스킬 터진다 싶으면 쉴드 먼저 쓰세요. 딜이야 지금 모자라지 않으니까, 피올란님 생존이 더 중요하죠.”

“오케이, 그러도록 할게요.”

그들이 대화하는 사이, 아무것도 없는 공터에 가깝던 무덤 중심부가, 좌우로 쩍 갈라지며 새로운 공간을 드러내었다.

아래쪽으로 깔려있는 수많은 황금빛 관(棺)들.

홀드림이 사라진 자리에 남아있던 스산한 누런 빛깔의 기운들이 갈라진 지반 사이로 흡수되듯 빨려들어 갔고, 그와 동시에 관뚜껑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륵- 그그극-!

듣기 불편한 마찰음과 함께 하나 둘 열리기 시작하는 관뚜껑들.

잠자코 사냥만 하고있던 훈이가 이안을 향해 입을 열었다.

“조심해야 할 거야.”

그 말에 이안의 시선이 저절로 훈이를 향했다.

“뭐?”

이안의 반문에, 옆에 서 있던 데스나이트 발람이 대신 대답했다.

[사막의 후예들은 강력하다. 그리고 각자 특징을 가지고 있지.]

훈이는 저들을 알고 있었다.

중부대륙에는 처음 들어왔지만, 시카르 사막에서 선행 퀘스트를 진행할 때 징하도록 상대했던 몬스터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시카르 사막에 있던 홀드림의 후예들은 이들보다 훨씬 허약했지만.

이안이 물었다.

“상대법은?”

훈이는 뚱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제법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도끼를 든 녀석들은 서로 생명력을 공유해. 저놈은 광역스킬로 잡는 것이 좋아.”

“생명력을 공유한다고?”

“응. 그러니까 한 놈을 아무리 줘 패봐야, 나머지 놈들의 생명력이 들어와서 그 자리를 채워. 그러니까 광역기로 한 번에 잡아야해.”

광역기라면 이안이 가장 자신 있는 부분.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리고 저놈은?”

이안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창과 칼을 각각 한 손에 쥔 특이한 모습의 전사가 관을 열고 일어나고 있었다.

“저 놈은 들고 있는 저 창을 활 시위에 걸어서 쏘는 무식한 놈이야. 창을 한 개 맞는 건 크게 아프지 않은데, 중첩될수록 데미지가 증폭돼.”

훈이에게서 그 밖의 몇 가지 조언을 들은 이안은, 헬라임에게로 다가갔다.

“단장님, 이 안에서만 잠시 지휘권을 제게 위임해 주세요.”

“음…?”

“저 놈들 상대법을 들었는데, 지금 설명하기엔 시간이….”

그 말에 잠시 고민하던 헬라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도록 하죠, 그럼. 한번 자작님을 믿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헬라임은 아직 이안이 전장을 지휘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 못 미더운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그동안 이안이 쌓아온 신뢰 덕에 지휘권을 넘겨주기는 했다.

지휘권을 넘겨받은 이안은 빠르게 움직였다.

“좌측으로 빠르게 파고 듭시다! 활 든 놈들부터 먼저 공격!”

“충-!”

어쨌든 헬라임의 지휘권을 그대로 넘겨받았기 때문에, 제국기사들은 신속히 이안의 명령을 따라 움직였다.

“카이자르!”

이안의 부름에 카이자르가 퉁명스런 표정으로 대답했다.

“왜 부르냐.”

“저 뒤쪽에 황금 사자 가면 쓴 놈 보이지?”

카이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놈 좀 가신님이 잡아줘라.”

이제껏 거부 없이 자신의 말을 잘 따라준 카이자르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 생각 없이 한 얘기였지만, 카이자르는 고개를 저었다.

“싫다. 귀찮아.”

그리고 이안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저 놈은 카이자르나 헬라임이 맡아줘야 하는데….’

황금 사자가면을 쓴, 쌍검을 든 에픽 몬스터.

레벨이 무려 190에 육박했기 때문에, 이안은 직접 나설 엄두가 생기질 않았다.

‘헬라임은 제국기사들이랑 같이 움직여야 전투력이 더 증가하는 것 같은데… 이거 어쩌지.’

결국 카이자르 외에는 놈을 맡아줄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가신님아.”

“왜.”

“저 놈 잡아주면, 내가 저번에 먹은 영웅등급 갑옷 줄게. 뭔지 알지?”

통할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일단 질러본 이안.

그런데 카이자르의 시큰둥하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정말… 이냐?”

이안은 속으로 쾌재르 불렀다.

“그렇다니까? 그때 가신님이랑 사냥하다가 먹은 거 있잖아. 복대에 봉황 그려져 있던 거.”

카이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다. 그거 멋있다.”

다 됐다고 생각한 이안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저 놈 잡자마자 내가 그거 넘겨줄 테니까. 부탁해 가신님.”

하지만 아직까지 뜸을 들이는 카이자르.

이안이 최후의 한수로 그의 자존심을 슬쩍 긁었다.

“가신님, 혹시 쟤 못 이길 것 같아서 그러는 건 아니지?”

그리고 그 말에 카이자르는 벌떡 일어났다.

“나를 뭘로 보고! 저런 하찮은 망령 따위!”

순식간에 검을 뽑으며 자리를 박차고 튀어나가는 카이자르를 보며, 이안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단순해서 좋다니까….’

전체적으로 적들을 상대할 그림이 나오자, 이안은 소환수들에게도 각기 명령을 내렸다.

“떡대, 너는 저쪽으로 가서 전사들 상대로 시간 좀 끌어주고, 핀이, 레이크, 너희는 광역스킬 아끼고 있어. 있다가 전사들 한쪽으로 모이면 퍼 부으면 돼.”

고개를 끄덕여 의사를 표현한 뒤 전장으로 이동하는 소환수들.

꾸룩- 꾹꾹-!

드르륵-

마지막으로 이안은 할리를 탄 뒤 라이와 함께 제국기사단이 침투한 적들의 측면을 향해 달렸다.

‘그런데 앞으로도 카이자르를 부려먹으려면 아이템 하나씩 조공해야 하는 건가…?’

카이자르에게 주기로 한 갑주도, 경매장에 팔면 수십만 골드는 족히 될 만한 비싼 물건이었다.

이안은 속이 조금 쓰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가신에게 주는 거니까 결국은 내 거지 뭐.’

그럴싸한 논리(?)로 자기위로를 한 이안은 빠르게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          *          *

[전쟁의 탑을 최초로 발견하셨습니다.]

[전공 포인트가 3천 만큼 증가합니다.]

[획득한 전공 포인트로, 탑 내의 물품들을 교환할 수 있습니다.]

[전쟁의 탑에는 하루 1회, 30분 동안만 방문할 수 있습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연이어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보며, 샤크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역시! 전쟁의 탑이 맞았어…!’

샤크란이 전쟁의 탑과 홀드림의 성배에 관한 지식들을 미리 알 수 있었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가 진행하고 있던 카이몬의 제국퀘스트와 관련이 있었던 것.

‘이거, 라크로뮤에게 고마워 해야 하나…?’

카이자르와 이안의 합공에 당해 죽었던, 카이몬 제국의 기사단장인 라크로뮤.

샤크란은 그에게서 이러한 정보들을 얻었던 것이었다.

비록 이안과 카이자르에 의해 라크로뮤가 죽어버려서 퀘스트는 끝까지 완수할 수 없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샤크란은 중부대륙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라크로뮤가 죽어버려서 파스칼 군도 지휘통제실에 있던 모든 자료를 꿀꺽 할 수 있었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라크로뮤는 전쟁의 탑 안으로 발을 들였다.

“입장한다.”

그리고 잠시 뒤를 돌은 샤크란은 길드원들을 향해 얘기했다.

“이곳은 하루에 한번밖에 들어오지 못한다. 전공포인트가 5천 이상 쌓인 사람들만 들어오도록.”

말을 마친 그가 완전히 안쪽으로 들어가자, 길드원 대부분이 그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갔다.

중부대륙에 들어온 이후로 계속해서 사냥만 해온 타이탄길드였기에, 대부분 전공포인트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방금 최초발견 효과가 공유되면서 3천이라는 전공포인트도 얻었으니, 총 포인트가 5천이 되지 않는 길드원은 몇 없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전공 포인트를 많이 쌓은 것은 당연히 샤크란이었다.

“어디보자… 괜찮은 물건이 있으려나…?”

전쟁의 탑은 2일에 한번 초기화된다.

내부에 진열되어있는 아이템들이 2일에 한 번씩 새로운 아이템으로 전부 바뀐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샤크란은 찾고 있는 물건이 있었다.

‘파라오의 깃발… 그게 있어야 하는데….’

파라오의 깃발은 홀드림의 성배 만큼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물건이었다.

파라오의 깃발이 꼽혀있는 중부대륙의 거점지에서는, 훈련되는 병사의 숫자가 두 배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집중해서 물건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위쪽으로 올라가던 샤크란은, 문득 눈에 띄는 책자 하나를 발견했다.

‘이게 뭐지…?’

그리고 호기심에 확인한 아이템은, 다름 아닌 전설 등급의 전사클래스 스킬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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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전사의 의지 -

분류      -  스킬 북 (패시브 스킬)

스킬등급  -  전설

소모값    -  없음

재사용 대기 시간 - 없음

사막전사의 의지를 계승하는 전사는, 정신을 집중하여 검막(劍幕)을 생성할 수 있게 된다.

검막은 피격시 15%의 확률로 생성되며, 스킬 사용자의 공격력의 300%만큼의 피해를 막아주며, 150%만큼의 피해를 되돌려준다.

* 스킬 습득 조건 : 검술의 숙련도가 마스터 1레벨 이상이어야 습득할 수 있다.

*  검막이 시전될 때 마다 15초 동안 공격력이 10%만큼 증가하며, 이 효과는 최대 10회까지 중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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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등급답게 업청난 옵션을 가진 패시브 스킬북.

샤크란은 재빨리 스킬북을 구입하는 데 필요한 전공 포인트를 확인해 보았다.

[필요 전공 포인트 : 12000]

심지어 현재 보유중인 전공 포인트를 탈탈 털면 딱 살 수 있을 정도의 수치.

‘이걸 사야 하나…?’

샤크란은 갈등했다.

분명히 12000의 전공 포인트가 아깝지 않을 만큼 좋은 스킬북이기는 했지만, 곧 대규모 전쟁이 벌어질 이 시점에, 개인을 위한 아이템에 전공 포인트를 사용하는 것은 사치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간의 고민.

“하아….”

하지만 샤크란은 결국 스킬북을 집어 들고 말았다.

[‘사막전사의 의지’ 스킬북을 구매하셨습니다.]

[전공 포인트가 12000만큼 차감됩니다.]

[잔여 전공 포인트 : 375]

샤크란은 속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며 뒤돌아서 전쟁의 탑을 빠져 나왔다.

어차피 이제 포인트도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 미련을 가지지 않기 위해 일부러 남아있는 다른 아이템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래, 내가 강해지는 게 곧 길드가 강해지는 길이니까….’

하지만 샤크란은 알 수 없었다.

그가 돌아나간 자리에, 중부대륙의 초반 세력전의 구도를 완전히 판가름낼 수 있는 물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          *          *

< (6). 성배 쟁탈전 (上)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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